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이벤트참여] 그 여름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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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334회 작성일 17-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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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벤트에는 정말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반드시 사실이라는 것을 우선 알려드립니다.

저의 나이는 지금 네이버3 회원의 평균 나이보다 2,3살 많은 정도....

젊고 혈기 왕성할때 여름이 생각이 나는군요.
여름 휴가라는 것을 제일 처음 갔을때의 일입니다.

저도 여느 네이버3 회원들처럼 약간은 내면적 변태기질이 있는.. ㅋㅋㅋ

그래서 마침 군을 제대하고 복학하기 바로전이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여친이랑도 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혼자가 배낭영행을 하고 싶은 생각에.
군대도 갓다 왔는데 혼자서 못할일이 어디 잇겠냐는 자신감 충만에.
혼자서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머리카락에 잔뜩 힘을 주고 배낭하나를 매고
일단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산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그때가 7월20일경....
이제 막 휴가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때였죠.
다행히 창가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왜그리 잠이 쏟아지던지...

배낭에 귀중품(카메라, 카셋트...)이 많았던 터라 일단 옆에 잇는 옷걸이에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에 빠져들었죠.
처음엔 중년신사한분이 탔었죠.
그런데 한숨자고 일어나니까
아가씨 한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진 스커트에 큰 화판을 발 아래 두고...
약간 졸린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말을 걸려고 잠결을 추스리고 정신도 차리고 화장실도 한번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죠.
"저 어디까지 가십니까?"
영기 있게 물었습니다.

저의 물음과 동시에 차에서 들려오는 안내 방송
"이번에 도착할 역은 천안입니다. 내실실분들은...."
그 아가씨 저를 힐끗 쳐다 보면서
"이번에 내려요."

뜨아악.....
"아..네..."
전 아무 말도 못하고 겸연쩍은듯한 인상을 짓고는 그냥 창으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어찌나 무안하든지...

그리고는 다음번에 옆자리로 앉을 어여쁜 아가씨를 기대하면서
천안역에서 올라타는 솔로의 아가씨들을 보며 군침을 흘렸습니다.
저의 칸으로 들어 오는 몇몇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제 옆자리로 앉을 사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 중년의 아저씨가 한손에 종이 봉지를 들고 얼굴이 불그스럼해져서는
제쪽으로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윽 잘못걸렸다.'

전 아주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창가로 얼굴을 돌리고는 더욱 바짝 다가 앉았습니다.
'제발...제발....'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저를 기만이라도 하듯..
"젊은이 같이 가세."
혀꼬부라진 목소리를 내며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습니다.

안자마자 순잔을 드리대시면서
"자 젊은이 한잔하지."
하고는 술잔을 들이미는데...

전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해야겟다 싶어서
"죄송합니다. 전 술 못하는데요..." (왕 내숭에 왕 대포...)
그분 아연질색하며..

"으잉... 아이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네... 술아나 같이 마시면서 갈라고 안주도 사고 준비 잔뜩해왓는데.. 아 술을 못한다... 아 이거 골치 아프네...그 먼길을 어찌 갈꼬...."
아주 저 들으라고 한탄을 하시더라구요.

술냄새 푹푹 풍기면서 홀짝 홀짝 소주 두병은 다 마시더라구요.
전 아주 깨갱하고 창문으로 돌아 앉아서
자는척하다가
옆자리 눈치보다가....

주무시면서 코는 어찌 그리도 고는지...
그러다가 구미쯤에 와선가 그분은 벌떡 일어나서는
"젊은이 여기가 어디야.."
제법 말짱한 정신 같았습니다.
"네... 이번이 구미인것 같은데요..."
"아..아직 멀었구만."

전 그냥 잇기가 뭐해서
"어디가세요?"
"응 밀양...."
난 아저씨가 좀 정신을 차린 것 같아서
"밀양에는 어디 가볼만한데 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가볼만한데가 많지...."
지금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표충사라고 하던가.. 어디가 좋다고 열심히 고장 자랑을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그분이 학교 체육선생이셨는데 가정 문제때문에 일찍 그만드셨다고..
가정적인 문제를 이리 저리 말씀하시더라구요.
근데

결정적인 사건은 거기서 부터입니다.
바로 건너편에 앉아 잇던 50대 중반은 아주머니가 제가 보기에도 힐끗힐끗 저희 쪽을 보는 것 같았는데
그 아저씨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혹시 삼문동(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겟지만) 강선생님 아닙니까?"
하고 옆에 앉은 아저씨를 아는척했습니다.

아저씬 술이 확 깨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네? 맞는데...."
그러자 그 옆에 아주머닌
"아이고 반갑습니더. 우리 아들이 **중학교 여구부였는데예...몇년 전이고 지금 아들이 장개를 갓으니까 10년도 더 댔네예.."
그 아주머닌 반가워서 어쩔줄 모르고
아저씬 당혹해 하면서 몸을 추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닌 가운데 통로를 무색케 할 정도로 몸을 이쪽으로 틀어서 아는 척을 했고 아들이야기며 동네 이야기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저의 시야에 들어 온건 그 아주머니 옆에 앉은 아가싸였습니다.
단아한 단발 버리에
반바지에 두터운 운동화에...
머리위엔 두툼한 배낭....

누가 봐도 저랑 같은 배낭여행족.
전 몸을 틀어 열심히 이야기하는 아주머니에게
"저 아주머니 고향분을 만나신것 같은데 자리바꿔 드릴까요?"
하고는 그냥 배낭을 들고 일어나 버렸습니다.

아주머닌 얼떨결에 뭐 그럴것 까진 없는데 하는 표정이었지만
제가 일어나 그쪽으로 가자 아주머닌 덩떠밀려 그냥 일어나서는 제자리로 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제자리로 앉은 아주머니와 그 아저씨는 엄청 어색해 하더라구요.
그것도 그럴것이...

고향분이라지만
과년하진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가 동속을 햇으니...

하지만 전 늑대의 표정을 짓고는
그 아가씨 옆으로 앉았습니다.

박력있게.
"좀 앉겠습니다..."
창가를 보고 잇는 아가씨에게 말을 먼저 건냈습니다.
'설마 이번에도 다음 역에서 내린다는 건 아니겠지....'
"어디까지 가세요?"
"부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습니다.

"혼자시네요.."
"아..네..."
"부산엔 누구 아시는 계세요?, 누가 마중 나오시나요?"
아니길 바라면서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좀 머뭇 거리더군요.
아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잇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를 떼 놓고 싶으면 어쨓든 있다 할 거고
제가 그나마 마음에 들면 없다 할거고.....

기다렸습니다.

"아..아니요...그냥 혼자 여행왔어요."
일단 표준말이니까 그 지역 사람은 아니고 서울이나 경기쪽 사람인것 같았습니다.

전 통성명을 하고 저도 배낭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그 아가씨는 서울에서 살고 저랑은 반대로 서울서 부터 차근차근 올라왓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목적지가 부산이고 부산서 하루를 지내고 모래는 서울로 갈거라고 했습니다.

전 저도 그렇다고 하고는 같이 동행하고 싶었지만
이 여름이 너무 아까워 솔직히 이제 막 시작이라고 했죠.
그랫더니 자기가 가본 곳을 이곳 저곳 이야기 하더라구요.
어디는 어디가 좋고 ....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옆을 보니
두분다 잠이 곤하게 들었더라구요.
멍석 깔아주니 더 조용해지셨어요.

저는 우선 아가씨에게 전 해운대 한국 콘도에 머물것이라고 했고
어디 머물거냐고 물었습니다.
아가씨는 친구의 친척에게 연락을 해 두어서 그리로 간다고 하더군요.
전국에 아는 사람들 한다리 걸쳐서 다 연락해 주고 하루밤씩 묵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뜰하더군요.

전 온통 콘도 잡고 민박 잡느라고 돈이 엄청 깨졌는데...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시원한 부산 바람은 정말 좋더군요.
전 이미 그 아가씨와 해운대까지 동행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전 잼있는 이야기라고는 군대 이야기 밖에 없어서 군대 이야기 실컷 흥을 돗구었죠.
의외로 여자들 군대이야기 잼있어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택시를 타고 해운대를 갔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에 들어서자 마자
버글거리는 사람들과 코를 찌르는 오일 냄새....
하지만 그 엄청난 백사장과 바다는 저와 그 아가씨의 입을 못 다물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저의 콘도로 같이 가자고 그렇게 졸랐건만
그건 절대 안된다고....
그리고는 탈의실에 짐 맡기고 수영복을 갈아 입고 오겠다고...
전 몸매는 좀 자신이 없었지만

일단 빨리 콘도로 가서 대충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혹시나 안나오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약속 장소로 나왔더군요.

전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반바지에 두꺼운 운동화.. 작당한 폴로 티셔츠 차림이었던 그녀가 아니었습니다.

비키니를 차려 입고는 투명한 뱍하나를 들고 당당히 서 있는 그녀
완전 팔등신이었습니다.
옷으로 자신의 매력을 완전히 감추고 있었더군요.
머리까지 오려 묶고 잇으니 탈랜트는 저리가라......

랩스커트가 아슬아슬하게 아랫부분을 가리고 있었지만
저의 헐렁한 수영복 바지안에서는 꿈틀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엉거주춤하면서 같이 파라솔을 하나 빌리고 튜브를 하나 빌렸습니다.

같이 물에 들어 가지고 하자
투명 백에서 오일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뭘 뜻합니까?
물에 안들어가겟다는 건데.....

그래도 오일 발라주는 기쁨은 맛보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아가씨 저한테 발라달란 소리 한번 안하고 오징어 같은 손을
등 뒤로 돌려 등판을 한 부분도 빼 놓지 않고 혼자서 오일을 바르더라구요.
완전히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대형 타올을 위로 엎드렸습니다.

저는 다시한번 깨갱하고는 혼자서 해운데 해수욕장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일어나 있겠지.. 하고 와 보면 아직도 누워있고...
대 여섯번을 그랬더니 저도 힘이 들어 그녀 옆에 누웠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기운을 서서히 잃어 가는듯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이 들었는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제 옆에는 기차에서 처음 본 반바지에 폴로티를 입은 아가씨가 앉아 잇었습니다.
"이제 폐장 시간이래요.. 안가세요?"
"물에는 한번 들어 가셧나요?"
그녀 하는 말...
"애들이나 하는 거요.. 뭐.."
졸지에 애가 되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그녀 하는 말
"이제 친구 친네 집에 가 봐야겟어요.
한국콘도면 바로 가까이에 잇으니까 더 놀다가 가세요."
하고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다가 일어나 어리둥절해가지고는
"아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더더구나 잠결에 벌떡 일어서 있는 저의 거시기 때문에 더 엉거주춤....

그리고는 모래사장을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잠시 멈춰서 나를 보고는
"여행 잘 하세요. 그리고 거기 전화번호.. 연락한번 하세요."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 여름의 무너가 될듯 될듯하다가도 안되버린
그리고는 여름이 훌쩍 지나고서야
선선한 가을날에 이대 앞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벌써 머리가 어깨를 덮고 잇더군요.

그 여름 그녀의 여행은 결혼 직전의 위험한 여행이었다고....
그 여름의 여행은 죽었다 깨나도 다시는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낸 여행이었다고..

근데 알 수 없는건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고...
미스테리 스릴러도 아니고.

암튼 그녀와의 만남은 두어달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쪽에서도 연락이 시들...
저도 연락이 시들...

암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강렬한 추억이 여름만 되면 저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군요.....

지금 막 휴가를 다녀온 저의 가족들은 한껏
여독을 풀기 위해 늘어져 있습니다.

그 여름의 추억은 아마 오래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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