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대부 3 - 시칠리아의 부활절, 피의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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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8회 작성일 16-02-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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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3]는 마피아 세계의 흥망성쇠를 통해 삶의 의미를 추구한 대서사시 [대부]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1979년, 이제 60대의 노인이 된 마이클. 그는 그동안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피아의 대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피로 얼룩진 생활을 청산하려 한다. 그동안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른 데에 대한 보상으로 대대적인 자선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모두 합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마이클의 죽은 형 소니의 사생아 빈센트가 그를 찾아온다. 당시 마이클은 모든 일을 젊은 보스 조이 자자에게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는데, 빈센트는 클리오네 가문을 등에 업고 마약 밀매를 하는 조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빈센트는 부하들과 함께 조이를 죽이고, 이것을 알게 된 마이클은 빈센트의 경솔함을 꾸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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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1레지나 첼리(Regina caeli) / 제시 노먼(성악), 파리 오케스트라 합창단, 파리 오케스트라, 세몬 비치코프(지휘)음악 재생
2마부의 노래(Il caballo scalpita) /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성악), 파리 오케스트라 합창단, 파리 오케스트라, 세몬 비치코프(지휘)음악 재생
3간주곡(Intermezzo) / 로얄 콘세르트헤보 오케스트라, 리카르도 샤이(지휘)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그렇게 지내는 동안 빈센트는 마이클의 딸 메리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마이클은 자기 딸이 빈센트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반대한다. 그래서 빈센트에게 메리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종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자기의 뒤를 이어 클리오네 가문의 대부 자리를 제시한다. 빈센트는 이를 받아들인다.

한편 마이클은 세계 최대 부동산 업체의 주주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바티칸 은행을 관리하는 길레이 대주교를 설득해 바티칸의 지분을 매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때 뉴욕의 마피아 보스 알토벨로가 마이클을 찾아와 이 거래에 자기를 끼워줄 것을 요청한다. 알토벨로는 마이클의 누이 코니의 대부로 오랜 세월 클리오네 가문의 친구로 행세해왔으며, 지하 세계와 표면적으로 인연을 끊은 마이클과 마피아 보스들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 일로 마피아 보스들이 모임을 갖는데, 그때 헬리콥터가 나타나 기관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다수의 마피아 보스들이 죽는다. 마이클은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그 후 마이클은 가족과 함께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는데, 그때 알토벨로가 바티칸 대주교와 짜고 그의 부동산을 빼돌리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가 사실은 마이클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연합 세력의 중심인물이었던 것이다. 마이클은 바티칸 은행을 관장하는 주교를 만나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지만 교황을 꿈꾸는 주교는 마이클을 제거하고 돈을 가로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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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와 메리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은 가족과 함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간다. 마피아의 일상에 뜬금없이 오페라가 등장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마이클의 아들 안소니 때문이다. 안소니는 오페라 가수이다. 그가 시칠리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는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출연하기 때문에 마이클이 아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오페라 극장에 간 것이다.

아버지인 마이클은 마피아 두목이지만 안소니는 그와는 전혀 다른 직업을 택했다. 영화의 초반부에 보면 마이클이 안소니에게 법학 공부를 마치고 가문의 사업을 맡으라고 종용하지만 안소니가 자기는 절대로 가문의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년 시절부터 안소니가 겪은 가족과의 추억은 온통 끔찍한 것뿐이었다. 안소니는 아버지가 프레도 삼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자기 방 창문을 통해 아버지의 심복 네리가 삼촌에게 총을 쏘는 광경을 본 것이다. 이 일로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과 두려움을 갖게 된 안소니는 어른이 된 후에도 절대로 마피아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성인이 된 그는 이제 어엿한 오페라 가수로 아버지의 고향이자 마피아의 고향인 시칠리아 섬에서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투리두 역으로 데뷔한다. 마이클은 아내, 딸 그리고 빈센트를 비롯한 마피아 부하들을 데리고 오페라 극장을 찾는다.

[대부 3]는 후반부의 상당 부분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공연 장면에 할애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극장의 안과 밖 그리고 저 멀리 바티칸에서는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암투가 벌어진다. 영화는 오페라 공연 장면과 서로 죽고 죽이는 암살 장면을 교차시켜 보여주는데, 그 극적인 효과가 압권이다. 여기서 무겁게 울리는 오케스트라 소리는 극적인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인과응보의 비극을 암시한다. 만약 이 장면에 오페라 장면이 삽입되지 않았다면 틈틈이 자행되는 살육의 잔혹함이 주는 극적 효과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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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공연을 보는 마이클(알 파치노)과 그의 부인



그렇다면 하고많은 오페라 중에서 왜 하필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선택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이 오페라의 배경이 바로 시칠리아 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오페라는 치정에 얽힌 살인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하고 음습하다. 마피아의 비극적 최후를 그린 영화에 더없이 적합한 음향적, 정서적 배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오페라인 것이다.

오페라의 공간적 배경은 시칠리아 섬. 시간적 배경은 부활절 날이다. 투리두는 약혼녀 산투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유부녀가 되어 있는 롤라와 몰래 만난다. 산투차는 자기를 버리고 옛 애인과 몰래 만나는 투리두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지만 투리두는 그녀의 간청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산투차는 롤라의 남편 알피오를 찾아가 투리두와 롤라의 관계를 폭로하고, 그 일로 투리두와 알피오는 결투를 벌인다. 이 결투에서 투리두는 알피오의 칼에 맞아 죽고, 그의 죽음에 놀란 마을 사람의 비명 소리와 함께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오페라가 시작되자 투리두 역을 맡은 안소니가 롤라에게 바치는 세레나데 [오! 롤라. 우윳빛 잠옷을 입은 그대]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 노래는 막 뒤에서 부르도록 되어 있다. 산뜻한 하프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아름다운 세레나데인데, 안소니가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로열석에 가족과 함께 앉은 마이클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직 막이 오르기 전인지 극장 안으로 관객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그중에는 신부로 위장한 암살자의 모습도 보인다.

이후 영화는 오페라 공연 장면과 극장 밖에서 벌어지는 암살 장면들을 번갈아 보여준다. 한 남자가 과자 상자에 권총을 숨긴 채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 그는 교황을 암살하러 바티칸으로 가는 중이다. 그 무렵 오페라 무대에서는 롤라의 남편인 마부 알피오가 씩씩한 목소리로 [마부의 노래]를 부른다. 발코니 석에 앉아 오페라를 보던 알토벨로가 과자를 먹으며 노래에 맞추어 손으로 신나게 박자를 젓는다. 하지만 과자에 독이 들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힘이 빠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 광경을 마이클의 누이 코니가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본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편히 잠드세요. 대부님”이라고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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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초기 일러스트레이션 그림들. <출처: Wikipedia>



한편 신부로 위장한 암살자는 슬그머니 객석을 빠져나온다. 오페라의 음산한 음향을 배경으로 마이클이 보낸 암살자가 음모에 참여한 정치가 루체시를 찾아가고, 극장에서는 객석 밖으로 나온 암살자가 마이클의 부하를 칼로 찌른다. 루체시를 찾아간 마이클의 부하가 몸수색을 받고 있는 동안, 오페라 무대에서는 투리두가 롤라의 남편 알피오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투리두가 알피오에게 술을 권하지만 알피오는 이를 거절한다. 그동안 투리두와 알피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오케스트라의 저음 현악기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이클이 앉아있는 반대쪽 로열석에서는 암살자가 총으로 마이클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무대에서 투리두가 알피오의 귀를 물어 결투를 신청할 때, 암살자는 마이클을 향해 총을 겨눈다. 하지만 마이클의 부하가 그를 밖으로 불러내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그동안 극장에 잠입한 암살자는 마이클의 부하들을 여럿 죽인다. 그러는 동안 오페라 무대 위의 탁자에 놓여있는 칼과 총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다. 낮은 음의 파곳이 마치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불길하게 울린다.

아까 얘기한 대로 이 오페라는 부활절에 일어난 일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교회에 들어가 미사를 드린 다음, 성모 마리아의 형상을 들고 행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시칠리아 섬의 오래된 전통인데, 이때 오페라 전체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아주 성스럽고 아름다운 성가가 울려 퍼진다.

이 부활절 행렬 장면을 영화에서는 교황이 암살당하는 장면과 교차시켜 보여준다. 밤에 교황에게 차를 가져간 수녀가 교황이 암살당했다는 것을 알고 울부짖을 때, 오페라에 나오는 부활절 성가의 클라이맥스가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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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좌)와 알토벨로(우)



그 후 알피오에게 결투를 신청한 투리두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어머니에게 산투차를 딸로 받아줄 것을 부탁한다. 자신의 앞날을 예견한 투리두는 격정적인 작별 인사를 남긴 후 집을 뛰쳐나간다.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팀파니 소리가 긴박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계단을 올라오던 대주교가 총을 맞고 쓰러진다. 세 발의 총소리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 오페라에서는 “투리두가 죽었어요.”라고 세 번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장렬한 오케스트라 피날레와 함께 대주교의 시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오페라처럼 피비린내 나는 암살의 드라마도 막을 내린다. 오페라의 비극적 결말을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인간의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강렬한 극적 효과를 발산하는 명장면이다.

오페라가 끝나고 마이클은 아내, 딸과 함께 공연장을 나온다. 이들이 극장의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신부 복장을 한 암살자가 마이클에게 총을 쏜다. 그러나 총을 맞은 사람은 마이클이 아닌 그의 딸 메리. 메리는 “아빠” 이 한 마디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순간 마이클과 그의 아내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절망적으로 “오! 노!”를 외치며 딸을 껴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

마이클은 가족을 위해서 마피아를 접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때문에 그의 가족들은 끝없는 고통을 겪었다. 그러다가 결국 딸 메리까지 잃게 되었다. 평소에 딸을 껴안으며 “널 위해서라면 지옥불에도 들어갈 수 있단다”"라고 말할 정도로 딸을 사랑했던 마이클. 그러나 이제 고향 시칠리아의 오페라 극장 계단에서, 그는 총탄에 쓰러진 딸을 부둥켜안고 처절하게 오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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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맞고 쓰러지는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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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죽음에 오열하는 마이클



그 오열을 배경으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나오는 [간주곡]이 흐른다. 음악을 배경으로 마이클이 젊은 시절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과, 딸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이어서 고향집 마당에 늙고 병든 모습으로 앉아 있는 마이클의 모습이 나온다. 영화의 라스트 씬은 불과 3분도 되지 않는 짧은 간주곡으로 마이클의 삶을 요약한다. 이렇게 인간의 삶은 우주를 지배하는 영겁의 시간에 비하면 그저 간주곡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간주곡이 끝났을 때, 마이클은 숨을 거둔다. 마피아로 살았던 그 숱한 영욕의 시간들을 뒤로 한 채.

영화에서 교향곡의 코다와 비슷한 것이 라스트 씬이다. 영화의 감동은 라스트 씬에 있다는 말이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나 구성이 아무리 후져도 라스트 씬이 그럴듯하면 다 용서가 된다. 반면에 굉장히 잘 만든 영화인데, 라스트 씬이 싱거우면 무언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영화에서 라스트 씬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이제까지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라스트 씬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3]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전문가가 아니니 이 영화가 예술적으로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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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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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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