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지금 거신 전화는.....(야한 내용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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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699회 작성일 17-02-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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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보면 큰일나겠지만......
어딘가에라도 뱉어내고 싶은 마음에 끄적여 봅니다.



그녀를 떠나보낸지 벌써 몇년, 그녀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유학을 떠났고, 그녀의 핸드폰 번호는 아무도 받지 않는 전화번호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끔 우울한 일이 있거나, 무언가 털어놓고 싶은 기분이 들때면, 신호음과 함께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국번이거나.....' 이라는 멘트만 반복해서 들리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그 녹음된 기계적인 멘트 저 너머로 마음속 깊은 곳 이야기를 꺼내어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금 거신 전화는....' 라고 말하는 그 멘트가 나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어, 하루를 여는 아침인사가 되고, 그리고 자장가가 되어 지친 하루를 위로해 주는..... 마치 그녀의 목소리인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날도, 술김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녀에게, 사실은 그의 번호가 들려주는 '지금 거신 전화는.....' 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전화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고,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귀국해서 이 번호를 다시 쓰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것 같았고, 그녀와 함께 했었던 지난 기억이, 그리고 마지막을 함께 했었던 그날 저녁의 쓸쓸한 가로등 불빛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무엇때문에 귀국했는지, 혹시 함게 유학을 떠난 사람과 헤어지고 귀국을 한건 아닌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갔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킬 수 없어 다시 한번 그녀의 목소리인지 확인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녀의 핸드폰에 내 번호가 보일까 싶어, 재빨리 공중전화로 가서 그녀의 번호를 누르고, 숨죽이며 수화기의 신호음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고...............



그렇게, 마지막 남은 그녀와의 연결 고리는 끊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일리가 없었으니까요.


몇년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그 번호는 누군가 다른 이의 번호로 개통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그 사람 대신 내 곁을 지켜주던 그 목소리는 들을 수 없을 것이고, 이제는 정말로 쓸쓸하게 아침을 맞고, 외롭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연습을 해야 할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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