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어장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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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520회 작성일 17-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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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사실 소소한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드라이브부터 오피스텔까지는 제가 나름 그렸던 시나리오였습니다.
문제는 살정제부터 그 이후로 1년은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이었던 거죠. ^^
지금 그 여자로 인해 제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전혀 없습니다.

유학을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지금...싱글맘입니다.
아이를 담보로 결혼하려고 했지만 남자로부터 버림받은...살려고 발버둥치는 그녀의 현재는...
업보라면 업보겠지요.

...

댓글에도 보이던데 요즘은 "어장관리"라는 말이 꽤 자주 쓰이더군요.
기발하고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저를 "one of 물고기들"로 생각하고 있지요.
이런 "어장관리녀"가 제가 생각하는 가장 편한 부류라 한 번 적어봅니다.

어장관리녀를 "다루는" 레벨이 되려면 물론 "독점욕, 소유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앞서 인사말에 적은 이십여명을 전부 "거느리려" 했다면 전 아마 지금쯤 전국구가 되어있었을겁니다.
누군가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고 비참해하는 경우가 당연히 있겠습니다만
지속적으로 접촉이 가능한 경우라면 최대한 역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역이용보다 뭔가 따뜻한 표현이 있을 거 같은데...


매일매일 전화가 오는 걸 "어장관리"라고 하지는 않지요.
보통 1주에서 길게는 1~2개월에 한 번 정도 연락이 옵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망각"을 활용합니다.

예컨대, 일단 전화를 받으면 여보세요하기 전에 한숨부터 쉬어준다면?

"후....."
"왜?"
"너무하는거 아니야?" <- 대사는 조금씩 바뀜
"왜에?"
"영화보자며?" <- 역시 바뀜 (맛집, 쇼핑, 이벤트 등등)
"내가 언제?"
"ㅇㅇㅇㅇ 보자(하자)고 했잖어."
"내가? 그랬나?"
"내가 왜 한숨쉬었는지 알겠지? 기다리는거...적응될만하면 전화하네."
"미안 미안...내가 좀 바빴어."

굉장히 반가워하는 헐리웃 액션 섞인 응대가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심어주고,
그 다음부터 바로 전화해줘서 기분이 업됐다는 말, 뭐하느라 연락이 뜸했는지, 연예인이 따로 없네,
계절에 맞춰서 너 봄에 제일 물오르잖아 지금 좀 잘나가겠네 등등 손발 안오그라들 정도로 띄워줘봅니다.
이러면 어장관리녀는 "관리"하는 긍지와 보람을 느끼지요.
언제 어느 상황에서 전화를 하든지 자신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

위에 말한 "망각"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떡밥이 필요합니다.
멘사클럽 수준의 기억력이 아니더라도 전혀 뜬금없는 말을 상대방이 했다고 우겨대면...돌아오는 건 의심뿐.
떡밥은 대부분 구체적인 약속이 아닌 "시간나면 ㅇㅇㅇ 하자." 입니다.
"언제 되는데?" 라는 질문이 왔을 때 또는 처음에 제의하면서

1) 제가 시간이 없을 때는 "조만간"
2) 시간이 있을 때는 "너 편할 때가 언젠데?"
3) 좀 눌러줘야겠다 싶을 때는 "며칠, 며칠, 며칠 중의 하루 골라봐"

...

기억력이 남다르게 좋다든지, 순간대처능력이 뛰어나다든지..
지금까지 저보다 내공이 심오한 여자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두 명이 떠오르네요.

한 명은 2년 째 작업중입니다.
이제서야 농담할 때마다 제 팔을 툭툭 치고 장난으로 손을 잡는 수준일 정도로 별 진전은 없지만
특별히 의욕을 불태워야 할 필요는 없으니 그저 세월을 낚는다는 기분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다른 한 명은 알게된 지 올해로 5년째인데 처음 2년 동안은 제가 완벽하게 정신적으로 말렸습니다.
이 여자가 나를 "관리"하고 있구나라는 자각이 든 순간! (그때는 "어장관리"라는 개념을 몰랐으니...)
그 후 2년간 아예 연락을 끊었다가 어느 정도 제가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다시 연락을 넣었고
6개월 동안 작업해서 MT로...그 후 1년을 애를 태우다가 지난 달부터는 월 1회씩 MT에서 눌러주고 있습니다.
나름 정조관념이 투철했었는데 이젠 제가 "여보"가 됐습니다. 물론 서로 가정을 깰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은 따로 쓰겠습니다. ㅎㅎ)

...

가볍게 가볍게 가려고 쓰는 글인데 위로를 해주시니까 멋적습니다. ^^
아무튼 즐거운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만...정말 감사합니다.
 따뜻한 분들이 넘치는 곳이군요.
인사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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