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재밌는 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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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746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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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얘기는 아닙니다.


작년말 보일러를 바꿨습니다.
바람만 불면 자꾸 재가동이 들어오고 소리가나서,
쓰기도 오래 썼지요.
전 주인이 쓰던것을 우리가 이사오고도 5년 넘게사용했으니까요.

아는 사람을 통해서 공장도가로 사게 구입했고
설치기사를 불러서 설치를 끝냈는데 기사 하는 말이,
'이건 너무 크고 구형이라 내부에 동이 많이 들어있어 고물상에 갔다주면 4-5만원은 받겠네요.'
그도 그럴것이 함께 떼어내는데 무게가 40-50kg 은 족히 될거 같았습니다.

4-5만원.
난 그말이 떼어낸 보일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기사가 가고 난 보일러를 한쪽 구석에 밀어놓고
출퇴근 시 오가며 고물상을 찿아 보았습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통 고물상이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려 20여일 가까이 오가며 신경쓰고 찿아보았으나 우리동네에는 없는 듯 싶었습니다.
'공연히 욕심만 갖고 짐만되고 귀찮은 것을.....'

그러다 얼마전 일요일.
점심을 먹고 바람쏘일려고 주변 공원으로 가고있는데
앞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손수레를 끌고 가고있는데 그 수레위에
부서진 의자, 신문 뭉치, 찌그러진 냄비등 온갖 고물들이 싣려있었습니다.

나는 얼른 앞으로가서 보일러를 가져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누가 먼저 듣고 가져가기라도 할까봐 빨리 우리집으로 가자고 서둘렀습니다.
집에와서 보일러를 보더니 할아버지는 만족하는 기색이 역역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동네를 돌며 온갖 폐품을 주어다 산너머 고물상에 팔아서 하루에 1-2만원을 받아 그돈으로 생활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점심먹으러 들어가는 길이라는 말에 난 아내에게 점심을 차려드리도록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극구 사양을 햐셨으나 식사를 하도록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난 할아버지와 함께 보일러를 들어 수레에 싣어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내내 나에게 말을 높어서 하셨고 떠나면서는 내가 민망 할 정도로 고개를 숙여 고맙다고 하면서 떠나가셨습니다.

난 지저분하고 커다란 보일러를 치워서 속이 후련했습니다.
아내는 4-5만원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그리고 그날밤 눈이 내렸습니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 눈이 반가운 것 만은 아니었습니다.
내일 출근도 걱정이고...
그렇게 걱정하며 잠을 자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려고 계단을 내려와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눈이 제법 쌓여 있엇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현관 앞쪽에 쭉 눈이 치워져 길이 나 있었습니다.
'수위아저씨가 여기까지 쓸어 주었나?.'
원래 아파트 동 사이길만 치워주더니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것은 옆 현관앞은 눈이 그대로있고 우리 현관앞에만 눈이 쓸려있는 것이었습니다.

난 별다른 생각없이 지나가다 옆으로 나란히있는 수레바뀌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무슨 자국일까 했으나 수레바퀴 자국인 것을 알고는 머리가 '멍' 했습니다.
어제 할아버지가 쓸었다는 증거는 없으나 충분히 추측은 들었습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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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조그만 도움에도 서로 고마워하고 감사해하는 마음이드는데
현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으니....

이번 설날에
할아버지가 어디사는지 알면 음식이라도 조금 가지고 찿아보기라도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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