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젊은 날의 슬픈 기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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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596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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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도리님의 글이 잊었던 아픈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군요...

군대 이야기 입니다.

전 대학을 졸업하고 군을 갔습니다.
왜 그렇게 군대가 가기 싫었는 지...

대학원도 떨어지고, 애인과는 눈물의 이별을 하고 그렇게 군에를 갔지요...

훈련을 마치고, 특기 교육을 받고 최초로 발령을 받아 간곳이 송탄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우리나라 공군 작전 사령부와 미 공군 부대 등이 있는 곳이지요.

전 정보 특기로 미공군 애들하고 같이 근무를 했고, 24시간 근무를 하는 특수부대였기에, 조로 편성되어 2년여를 같은 조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미군 애들을 만나고 사귀게 되었지요.

카추샤 근무를 한 분들은 잘 알겠지만, 미군 넘들(음... 지금 부터 미군 넘들이라 칭하겠습니다)... 근본적으로 애들이 뿌리없이 자란 넘들이 많아, 생 건달들이 많습니다.

비록 육해공군중에 공군이 그나마 육군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그넘이 그넘입니다.

대부분의 나이가 든 넘들... 우리로 치면 하사관급의 넘들은 대개가 미국에 처자가 있으면서 한국에서 또 한 살림을 차리고 사는 넘들이 많습니다.

흔히들 우리가 얘기하는 '양색시'들과 말입니다.

제가 C조 였는데, 같은 조에 스티브라고 하는 하사관 넘이 있었습니다.

흔히들, off일때는 한 조가 같이 외출을 나가 부대 주변 클럽에서 맥주도 마시고, 또 어떤 넘의 집에 기념할 일이 있으면, 우루루 몰려가 같이 어울려서 맥주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넘이 자기 애 돐이라고 우리를 초대 했습니다.
물론 그 잔치는 아내가 준비한 것이었지요. 무식한 넘이 돐의 의미나 알겠습니까...

그녀는 부대앞 클럽의 호스티스였었습니다.
비록 출신은 그랬지만, 참 정숙하고 곱게 생긴 여자 였어서, 늘상 우리들끼리 얘기할 때, '참 안됀 여자'라고 측은해 하곤 했던 여자 였습니다.

그날 우리는 그넘의 집에 가서 차려진 음식을 맛나게 먹고 술도 마시고 떠들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넘이 비디오를 준비하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우리는, '으잉! 이넘이 여성 군바리도 있는 이 상황에서...' 하고 의아해 마지 않고 있었는데, 비디오 테잎이 돌자 바로 나타난 장면에 우리는 숙연해 지고 말았습니다. 화면은 병원의 분만실이었습니다.

이어서 아내의 얼굴과 주변 정경... 그리고 결국 TV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그넘 아내의 사타구니와 그 사타구니를 가르고 나오는 아이의 몸뚱아리...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그 성스런 광경을 보면서 왜 그렇게 얼굴이 붉어지고 어색했던지...

여하튼 전혀 의도치 않게 우리는 그녀의 사타구니의 모습을 무려 30분 가까이나 보고 또 보고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얼굴이 붉어지는 광경이었지요.

맥주를 들고 나오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그녀. 얼굴이 붉으레 해지고...

그 이후에도 우리는 여기 저기에서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저 '잘 지내지요?' '애기는 잘 커요?' 정도의 인사말만 주고 받고...

그렇게 몇달이 더 지났습니다.

한국에 나온 미군애들중의 상당 수는 아내와 가족이 미국 본토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걔네들 규정에 월급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 있는 가족앞으로 직접 나오도록 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살림을 차린 미군애들은 늘상 생활이 여유가 없었고, 자연스레 PX 물건을 빼돌려서 돈을 마련하곤 했지요.

그러나, 사실 정말 사랑한다면, 돈이라고 하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그해 겨울이었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온 해였지요.

그 스티브란 넘이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문득, 그녀의 생각이 났지요...

그래서 먼저 스티브란 넘한테 물었습니다.

"너 X진 씨랑 함께 미국 가냐?"
그랬더니, 그넘왈, 그럴려고 했는데, 문제가 있어서 일단 자기가 먼저 들어가고 조만간 그녀를 불러들일 거라고 하더군요.
순간 고개가 갸웃했지만, 그럴수도 있기에 더 이상의 질문은 어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넘은 떠나고...

6개월쯤 뒤...제가 제대할 때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새로운 신병이 온 관계로 Green Bean 이라고 하는 환영회를 가질려고 모두 부대밖 클럽으로 몰려 나갔지요.

보통 그런 파티는 클럽마다 돌아다니면서, 작은 맥주 한병씩을 마시고 또 다른 곳으로 옮기고... 뭐 그렇게 놀다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몇 집을 돌았나...

마지막으로 제법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클럽까지 갔을 때, 넓지 않은 홀에서 문득 낮익은 여성을 보았지요.

바로 그 X진씨 였습니다.
비록 화장을 짙게 하고, 홈드레스를 벗고 빤짝이 옷을 입었다고 해도 난 그녀를 금방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몸에 전율같은 것이 오더군요.
달리 전후 사정을 되새김질 할 필요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지요.

술이 확 깨더군요.
그리고 저 밑바닥에서 알 수없는 울분과 처절함이 소용돌이 쳐오고...

그길로 혼자 그 클럽을 나서는데, 제법 친하게 지내던 미군 넘이 절 붙들더군요. 어디가냐고...

그래서, 난 그 클럽에 있는 모든 사람들.... 양색시들, 같이 간 한국 병사들 그리고 미군 넘들...이 들을 정도로 크게 외쳤습니다.

"양키! 고 홈!"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몸부림이요 저항이었습니다.

차라리 울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그길로 난 부대안의 숙소로 들어오고...

그일로 인해 전 제대를 앞두고 꽤 고생을 했었지요...후후후...

10여년이 흐른 지금 생각해도 젊은 날의 아픈 기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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