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사랑의 은하수 - 멜로 영화에 어울리는 로맨티시즘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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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75회 작성일 16-02-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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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지망생인 리처드 콜리어는 자신이 각본을 쓴 연극이 대학 공연에서 큰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에서도 관심을 보인다는 말을 듣고 기뻐한다. 그는 동기들과 함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데, 바로 이때 생전 처음 보는 노부인이 다가와 그의 손을 잡는다. 어리둥절해하는 리처드에게 노부인은 “나에게 돌아와 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작은 회중시계를 그의 손에 쥐여주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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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 발렌티나 리시차(피아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마이클 프란시스(지휘) 
1Introduction and Variation I음악 재생
2Tema: L'istesso tempo음악 재생
3Variation 2: L'istesso tempo음악 재생
4Variation 3: L'istesso tempo음악 재생
5Variation 4: Più vivo음악 재생
6Variation 18: Andante cantabile (D flat major)음악 재생
7Variation 19: A tempo vivace음악 재생
8Variation 20: Un poco più vivo음악 재생
9Variation 21: Un poco più vivo음악 재생
10Variation 22: Marziale. Un poco più vivo (Alla breve)음악 재생
11Variation 23: L'istesso tempo음악 재생
12Variation 24: A tempo un poco meno mosso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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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8년이 지난 어느 날, 리처드는 작품이 잘 풀리지 않자 기분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차를 몰고 가던 그는 우연히 오래된 호텔을 보고 그곳에 묵기로 한다. 이름은 그랜드 호텔인데, 여기에는 호텔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은 전시실이 있다. 별생각 없이 전시실로 들어간 리처드는 벽에 젊은 여자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사진 속의 여자에게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던 그는 그녀가 20세기 초엽에 유명한 배우로 활동하던 앨리스 매케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는 앨리스의 전기를 썼던 사람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8년 전, 자기에게 회중시계를 주었던 노부인이 바로 앨리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기작가로부터 앨리스가 그에게 회중시계를 주고 나서 바로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는다.

리처드는 자신이 과거의 앨리스와 모종의 관계를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어느 교수가 쓴 시간여행에 대한 책을 읽고 그를 찾아가 자기 최면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때 교수는 과거로 돌아갈 때는 절대로 현재를 연상시키는 물건은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주의를 준다. 만약 그럴 경우 최면이 깨서 곧바로 현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리처드는 앨리스가 배우로 활약하던 1912년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건다.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 방의 가구는 물론 옷차림, 머리 모양, 주머니에 있는 동전까지도 모두 그 시대의 것으로 바꾼다. 그런 다음 집요하게 자기가 1912년에 있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리처드는 드디어 1912년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한다.

여기서 리처드는 여배우로 한창 이름을 날리는 앨리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앨리스의 매니저인 윌리엄이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같은 사랑에 빠져든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리처드가 주머니에 들어 있는 현재의 동전을 꺼내는 바람에 최면에서 깨어나고 만다. 현재로 돌아와 앨리스와 헤어진 리처드는 결사적으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이별의 아픔에 고통스러워하던 리처드는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이승이 아닌 또 다른 세상에서 앨리스와 만나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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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앨리스 매케너 사진을 쳐다보는 리처드 콜리어



[사랑의 은하수]는 전형적인 멜로 영화이다. 시공을 초월한 절절한 사랑 이야기인데, 여기서 이야기 줄거리만큼이나 영화의 로맨틱 무드를 살려주는 것이 있다. 바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중 제18변주이다. 앨리스는 리처드에게 회중시계를 주고 돌아온 후 방에 혼자 들어가 그가 쓴 연극 대본을 가슴에 안고 흐느끼면서 이 곡을 듣는다. 그녀에게 이 곡을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리처드이다. 과거로 돌아간 리처드가 앨리스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녀에게 이 곡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얘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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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작곡한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출신으로 쇼팽, 리스트, 차이콥스키로 이어지는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마지막 시대를 장식한 인물로 꼽힌다.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큰 손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특히 피아노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어려서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으며, 피아노곡 작곡에도 흥미를 보여 17살 때부터 피아노 협주곡을 쓰기 시작했다.

1901년,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로써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질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던 그는 1909년 멀리 미국까지 건너가 순회연주회를 열었다. 이 무렵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완성해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에게 헌정했으며, 호로비츠로부터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로 그 협주곡”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러시아에 붉은 혁명이 일어났다. 대지주 출신인 라흐마니노프의 가족은 재산을 몰수당해 당장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때 마침 스웨덴 왕자가 그를 초청했다. 1917년 12월, 그는 가족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스웨덴으로 갔다. 그리고 이듬해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1919년 말부터 4개월 동안 총 40회의 연주를 했으며, 이후 미국 땅에 정착했다.

비록 미국에 정착했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죽을 때까지 러시아인으로 살았다. 러시아 비서, 러시아 요리사, 러시아 기사를 두고 러시아 정교를 굳게 믿었다. 흔히 미국은 여러 민족의 용광로라고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미국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비록 몸은 러시아를 떠났지만 영혼은 그대로 러시아에 두고 온 것이다.

그 때문인지 미국에 있는 동안, 이렇다 할 작품을 쓰지 못 했다. 1927년,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발표했지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다. 그의 팬들은 불같은 열정의 새로운 협주곡을 원했지만 고향을 떠나 영혼의 힘을 잃어버린 라흐마니노프는 더 이상 그런 곡을 쓸 수 없었다. 1932년, 그는 건강도 회복하고 새로운 공기도 쐴 겸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건너갔다. 이곳에서 원기를 회복한 것일까. 라흐마니노프는 한동안 사그라졌던 창작의 에너지를 다시 살려 불같은 열정의 새로운 피아노 곡을 작곡했다. 그것이 바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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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매케너와 리처드 콜리어



라흐마니노프는 혁신적이거나 독창적인 작곡가는 아니다. 스크리아빈, 라벨, 바르톡과 같은 시대에 활동했으면서도 그의 음악에는 20세기 초 유행처럼 번졌던 전통의 파괴 같은 혁신성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인지 그의 중요 작품은 피아노에 집중되어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작품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끊임없는 힘과 열정, 속도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요구한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랩소디’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이 곡은 변주곡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를 멜로디, 화음, 박자, 리듬, 조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형시켜나가는 음악을 말한다. 변주곡의 주제는 이미 있는 음악에서 가져올 수도 있고, 작곡가가 새로 작곡할 수도 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유명한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중에서 제24번의 멜로디를 주제로 작곡한 것이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은 작곡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변주곡의 주제 중 하나이다. 라흐마니노프 외에 브람스, 리스트, 블라허, 루토스와프스키,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들이 이것을 주제로 변주곡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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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매케너와 리처드 콜리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피아니스트의 작품답게 피아노의 다양성과 화려함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걸작이다. 변주곡은 모두 24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비록 외형적으로는 변주곡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단순한 변주곡에서 벗어나 주제 선율을 다양한 어법으로 채색함으로써 피아노의 모든 연주기법을 두루 망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멜로디에서부터 기교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복잡한 패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법들이 등장한다.

변주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주제의 멜로디와 화성은 그대로 두고, 거기에 다양한 꾸밈음으로 장식을 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주제는 듣는 사람에게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박자나 리듬, 템포를 변형시킨 것도 있다. 2박자를 3박자로 하거나, 원래의 선율에 부점음표를 붙이기도 하고, 템포의 변화를 주어 빠른 것을 느리게, 느린 것을 빠르게 하기도 한다. 조성의 변화도 중요한 변주기법 중 하나이다. 장조로 제시된 주제를 단조로 바꾸면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든다.

변주의 본질은 ‘변화’이다. 하지만 변주곡에서의 변화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주곡의 각 변주들은 어떤 형태로 변형되든 주제를 그 안에 품고 있다. 아무리 자유분방하게 변형된 경우라도 주제와의 연관성은 늘 음악 속에 잠복해 있다. 그렇게 주제의 뼈대는 유지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주곡은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구현해내는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에 나오는 다양한 변주들에서도 역시 원곡인 [카프리스] 24번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 아무리 들어도 원곡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제18변주이다. 제18변주는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멜로디 때문에 영화와 CF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원곡인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과는 정서부터 다르다. 카프리스는 빠르고 경쾌한 반면, 제18변주는 느리고 로맨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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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매케너와 리처드 콜리어



이처럼 변주곡 중에는 그냥 들어서는 전혀 주제와의 연관성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주제가 그런 식으로 변형되었는지 그 비밀은 작곡가만이 알고 있다. 물론 작곡가 자신의 설명을 통해서, 혹은 후대 사람들의 분석을 통해서 그 비밀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제18변주는 먼저 파가니니의 주제 선율을 단조에서 장조로 바꾼 다음, 이것을 다른 조로 옮기고, 그 옮긴 멜로디의 첫 소절의 음들을 거꾸로 연주한 다음, 그것을 템포를 느리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여러 번의 변화 과정을 거쳐 주제와는 전혀 다른 멜로디가 되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의 18변주는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 이 곡처럼 멜로물에 어울리는 곡도 없을 듯싶다. 그 속에는 달콤한 서정과 낭만이 있고, 몰아치는 열정이 있다. 듣는 사람을 달콤하게 꿈꾸게 하다 급기야는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그리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피아노 혼자 마치 체념하듯이 조용히 감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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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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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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