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만족의 심리학 - 행복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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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16-02-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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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점심으로 라면을 먹더라도 명품백은 사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수십억 로또에 당첨되고 나서도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돈이 없을 땐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고, 배가 고플 땐 배만 부르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늘 우리는 무언가를 조금 더 갖게 되기를 바라는데, 과연 우리는 영원히 만족할 수는 없는 걸까?




행복은 좌뇌를, 불행은 우뇌를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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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기 사진을 볼 때 좌측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며, 흉하게 일그러진 기형아 사진을 볼 때 우측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었다. <출처:gettyimages>



소비자들에게 ‘만족’이라는 감정은 의사결정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단적인 예로 감정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전두엽이 손상될 경우, 생활하는 데는 별 문제없지만 사사건건 결정을 내릴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처럼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족이란 감정은 소비자 자신이 느끼는 행복 혹은 불행의 감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행복이나 불행에 대한 감정은 서로 다른 뇌 부위를 활성화시킨다. 1989년 데이비슨과 폭스(Davidson and Fox)는 귀여운 아기 사진을 본 피실험자들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스캔한 결과, 좌측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 흉하게 일그러진 기형아 사진을 볼 때 우측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었다. 또 웃기는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고 긍정적인 감정을 평가한 결과 좌측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된 반면, 부정적인 감정과 불쾌한 비디오 영상은 우측 전두엽피질을 활성화시켰다. 결국 사람의 뇌는 행복한 감정을 갖거나 긍정적인 상황에 접했을 때는 좌측 전두엽피질이, 불행한 감정이나 부정적인 상황에 접했을 때는 우측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어 서로 다른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더 나아가 2007년 발로티가라(G. Vallortigara) 연구팀은 뇌에서 발생된 행복과 불행의 감정이 어떻게 진화되어왔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개에게 개 주인, 낮선 사람, 고양이 그리고 낮선 위압적인 개 등 4가지 자극을 보여주고 개의 꼬리를 흔드는 비대칭 현상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개 주인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상황에서는 꼬리를 보다 더 우측으로 가도록 흔든 반면, 고양이나 위압적인 개처럼 기분을 안 좋게 만드는 상황에서는 보다 좌측으로 꼬리를 흔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우측 꼬리를 움직이도록 한 좌뇌는 긍정적이고 다가가는 느낌에, 반대로 좌측으로 꼬리를 움직이도록 한 우뇌는 부정적이고 기피하는 느낌에 반응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볼 때, 사람의 뇌는 유전적으로 행복하거나 불행한 감정에 대해 서로 다른 감정체계를 활성화시키도록 진화되었다고 하겠다.




행·불행의 유전형질을 이용하는 뉴로마케팅 등장




행복과 불행, 그리고 긍정과 부정의 감정에 대한 이런 유전형질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천성적으로 더 행복하게 타고난 사람은 똑같이 기분 좋은 영상을 보아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낀다. 이는 사람들의 기질 변이의 많은 부분을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행태유전학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결국 활발한 좌측 전두엽피질을 타고난 사람은 우측 전두엽피질이 활발한 사람보다 긍정적인 장면에 더 행복한 감정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2009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드레아 대니스(Andrea Danese) 연구팀은 어렸을 때 사회적, 심리적으로 커다란 불행을 경험한 사람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감정과 신진대사, 그리고 면역체계에 영구적인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72년 4월부터 1973년 3월 사이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1천여 명의 뉴질랜드인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연구를 실시했는데 10세까지 사회경제적 어려움, 학대, 사회적 고립 등 세 가지 영역의 불운에 노출됐는지를 조사한 뒤 그 이후 나이와 관련 있는 질병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평가함으로써 그 사실을 밝혔다. 결국 행·불행의 유전형질에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환경변화를 통해서도 행복과 불행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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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뇌를 들여다보면서 의식 너머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는 뉴로마케팅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출처:gettyimages>



애정 관계 같은 사회적 행동을 자극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최근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미국의 한 결혼 중매 회사는 이성과의 교제 경험이 별로 없는 노총각과 노처녀 간 만남의 자리는 매우 어색해 성사되는 경우가 낮았는데, 쑥스러움 방지제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맞선 전에 미리 뿌려줌으로써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데 톡톡한 효과를 보기도 했다. 또 옥시토신을 주입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상대방의 말을 잘 믿고 쉽게 설득당하며, 투자게임에서는 상대방에게 대조군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옥시토신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위적으로 친밀하고 신뢰 있는 관계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더 나아가 리산비(S. Lisanby)는 좌측 전두엽피질에 강력한 자기장을 쐬면 긍정적인 기분을 끌어낼 수 있고, 반대로 우측 전두엽피질에 쐬면 부정적인 기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소비자의 뇌를 들여다보면서 의식 너머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는 뉴로마케팅은 분명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단 사회적, 법률적으로 허용 가능한 윤리적 범주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절대적인 행복이 아닌 ‘행복한 기준점’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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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디드로 딜레마’처럼 무한한 행복이나 만족 대신 유전자가 미리 정해놓은 ‘행복한 기준점’을 가지고 태어난다. <출처:gettyimages>



그렇다면 절대적인 행복이나 무한한 만족은 가능한가? 이 물음에 대한 적절한 사례가 하나 있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어느 날 친구한테 선물 받은 진홍색 멋진 가운을 입고 서재에 앉았다. 그런데 가운에 비해 책상이 초라해 보여 책상을 바꾸게 되고, 그러자 다시 책꽂이가 눈에 거슬려 바꾸게 되었다. 결국 서재의 모든 것을 새로 바꾸게 되었지만, 과거의 익숙함이 사라진 새로운 서재는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욕망의 추구가 만족 대신 또 다른 욕망을 낳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디드로 딜레마’라고 부른다. 리켄(D. Lykken)에 따르면, 우리들은 ‘디드로 딜레마’처럼 무한한 행복이나 만족 대신 유전자가 미리 정해놓은 ‘행복한 기준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하나의 사례로 미국 미시간대 잉글하트(R. Inglehart) 교수는 소득과 행복감 사이의 상관관계를 각국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기준점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결론을 내렸다. 2만 달러 이하일 때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행복지수가 급격히 오르지만, 2만 달러를 넘어서고 나면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제성장 효용체감의 법칙’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2만 달러를 넘게 되면, ‘라면을 먹더라도 명품은 산다.’라는 소비패턴이 정착된다는 점이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수입 범위 내에서 질적 가치 위주의 소비를 하게 된다. 백화점을 드나들던 고소득층이 할인매장에 나타나고, 십대 아이들이 명품매장을 기웃거리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앞으로는 감성적 만족도 가격 메리트도 없는 어정쩡한 중간시장은 생존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짝퉁 구매는 상대적 만족감의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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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규모와 행복수준이 꼭 맞지 않는 이유는 바로 행복이 상대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출처:gettyimages>



이처럼 사람들이 가진 행복의 기준점은 행복이나 만족에 대한 절대적인 감정보다는 상대적인 만족감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으로 더 나은 결과보다 그 정도는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다. 이처럼 소득규모와 행복수준이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행복이 상대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1998년 하버드대학교의 솔닉과 헤멘웨이(S. Solnick and D. Hemenway)의 연구결과는 이와 같은 만족의 상대성이 존재함을 확인해주고 있다. 비록 자신의 연봉이 과거보다 더 늘지라도 다른 동료들의 연봉이 자신의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지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상대적 만족감을 보장받기 위해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심리를 탈러(R. Thaler)교수는 ‘미련 기피(Regret Aversion)' 현상이라고 칭했다. 이득보다 손실을 더 싫어하는 ‘손실회피’와는 차이가 있는데, 절대적인 규모로 이득이 축소되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적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그 대가를 지불하려는 심리를 말한다.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후회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값비싼 명품을 사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명품 대신 짝퉁을 구입하는 경우가 바로 상대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심리라 하겠다. 즉, 명품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능력에 맞는 저가 상품 구매로 인한 후회를 사전에 막기 위해 차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경우다. 최근 하버드대 연구팀은 짝퉁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자아의 윤리적 제약이 느슨해져 부정직해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직성까지도 의심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적 신분 과시용일수록 상대적 만족도에 의존




핸드백 등 명품이나 자신의 수입규모처럼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인 반면 보험상품이나 여가생활처럼 지극히 사적인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절대적인 경향을 보인다. 칼슨(P. Carlsson) 연구팀의 조사결과, 부를 나타내는 수입과 자동차는 그 사회 내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자동차를 타고 얼마를 버는지에 좌우되었다. 이처럼 상대적 만족도에 의존하는 제품일수록 ‘VVIP마케팅’을 사용할 경우 효과가 좋다. 대표적으로 미국,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수입 명차들이 초우량 고객만을 대상으로 음악회, 유명호텔 초청 설명회나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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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제품인 보험상품이나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절대적인 반면 핸드백 등 명품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인 경향을 보인다. <출처:gettyimages>



이러한 VVIP마케팅은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과소비 조장과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오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분과 관련 있는 명품군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갤러리아 WEST관에 VVIP 고객 전용 라운지 ‘파크 제이드’ 운영, 기아자동차 최고급 사양인 K9의 여수엑스포 기념 오페라 공연, 연회비만 수백만원 하는 현대 블랙카드·삼성 라움카드·신한 프리미어 카드 등 VVIP 전용 신용카드, 슈퍼리치로 불리는 초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금융권, 고액 자산가 대상 가문관리서비스인 삼성생명의 ‘삼성패밀리오피스’, 유럽의 소셜 클럽을 연상시키는 CGV 청담씨네시티의 ‘더 프라이빗 시네마’까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선택 대안이 장래의 만족감을 최대화할지 알 수 없을뿐더러 그 대안을 안다 하더라도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장래의 만족감은 구매 후 사용과정에서 얻는 경험 효용이지만, 구매시점에서의 기준은 기억 속에 내재된 기억 효용으로 이 두 가지 효용은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Davidson, R. J. and N. A. Fox(1989), "Frontal brain asymmetry predicts infants' responses to maternal separation,"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98, 127-131.
  • Quaranta, A., M. Siniscalchi, and G. Vallortigara(2007), "Asymmetric tail-wagging responses by dogs to different emotive stimuli," Current Biology, 17: 199-201.
  • Solnick, S. and D. Hemenway(1998), “Is more always better?: A survey on positional concerns,”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 37, 373-383.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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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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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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