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16강 보다 더 기분좋은일을 봤습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386회 작성일 17-02-08 08:32

본문

어제 이른아침에 시계 알람소리에 후다닥 일어나 한국과 포르투칼의 경기를 가슴졸이며 봤습니다.

저는 뉴욕에 사는 관계로 축구경기를 아침 7:30에 봤죠.

박지성의 멋진 슛~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정말 만점이었습니다.

기분좋게 아침을 맞이하고, 참고로 제 여친인 아께미도 기분좋았습니다.

일본도 16강 올라갔다고 그 날 아침부터 기분 좋더군요.(저야 꼭 떨어졌으면 하고 바랬지만....ㅡㅡ;;)

그날 저녁 뉴저지 사는 아께미 친구네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고로,,,,제가 그집에 싸갈 음식을 도맡아 대낮부터 시장보고 열띰히 갈비 만들었죠. 아께미는 올간만에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뭐 입고 갈까하며 하루 왠종일 거울앞에서 쑈를 하더군요.

아께미 일본 칭구덜이랑 저는 사실 별루 같이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봤자 전부 일본사람들이라 말도 안통하고, 지네덜끼리만 일본어로 머라머라 거리고, 저는 옆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머 가끔이야 저의 존재감을 느낌 그들이 의무감에 영어로 한마디씩 건내주지만 심심하기야 어쩔수 없죠.

여튼 이하 각설하고....

저녁 6시쯤 되어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저희집에서 아께미 칭구네집으로 갈려면 맨하탄 지나 링컨터널타고 뉴저지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놈의 톨비만 해도 왕복 $15 가까이 되는 관계로 피눈물 흘리며 차를 몰았죠.

차가 막히는 관계로 그집에 도착하니 벌써 7시 30분.

팰리사이드 팍이라하는 한국사람들 어마어마하게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한국 가계도 물론 무지 많죠.

조용한 주택가 끝부분에 붙어있는 그집에 드뎌 도착....

다들 이미 식탁 차려놓고선 일본 16강 진출 이야기로 정신이 없더군요.

어떤놈은 아예 일본 축구 유니폼을 입고 왔더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저도 한벌 준비할걸.....

그네들끼리만의 오손도손한 식사......옆에서 한숨만 쉬며 아께미 얼굴 보고 제발 빨리좀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하고 맘속으로 빌기를 벌써 2시간째....흐미야...

근데 언뜻 부엌 창 넘어로 검은 연기가 보이는듯했죠.

밤이라서 확실히는 잘 볼수 없었지만 느낌이 안좋았습니다.

창가로 가봤죠.

보니까 바로 뒷집에서 검은 연기가 풀풀 나더군요.

너무 놀랬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가까이 불나는것을 본것 첨이었거든요.

얼른 소방서에 신고하고서는 바로 집을 나왔죠.

이미 그 집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이며 모여들 있더군요.

보아하니 거의 절반이 한국사람인듯 했습니다.

2층에서는 끊임없이 매쾌한 연기가 풀풀날리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 되더군요.

그 순간 집에서 어떤 한국 남자분이 나이 지긋한 백인 할머니와 아주머니 한분을 데리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금방 환호성이 들리고 사람들은 손뼉치며 좋아하더군요.

소방차 싸이렌 소리도 이제 금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나오셨던 그 한국 남자분이 다시금 다리를 쩔뚝이며 그 집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주변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으나 그분은 한사코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소방관들이 도착했죠.

사다리차 올리고, 소방관들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더군요.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몇몇 소방관들이 그집 천장에 구멍을 뚫자 붉은 불꽃이 마구 솓구치더군요.

정말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소방관들도 좀체 집안으로는 못들어가는듯 했습니다.

이제는 불이 집 전체에 번져 다들 멀리 떨어져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지경까지 다달았죠.

그 한국 남자분이 들어간지 20분 가까이 되었습니다.

모든 창문은 이미 화염과 검은 연기로 가득찾고 아까 들어가신 그분의 모습은 도대체 보이질 않더군요.

얼마나 지났을까?

어떤분이 커다란 담요하나를 들고 2층의 불길속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로 그분이었죠.

1층으로 내려올수 없었는지 그냥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신 거였습니다.

그분이 바닥에 뒹굴자 얼른 소방관들이 다가가선 그분을 부축이고 재빨리 피하더군요.

그분이 가슴에 꼭 품은 담요안에는 조그마한 갓난애기가 쌓여져 있었습니다.

온통 연기에 그을린 그분은 입가가득 웃음을 지으며 그 아기를 먼저 데리고 나왔던 아주머니께 건네시더군요.

오열을 쏟아내던 그 아주머니, 땅바닥에 주져앉아 담요안에 쌓인 아기를 바라보며 한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그 한국 남자분은 장애인 이시더군요.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신지 심하게 저시더군요.

다들 박수를 치며 그분의 용기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 백인 할머니와 아주머니께서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더군요.

얼마 안있어 지역 방송국차가 도착했습니다.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그 한국 남자분께 다가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이하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분은 바로 옆집에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옆집에 불이나는것을 알아채곤 곧바로 그집으로 달려가셨다 하더군요.

그집에 나이드신 백인 할머니와 아주머니, 그리고 갓난아기만 산다는 사실을 알곤 지체없이 그집으로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일층에서 백인할머니와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곧바로 먼저 밖으로 나오셨답니다.

밖으로 나오신후 소방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것을 아시곤 다시금 안으로 들어가서 2층에 있던 아기를 찾아 담요에 쌓아 밖으로 다시 나오신것이었습니다.

불이 사방에 번져 1층으로 내려올수가 없게 되자, 결국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2층 창가에서 바로 뛰어내리신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원래 전직 경찰관 이셨답니다.

나이는 50세 가까이 되어보이시고, 경찰에서 20년 넘게 태권도 교관으로 근무를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5년전에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은퇴를 하신후 소일거리로 하루하루 보내신답니다.

그분이 보여주신 용기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집에 오는동안 기분이 왠지 굉장히 좋더군요.

아께미는 정말 한국사람들은 용감한것 같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분을 칭찬하고,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분께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군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