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아내에게 바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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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694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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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bb3772님께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쓴 글을 읽고 저도 몇자 적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동갑입니다.

서로 만난 것은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가서, 막 이등병때였습니다.
대학 동기넘의 여자 친구의 친구였지요.

그냥 장난 비쓰무레하게 만나게 된 날, 전 지금의 아내에게 내 과거를 주절 주절 얘기해주고 말았습니다.

여자가 많았다.
이제는 더 이상 연애를 안할련다.
그리고....
엄청나게 술을 많이 먹은 그날,
전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아마도 나랑 결혼하게 될거요" 라고...
참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선이 닿은 우리는 제가 2주에 한번 꼴로 외박을 나올 때마다 만났습니다. 물론 일차를 동료들하고 하고 나서 술이 거나하게 취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가지고 나오게 하는 못되고 못난 남자 였습니다.

그렇게 한 1년여를 사귀다, 어떤 이유에선가 전 그녀를 뒤로 두고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그녀, 서럽게 오랫동안 운 것을 잘 압니다. 친구를 통해서 무수하게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이후에 10여차례 그녀의 편지를 받으면서 난 답장은 커녕 전화 한번 하지 않았고, 그렇게 몇개월을 지났습니다.

절 만나기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던 그녀.
절 만나서 제 군 복무 기간때문에 대학원을 들어갔습니다. 가족들의 결혼 성화를 모면하는 유일한 길은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가 제대를 했습니다.

제대를 한 3일후에 군에 같이 있던 친구넘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때 우리를 소개해줬던 친구넘의 여자 친구애가 그녀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의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그녀는 날 많이 그리워 하고 있다고...

전 속으로 많이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다시 연락을 해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면, 우리는 이제 다시는 헤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친구넘의 여자친구의 간곡한 부탁인지 협박인지에 무릎을 꿇고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녀는 화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달려 나왔더군요.

괜찮아 질만한 시간이 흘렀슴에도 그녀의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었고 꺼칠해 보였습니다. 왠지 가슴 한구석이 쓰리고 아팠습니다.

"잘 지내길 바랬는데..."

'저도 그럴려고 했는데...'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녀와 난 다시 커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에 우리는 서로의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그 다음해 가을에 결혼을 해서, 지금 아들 딸 둘을 낳고 가끔은 알콩달콩 또 가끔은 티격태격... 그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뽀해서 눈에 띄던 그녀. 지금은 40이 되어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얼굴에 잔주름이 생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사랑과 연민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나는 내 아내. 난 그녀에게 늘 감사하며 사는 못난 팔불출입니다.

그런 그녀...

얼마전에 절 감격시키고 울린 그녀 얘기를 쓰겠습니다.

원래가 운전 따위를 좋아하지 않던 저는 평소에도 늘 기사 딸린 차 아니면 안타겠다는 허황되고 황당한 고집을 꺽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결국은 운전을 배우게 되었고 그렇게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양주 좀 마시고, 2차로 와인 하우스에서 와인 몇잔 마신게 다였는데, 그날 따라 컨디션이 않좋았는 지 아니면 사고가 날려고 그래서 그랬는 지, 탈때는 몰랐는 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중이었습니다.

어떻게 사고가 났는 지도 잘 기억이 없습니다.
앞차가 끼어들었는 지 아니면 내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밟은 것이 엑셀을 밟았는 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앞차를 박고, 그 옆 차선의 차도 박고, 그 사이를 들어가 그 앞의 두대를 들이 박고... 총 5대를 심하게 박았습니다.
그것도 벤즈까지 있었습니다.

어느 사이에 경찰이 왔는지...

전 꼼짝 못하고 백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서 음주 운전 판정을 받고...

여하튼 보험도 안돼는 상황에서 물경 이천만원 가까이 금전적인 손실을 입은 저로서는 정말 참담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전전 긍긍하던 어느 날 새벽 2시경 담배라도 하나 피울 요량으로 거실로 나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는 절 따라온 아내는 제 허리에 팔을 감고 제 등에 얼굴을 기댄 채,

'여보 그래도 당신 안다치고 다른 사람들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 만족해요.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하는 것이잖아요. 당신 맘 고생해서 몸 상하는 것 그게 더 안타깝고 걱정돼요' 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어른이 돼서 두번째로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이게 사랑이라는 것이구나.

아! 이게 부부의 정이라는 것이구나.

그때서야 전 그녀의 놀라고 아픈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저만 어려움에 처하고 아픈 것이 아니고, 제 주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제 아내도 저만큼 아프고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그때서야 난 전 참으로 바보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 2천만원을 날리고 그보다 몇배 몇십배 큰 아내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뼈속 깊이에 간직하게 되는 보답을 받았습니다.

그 때의 그 일 이후에 잠자리에 들때면 먼저 잠든 아내를 보며 피식 하고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또 그럴때면 조용히 아내를 당겨 가슴에 안아보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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