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메타인지 - 배움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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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0회 작성일 16-02-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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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과제로 우선 다음 문단을 읽어보기 바란다.

초전도성에서는 전류의 흐름에 대한 저항이 사라진다. 최근까지는 물질들을 거의 완전에 가까운 절대 영도까지 냉각해서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이 기술적인 개발과 적용을 어렵게 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실험실들이 초전도 고분자 알로이 섬유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질의 온도를 증가시켜 초전도성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러면 문단을 가리고, 1) 이 문단의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판단해 보자. 전혀 이해하지 못한 1점에서 완전히 이해한 5점까지로 점수 매기도록. 그리고 2) 짤막한 문단이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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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었으면서도 이해하는데 실패했다면 새로운 배우기는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출처: corbis>


독자들이 이 문단의 이상한 점을 깨달았는지 모르겠다. 이 문단은 오테로와 킨취라는 심리학자가 실험에 사용했던 예로, 고등학생들에게 읽게 했더니 많은 학생들이 두 번째 문장(냉각)과 마지막(가열)이 불일치 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용을 회상한 것을 보니 앞에 나오는 내용 즉 초전도성을 달성하는 방법이 ‘냉각’만인 것으로 기억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무엇일까? 우리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신적인 과정 즉 인지 과정을 수행하면서 내용이 반대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글을 읽었으면서도 이해하는데 실패한 것이고, 그러기에 당연히 새로운 배우기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어떤 사람이 큰 짐승우리에 같이 살 동물들을 집어넣는다고 하자. 그리고 여러분은 위에서 보고 있다. 병아리를 넣고, 오리를 넣고, 새끼 염소도 넣고, 그러다 족제비를 넣으려는데, 잠깐 여러분은 어찌하겠는가. 물론 ‘보고 있다’가 ‘제지할’ 것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앞선 예에 적용해보자. 글을 읽고 이해하려는 ‘짐승우리’에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잡아 먹힐지도 모르는 새로운 내용이라는 ‘동물’이 들어오는데도 이를 여러분이 보지도 못하고 제지하지도 않은 것이다. 물론 이해에 실패했다고 해서, 이 비유처럼 비극적인 결과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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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이해하려는 ‘짐승우리’에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에 해당하는 ‘동물’이 들어오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이해하기에 실패한 것이다.<출처: gettyimages>


독자들도 앞선 실험 예와 ‘짐승우리’ 비유가 주는 교훈을 명확히 파악했을 것이다. 즉 인지 작용과 활동에 더하여, 이 작용을 보면서 점검(monitoring)하고 제어(control)하는 또 다른 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의 인지와 구별하기 위해 뒤의 인지를 인지 과정을 ‘위에서’ 보면서 제어한다는 의미로 ‘메타(meta)’라는 용어를 앞에 붙인다. 여러분도 사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이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며, 인지심리학에서는 ‘beyond’라는 영어단어의 뜻을 잡아 ‘상위(혹은 초)인지’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metaphysics(형이상학)라는 단어가 예가 된다. 이 글에서는 번역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메타인지라는 표현을 쓰기로 하겠다.

‘배우고 가르치기’의 심리학적 바탕을 살피며, 굳이 메타인지라는 개념을 끌고 오는 이유를 먼저 이해하기를 바란다. 독자들은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심리학의 ‘전문가와 초보자 ’에서, 전문성의 한 특징으로 ‘적응적인 전문성’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 즉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정보가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정보나 지식이 필요한지 등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전문가들이 갖는 공통점의 하나로 뛰어난 메타인지 능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런 메타인지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 우리의 지능처럼 상당 부분 타고 났을까? 아니면, 역시 ‘전문가와 초보자’에서 언급했듯이 사려 깊은 훈련의 결과 일까? 자신이 못하는 것이나,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코치의 지적이나 자신의 깨우침에 기반을 둔 연습이, 사려 깊은 훈련의 바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론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사려 깊은 훈련이 바로 메타인지적인 교육과 훈련이 되는 셈이다.

앞에서 얘기했던 메타인지 과정의 ‘짐승우리’ 비유를 다시 생각해보자. 필자가 설명을 위해 든 것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는데, 독자들도 아마 알아차렸을 것이다. 비유에서는 우리에 동물을 집어넣는 사람과 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지만, 실제 인지과정에서는 글을 읽는 사람과, 불일치하는 내용을 잡아내야 하는 사람이 같은 한 사람이다! 한 사람이 읽기도 해야 하고 점검하기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작업이 쉬울까? 집어넣기에 바쁜 사람이 어떻게 점검까지 같이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사실 이 점이 바로 메타인지의 비극(?)이 되는 셈이다. 메타인지 과정이 쉽지 않기에, 앞선 실험 결과에서처럼, 고등학생들조차 이러한 인지과정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배우기에 필수적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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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읽고 이해하기도 급급한데 점검과 수정까지 신경쓰기란 어려운 일이다.<출처: gettyimages>


왜 메타인지과정이 어려운가는 설명하기 쉽다. 우리의 인지과정이 제한된 용량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우리가 사물을 지각할 때도 제한된 시각 정보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즉시 외우려는 숫자도 일곱 개 내외다. 이렇게 제한된 주의와 기억 용량으로 읽고 이해하는 인지 과정과 이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혹 잘못되었으면 고치는 과정이 동시에 수행되는, 말하자면 이중과제 수행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읽고 이해하기에 급급한데, 어디 점검과 수정까지 신경 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요사이 이러한 자기 조절이라는 용어로 포장된 사교육 문구에 필자는 늘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모든 비극 속에는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했던가. 앞서 전문성에서 슬쩍 언급했던 것처럼, 다행스럽게도 이 메타인지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며 실제 많은 경험적인 증거가 있다. 어떤 한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게 되면 빠르게 수행될 수 있으며, 용량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화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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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출처: gettyimages>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여러 방식의 메타인지 점검과 제어 방식을 가르쳐야 하고, 배우는 입장에서는 스스로 능동적으로 이들 방법을 적용하여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배우기에 왜 메타인지가 중요한가만을 설명하였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메타인지에 관한 개념적 정리와 중요한 실험 결과를 살펴 볼 것이며, 아울러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메타인지의 전략들을 소개할 것이다.

마무리 짓기 전에 메타인지에 관해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숙제 하나를 내도록 하자.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심리학에 있는 ‘또 다른 지적 능력: 메타인지 ’를 읽기 바란다. 그리고 1)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는 무엇인가? 2) 메타인지란 어떻게 구성되는가? 3) 어떤 메타인지적 오류가 있는가? 4) 메타인지를 증진하는 한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네 질문에 답해 보기 바란다. 즉 읽으며 이 네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고 다시 읽어 수정하는 일종의 메타인지 실습을 해보도록하자.

이번 글을 읽은 것이 이 실습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반추해보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필자가 다음에 쓸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을 습득한 것도 될 것이다. 실습하지 않고 써먹지 않는 지식과 정보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법이다.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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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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