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투게더 -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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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16-02-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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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골 요리사 리우 청에게는 샤오천이라는 아들이 있다.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면서 인근에서 바이올린 천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그에게 아들 샤오천은 삶의 희망이자 빛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자부심이다. 어느 날, 리우 청은 아들을 데리고 북경으로 올라간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꿈의 도시 북경은 연줄 없는 촌뜨기에 불과한 샤오천에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북경에서 열린 바이올린 콩쿠르에 출전하지만 겨우 5등에 그치고 만다. 이것을 계기로 리우 청은 성공은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인 지앙 교수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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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비발디 [사계] 중 [여름] 1악장 / 빅토리아 뮬로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음악 재생
2조지 거쉰 [포기와 베스] 중 [꼭 그런 것만은 아니예요.(It ain't necessarily so)] / 로버트 마크, 네슈빌 심포니 코러스음악 재생
3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 / 재닌 얀센,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 다니엘 하딩(지휘)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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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앙 교수는 현실 적응에 실패한 예술가이다. 그는 비가 오면 바닥에 온통 물웅덩이가 고이는 골목길 옆의 허름한 집에서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 몇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한때 드높은 예술적 이상을 가슴에 품었으나 지금 그가 몸담고 있는 현실은 비천하고 남루하다. 그 생활의 남루함은 그가 연탄을 쌓는 사소한 문제로 무식한 옆집 아낙네와 악다구니로 언성을 높이는 장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리우 청은 지앙 교수에게 아들을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지앙 교수는 이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실력이 아무리 있어도 줄을 잘 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이 바닥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 청의 간곡한 부탁에 지앙 교수는 샤오천을 제자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처음에는 마지못해 샤오천을 제자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앙 교수는 샤오천과 끈끈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던 어느 날, 리우 청은 지앙 교수가 아들의 출세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음악계의 실세인 유 교수에게 아들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리우 청은 유 교수를 찾아가 아들을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유 교수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샤오천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멜로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출생의 비밀이다. 사실 샤오천은 리우 청의 아들이 아니다. 바이올린과 함께 버려진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삼아 이제까지 키워온 것이다. 리우 청은 유 교수에게 눈물로 호소한다. 제발 아들을 받아달라고. 다행히 리우 청의 눈물겨운 호소는 효과가 있었다. 유 교수는 샤오천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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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천과 아버지 리우 청



샤오천의 재능을 알아본 유 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국제 콩쿠르에 대비하기 위해 샤오천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샤오천이 유 교수의 집에 머물게 되자 리우 청은 더 이상 북경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샤오천의 콩쿠르가 열리는 날. 리우 청은 유 교수의 요청에 따라 대회장에 가지 않고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북경 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샤오천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다. 그래서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북경 역으로 달려온다. 군중들 사이에서 아버지를 발견한 샤오천. 그는 큰 소리로 아버지를 부른 후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간다. 그리고는 아버지 앞에서 격정적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샤오천의 얼굴에 어느덧 눈물이 흐르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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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해 연주하는 샤오천



바이올린이 나오는 영화이니 만큼 [투게더]에는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온다. 먼저 유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1악장이다.

비발디의 대표작인 [사계]는 사계절의 풍광을 묘사한 소네트(정형 서정시)에 곡을 붙인 ‘음(音)으로 그린 풍경화’이다. 비발디는 다양한 악기와 기법을 동원해 숲 속의 새소리,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 천둥 번개 치는 소리, 여름 더위에 지쳐 졸고 있는 목동들의 모습, 여름날의 소나기와 폭풍우, 사냥꾼의 나팔소리, 매서운 겨울바람에 떨며 얼음 길을 종종거리며 걸어가는 모습 등 사계절의 다양한 풍경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중에서 영화에 나오는 [여름]의 1악장에는 ‘나른한 더위’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태양이 타오르듯 내리쬐는 이 힘든 계절에 사람과 가축 모두 활력을 잃고, 나무와 풀조차도 더위를 타고 있다. 뻐꾸기가 울기 시작하고, 산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산양은 비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불운을 탓하며 눈물을 흘린다.

[여름]의 1악장은 이 소네트를 바탕으로 작곡한 것이다. 먼저 1악장에서 합주부가 ‘더위로 인한 나른함’을 몽롱하게 표현한다. 그런 다음 템포가 빨라지고 박자도 바뀐다. 드디어 독주 바이올린이 나타나 빠른 움직임으로 뻐꾸기의 노랫소리를 묘사한다. 이어 합주부가 처음에 나온 나른한 선율을 짧게 연주한 다음 독주 바이올린이 다시 등장해 산비둘기 소리와 검은 방울새 소리를 잇달아 연주한다. 산비둘기 소리는 느리고 유유자적하게, 검은 방울새 소리는 앙증맞은 트릴과 빠른 음형으로 묘사한다. 이어 바이올린들이 빠른 셋잇단음표로 산들바람을 노래한 다음 곡은 어느덧 맹렬하게 몰아치는 폭우 속으로 들어간다. 독주 바이올린과 합주가 하강하는 선율을 쏜살같이 연주하며 여름날 몰아치는 폭우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후반부에 독주 바이올린이 슬프고 아련한 선율을 연주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산양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대목은 1악장의 앞부분이다. 유 교수는 이 음악을 틀어놓고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이 음악을 들었을 때의 황홀함에 대해 얘기한다.



“이 곡을 처음 들은 것은 열네 살 중학교 때였지. 음반이 귀하던 시절 친구 아버지가 외국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사오셨어. 우리는 도둑고양이처럼 숨어서 음악을 들었지. 창밖에 비가 오고 우린 황홀했어. 그건 마치 비밀의식 같았어. 우리에게 음악은 첫사랑이었지. 그 숭고한 느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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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와 샤오천



지금은 음악계의 실세로서 온갖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유 교수에게도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다 구한 귀한 클래식 음반을 마치 비밀의식을 치르는 사람처럼 숨죽이며 듣던 시절. 그 시절 그에게 클래식은 그냥 듣고 즐기는 오락거리가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종교였다. 학생들 앞에서 그는 음악에 대한 첫사랑에 황홀하던 시절에 대해 얘기한다. 이런 유 교수의 신앙고백을 배경으로 비발디의 음악이 여름날의 권태처럼 나른하고 신비롭게 흐른다.

이 영화에는 릴리라는 여자가 나온다. 릴리는 사랑에 굶주린 거리의 여자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에 가서는 늘 차이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남자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래서 이리저리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는데, 샤오천은 이런 릴리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아끼던 바이올린을 팔아 그녀가 갖고 싶어 하던 하얀 코트를 선물한다.

하지만 처음에 릴리는 그 코트를 사준 사람이 샤오천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녀의 바람둥이 남자친구가 자기가 그 코트를 샀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남자가 다른 여자와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고 남자에게 잔뜩 화가 나 있던 릴리는 코트를 보는 순간 마음이 풀린다. 남자가 릴리에게 달콤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여자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러자 그동안 애정에 굶주렸던 릴리는 금세 그 말을 믿어버린다. 바로 이 때 아주 묘한 느낌을 주는 바이올린 곡 [꼭 그렇다는 법은 없어(It ain't necessarily so)]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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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천과 릴리



사실 이 곡은 영화 전체를 놓고 볼 때 그렇게 비중 있는 곡은 아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놓쳐버릴 정도로 아주 짧게 후딱 지나가버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여기서 이 곡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이것이 이 장면이 풍기고 있는 기만적인 분위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살려주기 때문이다. 남자가 온갖 감언이설로 여자를 속이는 그 묘하게 기만적인 분위기 말이다.

이 곡은 재즈를 귀부인으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던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쉰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중에서 휴일을 맞아 키티와 섬으로 놀러 간 흑인들이 부르는 노래이다.



꼭 그렇단 법은 없어.

꼭 성경을 읽어야 된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오, 다윗은 어렸지만

골리앗과 싸웠다네

그 큰 골리앗을 쓰러 뜨렸지.

그래, 요나 그 예언자는

큰 고래 뱃속에서 살았대.

고래 뱃속을 집으로 삼았다지 뭐야.

아기 모세는 바구니에 담겨 강으로 떠내려갔지.

그곳을 지나가던 파라오의 딸이

그것을 건져서 키웠어.

꼭 그렇단 법은 없어

꼭 그렇단 법은 없어

오, 모두가 악마는 나쁘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네.

오, 천당에 가려면 행운의 일곱을 놓치지 마라

깨끗하게 살아라.

실수를 하지 마라.

나는 이 말을 성경 구절 외우듯

맘속에 새겨 놓았지

모두셀라 얘기 알아?

9백년을 살았대.

계집도 못 보고 9백 년 동안

무슨 재미로 사나?

그래서 내가 단언하니

뭐든지 꼭 그렇단 법은 절대 없다는 거야.


이런 식으로 그동안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다고 여겨져왔던 성경을 가볍게 풍자한다. 가사는 물론 재즈 풍의 멜로디에서도 음악적 풍자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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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서로 만나는 아버지와 아들



[투게더]에 나오는 음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악은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차이콥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의 피날레이다. 이 곡은 기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난곡으로 꼽히는데, 특히 3악장이 그렇다. 슬라브적 비애미를 가득 담은 2악장이 아련하게 끝나면 곧바로 3악장이 폭발하듯이 시작된다. 눈부시게 화려한 선율과 이와는 대조적인 서정적인 선율이 서로 교대로 나오다가 마지막에 장쾌하고 화려한 피날레로 끝을 맺는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의 피날레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날레 중에서도 결말로 몰아가는 에너지가 가장 강렬한 대목으로 꼽힌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울림과 독주 바이올린의 현란함이 교차하면서 음악을 절정으로 몰고 간다.

첸 카이거 감독은 영화의 결말에서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살짝 비껴간다. 멜로드라마의 공식대로라면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을 뒤로 한 채 쓸쓸히 아들 곁을 떠나야 한다. 그래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아버지에게 아들의 연주를 선물로 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샤오천이 연주하는 격정적이고 화려한 차이콥스키의 피날레는 그동안 아들을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겪었던 쓸쓸한 소외감에 대한 화려하고 찬란한 보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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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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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발행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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