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양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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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258회 작성일 17-02-08 15:24

본문

 

0.
 

나는 왜 항상 여기를 못 찾아서 고생할까요????

먹고살기 바빠서, 아니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 헤매며 살고 있는데,

세상의 즐거움이란 게 그리 특별한 것도 없고, 찾는다고 나오는 것도 아닌 가 봅니다.

다 마음 속에 있는 거죠?

 

 
 

1.

 

한 일년 정도 지난 이야기입니다.

몇 달간 열심히 채팅해서 여자 한명을 꼬셨습니다.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시간만 투자하면 됩니다.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 익숙한 고통으로 인내하면 됩니다.

거기에 눈높이만 조금 낮추면 됩니다. 안되면 마는 거고....

 

하지만 이왕 채팅하고 상대를 고르면서 뭔가 한가지 매리트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당시 내가 선택한 상대의 중점 체크 사항은 ‘가까운 곳에 사는 여자’였습니다.

이제 슬슬 나이를 먹어가니 현실적이 되는 모양입니다.

당연히 일산 지역 여자들만 선별한 가운데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혼한 아줌마였습니다.

 

미모는 어차피 중점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습니다.

늦은 밤까지도 시간이 자유로운 상대였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으슥한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산지역에는 아파트로 이루어진 신도시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뒤로 조금만 돌아가도 농가가 나옵니다.

아직 개발이 덜된 시골길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 길을 개척하고 찾아다니며 그 묘미를 즐기는 여자였습니다.

 

덕분에 사주경계가 가능하고

유사시 신속하게 차량 이동이 가능한 풍수지리의 능력이 생겼고,

차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한 테크닉과

사후처리 능력이 탁월하게 발달되어 갔습니다.

 

그런데 한 두달 쯤 지나니까 뭔가 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뭐가 모자랄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한사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

 

그래서 또 채팅을 시작했습니다. 컨셉은 전과 동일했습니다.

한 아줌마 만나면서 안 만나는 시간을 이용해 또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약 한달의 노력 끝에 또 한사람을 꼬시는 데 성공했습니다.

얼핏 보면 성공률이 100%인 것 같지만, 성공한 얘기만 해서 그렇습니다.

중간에 실패 사례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만난 아줌마는 현재 별거 중인 상황이어서

밤에 시간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아주 묘한 이중생활, 즉 양다리 상황이 생긴 겁니다.

여기에 아주 웃기는 상황 하나는,

두 사람이 사는 곳이 비슷하고, 놀랍게도 취미가 같은 것이었습니다.

즉 혼자서 으슥하고 외진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입니다.

심지어 주로 다니는 코스도 완벽히 같았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 길을 여자를 번갈아 가며 반복해서 달렸던 것입니다.

이것은 전통적 단순반복의 대명사인

도라지까지나 인형눈알박기의 가내수공업보다도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모텔비 안 들어간다는 경제적 이득을 위안 삼아

나름 재밌게 다니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제 갔던 길을 오늘 또 가더라도 자연을 사랑하고

현대식으로 바뀌는 도로의 단점을 발견하려는, 신성함도 유지했습니다.

 

대충 여기까지 얘기가 진행되니 눈치 빠른 분들은 아마 이렇게 예상할 겁니다.

어제 갔던 곳을 오늘 다른 여자랑 갔는데,

어제 타고 갔던 그 여자의 차가 바로 그 자리에 주차된 채 들썩거리고 있더라는.......

예상이 가능한 일이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간단한 사건은 아닙니다.

 

 

3.

 

두 여자를 번갈아 만나려면 제일 중요한 사실이

양 쪽에 적절한 핑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게 양다리의 기본 덕목입니다.

마침 일산에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빛나리 아닙니다.

빛나리는 일산 살지 않습니다.

저도 만나 지 오래되었는데, 지금쯤은 도인이 된 듯합니다.

 

일산에 사는 친구는 집은 일산이지만 직장은 서울이어서

퇴근하는 길에 내가 일하는 곳으로 지나갑니다.

자주 들러서 당구치거나 그냥 수다떨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두 여자가 다 압니다.

한 여자는 호프집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매우 절친한 사이로 소개했고,

이쪽 여자 만나는 날엔 저쪽 여자에게 그 친구 만나러 간다고 말하고,

저쪽 여자 만나는 날엔 이쪽 여자에게 그 친구 만난다고 했습니다.

중간에 끼어서 훌륭한 변명거리가 되어준 친구죠.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친구 만나면 이 정도 도움은 줘야 합니다.

세상에 나쁜 친구 많습니다.

 

얼마전 기온이 급강하하여 매우 추운 날, 빛나리라는 친구가 일산에 왔습니다.

알고 지내봐야 큰 도움 안 되는 이 시대의 변태입니다.

길에서 한참 서있다 만났는데 빛나리 차에 오르니 차 안이 매우 따뜻했습니다.

아니, 더웠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운전하는 빛나리를 보니

녀석은 그대로 두꺼운 파커를 입고 운전을 하더군요.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놈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조금 지나가더니 이번엔 운전 중에 털모자를 썼습니다.

나는 이 녀석이 정말 추위를 많이 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더니 핸들 조작 틈에 힘들게 가죽장갑을 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놈 다봤습니다.

그러더니 그 추운 날씨에 창문을 다 열고 그것도 모자라 선루프 까지 열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개새끼.

그럼 미리 말이라도 하지, 난 어쩌란 말입니까????

그게 최근 만남이었습니다. 친구는 도움이 되는 친구를 만나야 합니다.

 

 

4.

 

그런 양다리 생활도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편의상 양다리 A와 양다리 B로 나눕시다.

먼저 만난 양다리 A는 나름 색끼가 있어 차 안에서도 잘 합니다.

특히 좁은 공간을 이용해서 빨아 주는 게 예술의 경지에 이를 정도입니다.

또한 몸도 유연하여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한 ‘틈’을 만들어줍니다.

좋긴 하지만 가끔 널찍한 침대 의에서도 해보고 싶어서

모텔 가자면 자기는 분위기가 쉽게 안 잡혀서 이런 분위기에서 그냥 해야 한답니다.

그러면서 언제나 큰소리칩니다.

 

“모텔 안가서 좋잖아?”

“.......”

 

맞는 말입니다.

 

 

양다리B는 A에 비해 상당히 조신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B를 만나면 차안에서도 항상 가벼운 선에서 애정표현을 하다 그칩니다.

내가 특별히 신사적이어서가 아니라,

보통 B를 만나면 불과 며칠 전에 A와 차에서 한번 했을 테니

그 다지 아쉬울 것도 없고,

또 B는 A처럼 잘 빨아주지도 않아 잘 서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A는 A대로, B는 B대로 지내며

가공할만한 양다리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있었습니다.

 

 

5.

 

어느날 밤 늦은 시간 A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냥 기다렸다가 A를 만나면 간단했던 것을, 약간의 시간이 남는다고

그 틈을 이용해 B를 만난 것입니다.

그러면서 B에게는 조금 이따가 일산에서 친구만나기로 했다며

늦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고 연막을 피웠습니다. 참 가증스럽지요.

그런데 헤어질 무렵 문득 B가 심각한 얼굴로 내게 말했습니다.

이야기인 즉 참 황당했습니다.

 

왜 자신에게 모텔가자는 말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도 매력이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매우 당황했습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어제 심하게 떡을 쳤더니 너랑은 못하겠어’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가자는 대로 모텔에 따라갔습니다.

친구하고 약속이 있어서 곤란한데...를 혼잣말처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따라간 거 A를 포기하기로 하고

B에게는 원래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서 떡치는 거야 몸만 제대로 말을 들어주면 괜찮은데, 문제는 A와의 약속이었습니다.

A는 성질도 더럽습니다. 일단 대충 오늘 못 간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A는 이미 집을 나섰던 모양입니다. 매우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모텔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주머니 속 핸드폰은 신경질적으로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안 받으면 더 큰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먼저 샤워 한다고 하고 욕실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예상대로 온갖 신경질을 다 부리고 있었습니다.

매우, 상당히, 몹시 열이 받은 상태였습니다.

평소 같으면야 나도 큰소리를 치든가 아니면 알아서 하라고 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그래 너 잘났다 하고 끊었을 겁니다.

그게 하나를 버려도 여유 있는 양다리의 장점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 때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떻게든 좋은 말로 설득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단 설득을 시키고 잘 넘겨야 잠시 뒤에 벌어진 떡의 향연에 영향이 덜 가겠지요.

괜히 거기서 미리 흥분해 버려

정작 흥분해야 할 상황에 몸이 말을 안 들으면 비참해집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조심, 심지어 비굴하리만큼 저자세로

고분고분 상대의 말을 들었습니다. 거의 엎드려 사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진하게 사랑해준다고 몇 번씩 말했습니다.

그래서 겨우 사태를 진정시켰습니다.

화는 조금 났지만 일단 급한 불(?) 끄고 나중에 응징하리라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욕실을 나서자마자,

침대에서 기다릴 줄 알았던 B가 욕실 문앞에서 나를 무섭게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아까 전화로 화를 낸 A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수퍼사이언으로 변신해 있었습니다.

욕실 밖에서 통화 내용을 다 들은 것이었습니다. 좆됐습니다.

 

 

6.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의연하게 왜 그렇게 쳐다 보느냐고 말했습니다.

뭐 걸렸어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여기서도 뭐라 그러면 얼른 버리고 A에게 잘 보여야지요.

이게 양다리의 장점 아니겠습니까?

 

무섭게 노려보던 B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이제 당신이 왜 나랑 모텔을 안가는 지 알았어. 남자를 더 좋아했군.

정말 그런 남자도 있었어. 난 남자보다 매력 없는 여자가 되나?
그리고 더러워!!”

 

 

그리고 그냥 방문을 나서버렸습니다.

욕실에서 내가 통화한 사람이 늘 만나는 친구인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해명도 못했는데, 해명도 난감했습니다.

남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면 공식적인 양다리가 되고,

남자가 맞다고 하면 이건 더 이상한 놈이 되고.....

 

 

그렇게 나의 양다리 프로젝트는 비참하게 막을 내리게 됩니다.

양다리는 각각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습니다.

그 뒤로 두 사람 무두 연락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두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사이여서

둘이서 만나 내 얘기하면 내가 게이가 아니라는 걸 알테니

그나마 다행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양다리 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일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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