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여성의 주요 정신질환 - 어떤 것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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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16-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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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신질환 중 최근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출산후 우울증 (산후우울증), 화병 (울화병) 그리고, 섭식장애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출산 후 우울증 (산후 우울증)



필자는 올해 초에 여동생의 출산으로 귀여운 조카가 생겼다. 동생이 출산한 병원의 병실을 가보니, 간호사가 두고 간 산후 우울증 진단질문지가 있는게 아닌가. 괜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산후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 짧은 기간동안 어느정도의 우울증을 겪는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증상이며 대부분 2-3주안에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이런 경우를 산후우울감이라고 하는데, 출산후 80%가 넘는 산모들이 경험한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한 여성의 10% ~20%정도에서 나타나는 산후 우울증은 여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극단적인 사례로 종종 뉴스에 보도되는 산모들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최근 한 산모는 심각한 산후 우울증과 다른 심리적 합병증으로 생후 몇 개월도 채 되지 않는 아기를 40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심한 산후 우울증을 겪던 산모가 자신의 아기에게 우유를 주지 않고 며칠간 방치한 끝에, 아기가 자신의 기저귀를 뜯어먹다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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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 짧은 기간동안 어느정도의 우울증을 겪는다.<출처:gettyimages>


산후 우울증은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특히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급격히 낮아짐)와 양육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수면부족 등과 같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여기에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과 가사노동에 대한 스트레스, 배우자의 무관심이 더해지면 산후우울증의 발병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또한 모든 가족과 지인들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면서 산모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왜 아이를 낳았을까 만사가 귀찮고 짜증스러우며, 두통, 복통, 식욕저하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도 다 겪는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초기에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산후우울증은 비교적 치료의 결과가 낙관적이다.

또한 전문적인 치료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산모의 가족과 지인 특히 남편이다. 가능한 가사노동과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아내의 기분을 최대한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산후 우울증은 산모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일방적인 양보와 배려가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에는 남편의 산후우울증 (주요원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출산후 부부간 성관계 문제, 아내의 무관심)도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화병



화병 (또는 울화병)은 문화증후군 (Culture-Bound Syndrome)중 하나로 한국인에게 생기는 증상이다. 한 마디로 화병은 화, 분노, 억울함, 우울 등의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채로 오랜 기간 쌓여있다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흔히 화병하면 우울증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도 화병의 증상 중 흥미저하, 우울, 수면/식욕문제, 만성피로, 짜증과 불안, 죄책감, 집중력저하 등은 우울증의 증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우울증과 차별되는 화병의 증상들도 있다. 예를 들어,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몸이나 얼굴에 열이 나고 진땀이 나는 느낌, 심한 두통, 소화불량, 가슴이 답답함, 잦은 한숨 등은 화병만의 증상이다. 또한 우울증과 달리, 화병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본인 병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잘 알고 있으나 (예: 남편의 외도, 시부모와의 오래된 갈등)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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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눌러 참은 부정적 감정들은 한으로 남아 화병의 원인이 된다. <출처: corbis>


왜 화병은 한국인에게 나타날까? 심리학적으로 접근해보면, 화병의 원인은 한국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 즉, 한국문화에서는 ‘참는 것이 미덕’, ‘체면’등의 이유로 화, 분노, 슬픔등의 감정을 속으로 삭히고, 동질성과 유대성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문화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동사회나 가족들간의 조화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오랫동안 눌러 참은 부정적 감정들은 한으로 남아 화병의 원인이 된다.

최근에 정년퇴직을 한 60대전후의 남성들과 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도 화병이 나타나긴 하지만, 화병은 40대 이상 주부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는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유교적인 여성관과 관련이 있다.

화병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가정 내 문제, 예를 들어 남편의 외도, 시부모와의 갈등, 가정폭력, 자녀양육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가난, 건강문제, 강간이나 사기 등의 억울한 일로 피해를 본 경우에도 화병이 많이 나타난다. 성미가 급하고, 억울함을 참지 못하며, 다른 사람에게 간섭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우 화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과민하고 부정적인 성격 또한 화병과 관련이 있다.

우리들의 부모님, 특히 어머님들을 생각해본다면 좀 더 화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머님들은 결혼을 한 순간부터 몇십년간을 가족들의 행복, 건강, 생활 유지를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어려움을 인내하셨다. 이로 인해 많은 어머님들은 나이 50을 넘기고 폐경, 자녀결혼, 남편의 은퇴 등의변화를 겪으면서, 수년간 가슴 속에 맺힌 한이 울화가 되어 화병 증상을 겪는다. 그러나, 자녀들은 대부분 ‘우리 엄마는 그저 성격이 부정적이어서’ 또는 ‘나이가 드니까 성격이 예민해지신다’ ‘엄살이 좀 심하시다’ ‘엄마 비위 맞추기가 점점 힘들다’ 등의 생각으로 어머니가 혹시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화병을 소홀하게 생각한다. 화병은 마음에 억울한 감정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니, 어머님들이 그때 그때 바로 스트레스를 푸실 수 있도록 자녀들이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화병 또한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더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 진단하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화병의 자가 진단법으로 여러 가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아래의 20가지 화병증상 중 지난 6개월간 10가지 이상 해당하는 경우, 화병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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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증상 진단 질문지



섭식장애



마지막으로 섭식장애를 알아보자.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마른 연예인들의 외모가 미의 기준이 되었고, ‘날씬할수록 아름답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 여성들이 정상이거나 체중미달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중에 만족하지 못하고 본인이 뚱뚱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고생과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미혜, 2004; 신혜숙, 2000), 절반에 가까운 여성이 자신이 뚱뚱한 편이며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체에 대한 왜곡적인 사고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다이어트나 식사제한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섭식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섭식장애는 크게 신경성 식욕부진 (거식증, Anorexia Nervosa)과 신경적 대식증 (폭식-제거 증후군, Bulimia)으로 나뉜다. 신경성 식욕부진 (거식증)은 최소한의 정상체중 유지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음식섭취를 제한하는 증상이다. 정상체중보다 15% 이하의 체중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느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며, 그 두려움은 체중이 줄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적어도 3개월 이상 무월경이 나타나며 다른 합병증으로는 위장병, 저혈압, 저체온증, 영양의 불균형, 어지럼증, 우울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은 사춘기에 처음 시작되며, 주로 모범적이고 의존적이며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실제로 신경성 식욕감퇴 환자의 사망률은 5-10%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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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적 대식증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먹는 양을 심하게 자제하나, 혼자 음식을 먹을때는 자제력을 잃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과식한다. <출처: gettyimages>


신경적 대식증 (폭식-제거 증후군)은 폭식후에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보상행동 (예: 의도적인 구토, 지나친 운동이나 단식, 설사제나 이뇨제등의 약물 사용)을 반복하는 병이다. 폭식이란 짧은 시간동안 빠른 속도로 기분 나쁘게 배가 부를 때까지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을 뜻한다. 신경적 대식증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먹는 양을 심하게 자제하나, 혼자 음식을 먹을때는 자제력을 잃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과식한다. 또한 이들은 체형과 체중에 대해 매우 민감하나 신경성 식욕부진의 환자들과는 달리 정상체중 혹은 약간 과체중을 보인다. 우울증, 약물중독, 강박장애와 같은 불안장애등의 정신적 증세가 함께 나타나며, 구토로 인한 치아부식 및 잇몸병, 위장장애, 전해질 이상 및 탈수 등의 의학적 합병증이 나타난다.

식욕장애 자가진단을 위해 아래 나온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자. 각 문항마다 1 ~ 4의 번호를 이용하여 답한 후 총점을 계산하면 된다. 총점이 낮을수록 섭식태도가 좋지 않고 섭식장애가 의심된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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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장애 자가진단


화병이 중년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면 섭식장애는 젊은 여성에게 자주 발생한다. 식욕장애는 치료하기 매우 까다롭고 심각한 경우 생명에 지장이 있는 질환으로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





김은하 | Adler 대학 심리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졸업.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석사. Ohio State University 상담심리 박사. Licensed clinical psychologist in Illnois. 현재는 미국 Adler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주요 저서 및 논문은 다음과 같다. Academic experience of Taiwanese counselors and psychologists in Taiwan after studying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Asia Pacific Counseling(2011); Value enculturation and collective self-esteem: The role of social context among Asian-American college students. Psychological Reports(2011); Theory and practice of positive feminist therapy: Aculturallyresponsiveapproach to divorcetherapy with Chinese women. International Journal for the Advancement of Counselling(2012).


발행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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