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클래식 코러스 - 삶의 역경 속에서 빛나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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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0회 작성일 16-02-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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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지휘자가 되어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항주는 어느 날 고향에 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래서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 프랑스로 돌아온다. 장례식이 있던 날 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누군가가 그를 찾아온다. 어린 시절 그와 함께 기숙학교에 다니던 친구 페피노다. 모항주는 반가움과 회한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페피노를 맞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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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리스트
No.아티스트 & 연주 
1장 필립 라모, [오!밤이여!(O! La nuit!)]음악 재생
2요한 슈트라우스 왈츠, [예술가의 생애(Künstlerleben)] Op.316음악 재생

1분 미리듣기 / 음원제공: 유니버설 뮤직 / 앨범 정보 보러가기




페피노의 손에는 낡은 일기장이 들려 있다. 기숙학교 시절, 그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었던 마티유 선생님의 일기장이다. 일기장에는 마티유 선생이 기숙학교에 처음 부임한 날부터 이 학교를 떠나는 날까지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적혀 있다. 모항주와 페피노는 마티유 선생의 일기장을 보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영화는 마티유 선생의 독백 형식으로 전개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프랑스 마르셰유에 있는 작은 기숙학교. 이곳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교사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 말하자면 소위 ‘막장인생’들의 총 집합소 같은 곳이다.

여기에 어느 날, 실패한 작곡가 마티유가 임시교사로 부임해 온다. 당시 마티유의 심정은 자포자기 그 자체였다. 모든 희망을 버린 채 그저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에 내린 것 같은 심정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이 학교에는 전쟁에서 부모를 잃었거나, 경제적인 사정으로 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들이 수용되어 있다. 면회가 되는 토요일마다 교문 앞에서 하염없이 아빠를 기다리는 전쟁고아 페피노, 식당에서 일하며 홀로 자신을 키우는 엄마에게 애증 어린 반항을 일삼는 모항주 등 사연은 다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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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아이들을 걱정하고 가르치는 마티유 선생



순수한 심성의 소유자인 마티유는 아이들의 거칠고 도전적인 태도와 교장의 비인간적인 대응에 충격을 받는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늘 말썽을 피우고, 그때마다 교장은 독방 감금이나 체벌 같은 엄한 벌로 아이들을 다스린다. 마티유는 이런 교장에 맞서 아이들을 변호해주지만 아이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어리숙한 마티유를 골탕 먹일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유는 좌절하지 않는다. 체벌 위주의 강압적인 교육을 펼치는 교장과 달리 아이들을 부단히 껴안으며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티유는 우연히 아이들이 자기를 놀리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을 듣게 된다. 비록 자기를 놀리는 것이었지만 그는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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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선생과 아이들



그날 밤 그는 접어두었던 오선지를 다시 꺼내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할 뿐. 세상 어디에나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은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마티유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찾아온다. 마티유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아이들은 노래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는다. 실패한 작곡가 마티유는 이제 더 이상 실패한 작곡가가 아니다. 자신의 음악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마티유는 매사에 말썽만 피우던 모항주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티유는 모항주 안에 잠자고 있던 음악적 재능을 일깨운다. 마티유의 집중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모항주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미래의 음악가로 성장한다.

마티유가 가르친 것은 단순히 노래가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토요일마다 아빠를 기다리던 꼬마 페피노는 마티유에게서 따뜻한 아빠의 사랑을 느끼고, 반항아였던 모항주는 홀로 자신을 키우기 위해 고생하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성숙한 소년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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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선생은 모항주가 지닌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가 음악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영화 [코러스]에서 마티유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처럼 ‘좋은 스승’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좋은 스승’이 곧 ‘유능한 교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티유의 경우가 그렇다. 평소에 아이들을 혹독하게 대했던 교장은 마티유의 합창단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이를 이용한다. 후원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뜯어내는 것은 물론 이렇게 훌륭한 합창단을 키운 장본인으로 스스로를 추켜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교장의 출세욕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가 훈장을 받기 위해 도시로 로비를 하러 간 사이, 퇴학 당한 것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학교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당시 아이들은 야외학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교장은 아이들이 무사한 것보다 자기가 훈장을 받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분개한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마티유를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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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보고 노래 공부를 하는 아이들



결국 마티유는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를 태운 버스가 막 떠나려고 할 때, 꼬마 페피노가 달려와 자기를 데리고 가 달라고 한다. 마티유는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지만 물끄러미 서서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는 페피노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마티유는 페피노를 데리고 떠난다.

[코러스]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영화에는 음악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곡은 바로크 시대 프랑스 작곡가 장 필립 라모가 작곡한 [오! 밤이여]이다. 아이들이 후원자 앞에서 부르는 노래인데, 아이들의 천사 같은 목소리와 모항주의 매혹적인 솔로가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오! 밤이여.

가져오소서, 이 세상에.

그 매혹적인 고요.

당신이 감춘 비밀.

당신이 가져오는 그림자.

너무도 아름다워.

그것은 감미로운 음악회.

희망을 노래하는 당신 목소리.

당신의 힘 너무도 커.

모든 것을 꿈으로 바꾸어 버리네.


여기서 ‘밤’은 ‘음악’으로 바꾸어 얘기할 수도 있다. 음악이 지닌 비밀, 음악에 드리운 그림자. 그 힘이 너무 커서 모든 것을 희망으로 바꾸어 버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 영화 첫 머리의 연주회 장면에서 어른이 된 모항주가 지휘하는 음악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예술가의 생애]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역시 왈츠 작곡가로 유명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아들이다. 부자가 같은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1세, 아들은 2세라고 부른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왈츠의 기초를 닦았다면 아들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왈츠를 더욱 발전시켜 빈 왈츠를 최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사람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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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1세, 18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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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슈트라우스 2세. 1867년



요한 슈트라우스는 음악사에서 유일하게 부자가 똑같은 명성을 누린 것으로 유명한데, 이들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피아노 앞에서 왈츠를 작곡하고 있는데 좀처럼 멜로디가 풀려나가질 않았다. 그래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놀던 어린 아들이 “아버지. 그다음에는 이런 멜로디가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하며 피아노로 멜로디를 쳤다고 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음악에 소질이 있었지만 정작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대신 은행가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음악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아들은 아버지 몰래 아버지 악단의 제1 바이올린 주자에게 바이올린 배웠다. 그러다가 바이올린 연습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켜 심하게 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버렸다. 그 덕분에 아들은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마음껏 음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 후 당대의 유명한 선생들에게 대위법과 화성학,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빈에서 전문 연주자로 공연할 수 있는 자격증을 얻었다. 그리고 연주자들을 모집해 자신의 작은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의 활동은 쉽지 않았다.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의 방해 때문이었다.

슈트라우스는 빈 근교 힐칭에 있는 돔마이어 카지노 책임자를 설득해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따냈다. 1844년 10월, 돔마이어에서 데뷔 연주회를 가졌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평가와 언론으로부터 아버지의 명성이 그 아들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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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선생 지휘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비록 부자 간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모종의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빈의 유명 음식점 돈마이어에 ‘오늘 저녁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지휘로 연주회가 열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은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이것을 떼도록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연주회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다음 날 신문에서는 ‘이제 빈은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음악가를 갖게 되었다’고 대서특필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생전에 500여 곡의 왈츠를 작곡해 빈 왈츠의 전성시대를 연 작곡가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봄의 소리], [빈 숲 속의 이야기]. [예술가의 생애], [남국의 장미], [황제] 등 유명한 왈츠곡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 중 [예술가의 생애]는 평생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 혹은 자기 자신의 삶을 그린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대개 예술가의 삶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삶을 그린 예술작품 역시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가진 경우가 많다.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중 [슬픈 영웅의 이야기]와 비슷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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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



하지만 요한 슈트라우스의 [예술가의 생애]에는 어떤 고난과 역경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아름답고 경쾌한 여러 개의 왈츠 멜로디가 끊임없이 연속해서 나올 뿐이다. 본래 왈츠라는 장르 자체가 심각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요한 슈트라우스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삶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반대와 질투 등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예술가들과 비교하면 이것은 역경 축에 들지도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왈츠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평생 작곡가로 승승장구했다. 그렇기에 그가 묘사한 [예술가의 생애]가 그렇게 밝고 경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이 곡을 지휘한 모항주는 요한 슈트라우스와는 달리 음악가로 성공하기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환한 태양 앞에 우뚝 서게 되었다. 역경은 끝났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삶에 내려졌던 하늘의 축복이 이제 모항주에게도 함께 하기를.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예술가의 생애]를 들으며 살짝 이런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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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러스(Chorists,2004)
    평점

    네티즌

    9.31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스위스

    ,

    독일

    |
    2010.10.29. 개봉
    | 97
    |


    전체 관람가

    감독



    크리스토퍼 파라티에

    출연



    제라르 쥐노

    ,

    프랑수와 벨레앙

    ,

    장-바티스트 모니에

    ,

    자크 페렝

    ,

    카 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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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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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Wikipedia





발행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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