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가슴 아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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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985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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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전이었나....우리집에 한마리 도둑고양이가 이사를 왔다.
평소 같으면, 당장 쫓아 버리셨을 어머니께서 왠일인지 그냥 받아주셨다.
알고보니, 그 고양이는 만삭이었다.
얼마후, 야생보다도 험난한 도시에서 나고, 자란 고양이여서인지 아무탈없이 집 마당 한 귀퉁이에서 세 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낳았다. 두 마리 얼룩 고양이와 한 마리 검은 고양이......
두 형과는 달리 그 검은 막내 야옹이는 태어날 때부터 무척이나 약했다.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살아가는 문제보다도 당장 며칠이라도 살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다른 두 녀석들과는 달리 유난히 사람을 아니, 어머니를 잘 따랐다. 어머니가 나오시면 멀찌감치 피하는 두 녀석과 그 어미였으나, 그 검은 야옹이만큼은 언제나 슬금슬금 기어와 어머니께 엉기곤 했다. 어머니께서도 그런 검둥이에게 많은 눈길을 주시는 듯 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꽤나 자란 두 형과 아직도 조그맣기만 한 그 검둥이를 버리고 어미는 떠나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도시의 습성에 길들여 진 탓이리라.... 우리 가족모두는 그걸 탓하지는 않았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들은 애완아닌 애완고양이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식사때면 항상 그 녀석들 먹거리를 챙기기 시작하셨고, 내 아내는 그걸 갔다주곤 했다. 나 역시 집에 들고 날때면 '야옹야옹'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날, 태어날 때부터 무척이나 건강했던 두 형 중 맏형이 집앞에서 차에 치어 죽고 말았다. 많은 도시의 고양이들이 죽는 것처럼 그렇게..... 내 입에서는 '어허 참'이라는 가벼운 탄식이 나왔고, 어머니께서는 조용히 그걸 갖다 버리셨다. 다시는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라는 뜻이셨을게다.
이제 두 마리만 남은 우리의 네번째 가족.....어머니는 그 후 그 녀석들에게 더 많은 정을 주셨던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일부러 우리 가족들은 먹지도 않는 참치통조림을 사오시기도 하고, 그 녀석들 먹이도 당신이 직접 가져다 주셨고, 내 차는 그 녀석들 스트로폼 침대로 인해 이제는 아예 주차장에서 완전히 쫓겨나야 했다.
그제 저녁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께서는 이제 날씨가 추워지니 고양이들 살 집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겉으로는 이제 고양이집까지 만들어 주냐고 타박아닌 타박을 했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어머니가 얼마나 많이 그 녀석들에게 정을 주고 계시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이 변변치 않은 아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그 녀석들이 해주고 있기에.......
다음날 오후, 나는 아내에게서 가슴 아픈 전화를 받게 되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죽었다고....그 검은 야옹이가 죽었다고.....야쿠르트 아줌마가 수금하러와서 대문을 닫고 가지 않은 바람에 동네 할머니가 키우는 덩치 큰 개가 들어와 그 약한 녀석을 물어 죽였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내 심장이 내 가슴이 왜 이러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눈에 맺힌 물기를 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더욱더 뭔가가 쓰려옴을 느꼈다. 어머니의 눈물은 40년을 같이 살아오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가슴이 많이 아팠다.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가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도 어머니께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물론 나와 내 아내도 내색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라는 듯 말씀하시는 어머니........나는 그 녀석 운명이 거기까지였을 거라고 어머니와 내 아내와 내 자신을 위로했다. 그걸로 그 일은 조용히 묻혔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이 매우 무겁다.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하신 한 마디....'그래서 정 주지 않으려 했는데......' 평소 애완동물에 '애'자도 끄내지 못하게 하신 던 어머니를 나는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정이 많으신 당신이기에 오히려 그걸 아끼시려 하는게다. 떠나보내야 한다면 너무 가슴아프기에..... 지금 나는 내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너는 그런 어머니에게 어떤 아들이냐고.......................
짧지만 많은 것을 주고 간 그 녀석의 죽음은 앞만 보고 가는 내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야옹이의 죽음으로 얻은 것........그러나, 그것은 그 녀석의 죽음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다.

죄송합니다. 길기만 한 글이네요. 하지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경험방에서는 처음 쓰는 글이네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내일도 좋은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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