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아름다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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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448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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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
낙방에 kmgsex님이 올린 돈 많은 졸부들의 돈지랄 하는 얘기를 보고
저도 하나 올려봅니다...



어제오후에 집으로 오는길에 지하철에 올라 탔답니다.
어느 미남자가 내 앞에서 서있었는데 전 그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피부가 참 깨끗하다는 인상과 함께 좀전에 군대를 갓 제대한
듯한 짧은 스포츠머리, 그리고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
아마도 군대를 제대하고 여기저기 직장을 알아보러 다니는 듯한
인상을 풍겨주었었지요.

그러나 피곤에 지친 표정은 어느 지하철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얼굴입니다.
물론 나역시도 피곤에 지친 표정이구요.

그 남자는 내 옆에 자리가 생겨서 내 옆에 앉게 되었구요.
옆에 앉아서 보니 손에 반지가 껴있었습니다.
아마도 ROTC나 해군같은.....그런 사람들이 제대후 끼는 반지.
그때 좀더 확신을 했더랍니다.
군제대후 직장을 알아보러 다니나 보다...라고...


한참을 갔답니다.
중간정도 가니까 어느 할아버지가 종이를 사람들에게 한장씩 나눠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주신 종이에는 일제치하를, 6.25를 , IMF를 격으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지냈지만 제대로 공경받지 못하고
밥한끼 제대로 먹지못하는 우리의 노인들을 위해, 급식하는데
조금만 도와달라면서 천원을 기부해달라는 것이였습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같은 칸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꺼내주기보다는
제대로 읽지도 않고 자는 척하면서 다시 할아버지에게 주었지요..
아니 주기보단...할아버지가 주워가셨지요..
그 표현이 제대로 맞겠군요..
나역시 지갑을 열기보단 할아버지가 내 손에 있던걸 가져가시게 두었구요..

그러나..
옆에 있던 그 남자는 틀렸습니다.
지갑을 꺼내서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탈탈 털어서
할아버지의 손에 그 종이와 함께 드렸습니다.
보기에도 사오만원은 되보이는 돈을 할아버지께 드리자 아무말씀 없이
그저 자리를 돌아다니시던 할아버지의 표정에 당황함이 비추어지더군요.

한사코 거절하시면서 천원만 가져가시겠다고 하는 할아버지
끝까지 가져가시라고 하는 청년...
부담되어 싫다는 할아버지께 청년은
그럼 천원짜리하고 오천원짜리만 가져가세요...
라고 말을 하더군요..
오천원짜리도 싫다고 하시는 할아버지 주머니로 억지로 돈을 넣어주는
그 남자를 보면서...
옆에 있던 저는 너무너무 창피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지갑을 열어서 나도 천원짜리 한장 쥐어드릴 용기를
그때도 가지지 못했었지요...

아마도...같은 칸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지 않았을까요...
할아버지의 손자나이와 비슷할 나이의 남자에게 연신 허리를 구부리면서
마치 코가 땅에 닿을 만큼 인사를 연거푸하시는 할아버지에게
그만 인사하라고 어깨를 잡는 남자...
너무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더군요..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내가 너무너무 창피하게 느껴지구요...
머리속의 생각은 두분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지갑을 열어서
너도 돈드려돈드려..그러면서도 혹시나 옆에 있는 사람때문에
주는것처럼 보이진 않을까하는...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인지..
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내지 못한 내가 너무너무 창피했습니다.

돈....
쓰기나름이지요...
갑부들, 졸부들, 자신들의 겉치레에는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이런 어르신들껜 몇명이나 돈을 아끼지 않을까요..
그 청년이 가지고 보여준 꼬깃한 돈이야말로 진정 빛나는 돈이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내가 매일같이 출퇴근 하는 지하철..
그곳에서 참 별의별 사람을 다 봅니다.
전 지하철을 타게 되면 사람들의 신발을 보곤 하지요
대부분이 기성화를 신고 있을텐데 모두들 다른 신발을 신고 있고
누구하나 같은 신발을 신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각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하철...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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