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엄마..삶..그리고..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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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968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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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하나 멀기만 한 세월..
단하루를 살아도 나는 편하고 싶어..
그래도 난 분명하지 않은 갈길에 몸을 기댔어..
날마다 난 태어나는 것였고...
나 날마다 또다른 꿈을 꾸었지
내 어깨위로 짊어진 삶이 너무 무거워
지쳤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때
다시 나의 창을 두두리는 그대가 있고
어둠을 걷을 빛과 같아서 여기서가 끝이 아님을
우린 기쁨처럼 알게되고.........
산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한 거지.....

김종찬의 산다는 것은 이라는 노래입니다...
유정이가 참 좋아하는 노래이지요...


군에 가있는 남동생이 가끔 핸폰으로 문자를 보내곤 합니다.
어제도 문자가 왔더군요.
큰누나 잘지내지? 엄마 생일이다. 대신 잘 해줘..
어제가 울 엄마 생신이였네요..
어휴...난 그것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비온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또 술한잔 하려 했는데...
그러고 봤더니....엄마 생일 한번도 기억한 적이 없네요..
모두 동생들이 알려줘서 나도 기억했던 척...

엄마....
저에겐 참 정이 안가는 분이였습니다.
어렸을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생활했던 저는
엄마와 아빠한테 별로 정이 없죠.
하긴...지금도 마찬가지인것 같네요.
그러나 지금은 나때문에 가슴아파하고 쓸쓸해하시는 모습이
때로는 애처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나이가 든 지금도 매일싸우고 소리지르고..만만한게 엄마인것 같습니다..
엄마와 너무나 비슷한 얼굴이라는 소릴 들으면 어리때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도 않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립니다..
너무나 엄격하고 너무나 보수적이셔서 매도 참 많이 맞았던것 같습니다.
장녀라서 동생들이 잘못해도 대신 맞고, 내가 잘못하면 더 많이 맞고..
어릴때부터 그런 엄마와 아빠가 너무 싫었고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으로
친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공산당일거란 웃기는 상상도 하곤 했습니다.

그런 우리 엄마...
요새보니 참 많이 늙었더군요.
나때문에 속이 상해서 어느날 갑자기 파삭 늙어버린 엄마가 요즘따라 참 애처롭습니다.
부모님, 여동생, 저, 그리고 울 딸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당신의 생일이기에 당신이 좋아하는 걸 드시라고 뭐가 먹고싶냐고 물었는데
엄마는 내 딸의 손을 꼭 잡으면서...

그냥 찜닭이나 먹자...아무거나 먹으면 된다.
니 딸이 닭좋아하니까 그거나 먹으러 갈까..

그말을 들은 여동생이 버럭 화를 냅니다.
엄마 생일이지! 언니 딸 생일이야? 엄마 먹고싶은거 먹자니깐...

아니다... 어른은 아무거나 먹지만 애들은 안그렇잖니..

그래서 결국엔 찜닭을 먹으러 갔네요...
닭을 드시면서도 내내 손녀딸에게 살을 발라서 먹이고....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고 계셨습니다.

엄마.......왜 울어?
아니 그냥.....매워서..눈물나네..
엄마.......바부지?
.................

술한잔 못하시는 엄마가 술한잔 하셔야 겠다고 하시네요...
이미 소주는 아빠와 여동생이 하고 있었고
전 엄마와 둘이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홀짝홀짝....
반잔도 안되는 술을 놓고 몇번이나 나눠마시고...난 그새 한병을 다 마셔버리고...
가끔 내 딸의 애교섞인 노래만이 웃음을 줄뿐..
아무말도 없이 그렇게 우리의 저녁식사는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집으로 올라가려하는데 노래방가자는 엄마의 목소리...
울 엄마 사실 노래 엄청 못합니다.
노래하나 제대로 알지도 못합니다.
종이 울리네...꽃이 피네..새들의 노래.....
그 노래 제목이 뭔진 모르지만...꼭 이노래의 여기앞부분만 부르고 마십니다.

니딸이 노래방을 가고싶어할것 같아서...어여 가자..

방하나 잡고, 아빤 술이 약간 취하셔서 박자도 발음도 다 틀리는 상태에서
노래를 신나게 부르시고, 저와 여동생은 그런 아빠의 뽕짝노래에 맞춰서
춤도 추고 대신 노래도 불러주고, 울딸은 신나서 춤을 추고....
엄마는 의자에 앉아서 말없이 박수만 쳐주고 계셨습니다.
엄마도 하나 불러봐...
싫다..보는 것도 재밌다...

식구들.....모두 노래방 처음으로 간것이였습니다...
엄마가 왜 노래를 안하고 박수만 치시고 계신건지 잘은 모르지만....
처음으로 간 노래방에서의 시간도 그렇게 끝나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올라오면서 울 엄마 등에 업힌 울 딸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습니다.
걸어가...할머니 힘들단 말야...
시러......우리 할머니야~~
야~~니네 할머니냐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 등 휜다~~
시러!! 할머니 우리할머니지???~~으앙~~~~~~

괜히 엄마가 처량하게 느껴지고 삶을 짚어지신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당신의 옷한벌 제대로 입어보시지 못하고, 새옷이 있어도 결혼식때나
입겠다고 꽁꽁 잘 싸놓고, 새양말이 있어도 나중에 신겠다고 하고...
새신이 있어도 나중에 신겠다고 하고..
그러다가 정말 입을땐 유행이 지나서 촌스럽게 느껴지고...
관절염은 심해가는데 치료하나 제대로 못하고 아직도 일을 하고...

집으로 올라오면서 엄마옆에서 걸으면서 말했습니다.
엄마.....이제 병원좀 가봐.....그러다가 못걸으면 어떡해..

됐다. 못걸으면 죽으면 되지. 뭐가 무섭다고...

애들은 결혼시키고 죽어야지 벌써 죽어?

니아빠 비기싫어서 아빠가 병원에 델고갈때까지 안간다....


집에 왔더니 이미 여동생과 소주 두병을 드신 울 아빤 오시마자자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주무시고 동생도 머리가 아프다면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봤더니 여동생이 참 많이 고생한 하루이네요...
나이가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아직도 사이가 안좋은 부모님을 어떡해서든
분위기좋게 이끌어가려고 애쓰고 아빠와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마이크잡고 노래하고 애교도 부리고...
애교 하나도 없는 저랑은 참 많이 다릅니다..


술한잔 했더니 졸리다..이제 그만 가
에이...엄마...맥주 반잔이 무슨 술이라고?

또 눈물을 후두둑하고 떨구십니다..
잘살아야지...내가 너한테 못해준게 너무나 많다...미안하다...
옛날부터 엄마 노릇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미안하다..
딸은 엄마인생 따라간다더니..혹시나 내가 이래서 너도 그런가싶어...
산다는게 참 많이 힘들지?...
같이 있어도 뭐하나 해주는게 없네......
이제 가서 자....

아휴!! 엄마 왜 울고 그래.. 생일날 울면 어떡해?짜증난다....
기분좋았는데 엄마가 울어서 기분다 나빠졌다. 엄마 나 간다. 잘자요..

누워서 생각해보니...엄마한테 생일축하한단 말도 안하고 왔네요...
바보같은 딸래미입니다......
이제 효도받아야 할 나이에 당신의 못난 딸걱정으로 눈물을 훔치는 엄마가
많이 밉고 많이 바보같습니다...
이젠...당신과 둘이서 이런 대화도 나누고.....
그래도...엄마가 당신이 살 날을 걱정안하는게 밉고 바보스럽습니다..


산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의미는 충분한 거지....

오늘따라 이노래가....가슴에 참 많이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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