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희대의 사기꾼 조단 벨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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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8회 작성일 16-02-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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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네도 해 봐. 코카인과 창녀! 이것이 월스트리트로 들어오는 입장권이지.”

금융회사에 입사한 22살의 젊은이 조던 벨포트에게 선임자인 마크 헤너는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는 법을 이렇게 가르친다. 주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사실 전문가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주식 중개업이란 남을 속여 돈을 버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미치지 않으면 이 일을 못한다, 그것을 견디기 위해 마약과 여자가 필요하다. 마크 해너의 충고는 대략 이런 요지였다. 능력은 없지만 눈치가 빠른 벨포트는 이 말을 듣고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하려면 능력보다 사기 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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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수자(Sousa),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 and Stripes Forever)] / 필립 존스 앙상블, 엘가 호와트음악 재생
2퍼셀(Purcell) [아더 왕] 중 [What power art thou] / 브라이언 바나틴-스캇, 잉글리쉬 콘서트, 트레버 피녹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이렇게 첫 직장에서 깨달은 진리(?)를 바탕으로 그는 페니 스톡(가격이 싸고 위험이 높은 주식)이라 불리는 장외시장의 소액 증권을 거래하는 일을 시작한다. 비록 주식 중개를 하지만 밸포트가 주식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대신 그는 타고난 말발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아무에게 가르쳐주지 않는 고급 정보를 당신에게만 가르쳐주는 것이라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고객을 현혹해서 결국 고객들로 하여금 그 주식을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나게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벨포트는 엄청나게 큰 돈을 번다. 그 후 그는 고향의 친구들을 불러 모아 스트래튼 오크먼트라는 회사를 차린다. 그가 불러 모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덜떨어진 친구들이다. 대학 출신이라고는 이상한 가발을 쓰고 다니는 러그랫이라는 친구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는 전에 마약을 팔거나 복용한 경력이 있는 사회 부적응자들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벨포트는 주식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대상으로 사기 치는 법을 가르친다. 이런 영업 전략이 성공하면서 스트래튼 오크먼트는 급격히 성장하고, 벨포트와 그 친구들은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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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을 벌게된 벨포트



사실 스트래튼 오크먼트는 월스트리트에서는 삼류 증권회사로 통한다. 너무 저급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류면 어떻고, 사류면 어떤가. 돈만 잘 벌면 되지. 이렇게 번 돈을 바탕으로 벨포트는 다방면에 사업을 벌이면서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업가 중 한 사람이 된다.

큰 돈을 번 벨포트는 자신의 회사 스트래튼 오크먼트를 쾌락의 도가니로 만든다.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여자들을 끌어들이고 마약과 술에 취해 광란의 밤을 보낸다. 금요일 밤, 벨포트가 회사 동료들과 벌이는 광란의 파티에 속옷만 입은 미녀 악단이 동원된다. 이들은 미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존 필립 수자의 행진곡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하며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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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들과 파티를 즐기는 벨포트



엄청난 부자가 된 벨포트의 주변으로 돈 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몰려든다. 그러자 그는 가난한 시절 함께 고생하던 조강지처를 버리고 나오미라는 미녀를 만나 바하마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돈, 마약, 섹스로 점철된 벨포트의 무절제한 탐욕과 방종은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잘 나가던 어느 날,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FBI가 주가조작 혐의로 그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FBI 수사관을 매수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는 와중에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스위스로 간다. 그리고 스위스 은행 계좌에 나오미의 이모 명의의 차명계좌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벨포트는 차명계좌주인 나오미의 이모가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그때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던 벨포트는 급히 스위스로 가려고 한다. 이탈리아를 출발해 모나코에 들러 차를 타고 스위스로 가서 자금을 정리한 뒤 런던에서 열리는 나오미 이모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벨포트 일행을 태운 호화 요트가 침몰하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벨포트는 일에서 손을 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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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포트가 보낸 꽃에 둘러싸인 나오미



그 후 2년 동안 벨포트는 마약과 술을 끊고 TV 프로의 투자교육 전문가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추적하던 FBI에게 체포되어 교도소에서 36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하지만 감옥에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감옥 생활을 재기의 발판으로 마련해 출소 후 자신의 특기인 화려한 말발을 바탕으로 동기부여 교육자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강단에 선 그가 수강생들에게 볼펜을 주고 자기에게 이 볼펜을 팔아 보라고 한다. 수강생들이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그의 강의를 경청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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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수사로 위기에 몰린 벨포트에게 조언하는 리 소킨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 같은 영화다. 인간의 무절제와 탐욕, 전문성을 빙자한 주식시장의 사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방식은 발랄하고 코믹하다. 영화에서는 벨포트가 사기로 돈을 버는 장면보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을 방탕하게 쓰는 장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벨포트와 그의 동료들이 마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장면이다. 거슴츠레 눈이 풀린 도니가 아주 느린 슬로 모션으로 벨포트가 있는 당구대로 다가간다. 이때 배경음악으로 남자가 낮은 음조로 더듬거리는 듯 부르는 노래가 나온다. 이 곡은 영국 작곡가 헨리 퍼셀의 세미 오페라 [아더 왕]에서 겨울신이 부르는 [나를 깨우는 자 누구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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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로스터만 화가의 헨리 퍼셀 초상화



이 작품을 작곡한 헨리 퍼셀은 바로크 시대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짧은 생애 동안 다양한 장르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곡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59년경,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작곡가, 어머니는 성악가인 음악가 집안이었다. 퍼셀이 등장하지 전까지 영국은 음악의 변방국이었다. 음악의 거장들을 줄줄이 배출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 비해 내세울만한 작곡가가 없었다. 퍼셀은 이런 척박한 토양에 한 줄기 빛을 비춘 작곡가였다. 그의 등장으로 영국은 비로소 음악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장르의 음악 중에서 퍼셀이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성악이었다. 그는 영국 왕실 행사와 왕실 교회의 예배를 위한 합창음악에서부터 극장용 음악, 오페라, 간단한 가곡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성악곡을 작곡했다. 그의 성악곡은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구사하는 영어 가사 붙이기와 감동적인 선율,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밝고 화사한 화음과 정교한 감정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나를 깨우는 자 누구냐?]가 나오는 [아더 왕]은 1691년 런던의 퀸즈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연극적 오페라 혹은 세미 오페라라고 부르는데, 오페라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등장인물 중에서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노래를 하지 않고 대사만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아더 왕과 그의 적인 오스왈드, 콘월의 공작 코논, 마법사 멀린, 색슨족의 마법사 오스몬드, 아더 왕의 친구 아울레리우스, 아더 왕의 근위대장 알바낵트 그리고 아더 왕의 연인 에멀린과 그녀의 시녀 마틸다 등 노래를 하지 않고 대사만 하는 배우는 모두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들이다. 이들은 극의 서사적인 면을 담당한다.

반면에 노래를 부르는 배역들은 대개 신이나 목동, 요정들이다. 발퀴레, 사이렌, 님프, 큐피드, 판, 비너스, 공기의 요정, 네레이드(바다의 요정), 겨울의 수호신 등이 노래를 부르는데, 이들은 작품의 서정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에 배경으로 쓰인 노래가 나오는 곳은 3막이다. 무대는 깊은 숲 속. 아더 왕과 적대적인 색슨족의 마법사 오스몬드가 에멀린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에멀린은 오스몬드뿐만 아니라 아더 왕의 적수인 켄트의 왕 오스왈드, 그리고 아더 왕 세 사람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물론 이 중에서 에멀린이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아더 왕 한 사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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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겨울 풍경], 1811년경, 캔버스에 유채, 내셔널 갤러리 런던 소장



하지만 지금 에멀린은 오스몬드의 영역인 숲 속에 들어와 있다. 오스몬드가 다가오자 에멀린이 두려워한다. 그것을 보고 오스몬드는 사랑의 신이 그녀의 마음을 녹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마법을 부려 숲을 혹독한 겨울나라, 얼음의 나라로 만들어 버린다.

바로 그때 사랑의 신 큐피드가 내려온다. 큐피드는 잠자고 있는 겨울 신을 깨운다. 큐피드의 거듭된 부름에 겨울 신이 마지못해 일어난다. 그는 눈을 침대 삼아 영원한 잠을 자고 있는 자기를 깨우는 자가 누구냐고 투덜댄다.



나를 깨우는 자가 누구냐?

영원한 눈을 침대 삼아 자고 있는 나를

마지못해 천천히 일어나게 만든 자가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에 나는 너무 늙었어.

추워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숨을 쉬지도 못하겠구나

제발 나를 다시 얼음 속으로 돌아가게 해다오.


겨울 신은 겨울 나라에서 편히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큐피드가 와서 그를 깨운다. 편안한 잠자리에 방해를 받은 것이다. 그러자 그는 마지못해 일어나며 중얼거린다.



“제기랄. 여기는 너무 춥잖아. 추위를 견디기에 나는 너무 늙었고, 너무 지쳤어. 그러니 나를 다시 잠자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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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테니에르 2세, [겨울], 1644년경, 동판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그 자신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겨울 신은 추위를 싫어한다. 눈 속에서 잠자고 있을 때는 편안했는데, 큐피드가 강제로 깨우는 바람에 혹독한 추위를 겪게 되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구시렁거린다. 물론 겨울 신이 악의가 있어서 투덜댄 것은 아니다. 단지 그는 너무 늙고 너무 지쳐 있었던 것이다.

겨울 신은 이 노래를 더듬거리면서 부른다. 현악기가 각각 8분 음표 네 개로 이루어진 화음의 시퀀스를 연주하는 동안, 겨울 신은 아직 잠이 덜 깬 듯 말을 더듬으며 투덜댄다. 첫 음인 C음에서 시작해서 한 시퀀스가 끝날 때마다 반음씩 울라 간다. 그러다가 힘겨운 듯 다시 아래로 차례로 내려온다. 이 늙고 지친 겨울 신의 중얼거림은 곧 이어지는 큐피드의 활기찬 노래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벨포트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의 사기꾼들은 광란의 파티에서 마약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펼쳐진다. 그 장면에 겨울 신의 늙고 지친 투덜거림이 깔린다. 그들은 마약의 포근한 겨울잠에 취해 있다. 겨울 신처럼 그들 역시 잠에서 깨어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왜? 현실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에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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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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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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