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 죄를 묻는 혼령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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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3회 작성일 16-02-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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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유럽 전역에서 의문의 폭탄 테러가 연달아 일어난다. 이로 인해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는 전운이 감도는데, 사람들은 연쇄 폭탄 테러의 배경에 극우 민족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록 홈즈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배후에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당인 모리아티 교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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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슈베르트, [어부의 노래] / 마릴린 혼, 마틴 카츠음악 재생
2슈베르트, [송어] /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제럴드 무어음악 재생
3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2막 [Don Giovanni, a cenar teco m'invitasti], [Da qual tremore insolito] / 브린 터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게오르그 솔티(지휘)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그러던 중 홈즈는 애인인 아이린이 모리아티 교수로부터 편지를 받아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는 것을 알고 그 편지를 빼앗는다. 편지의 발신인은 르네라는 프랑스 남자이고, 수취인은 그의 여동생이자 집시 점술가인 ‘심’이다. 봉투 안에는 한 남자의 초상화와 함께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내 얼굴을 영원히 기억해 주렴. 이는 역사를 바꾸기 위한 결정이다.”라고 쓰여진 편지가 들어 있다. 홈즈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수취인인 심이 점술가로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찾아간다. 이때 다음날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친구 왓슨이 동행한다. 레스토랑의 내실에서 홈즈는 심을 만난다. 그런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홈즈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구해낸다.

다음 날, 왓슨의 결혼식에 참석한 홈즈는 모리아티 교수가 보낸 심복으로부터 모리아티가 그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홈즈는 모리아티의 연구실로 그를 직접 찾아간다. 이 자리에서 모리아티는 홈즈에게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면 결국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홈즈는 다수의 안녕을 위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그 후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홈즈는 왓슨과 함께 심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그녀의 오빠 르네가 일했던 프랑스 무정부주의자의 소굴로 가는데, 그곳에서 모리아티가 이미 이 조직을 장악했으며, 그가 르네에게 모종의 특수 임무를 부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파리에서 또 다른 폭발 테러가 일어나 유력한 무기상 한 명이 사망한다. 모리아티가 그의 군수공장을 차지하려고 또다시 폭탄 테러를 일으킨 것이다. 모리아티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을 전쟁의 포화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운영하는 군수회사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홈즈는 모리아티 교수의 계획이 성공하면 역사가 뒤바뀔 정도로 세상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한다. 그래서 집시들과 함께 모리아티의 군수공장에 잠입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리아티에게 잡혀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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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의사 왓슨(주드 로)



그 후 홈즈 일행은 유럽 국가 간의 평화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로 향한다. 모리아티는 성형수술로 완전히 얼굴이 바뀐 르네를 시켜 정상 중 한 사람을 암살하려고 한다. 국가 간의 긴장을 조성해 세계 대전을 일으키려는 속셈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회의장에 도착한 홈즈 일행은 성형수술을 한 르네를 찾는다. 하지만 심은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오빠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한다. 시시각각 범행시간은 다가오는데, 누가 르네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모두들 절망하고 있는데, 왓슨이 갑자기 기지를 발휘해 간신히 르네를 찾아낸다. 이 때문에 모리아티의 암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로 인해 르네는 그의 입을 막으려는 모리아티의 심복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연회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홈즈는 연회장 밖 발코니에서 모리아티와 태연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승리를 장담한 모리아티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게임을 하고 있을 때, 홈즈는 자신의 기지로 모리아티의 전 재산이 날아갔다는 사실을 그에게 전해 준다. 이 말을 듣고 흥분한 모리아티가 홈즈에게 달려들지만 홈즈는 어깨 부상까지 입은 자신이 복싱선수 출신인 그를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리아티를 껴안고 그와 함께 발코니 밑 거대한 폭포가 흐르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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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와 셜록 홈즈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인물은 모리아티 교수이다. 그는 악인이지만 명석한 두뇌와 고상한 취미를 가졌다. 그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즐겨 부르고, 오페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모리아티 교수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고 홈즈가 그를 찾아갔을 때에도 그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고 있었다. 이때 그가 듣던 곡은 슈베르트의 [어부의 노래]. 홈즈는 노래를 듣자마자 “어부의 노래, 슈베르트, 1826년 작”이라고 하면서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원어인 독일어로 읊는다.

[어부의 노래]는 슈베르트가 친구인 슈레히타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가사는 모두 7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기잡이는 즐거운 일. 근심할 일도, 마음을 졸일 일도 없다네”라고 시작한다. 약간 빠른 템포로 경쾌한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즐겁게 노래한다. 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데, 하지만 마지막 대목에서 약간 음악이 바뀐다. 영화에서 셜록 홈즈가 가사를 읊은 바로 그 대목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기를 잡던 어부의 눈에 한 목동 아가씨가 다리 위에서 낚싯줄을 늘어뜨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자 어부가 말한다.



“영리한 목동 아가씨. 어리석은 속임수는 그만 두세요. 이 물고기는 속일 수 없답니다.”

영화에서 홈즈가 이 노래의 가사를 빗대어 “어리석은 속임수는 그만두어라.”라고 하자 모리아티가 “이 물고기는 속일 수가 없으니”라고 이를 맞받아친다. 슈베르트 가곡의 가사로 서로의 마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홈즈는 모리아티에게 어리석은 짓 그만하라고 경고하지만, 모리아티는 자기는 물고기처럼 영리한 사람으로 결코 그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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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아티 교수의 음모를 알아내려는 의사 왓슨과 셜록 홈즈



슈베르트의 가곡은 홈즈가 군수공장에 잠입했다가 모리아티에게 잡히는 장면에서도 나온다. 홈즈를 묶어 놓은 모리아티는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틀어 놓는다.

[송어]는 슈베르트가 1817년 슈바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가사는 모두 6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반부는 맑은 물속에 송어가 뛰노는 모습을 피아노와 노래의 경쾌한 선율로 그리고 있다. 거울같이 맑은 시냇물 속에 송어가 뛰놀고 있다. 낚시꾼이 낚시를 드리웠지만 물이 너무 맑아 송어를 낚을 수 없다. 여기까지 경쾌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꾀를 낸 낚시꾼이 흙탕물을 일으켜 송어를 잡는 대목에서 음악이 급박한 분위기로 변한다. 모리아티가 말한다.



“물고기가 안 잡히자 지친 어부는 물을 흙탕물로 만들고 혼란에 빠진 물고기들은 그물에 걸려든 후에야 상황을 파악하지.”

그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 폭탄 테러와 암살로 전 유럽을 흙탕물로 만들어 놓는다. 그 비유가 마음에 들어서일까. 그는 [송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입장은 송어가 아닌 어부의 입장이다. 어부의 입장에서 맑은 시냇물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송어를 잡을 수 있을까 고심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저 없이 맑은 물을 흙탕물로 바꾸어 놓는다. 모리아티는 [송어]를 틀어 놓고 레코드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리고는 공중에 매달아 놓은 홈즈의 몸을 빙글빙글 돌린다. 마치 놀이를 하듯이. 그런 다음 홈즈에게 묻는다.



“우리 중 누가 어부이고, 누가 송어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미 영화 속에 암시되어 있다. 홈즈 일행이 모리아티가 또 다른 폭탄 테러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오페라 극장. 이곳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공연되고 있다. 모리아티는 2층 VIP석에 앉아 한가로운 표정으로 공연을 보고 있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희대의 난봉꾼 돈 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돈 조반니는 돈 환의 이탈리아 식 발음이다. 돈나 안나를 겁탈하려다 그녀의 아버지인 기사장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하녀인 체를리나를 유혹하고, 전에 자기에게 버림받았던 돈나 엘비라를 다시 유린하고, 심지어 돈나 엘비라의 하녀와 레포렐로의 애인까지 건드렸던 난봉꾼 돈 조반니. 이런 돈 조반니가 어느 날 석상의 모습을 한 혼령의 방문을 받는다. 영화에 나오는 바로 그 대목이다. 돈 조반니가 죽인 기사장의 혼령이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벽을 무너뜨리고 나타나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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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서 돈 조반니는 석상의 모습을 한 혼령을 만나게 된다. <출처: Wikipedia>





“돈 조반니. 그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러 왔다”

돈 조반니는 다소 당황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는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 레포렐로. 여기 한 사람분의 식사를 더 가져오너라.”

레포렐로가 덜덜 떨면서 식사 준비를 위해 나가려 하자 혼령이 손을 들어 막는다.



“멈춰라. 나는 천국의 음식을 먹는 자. 이런 죽음의 음식은 먹지 않는다. 나는 저 깊은 곳의 세계로부터 뜨거운 열망을 가지고 왔다.”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간 레포렐로가 공포에 질려서 말한다.



“말라리아에 걸린 듯 사지가 다 떨리네”

하지만 돈 조반니는 당당하게 대응한다.



“말해 보시오. 무슨 일이오?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이제 말할 테니 들으시오. 시간이 없소.”

“말하시오. 들을 테니”

“나도 그대의 초대에 응했으니 그대도 나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소? 어서 답하시오.”


돈 조반니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혼령의 제안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겠소.”

“그래서 결정했소?”


그러자 레포렐로가 끼어든다.



“어서 싫다고 말하세요.”

그러나 돈 조반니는 이미 결심이 서 있는 듯 대답한다.



“심장이 멈춰 섰고 더 이상 두럽지 않소. 당신을 따라가겠소.”

“약속하는 뜻에서 손을 주시오.”


혼령이 손을 내밀자 돈 조반니가 그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세상에. 손이 너무 차가워”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니 잘 생각해라”

“아니 후회하지 않겠소. 내게서 떨어지시오.”

“파렴치한 인간. 회개하라”

“싫소. 이 재수 없는 늙은이”

“회개하라”

“싫소”

“회개하라”

“싫소. 싫소. 싫소”

“아. 시간이 다 되어가는구나”

“예기치 못한 전율. 혼령들의 괴롭힘. 이 불의 소용돌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건가”


이때 지옥의 사자들이 불을 들고 나타난다.



“네 죄의 대가로다. 이리 오너라. 더 무시무시한 것을 보여주마”

“어떤 혼령이 나를 괴롭히는가”

“네 죄의 대가로다. 이리 오너라.”

“저주 받은 모습. 비명소리. 아. 무서워라.”


무서운 비명 소리와 함께 돈 조반니가 지옥불로 떨어진다. 벽이 무너지고 천장에서 악마들이 내려온다. 무대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고 음산한 오케스트라 소리와 함께 레포렐로가 쓰러지면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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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셜록홈즈와 점술가 심(노미 파라스), 그리고 의사 왓슨



벽을 무너뜨리고 등장해 “돈 조반니”를 부르는 혼령의 무시무시한 목소리. 혼령은 지극히 혼령 다운 방식으로 돈 조반니에게 최후통첩을 한다. 가사 하나하나를 일정한 길이의 음표에 얹어 길게 노래하는 것이 마치 지옥의 선언문을 읽는 듯하다. 혼령의 메시지를 이처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여기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오케스트라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곧 지옥불로 떨어질 운명에 처한 남자와 그를 징벌하러 온 혼령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특징적인 음형과 화음으로 지옥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에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당인 모리아티는 홈즈와 함께 천 길 낭떠러지에 있는 폭포 속으로 떨어진다. 돈 조반니가 지옥불 속으로 떨어진 것처럼. 오페라에서 지옥의 혼령들이 “네가 한 일에 대한 대가이다.”라고 얘기했듯이 모리아티의 죽음은 그동안 그가 한 일에 대한 응당한 대가이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는? 그는 정의로운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악당과 같이 죽는다면 이는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영화의 결말은 이런 관객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마지막에 왓슨이 홈즈의 일대기를 완성한 다음 말미에 “끝”이라고 쓰고 자리를 뜬다. 바로 그 사이 어느새 홈즈가 나타난다. 그리고 “끝”이라는 단어 뒤에 살짝 물음표를 집어넣는다. 그렇게 그는 살아났다. 또 다른 셜록 홈즈 시리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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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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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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