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헝겊엄마 철사엄마 - 접촉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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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8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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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기들은 엄마를 그토록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흔하게 나오는 답변은 엄마가 아기의 생존에 꼭 필요한 먹을 것과 마실 것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런지 궁금했던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다. 위스콘신 대학의 해리 할로우(Harry Harlow)의 ‘헝겊엄마 철사엄마’ 실험이 바로 그 것이다.


헝겊엄마 철사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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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할로우의 '헝겊엄마 철사엄마' 실험<출처: http://psychclassics.yorku.ca/Harlow/lov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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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철사 엄마, 다리는 헝겊 엄마<출처: http://psychclassics.yorku.ca/Harlow/love.htm


할로우는 새끼 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엄마를 제공했다. 가슴에 우유병을 달고 먹을 것을 주는 철사 엄마와 먹을 것을 주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헝겊 엄마와 새끼 원숭이를 한 우리 속에 있게 했다. 먹을 것 때문에 엄마를 좋아한다면 새끼원숭이는 철사엄마 옆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끼원숭이는 먹을 때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헝겊 엄마와 함께 보냈고, 좀 더 자라 몸이 커졌을 때는 먹을 때조차도 다리는 헝겊 엄마에게 걸치고, 입만 철사어미의 우유병에 댄 상태를 유지했다.

새끼원숭이에게 포식동물의 사진이나 큰 소리 등의 극단적인 공포자극을 주면 헝겊엄마에게로 도망가 진정이 될 때까지 꼭 붙어 있다가 시간이 지나자 정상 상황으로 돌아왔지만, 철사 엄마와만 살게 한 새끼 원숭이는 공포상황에서도 엄마에게 도망가지 않고 안절부절 우왕좌왕하다가 끝내는 이상 행동까지 보였다.

더 나아가, 새끼 원숭이의 우리에 신기한 물건을 넣어주었다. 자연 상태의 새끼 원숭이들은 신기한 물건에 바로 달려들어 탐색을 하곤 한다. 영장류에게서의 지적호기심은 생존본능과 유사한 정도의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먹을 것과 호기심 만족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배고픈 원숭이는 왕왕 호기심을 만족하는 보상을 선택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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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엄마가 있을 때 신기한 장난감에 대한 새끼 원숭이 반응
<출처: http://psychclassics.yorku.ca/Harlow/lov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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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엄마가 없을 때 신기한 장난감에 대한 새끼 원숭이 반응
<출처: http://psychclassics.yorku.ca/Harlow/love.htm


그러나 헝겊엄마이든 철사엄마이든 부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새끼들은 새롭고 신기한 장난감을 주어도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헝겊 엄마의 새끼들은 불안해하며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장난감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철사 엄마의 새끼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장난감을 주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피부는 밖으로 돌출된 뇌



왜 굳이 헝겊 엄마일까? 할로우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고, 수정란이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으로 성장할 때 외배엽이 신경계와 피부가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발생학 측면에서 피부는 밖으로 돌출된 뇌와 유사하다. 마음의 기관은 뇌이지만 피부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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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접촉은 그냥 접촉이 아니라 접촉 위안인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피부에는 일정한 속도와 압력이 작용해야 활동을 하는 C-촉각 신경섬유가 있는데 이 신경은 엄마가 아기를 달랠 때 쓰다듬는 동작과 비슷한 물리적 환경에서 활성화의 정도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뇌심리학자들은 피부접촉행동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엔도르핀을, 뇌하수체에서는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행복함과 안정된 기분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피부 접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동을 선호하고, 피부 접촉을 제공하는 대상과의 만남을 지속하려고 노력한다. 피부접촉은 그냥 접촉이 아니라 접촉 위안(contact comfort)인 것이다. 위안 즉, 마음의 안정 하에 원숭이 새끼들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지적 탐색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코넬대학교의 마이클 골드스타인 박사는 사람 아기의 첫 언어인 옹알이를 연구하면서 접촉위안의 효과를 관찰했다. 엄마가 아기의 옹알이에 언어적 반응만을 할 때는 아기들은 10분에 25회 정도의 옹알이를 한 반면에, 아기의 옹알이에 조용히 쓰다듬으며 얼러주었을 때는 10분에 55회 정도의 옹알이를 했다. 언어인지 발달에도 비언어적인 접촉위안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연구이다.

헝겊엄마, 철사 엄마 실험은 아기들이 엄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배고픔이나 갈증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가 아니라 접촉 위안(contact comfort)때문임을 보여주었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사람의 건강한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발달에 접촉 위안이 절대 필요하다는 사실들을 속속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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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들이 수건이나 이불 등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감싸는 놀이를 좋아한다. <출처: corbis>


엄마의 보듬음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쓰다듬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많은 어린 아이들이 수건이나 이불 등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감싸는 놀이를 좋아한다. ‘찰리 브라운
’이라는 만화에 등장하는 ‘라이너스’가 항상 끌고 다니는 것은 책가방이나 운동화가 아니라 어린 시절 덮었던 하늘색 담요이다. 나아가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사용했던 이불이나 천 인형을 버리지 못하고 아끼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나이를 먹어도 접촉위안에의 갈망은 여전히 크다!





김미라 | 서강대학교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억 및 학습법, 공부법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교육방송(EBS) ‘60분 부모’에 출연하여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발행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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