영화속클래식 제5원소 - 초인적인 가창력이 필요한 벨 칸토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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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3회 작성일 16-02-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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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이집트의 피라미드. 한 노교수가 피라미드 벽에 새겨진 기호와 그림을 보고 지구의 미래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밝혀낸다. 5000년마다 세상이 바뀌고 악마가 찾아오는데, 이때 물, 불, 바람, 흙을 상징하는 네 개의 돌이 절대선과 결합해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네 개의 요소가 악마와 결합하면 지구는 악마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때 외계의 현자 종족 몬도새완이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사막에 착륙한다. 이들은 신부에게 먼 훗날 지구에 엄청난 위기가 닥칠 것이라 예언하면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네 개의 돌을 가지고 지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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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 / 베버리 실즈,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토마스 시퍼스(지휘) 
1Oh, Giusto Cielo! - lI Dolce Suono음악 재생
2Ardon Gli Incensi음악 재생
3S`avanza Enrico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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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0년 후인 2259년. 지구 연방의 뉴욕시 사령부에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모여 있다. 지구에 거대한 행성이 다가오는 비상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태더트 장군은 대통령에게 거대한 행성을 향해 미사일을 쏘겠다고 보고하고, 대통령은 그것을 허락하려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천체 현상 전문가인 비트 코넬리우스 신부가 나서서 이를 말린다. 지구를 향해 공격해 오는 행성은 절대악인데, 공격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스태더트 장군에게 괴행성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단행하라고 지시한다.

스태더트 장군은 행성을 향해 여러 대의 미사일을 발사한다. 하지만 신부의 말대로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행성은 강해진다. 크기가 커지고, 지구로 돌진하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이다. 행성의 크기가 두 배로 늘어나자 스태더트 장군은 당황한다. 곧이어 행성은 스태더트 장군 일행이 타고 있는 미사일 발사선을 삼켜버린다.

눈앞에서 참사를 목격하고서야 대통령은 코넬리우스 신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신부는 지금 지구로 다가오고 있는 세력은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파괴할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48시간 안에 지구를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때 몬도새완이 타고 있는 우주선이 지구 진입을 요청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대통령은 즉시 진입을 허락한다.

하지만 몬도새완들은 지구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방해꾼을 만난다. 우주 해적 맹갈로들이다. 맹갈로는 조르그라는 지구인의 부탁을 받고 몬도새완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다. 조르그는 괴행성 그 자체이기도 한 암흑의 존재의 하수인이 되는 대가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무기상이다. 조르그의 부탁을 받은 맹갈로는 몬도새완이 탄 우주선을 박살내고 만다. 모든 것이 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몬도새완의 팔 한쪽뿐. 다행히 핵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 팔 한쪽에 남아 있는 유전자를 재합성해서 몬도새완을 새로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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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연방 요원 코벤 달라스(브루스 윌리스)



재합성된 몬도새안은 뜻밖에도 여자이다. 그것도 신비한 외모를 가진 빨간 머리의 소녀. 그녀의 이름은 리루이다. 시험관에서 깨어난 리루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당황한 나머지 괴성을 지르다가 시험관 유리를 깨고 탈출한다. 그때부터 경찰과 리루 사이에 추격전이 벌어진다. 경찰을 피해 뉴욕의 고층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뛰어다니던 리루는 달리는 공중 택시 안으로 떨어진다.

이 택시의 운전사는 전직 연방 요원 출신인 코벤 달라스이다. 코벤은 경찰에게 쫓기다가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리루를 구해준다. 하지만 그 후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 리루가 영어를 전혀 못하고, 이상한 외계 언어로만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리루는 비토 코넬리우스라는 이름을 말하는데, 이 말을 듣고 코벤은 리루를 코넬리우스 신부에게 데리고 간다. 신부는 리루의 손목에 새겨져 있는 문신을 보고 그녀가 미지의 절대선 즉, 네 개의 원소와 함께 지구를 구할 '제5원소'라고 확신한다. 몬도새완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신부는 리루로부터 지구를 절대악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네 개의 돌이 플로스턴 행성에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몬도새완은 지구인을 믿지 않기 때문에 플로스턴 행성에 사는 플라바라구나에게 돌을 맡겼다는 것이다. 플라바라구나는 가수로 곧 행성의 파라다이스에서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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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루(중앙)와 코넬리우스 신부(오른쪽)



그러는 사이 괴행성이 거의 지구와 근접한 거리까지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자 다급해진 사령부는 전직 연방 요원인 코벤에게 플로스턴 행성으로 가서 네 개의 돌을 찾아오는 임무를 맡긴다. 코벤은 리루와 함께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타고, 돌이 플로스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르그와 그의 일당들도 행성으로 간다.

리루에게 네 개의 돌을 전해주기로 되어 있는 플라바라구나는 오페라 가수이다. 플라바라구나는 리루에게 사람을 보내 콘서트가 끝난 다음에 돌을 전달하겠다고 전한다. 곧이어 플라바라구나가 무대에 등장해 노래를 시작한다. 객석에 앉은 코벤은 그녀의 초인적인 노래 솜씨에 감탄한다.

한편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밖에서는 맹갈로와 리루의 결투가 벌어진다. 맹갈로들은 이리저리 총질을 해대는데, 이 과정에서 무대에 있던 플라바라구나가 총에 맞는다. 심하게 부상당한 그녀는 코벤에게 네 개의 돌이 자기 몸속에 있다고 말한 후 숨을 거둔다. 플라바라구나의 몸속에서 돌을 찾아낸 코벤은 리루와 함께 지구로 돌아와 절대악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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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는 오페라 가수 플라바라구나



[제5원소]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플라바라구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여기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이다. 도니체티는 로시니, 벨리니와 함께 19세기 전반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꼽힌다. 그는 속필의 다작가로 생전에 공연되지 않은 것까지 합쳐 일생 동안 모두 70편 이상의 오페라를 썼다고 한다. 오페라 이외에 오라토리오, 종교곡, 칸타타, 피아노곡, 실내악 등도 썼으나 오페라를 제외하고는 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 했다.

도니체티는 희극과 비극에 두루 작품을 남겼다. 희극 오페라로는 [사랑의 묘약]과 [돈 파스콸레]가 유명하고, 비극 오페라로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유명하다. 도니체티의 대표적인 비극 오페라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1835년에 작곡한 것으로 17세기 스코틀랜드를 무대로 일어난 지방 귀족 사이의 반목과, 그 사이에서 희생된 여인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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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 ~ 1848). 1835년경.



엔리코는 자신의 정치적인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전부터 자기 누이 루치아를 아르투로라는 돈 많은 귀족과 정략결혼시키려 한다. 하지만 루치아에게는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엔리코의 정적이기도 한 에드가르도이다. 에드가르도는 자기 아버지가 루치아 집안사람에 의해 살해되는 바람에 이 집안과 원수지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루치아를 사랑하면서 그녀의 오빠인 엔리코를 만나 두 집안 간에 쌓인 원한 관계를 끝내고 화해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엔리코는 이를 거부한다.

그 후 에드가르도는 정치적 임무를 띠고 프랑스로 떠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루치아에게 계속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엔리코가 이를 가로채는 바람에 루치아는 편지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둘 사이를 방해하던 엔리코는 나중에 에드가르도가 보내는 가짜 편지를 만들어 루치아에게 보여준다.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편지이다.

에드가르도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루치아는 오빠의 강요에 못 이겨 결국 아르투로와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치르기 위해 침실로 올라가고, 하객들이 남아 결혼 축하연을 즐기고 있을 때, 루치아의 가정교사인 라이몬도가 들어와 무거운 목소리로 연회를 멈추라고 말한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곧 루치아가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다. 결혼 첫날밤에 신랑을 칼로 찔러 죽인 것이다. 완전히 실성한 루치아는 환각 상태에 빠져 에드가르도와 자신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광란의 아리아]이다.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네.

마음속 깊이 그 목소리를 느낄 수 있네.

에드가르도.

나는 다시 당신 것이 되었어요.

에드가르도. 아! 나의 에드가르도.

당신의 적들로부터 도망쳤는데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번져 오네요.

온몸이 떨리고 다리가 휘청거려요.

잠시 저 연못가에 가서 함께 앉아요.

아! 유령이 나타났어요.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해요.

에드가르도. 우리 함께 제단 아래에 숨어요.

장미꽃이 뿌려져 있네요.

축하의 노랫소리가 들려요.

아! 우리의 결혼을 축하하는 노래예요.

이제 결혼식이 진행될 시간이에요.

아! 너무나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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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가 결혼 첫날밤에 신랑을 죽인 후 환각 상태에서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



광란의 장면은 루치아 역을 맡은 소프라노에게 초인적인 기교와 에너지를 요구한다. 20분가량 되는 긴 시간 동안 소프라노 혼자 실성한 연기를 하면서, 기교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운 아리아를 불러야 한다. 가수에게는 살인적인 대목이지만 청중들에게는 가수의 초인적인 가창력과 기교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기도 하다.

도니체티가 활동하던 시대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의 명가수가 크게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청중들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화려한 기교를 지닌 명가수에게 열광했다. 바로 이런 시대에 도니체티는 가수의 기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페라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화성을 만들어내는 기량이나 관현악법 기술이 그다지 뛰어난 작곡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미숙함은 성악 기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리아를 통해 충분히 상쇄된다.

[광란의 아리아]는 대표적인 벨 칸토(bel canto) 아리아이다. 벨 칸토란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이며, 벨 칸토 창법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노래는 당연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페라는 음악인 동시에 드라마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수는 극적 상황이나 배역의 성격에 따라 이에 적합한 목소리를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벨 칸토 창법에서는 극적인 표현이나 낭만적인 서정보다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기교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냥 우아하고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고난도의 묘기를 연기하듯 가수가 구사할 수 있는 기교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이다. 명가수 전성시대였던 19세기 초,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식의 오페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당시 관객들은 오페라의 극적 긴장감이나 통일성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가수들이 들려주는 화려한 아리아를 즐기기 위해 극장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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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칼라스, 벨칸토를 대표하는 가수



[광란의 아리아]에서 소프라노는 플루트와 이중주를 한다. 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벨칸토란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벨칸토 창법은 엄청난 연구와 노력, 훈련을 필요로 한다. 고난도의 아리아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성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듣는 사람에게는 그 노력의 흔적을 보여서는 안 된다.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불러야 한다.

극적인 측면에서 볼 때, 광란의 장면은 결코 아름답게 그려질 수 없는 장면이다. 첫날밤에 신랑을 죽인 신부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노래를 부른다? 이런 상황에는 당연히 기괴하고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어울린다. 하지만 도니체티는 신랑을 죽인 루치아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선율과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아리아를 부르게 했다.

[제5원소]의 파라다이스 무대에서 플라바라구나가 부른 [광란의 아리아]는 그야말로 ‘벨 칸토’이다. 알바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인바 물라 차코가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들어본 [광란의 아리아]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녀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에서는 루치아의 광기를 찾아볼 수 없다.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모든 가치를 능가하는 벨 칸토의 이상만이 별처럼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그 아름다움이 매우 신비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정말로 먼 외계의 파라다이스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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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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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Wikipedia, Corbis





발행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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