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군 복무시절 만났던 프로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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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398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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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경방에 올라오는 글들이 뜸하네요.

다들 새해라서 바쁘시게 생활하시느라 그런가요?

그동안 경방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고 저도 제 경험담을 쓸려고 했는데,별

로 이성간의 경험도 없고 특별나게 재미난 것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포기했습

니다.

얼마전 낙방에 올라온 이등병의 이야기와 아래 자유성님이 올려주신 군대 이

야기를 읽어보고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물론 여자분들은 싫으시겠지만요.

저는 절대로 여자도 군 복무를 해야한다고 빡빡 우기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

다. 다만 - 지금 이 밤에도 이렇게 우리가 편히 잠들수 있고, 네이버3에 들어와서

즐기는 것들도 전방이나 해안에서 밤을 새가면서 고생하는 우리 젊은 청년들

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항상 고맙게 생각해 달라는 부탁뿐입니다.

저는 군복무를 장교로 만36개월 복무한 사람입니다. 훈련기간까지 하면 3개

월 더 보태서 39개월입니다.

결코 짧지않은 기간을 복무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제가 근무한 부

대가 신병교육대 이나보니 많은 사람들을 접해보면서 어떤이에게는 도움을

주고, 어떤이에게는 제가 도움을 받고, 어떤놈과는 씨발 하면서 싸운적도 많

고, 어떤분한테는 무지하게 많이 야단맞으면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그중 기억나는 몇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근무한 부대는 흔히 따뜻한 남도 지방이라고 하는 전남 광주입니다.

소위로 임관해서 상무대에서 4개월간 교육받고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사단 신

병교육대에 배치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소위로 해당부대를 가면 일단 전방은 지오피 근무, 후방은

해안근무인데 저는 운이 좋았지요.

때는 94년 12월 제가 중위로 진급을 한지 얼마안되는 때입니다.

그당시에는 방위복무라는 제도가 있어서 신체등급이 떨어지는 자원들은 4주

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해당 거주지에서 군복무를 하는 제도입니다.

제가 있는 중대만 현역자원들을 교육하고,나머지 3개중대는 방위병을 교육시

킵니다. 광주지역에 있는 프로야구선수들중 방위로 판정난 선수들이 시즌이

끝난후 입대하기 위해서 저희 부대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데, 이번에 오는 선

수중에 상당히 유명한 선수가 둘이나 있더군요.

한명은 팀의 간판타자,한명은 팀의 주축투수 (공지사항을 읽어보니 실명을 거

론하지말라고해서 이니셜로 대체합니다.)

둘다 모두 L로 시작하는 선수입니다.

이중 타자인 L은 막사를 같이 사용하는 중대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만날수 있

었습니다. 나이는 그당시 저와 동갑이었지만 그 친구는 훈련병이고,저는 소대

장겸 교관이니 하늘과 땅 차이지요.

제 중대가 아니어서 제가 직접 교육이나 내무생활을 지도하지는 않았지만 자

주 만나서 야구얘기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훈련소 생활하면 떠오르는 것이 춥고,배고프고,졸린 기억이 많이 나실겁니다.

아무리 사회에서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라도 훈련복 입혀놓으면 영락없이 초

라해 보입니다.

제가 식당가는 길에 우연히 이 친구를 만나서 손등으로 배룰 툭 쳤습니다.순

간 이친구는 관등성명을 크게 복창하더군요.근데 손등에 전해져오는 느낌이

사람배를 친게 아니고 무슨 콘크리트 바닥을 친 느낌이 드는 겁니다.그래서

웃옷을 들어서 배를 보니 살은 별로 없고 몸 전체가 완전 통뼈 그 자체더군요.

이 친구가 얼마나 빠르냐 하면 선착순을 시키면 출발은 맨 나중에 하는데 언

제나 일착에 들어옵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하고 또 당시 광주를 연고로 하는 팀의 팬이 었기에 저는 최

대한 이들에게 잘 해줄려고 했습니다.

제 선배중 한분이 두산베어스골수팬인데 이 친구 얘기를 했더니 당장 야구공

한타스를 보내서 싸인좀 받아놓으라는 겁니다.일반병이었으면 그냥 하겠는

데 그놈의 장교 체면이 뭔지, 주위 눈치때문에 영 껄끄럽더라구요.

그래서 눈치보다가 제가 일직근무를 서는날 윗 중대 일직하사가 제 고등학교

후배라서 이 친구 불침번설때 아래로 내려보내라고 부탁을 해서 새벽2시에 교

관연구실에서 단둘이 만나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당시 훈련병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상당히 겸손하고 예의가 잘 갖춰진 사람

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먼저 그 친구에게 200원짜리 단팥빵과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었습니다. 그 친

구 정말 맛있게 먹더군요. 역시 훈련병때는 배가 고푼가 봅니다. 야구공 한타

스를 내주며 싸인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주더군요.

제 이름도 넣어주고,제 선배이름도 넣어서 말이지요. 지금도 이 싸인공을 제

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훈련기간중 이 친구는 전투화를 신지 못했는데, 발목이 안 좋더라구요. 시즌

중에는 적당한 물리치료를 하니까 상관이 없는데 군대에서는 바로 증상이 나

타나서 발목이 많이 부어있었습니다.야구선수들을 보면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쪽으로만 던지고,달리고,쳐서 몸의 균형

이 한 곳으로 너무 치우쳐서 그렇지않나 추정해봅니다.

어쨌든 무사히 4주 훈련을 마치고 이 친구는 사단 정훈과에 배치를 받아서 나

머지 군복무를 했습니다.

주된 임무는 아침에 각 부대별로 신문돌리기,각 부대 위문공연시 찬조출연 등

이 이 친구의 군생활이었습니다.

그후 이 선수는 방위복무를 마친후 팀을 2년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

고, 일본에 진출해서 활약을 하다가 다시 국내로 복귀해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플레이오프 기간중 kbs스포츠기자가 kbs홈페이지에 일본가서 취재했을

때와 또 국내로 와서 선수협과 관련한 일들로 글을 올려서 물의를 일으킨 적

이 있었는데,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정말 야구를 사랑하면서

즐기고, 그리고 항상 자기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플레이하는 선수라는 겁니다.

몇몇 선수들을 보면 재능이 있으면서도 노력을 안하는 경우가 있는데,이 선수

는 정말로 노력많이 합니다.

대학재학시절에도 여름에 남들 다 그늘에 있을때도 항상 운동장을 뛰면서 체

력훈련을 했다고 하더군요.

올해에도 많은 활약을 기대하면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기원합니다.


또다른 투수 L은 제가 직접대면 한것이 한번밖에 되지 않아서 별로 적을게 없

지만 제가 사실하나만 알려드리지요.

이 친구가 있는 중대에 제 동기가 2명이나 있어서 불러서 직접 봤는데 정말 힘

세게 생겼습니다. 마당쇠같이.

이 친구한테는 사인만 받고 사인볼은 못 챙겼습니다.

투수를 하다가 부상으로 계속 재활훈련후 작년 타자로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이 친구는 오른팔이 기형적으로 휘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 사실은 이 친구와 고등학교때 같이 선수생활을 했던 친구에게서 들었는데

나중에 제가 위에적은 L선수에게도 물어보았더니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투수생활은 오래 못할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작년에 서울에서 열린 경기중 대타로 나와서 당대 최고의 왼손 마무리 투수로

부터 역전 2루타를 때려서 화제를 낳은 선수입니다.



원래는 군 복무중 경험했던 여러 얘기들을 쓸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프로야구

로 흘렀네요.

다음번에는 정말 가슴찡하고,놀랍고,쇼킹하면서,인간미 넘치는 얘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 광주에서 군복무하면서 무등경기장 한번도 못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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