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컬래버레이션 - 브랜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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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16-02-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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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모두 일하는’ 혹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각자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 간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이질적인 브랜드 간의 ‘전략적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상호 혁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두 개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1+1=2’가 아닌 진정한 브랜드 진화의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컬래버레이션의 역사: 아트 컬래버레이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家, 밀라노의 스포르차家는 당대 예술 천재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함으로써 그들의 재능을 꽃피우게 했다. 이들 명문 가문 사례에서 컬래버레이션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전통은 특히 패션산업을 중심으로 현대로까지 이어져 유명 작가의 예술작품이나 디자인을 활용하여 패션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컬래버레이션 브랜드는 일반 브랜드와 달리 독특한 디자인과 유명 작가 작품이라는 인식이 고객 설득에 유리할 뿐 아니라 패션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트 마케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를 활용한 작품이나 보드카 앱솔루트, 울라푸르 엘리아손의 루이비통 및 BMW의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이후 패션산업에서 일반 브랜드로 점차 확산되었고, 협업 대상 역시 예술작품에서 음악과 광고 등 예술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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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가는 당대 예술 천재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함으로써 그들의 재능을 꽃 피우게 한 전통이 오늘날 컬래버레이션의 기원이 되었다. <출처: Guillaume70 at en.wikipedia.org>



이처럼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게 만드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좋아하고 유명한 예술작품이기에 혹은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호기심만으로 평소 무관심했던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갑자기 높아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유명 예술작품을 보면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우리 뇌의 보상 영역과 쾌감 자극이 활성화되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빠져드는 몰입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예술작품을 통해 받은 긍정적인 자극이 동시에 노출되는 해당 브랜드로 쉽고 빠르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전혀 모르는 대상이나 사람도 자주 보면 볼수록 호감을 갖게 된다는 프랑스 심리학자 자이징거의 ‘단순노출효과’는 처음 보거나 낯선 브랜드로의 긍정적 전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음을 설명해 준다.




컬래버레이션의 진화: 상생의 ‘혁신적 콘텐츠’를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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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컬래버레이션은 명품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의 ‘감성 자극’을 일깨울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출처: gettyimages>



최근의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히 명품의 유명세에 업혀가는 아트 컬래버레이션과 달리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가 타 유명 브랜드와 협력하는 ‘명품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자사 브랜드에 명품 이미지를 ‘씌우는’ 경우로 삼성전자의 ‘조르조 아르마니폰’과 LG전자의 ‘프라다폰’ 등이 좋은 사례이다. 삼성과 LG는 통상 구매력은 크지만 접근 기회를 갖기 힘들 뿐 아니라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명품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브랜드 레버리지효과를 명품 컬래버레이션에서 찾았다. 즉 명품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인지도, 선호도 및 호감도를 통해 신규 휴대폰 브랜드 가치의 상승효과를, 반대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프라다는 단순히 브랜드 가치를 빌려주는 차원이 아닌 한국 시장에서 잠재 고객 확보를 기대하는 상생의 컬래버레이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명품 컬래버레이션은 명품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의 ‘감성 자극’을 일깨울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구매를 위한 브랜드 평가는 주로 이성적인 판단에 따르지만, 궁극적인 구매 결정은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자극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즉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성적 판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 돈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감정과 변연계
가 주도권을 잡고 이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모든 결정의 70~80%는 무의식적으로, 나머지 20~30%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 못하는 사실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조르조 아르마니폰’이나 LG전자의 ‘프라다폰’은 단순히 명품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뛰어넘어 구매 결정 단계에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시켰다는 점이 중요하다. 바로 이성과 감성의 블루스이며, 이것이 바로 상생을 위한 혁신적 콘텐츠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컬래버레이션의 현재: 융합의 ‘혁신적 콘텐츠’를 창조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이들 협업 브랜드들이 창조해내는 혁신적 콘텐츠가 과연 절대적인 효용성을 제공해 줄 것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두 브랜드가 하나의 공간에서, 동일 시간대에서 제공되는 혜택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두 브랜드가 단순히 하나로 뭉치는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로 융합되도록 혁신적 콘텐츠를 창조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미스터피자가 최근 오픈한 레스토랑과 마노핀 갤러리의 통합형 매장을 들 수 있다. 단순히 미스터피자 매장 내에 예술작품을 진열하고, 수제머핀과 커피를 마시면서 동시에 예술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아트갤러리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매장 자체가 하나의 상설 갤러리이면서 또 한편으로 머핀과 커피를 파는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이 되는 것이다. 즉 단순한 두 브랜드 간의 상생 협력이 아닌 전혀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한 브랜드 간 융합의 결과물을 의미한다.

또 다른 예로 현대자동차와 커피빈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인 ‘현대차 에스프레소 1호점’이 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이성적 고 관여 제품 특성을 지님은 물론 자동차 전시장 역시 딱딱한 이미지를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동차 구매 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여성들이 실 구매자는 아니더라도 브랜드 구매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추세이다. 또 남성 고객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통상 기능적인 특성을 주로 고려한 반면, 여성 고객들은 인테리어나 색상 등 감성적인 부분을 주로 고려한다. 이와 같이 새로운 여성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커피빈’과 연계하고, 자동차 구매 결정시 커피와 같은 감성적인 자극제를 통해 수월한 결정을 유도하고자 한다. 또 커피빈의 경우 여성고객 중심에서 남성고객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현대자동차 고객을 활용하고자 한다. 결국 자동차와 커피전문점이 하나의 공간에 위치하는 상생의 컬래버레이션을 뛰어넘어 핵심 여성 고객이 갖고 있는 자동차와 커피를 공통분모로 한 새로운 문화공간 그리고 새로운 경험의 창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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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커피빈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된 ‘현대차 에스프레소 1호점’의 모습. <제공: 커피빈>






컬래버레이션의 미래: 브랜드를 감춰라



최근 들어 과거처럼 기업이 예술과 작품을 통해 자사 이미지를 직접 노출하는 대신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무분별한 노출을 통한 상업성을 배제하는 대신 공공성 추구 관점에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상생 컬래버레이션은 쉽게 예상되며, 한 두 번의 경험만을 통해서도 빠르게 적응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사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노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이 도입되는 추세이다.

이처럼 브랜드 노출을 시도하지 않은 컬래버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 헨켈이 서울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순간의 접착’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헨켈 이노아트 프로젝트’가 있다. 단순한 기획전이 아닌 설치작가, 퍼포먼스 전문가 그리고 그래픽디자인그룹까지 세대와 활동 장르가 각기 다른 이들을 한 공간으로 모은 협업 프로젝트 성격을 띠고 있다. 기존 기획전과 다른 점이라면 전시된 작품이나 전시공간 어디에도 헨켈 로고나 제품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으며, 단지 헨켈의 대표 브랜드인 접착제와 연관된 ‘접착’이라는 대주제만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사례로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자신들의 브랜드 컨셉을 예술의 한 장르로 선보이기 위해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의 작품을 오마주로 한 사진 작품 전시회를 기획했다. 특히 이 전시회는 세계 최초로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재탄생 시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인 김중만의 초현실주의 이미지 작품 23점과 루이까또즈 제품을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 4점이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며, 판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기부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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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오마주로 한 김중만 사진 작품전시회를 기획했다. <제공: 루이까또즈>



서로 다른 브랜드가 하나의 콘텐츠로 뭉치는 컬래버레이션은 근본적으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차원을 뛰어넘어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구매 현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시장 반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무분별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인해 식상해진 소비자들의 주의를 강화시키기 위해 브랜드를 굳이 노출하지 않는 노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강력한 브랜드란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닌 감성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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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도서
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책정보 보러가기


발행20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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