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코렐리의 만돌린 - 낙천적인 이탈리아 군인의 노래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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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16-02-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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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그리스의 작은 섬 케팔로니아. 평화롭던 마을에 어느덧 전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전쟁터로 떠나는데, 그중에는 마을 의사의 딸인 펠라기아의 연인 만데라스도 포함되어 있다. 전쟁터로 떠나기에 앞서 만데라스와 펠라기아는 간단하게 약혼식을 올린다.

그 후 펠라기아는 만데라스에게 매일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만데라스로부터는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에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펠라기아는 매일 같이 부두에 나가 만데라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돌아오는 부상자 중에도, 벽에 나붙은 전사자 명단 어디에도 만데라스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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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베르디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 루치아노 파바로티음악 재생
2코트라우 [산타루치아] / 루치아노 파바로티음악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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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기아가 만데라스에 대한 그리움에 지쳐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을 때, 섬에 이탈리아 점령군이 들어온다. 이탈리아 군을 이끄는 사람은 안토니오 코렐리 대위이다. 낙천적인 성격의 안토니오는 노래 부르기와 만돌린 연주를 좋아한다. 그의 대대는 오페라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틈날 때마다 노래를 부른다.

섬에는 이탈리아 군뿐만 아니라 독일군도 들어와 있다. 이탈리아 군이 섬에 도착했을 때, 펠라기아의 아버지 라니스는 독일군 장교로부터 집을 이탈리아 군 장교인 안토니오 숙소로 제공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처음에 그는 강력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독일군 장교로부터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안토니오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펠라기아의 집에 묵게 된 안토니오는 매력적인 만돌린 연주로 펠라기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펠라기아는 처음에는 점령군인 안토니오에게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얼마 가지 못한다. 무솔리니의 패배와 함께 이탈리아 군이 모두 섬에서 철수해 본국으로 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이탈리아 군인들은 독일군으로부터 무기를 모두 버리고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런데 이 문제로 독일군과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유혈 사태가 발생한다. 여기서 안토니오의 부하 대부분이 독일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다. 안토니오도 심한 총상을 입었지만 펠라기아의 아버지와 펠라기아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안토니오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독일군의 눈을 피해 안토니오를 배에 태워 이탈리아로 보낸다.

그로부터 7년 후, 펠라기아는 섬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소포가 온다. 이탈리아에 있는 안토니오가 보낸 것이다. 포장을 뜯어보니 안에 레코드가 들어 있다. 안토니오가 펠라기아를 위해 작곡한 만돌린 곡이 들어있는 음반이다. 그렇게 안토니오는 이탈리아로 돌아간 후에도 펠라기아를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안토니오는 7년 만에 섬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펠라기아와 뜨겁게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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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린을 연주하는 안토니오





“우리 이탈리아 사람들은 노래하고, 잘 먹고, 사랑 잘하기로 유명하지.”

안토니오가 요약한 이탈리아 사람의 기질이다. 이 말대로라면 그는 천상 이탈리아 사람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매사에 낙천적이고, 노래하기 좋아하고, 잘 먹고, 잘 논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의 낙천적인 기질은 아무래도 기후에서 비롯된 것 같다. 매일 비가 오고 바람 불고 안개 끼고 흐린 북유럽과는 달리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은 날씨가 좋다. 맑게 갠 푸른 하늘에 늘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코발트빛 하늘과 짙푸른 수목, 빛나는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비관적일 수 있겠는가.

낙천적인 사람들은 대개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인생이 즐거우니까 저절로 노래가 나오는 것이다. 안토니오와 그의 부하들도 그렇다.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부르고 술판과 춤판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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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적인 이탈리아 군인들과 어울려 노는 펠라기아



어느 날 이들이 해변가에서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중 [대장간의 합창]을 부르고 있을 때, 알바니아 전쟁에 참여했던 카를로가 안토니오를 찾아온다.



“카를로 노래할 줄 아나?”

보통 군인 같으면 알바니아의 전쟁 상황에 대해 물었을 텐데, 안토니오는 뜬금없이 노래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의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부른다.



“우리의 교전 법칙은 이렇다. 첫째, 누구든 군 악단에 임명되면 어떤 종류건 악기를 다루어야 한다. 숟가락, 철모, 빗, 종이든 어떤 것을 사용해도 좋다. 둘째, 도니체티가 베르디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푸니쿨리 푸니쿨라]나 철도와 관한 다른 노래를 부른다.”

이런 교전 법칙으로 안토니오와 그의 부하들은 수시로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중에는 나폴리 민요 [산타 루치아]도 있다. [산타 루치아]는 나폴리 수호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민요로 1850년 코트라우라는 사람이 작곡했다.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고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아름다운 고장 행복의 나폴리

산천과 초목도 춤을 추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나폴리 어부들 사이에 널리 불렸던 이 노래는 황혼 무렵 항구를 출발해 바다로 나아가는 배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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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만데라스 역의 크리스찬 베일



이탈리아 노래, 그중에서도 특히 나폴리 민요를 듣고 있으면 정말 이 민족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민족이구나 하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원어로 ‘칸초네 나폴레타나’라고 불리는 나폴리 민요는 이름 그대로 나폴리 지방에서 탄생한 노래다. [산타 루치아], [오! 나의 태양], [돌아오라 소렌토로], [마리아 마리], [날 잊지 말아요],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탈리아 노래들이 대부분 나폴리 민요인데, 지금은 나폴리의 지방 민요가 아닌 이탈리아 전체의 국민가요, 아니 더 나아가 전 세계인의 노래가 되었다.

나폴리 민요는 대중적인 성격의 가요제에서 나온 것이다. 18세기 초부터 나폴리 왕국에서는 교회에서 해오던 음악제전을 물려받아 대중적인 노래 제전을 열기 시작했다. 19세기에 널리 인기를 끌었던 피에디그로타 음악제도 이런 전통을 물려받은 것인데, 디 카푸아가 작곡한 [오! 나의 태양]과 데 쿠르티스가 작곡한 [돌아오라 쏘렌토]는 1898년과 1902년에 각각 이 가곡제에 입상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탈리아어에는 경음이 많다. ta는 ‘따’로, 'pa'는 ‘빠’로, 'ca'는 ‘까’로 발음하는데, 이것이 혀끝에서 ㄹㄹㄹㄹㄹ하고 구르는 'r' 발음과 어우러져 소리의 울림을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 준다. 'ch'나 ‘st', 'cht'와 같이 단어의 끝 부분에 둔탁한 무성음이 따라붙는 독일어나 ’en'이나 ‘jour'와 같이 코 속에서 아련하게 공명되는 프랑스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벼움과 경쾌함이 이탈리아어에는 있다.

이런 이탈리아의 언어적 특성은 노래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사실 언어와 노래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언어의 음악적 발현이 곧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혀끝에서 리드미컬하게 구르는 이탈리아어의 독특한 발음과, 나폴리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이 지방 사람들의 낙천적인 기질, 이런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 투영된 것이 바로 나폴리 민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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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적인 이탈리아 기질을 가진 안토니오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에는 나폴리 민요뿐만 아니라 아주 잠깐 동안이기는 하지만 오페라 아리아도 나온다. 안토니오와 그의 부하들이 부르는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에 나오는 만토바 공작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다.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막달레나의 오두막집에서 부르는 이 노래는 변하기 쉬운 여자의 마음을 그린 것이다. 오페라 아리아지만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나폴리 민요와 비슷하다. 멜로디와 구조는 단순하고 추구하는 정서는 밝고 낙천적이다.

영화에서 안토니오와 그의 부하들은 신나게 놀면서 [여자의 마음]을 부른다. 이런 이들의 낙천적인 기질은 같은 점령군인 독일군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어느 날, 한 독일군 장교가 안토니오 일행이 놀고 있는 해변가로 다가온다. 그가 안토니오에게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경례를 하자 안토니오는 “하일 푸치니”라고 대꾸한다. 독일군 장교가 받드는 사람이 히틀러라면, 안토니오가 받드는 사람은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이다. 이 말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차이는 계급을 묻는 독일군 장교의 질문에 대한 안토니오의 대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겹온음표이고, 막시밀리아노는 온음표이지. 이 친구는 2분 음표, 쟤들은 4분 음표와 8분 음표지. 여기 삐에로는 16분 음표, 그리고 여기 카를로는 음표 사이에 있는 쉼표지. 우리 오페라 클럽에서는 우리만의 계급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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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바그너 가족들과 만나는 히틀러. 1923년 10월



그런 다음 안토니오는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진다.



“한 가지만 명심하게. 바그너를 찬양했다가는 재판이나 항소 없이 그대로 총살시켜 버릴 테니까.”

안토니오는 히틀러가 바그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렁 몰랐다 하더라도 안토니오에게는 이런 말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그는 이탈리아 사람이니까.

작곡가 중에서 이탈리아 사람의 기질과 가장 맞지 않는 작곡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바그너를 꼽을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남방 기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그너 음악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도한 감정 낭비와 허장성세, 과대망상은 매사에 가볍고 밝고 낙천적인 이탈리아 기질과 상극을 이룬다.

전쟁 중에도 마치 아무 생각도 없이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는 안토니오를 보고 그를 사랑하는 펠리기아가 불만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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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기아와 안토니오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노래만 하더군요. 이 판국에 무슨 노래예요? 우리는 지금 전쟁 중에 있는 거지 오페라 극장에 있는 게 아니라구요. 당신들의 파스타와 과일, 빵, 그 잘난 오페라 문화에 엄청 자부심을 느끼시나 본데 ”

그러자 이제까지 늘 웃기만 하던 안토니오가 정색을 한다. 그는 아기들이 세례를 받을 때나 남자와 여자가 결혼식을 올릴 때, 남자들이 일을 할 때, 군인들이 행진할 때, 사람이 죽었을 때, 어느 때나 음악이 있었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내 삶 속에는 언제나 노래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었지.”

펠라기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안토니오에게는 노래할 가치가 있는 것이 또 하나 생겼다. 펠라기아는 그가 노래 불러야 할 가치이자 이유이다. 그 마음을 담아 그는 펠라기아에게 보내는 만돌린 곡을 작곡했으며, 그것이 결국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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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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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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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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