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경험담 8살 차이 (유부녀 썰 후속) -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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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387회 작성일 17-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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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전에 올렸던 제 글의 평이 예상과 달리 호응을 얻게 되어 추가로 제 나름의 얘기를 준비했습니다.

전에 올렸던 유부녀 썰과 연계된 제 얘기라 보시면 됩니다.

글 중간에 노래 하나가 나오는데 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공방 음악실에 제가 올려놓은 노래가 있으니

들어보시면 여주의 목소리가 이런 목소리였구나 하는 느낌이 오실 듯합니다.

내용이 상당히 길고 로맨스 소설처럼 풀어냈기에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뒤에 하 부분만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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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공군으로 다녀온 탓에 같은 시기에 입대했던 과 동기들은 4개월 전 먼저 제대를 해서

저마다 사회에 빠르게 적응해 있었다.

8월 말 제대와 함께 제대로 사회물을 먹기도 전에 난 복학부터 해야 했다.

복학을 하고보니 나와 같이 캠퍼스를 누비던 여자 동기들은 어느새 졸업을 하고

학교엔 처음 보는 파릇파릇한 여자들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사회에 적응이 덜 된 나는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군대를 가기전만 해도 괜찮은 마스크와 덩치 덕에 여자들을 한껏 후리고 다녔던 나였건만

제대를 하고 보니 나와 같은 2학년의 남학생들 중엔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파릇파릇한 남학생들도 꽤나 많았고

그들과 같은 기수의 여학생들은 노땅인 우리들과 어울리긴 보단 자기들 끼리 어울리는 편이었다.

 

군대에 있을 땐 제대 후 어린 여자 후배들과 꿈같은 생활을 즐길 것만 같았는데

막상 제대와 동시에 난 그들에게 아저씨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국 노땅들은 노땅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노땅들끼리 노는 거야 말 그대로 뻔 할 뻔 자였다.

당구나 혹은 그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스타크래프트로 팀을 먹어 술내기를 하는 거였는데

갓 제대한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잘 할리는 만무했다.

빌드 조차도 잘 모르던 난 그들과의 게임에서 항상 처음으로 털리게 되었고

그들이 혈전을 벌이고 있을 동안 한 게임 테트리스에 들어가 화풀이를 하곤 했다.

 

그러다 하루는 진짜 초고수를 만나게 되었다. 닉네임은 화려한손가락...

녀석은 정말 플레이가 화려했다.

나름 동네 오락실에서 초고수를 자처하던 나였는데 게임이 거듭될수록 난 점수를 쪽쪽 빨리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잘 하던 것까지 털리게 되니 부아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고

그 날 이후로 절치부심하며 테트리스에 빠져들었다.

계정도 새로 팠다.

닉네임도 서툰손가락이라 만들며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난 또다시 화려한손가락과 만나게 되었다.

그간 녀석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게임 중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과는 달랐지만

같은 학교에 같은 학번이란 공통점을 찾게 되었고 난 녀석과 현실에서도 만나 종종 테트리스를 즐기곤 했다.

녀석을 통해 닭대가리라는 여자도 만나게 되었다.

녀석이 만난다는 여자였는데 직접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본 소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내가 지금껏 봐왔던 여자 중에 첫손가락에 들 정도의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유부녀라는 소리에 나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어찌 나보다 외모도 별루인 놈이 저런 미녀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의아했는데 유부녀란 소리에 난 더욱 놀라고 말았다.

난 녀석과 술잔을 나누며 그간 있었던 얘기들을 듣게 되었고 혹시 나도....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말없이 블록 쌓는 데만 집중했던 편이었는데 녀석의 말을 듣곤

나도 도중에 가끔씩 채팅을 하며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나 또한 한 사람과 시비가 붙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도 유부녀였고

나보다 나이도 한참이나 위인 30대였다.

그럴 만도 한 게 낮 시간대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비교적 시간에 여유가 있는 대학생이거나

백수 또는 집안에 있는 주부들이었는데 웬만한 남자들은 테트리스보단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었고

내 또래의 어린 여자들은 데이트를 하거나 자기들끼리 모여 놀러 다니기 바쁠 나이였기에

테트리스에서 부딪히는 여자의 대부분은 유부녀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시비가 붙은 사람은 ‘꽃단년’이란 닉네임을 쓰고 있었는데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아주 기가 쎈 아줌마였다.

대화는 한동안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났다.

나름 매너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시종일관 계속되는 욕설에 나 또한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어

결국 욕설을 치기 시작했는데 잠시 뒤 그녀가 초대를 했는지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방안으로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1:1 싸움이 1:5 싸움으로 바뀌었다.

끼리끼리 논다고 개설한 방에 들어온 사람들도 그 사람과 비슷한 부류였는지

시작부터 쌍욕이 날아들었고 결국 난 기분만 잡친 채 방을 나와 버렸다.

 

그 뒤로 본래의 아이디로 들어가 그들 한명 한명을 찾아가 점수를 뺏어먹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해왔는데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그들 중 한명에게 의심을 받기 시작해 또다시 그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꽃단년: 아 손꾸락 꽉 부러트리기 전에 원래 아이디 갖고 텨 와라!!

ROKAF99: 무.. 무슨 소리야...요...

딸기향기: 언니 이 새퀴..악질이네.. 좋은 말로 해서 안 되겠는데...

 

지금까지도 그다지 좋은 말은 보지 못했는데...

 

꽃같은나: ㅋㅋㅋ 적당히 들 해. 얼마나 억울하면 저러겠니 쟤 딴엔 ㅋㅋㅋ.

            얼마나 남자가 못났으면 자기 닉넴도 숨겨서 오겠니!!!

 

하~~ 싸우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개중엔 날 은근히 더 열 받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결국 쓰던 아이디를 가지고 오게 되었고 그들과 한참을 더 싸운 후에야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채 싸움은 끝이 나게 되었다.

 

딸기향기: 어 너 나랑 동갑이었네? 이야... 반가운데...

서툰손가락: 됐거든. 뭔 여자가 그렇게 입에 걸레를...

꽃단년: 짜식이 풀기로 해놓고선 소심하긴 ... 여기 너랑 딸기 빼곤 다 30이상이니 앞으로 보면 존댓말 써!

          그리고 꽃같은나 언니가 제일 위니 특별히 말조심하고!!

꽃같은나: 어머.. 얘.. 뭔 그런 소리까지 다하니... 그리고 너 엄청 잘하는 거 같은데 이참에 우리 패밀리나 들어와

 

그들 무리 중 수장격인 ‘꽃같은나’라는 사람은 확실히 나이가 있는 듯 보통 팸이라고 쓰는데 패밀리라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암튼 난 그 아줌마의 권유로 그들의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팸의 대부분은 유부녀였고

남자라곤 나 포함해서 딱 두 명이었는데 그 한명은 졸업반이라 접속이 드문드문 했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던 난

자주접속을 하다 보니 그녀들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사람은 격어보기 전엔 모른다고 엄청 입이 거칠 것 같았던 그녀들은 의외로 자기 팸들에겐 대체적으로 다정하고 호의적이었다.

물론 팸 외에 사람들을 지칭할 땐 쉽게 욕설이 난무했지만 그 대상이 나 만 아니면 되었기에

내가 그들과 지내는 데는 하등의 문제도 없었다.

 

팸에 들어가서 하는 일은 가끔 팸원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밀리면 가서 도와주는 것이었고

나름 등급이 신이었던 난 종종 그들을 도우러 다녔다.

그 외엔 주로 방에 모여서 챗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유부녀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는

남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심하면 농도 짙은 성적 농담도 서슴치 않았고 때에 따라선 미혼에 남자이기까지 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까지 했다.

 

꽃같은나: 하... 주말에 남편이 올라왔는데 애들 다 재우고 기껏 공들여 세워놨더니 지만 좋다고 신나게 뒤에서 흔들더만

             찍~싸고 누워버리더라... 가락이 넌!! 그럼 안 된다. 섹스는 교감이라고.

딸기향기: 어휴.. 언니네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저희 오빠도 신나게 손가락으로 장난만 치고선 정작 집어넣으면

             얼마 못가고 찍 싸버리는데...

꽃단년: 아따 아지매들.. 뭣도 모를 가락이 앞에 두고 자꾸 그런 소리하면 애가 꼴려하자네..

서툰손가락: 왜.. 날 걸고 넘어져 누난... 그리고 나도... 나름 경험 많거든?

꽃같은나: 어쭈.. 너도 혹시 째까당해서 혹시 토끼과 아냐? ㅋㅋㅋ

 

다른 건 참아도 남자의 존심이 달린 문제였기에 마냥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서툰손가락: 누님들 제 꺼 보면 기죽으실 텐데요.. 전 하면 기본이 한 시간이라 여자가 힘들어해요...

               애무 30분 그거 30분!! 제 앞에서 아무리 도도하게 굴던 여자도 같이 한번 자면 얌전해지더라고요.

 

대답은 뻔했다.

 

꽃단년: 저러다 한 데 쳐 맞고 찍 싸겠구만.. 얼마나 서투르면 손가락도 서툰손가락이겠니

꽃같은나: 그러게 지랄한다..

딸기향기: 너 나랑 하면 5분 만에 쌀 거 같은데 빼짝~~~꼴았지? ㅋㅋ...

서툰손가락: 닉넴은 현란한손가락이란 놈 때문에 그렇게 지은 거라고 내가 도대체 몇 번을!! 몇 번을 얘기해!!!

                아~ 놔~ 진짜 거짓말 안하고 몸도 좋고 키도 크고 거기도 남부럽지 않다니까..

                아~~~ 만나서 보여 줄 수도 없고 미치겠네...

꽃같은나: 그럼 보여줘.. 너 신촌에서 자취한다며? 나 창천동 사니 바로 코앞이네

서툰손가락: 헐... 정말 창천동이에요?

꽃같은나: 짜식이 속고만 살았나.. 나 이 동네 산지만 20년이야 호호호.

 

농담으로 한 얘기가 이렇게 까지 될 줄 몰랐다.

 

결국 난 근처 커피숍에서 가장 큰 누님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모습을 드러낸 꽃같은나(줄여서 이후로 꽃누님이라 하겠다) 누님..

평소 넷상에서 야하고 험한 얘기를 즐기는 여자답지 않게 외모는 꽤나 단아한 모습이었다.

대략 내 이모뻘인 40대 정도로 보였고 키는 대략 160은 될까 말까한 내게 있어 아담한 싸이즈였다.

옷은 나풀거리는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그 나이에 걸맞게 한껏 우아하게 보였다.

 

“안녕~~~ 가락아~~”

“네... 아..안녕하세요 누님..”

“음~~~ 생각보다 진짜 덩치도 있고 얼굴도 잘 생겼네...”

“아...하하.. 네... 뭐....”

“근데 거기는 확인이 안 되겠다 얘~~”

“푸흣~~”

“어머 얘!!”

 

긴장이 되어 물을 마시던 중 누나의 자연스런 농담에 난 먹고 있던 물을 뿜어버렸다.

어색할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대화도 잘 이어졌고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씻고

테트리스에 접속하니 다들 난리가 나 있었다.

 

꽃단년: 너 진짜라며?

딸기향기: 잘생겼다는데 키도 크고 등빨도 있고~

서툰손가락: 참내... 속고만 사셨나 그래... 이제 좀 나 그만 구박해 그러니까.

                맨 날 경험 없는 놈이네 뭐네 그런 소리 좀 하지 말고..

                내가 지금껏 한 횟수로만 따지면 여기 있는 누나들 보다 더 많을 걸..

 

그 뒤로도 꽃누님과는 종종 밖에서 만났다.

워낙 나이차가 있기에 성적인 부분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고 만나서 농담 따먹기나 사는 얘기를 하면서 밥을 얻어먹곤 했었는데

이 때문에 팸 내에선 여자들만의 묘한 신경전이 있게 되었다.

 

테트리스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개인 홈페이지식으로 계정 당 하나의 미니홈피가 주어졌는데

나름 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를 다뤄왔던 난 안씨코드나 포토샵에 능한 편이었다.

그 덕에 나름 화려하게 홈피를 꾸며놨었는데 꽃누님도 그걸 보고는 나보고 꾸며달라고 부탁을 해와

꾸며주게 되었는데 이것을 보고 팸 내 나머지 누님들이 시샘을 하기 시작했었다.

일일이 개인 홈피를 취향에 맞게 모두 다 꾸며주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관계로

토크온을 통해 설명을 하면서 그들 모두에게 간단한 코드사용과 사진 수정방법을 한동안 가르쳐 주었다.

일부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두 손 두 발을 다 든 사람도 있었지만 몇몇은 그래도 꾸준히 질문을 해오며

자기 스스로 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나 그 중 ‘꽃단년’이란 닉넴을 쓰던 누나는 그 열의가 보통이 아니었다.

틈만 나면 톡으로 대화를 걸어와 이것저것 내게 물어보고 그러다 보니 같이 톡을 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만 갔다.

그리곤 얼마쯤 지나고 보니 누나와는 게임보단 단 둘이 톡방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까칠하고 기가 쌔 보였던 누나는 내 앞에서는 순양 양이라도 된 듯 행동하고 있었다.

 

“누나 요즘 이상해진 거 알아?”

“뭐가?”

“나 첨에 봤을 때만 해도 웬수라도 만난 것처럼 나한테 쌍욕에다 벼래 별 욕을 다했었는데”

“크크.. 그거야 잘 모르고 상관없는 사람이니 그랬지.. 내가 뭐 친한 사람들 앞에서 그러디?”

“그건 그런데.. 요즘 뭔가 틀려 졌어 누나..”

“뭐가 틀려져? 난 그대론데.. 우낀다 얘!!”

“이거 봐... 평소 같으면 우낀 새끼네.. 뭐 이런 식으로 대답 했을 텐데.. 좀 나긋나긋해진 것 같은데..”

“이 짜식이 또.. 가만있는 사람 슬슬 긁네...”

“어어~~~ 그러면 나 앞으로 안 가르쳐 준다... 내 개인시간을 투자해서 이렇게 가르쳐 주고 있는데”

“짜식이 뭐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중에 인천 오면 연락해.. 누나가 거하게 함 쏠 테니까..”

“에이 인천까지 언제가...”

“야!! 거기서 여기까지 지하철 타면 1시간이면 떡을 친다. 뭐가 멀어?

 맨 날 꽃언니는 그렇게 챙기면서 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서운해 하는지 아냐?”

 

여자 입에서 떡친 다는 말이 저렇게 쉽게 나오다니... 몸은 여자로되 마인드는 형님 같았다.

 

“뭘 챙겨.. 누나가 나 자취한다고 가끔 저녁 사주셔서 나가는 건데..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아무튼 됐고.. 너 요즘 애들한테 찍혔어!!

 

아무래도 여자들이 득실대는 곳에서 남자는 나 혼자나 마찬가지이다 보니

별다른 의미 없는 만남도 그녀들 사이에선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였다.

 

그 뒤로도 꽃단년 누나는 둘이 있을 때 인천에 놀러오라는 말을 종종하곤 했는데 쉽사리 인천을 갈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패밀리 모임이라는 것을 나가게 되었다.

보통 1년에 한두 번 정도 팸끼리 모여서 하루 이틀 노는 것이었는데 장소는 속초로

패밀리 중 한 누님이 속초에 사시는데 때 마침 집도 비게 되어서 그곳에서 일박을 하며 놀려는 거였다.

보나마나 남자는 나 혼자였기에 그 기 쌘 누님들 틈바구니에서 과연 내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처음엔 가기를 주저 할 수밖에 없었다.

 

“야~~ 가락아.. 딸기는 너 본다고 그 먼 부산에서도 온다는데 넌 교통편도 젤 편한 놈이 안와?”

“이 자식이 친구라고는 딸랑 너 하난데 네가 안 오면 나 혼자 막내 노릇하라고?”

“빼지 말고 와! 속초까지 렌트해서 가기로 해서 운전수도 필요하니.. 너 면허 있다며!!”

 

난 결국 그녀들의 설득에 못 이겨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 일일이 픽업까지 해가며 누나들과 첫 대면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보조석에 안면이라도 있던 꽃누님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넷상으로만 알던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게 되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유부녀라서 그런지 대부분이 인사를 하며 눈도 쉽게 맞춰오고 있었지만

오히려 난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금세 주눅이 들어있었다.

 

부산에서 전날 올라와 꽃누님 댁에서 하룻밤을 보낸 딸기는 그나마 나와 동갑이라 액면 상으로도 대하기가 편했는데

마지막으로 픽업을 하게 된 꽃단년 누나와 마주한 순간 난 다시 주눅이 들어버렸다.

 

평소 넷 상에서 느낀 대로 누나는 기가 무척이나 쌔 보였다.

딴 누나들과는 달리 키도 큰 편이었고 생김새가 무척이나 도도해 보였다.

시니컬한 사람치고는 마른체형이 아닌 나올 곳이 확실하게 나온 육덕한 스타일이었는데

그 모습이 뚱한 느낌은 들지 않은 적당히 육덕한 느낌이었다.

그런 누나의 모습에 난 처음 인사를 나누던 때부터 약간 얼어있었다.

 

“너였구나. 가락이란 놈이”

“네? 네..네...”

“뭐해.. 운전 안하고..나 쿵쾅거리면 머리 아프니까 운전 조심히 하고 시끄러운 힙합 같은 음악은 싫어하니까 틀지 말고”

 

딴 누나들은 보통 날 보면서 예상외라면서 이뻐죽겠다는 듯 행동을 해왔는데

이 누나 만큼은 시종일관 알던 사람 대하듯 특별할 것 없이 넷 상에서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속초에 도착해 오늘 묵을 장소에 도착하니 꽃단년 누나와 동갑인 오늘의 집주인이 마중을 나왔다.

다들 한 번씩은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왁자지껄한 모습이었지만 꽃누나를 빼곤

다들 처음 보게 되었던 난 무리에 쉽게 어울리진 못하고 있었다.

가끔씩 누나들이나 딸기가 말을 걸어 올 때나 입술을 뗄 뿐 대부분 잔심부름을 하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자 속초에 온 만큼 값 비싸고 싱싱해 보이는 회와 함께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돈은 능력 있던 누님들이 알아서 내는 통에 난 간만에 공짜로 포식을 하게 되었고

거듭되는 술잔에 긴장은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다.

 

입에 술이 들어가니 자연스레 담배가 땡기기 시작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에 두고 온 담배를 가지러 가려 했는데

그 때 마침 꽃단년 누나가 말을 걸어왔다.

 

“야 가락아 어디 가니?”

“아 저... 담배가.. 좀 땡겨서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누나는 빽에서 자신이 피던 담배 한 갑을 내게 던져주었다.

 

“이...이거 제가 피는 게 아니라..”

“아~ 자식... 걍 피워....학생이면 기껏 해봤자 디플 정도 피겠구만 거기서 거기야..”

 

누나가 피던 담배는 에쎄 1mg...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는데...

여자들에 둘러 싸여 여자들이나 필 법한 얇디얇은 담배를 입에 물고 있으니 왠지 내가 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절대 에쎄를 피는 분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기호의 차이 일 뿐...

 

게임 중 종종 약을 먹으러 간다고 누나들이 종종 얘기해서 처음엔 그 약이 진짜 약인 줄 알았는데

나중엔 그게 담배란 걸 알았고 그 중에서도 꽃단년 누나는 유독 자주 약을 먹으러 가던 사람이었다.

근데 담배를 입에 물고 있으니 묘하게도 아까부터 누나 쪽에서 풍겨오던 향수 냄새가 이곳에서도 나는 것 같았다.

물론 담배 냄새와 섞여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난 그 냄새가 무척이나 끌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내 코와 뇌를 자극하듯 배어나오던 그 향이 누나의 도도한 겉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맡게 되니 은근 중독성이 있는 게 나도 모르게 그 냄새를 쫓고 있었다.

 

“어때 괜찮지?”

“뭐... 나쁘지 않네요..”

“짜식이.. 뺐으면 가지고 와!! 나도 슬슬 땡긴다. 네가 피는 거 보고 있으려니”

 

술자리가 이어지는 와중 누나와 난 그렇게 단 둘이 자연스레 베란다에 서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담배는 얼마나 피는지 주량은 어떻게 되는지 하는 시시콜콜한 얘기가 오갔지만

담배를 끄고도 누나와 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마치 톡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때처럼 얘기를 하다 보니 누나가 편안해 지는 느낌이었다.

가끔 시원한 바닷바람이 누나의 긴 머릿결을 날릴 때면 누나만의 향기가 베란다에 가득 퍼지며

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지만 누나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한동안 둘만의 대화가 오가다 보니 안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누나들이 하나둘 베란다로 와 방해를 하고 있었다.

 

“야!! 장수연 넌 맨날 가락이랑 톡 방에서 살 더니 여기 와서도 가락이만 붙들고 있냐!!”

“왜? 부러우면 너도 한 대 펴!!”

 

둘 사이의 대화에 괜스레 내 얼굴만 붉어지고 있었다.

 

“야~~ 그러다 정분나면 큰 일 난다.”

“참네.. 별게 다 부러워서 난리다 이 아줌마들이... 얘 눈에 우리가 들어오겠니?

 학교만 가도 탱글탱글~ 파릇파릇한 애들이 넘쳐 날 텐데 가락이가 뭐가 아쉽다고..

 딸기정도의 나이면 뭐 가능성은 있겠네...”

“어머... 이 참에 그럼 내가 가락이나 꼬셔볼까 언니? 나 아직 어디 가서도 아가씨 소리 듣는데.. 호호호”

“넌 부산 살면서 어떻게 꼬시려고?”

 

난 그녀들의 뼈있는 농담에 그저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 오가는 농담 속에 자연스레 술자리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다들 취기가 돌자 2차로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커다란 방 하나를 빌리고 맥주로 입가심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끔 누나들이 듣고 싶다며 눌러놓은 곡들을 어쩔 수 없이 불러줘야 했지만 나름 노래는 쫌 하는 편이라 반응도 괜찮았다.

 

“이야 우리 가락이 노래 좀 하는데?”

“그냥 뭐...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죠 헤헤헤..”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평소 내가 좋아하던 곡이 노래방기기에서 흘러나왔다.

 

[날 사랑할 수 있나요 그대에게 부족한 나인데]

[내게 사랑밖에 드릴게 없는 걸요 이런 날 사랑하나요 ]

 

첫 소절이 시작됨과 동시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무척이나 여성스럽고 여린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수연누나였다.

툭툭 쪼아대듯 내뱉는 어투와 거친 말투 때문에 누나의 목소리가 약간 터프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노래할 때의 누나 목소리는 천상 여자의 목소리였다.

음색이 직접 이 OST를 부른 여자처럼 내 귀에 들리고 있었다.

 

[이젠 그런 말 않기로 해 지금 맘이면 나는 충분해]

[우린 세상 그 무엇보다 더 커다란 사랑하는 맘 있으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남자파트를 자연스레 내가 부르고 있었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 잠깐 잠깐 내게 눈을 맞춰오는 누나의 모습에 솔직히 난 심쿵하고 말았다.

나와는 무려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서른둘의 여자에게 잠시 동안 이었지만 맘이 흔들리고 말았다.

 

[언젠가 우리 (먼 훗날) 늙어 지쳐가도 (지쳐도)]

[지금처럼만 사랑하기로 해]

[내 품에 안긴 채 눈을 감는 날 (그날도) 함께 해]

 

남자가 메인으로 여자의 코러스가 들어가는 부분..

난 또다시 누나의 음색에 심쿵하고 말았다.

코러스라고는 노래방 에코정도 밖에는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누나의 목소리가 뒤이어 흘러나올 때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듯 몸의 말단에서 찌릿한 느낌이 들어왔다.

도대체 뭘까... 이 누나의 목소리에 내 마음이 마구 두근거리고 있었다.

바이브레이션을 하려하지 않아도 내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떨리고 있었다.

평소 목소리 좋은 여자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빠질 만큼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우리 사랑 있으니 오 ~~]

[먼 훗날 삶이 힘겨울 때 서로 어깨에 기대기로 해요]

[내 품에 안긴 채 눈을 감는 날 (눈을 감는 날) 세상 끝까지 함께 해]

 

[우리 이대로 (우리 이대로) 지금 이대로 (지금 이대로) 영원히]

 

클락이막스를 지나는 동안 가사가 마치 누나와 나 우리 둘 사이의 앞을 얘기해 주는 것만 같아

부르면서도 자꾸만 누나가 의식이 되었다.

누나의 화음에 이내 소름이 돋고 있었다.

마지막 소절을 함께 부르고 있는 동안 누나가 내 쪽을 바라봐 왔는데

나는 차마 누나와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 애꿎은 브라운관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다간 내 마음을 완전히 빼앗길 것 같았고 이런 내 마음이 누나에게 탈로 날 것만 같았다.

 

“와 둘이 부르니 완전 노래 좋게 들린다. 이거 노래 제목이 뭐니 가락아?”

“어? 어... 연풍연가 OST 우리사랑 이대로...”

“야 호들갑 좀 떨지 마라 딸기야.. 나 노래방 하는 거 몰라?”

“그래도... 언니 목소리 완전 틀리다 말 할 때랑은..”

“하긴 저번 모임엔 노래방 안 갔었구나.. 그나저나 가락이 너 이 노래 어떻게 아나보네? 아는 사람 별로 없었는데... ”

“아... 그냥 여자 목소리가 , 특히 화음 넣을 때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자주 듣다보니...”

“뭐야.. 쟤 표정이 완전 반한 표정인데 호호호..”

“무... 무슨...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간만에 듣게 돼서 그...그런 거지..”

“아니면 아니지 무슨 성을 내냐... 이상하게...”

“야 딸기야.. 그만 가락이 좀 놀려라.. 오늘 하루 운전하고 심부름 하느라 고생 많이 했는데..”

 

누나도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지 겸연쩍어하며 더 이상 얘기가 나오지 않게 말리고 있었다.

 

짐짓 무거워 질 수 있었던 분위기는 다른 누나들이 곧이어 신나게 트롯트를 부르며 묻히게 되었다.

가끔 누나들은 흥에 겨워 장난 식으로 앉아있던 나를 일으켜 블루스를 추고 있었는데

수연누나만큼은 자기 취향이 아닌 듯 묵묵히 자리에 앉아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노래방을 나와 숙소로 가는 동안 난 여운에 휩싸여 다른 사람들의 얘기는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간단하게 3차를 하면서 간신히 머릿속에 잡념을 털게 된 난 내일을 위해 자기로 했다.

누나들은 모두 자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 뒤 나는 거실에 있던 쇼파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어느새 불빛은 모두 사라지고 거실엔 달빛만이 내려 앉아 간신히 어둠을 밟히고 있을 무렵 난 아직까지도 눈을 뜨고만 있었다.

노랫말과 함께 누나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다니는 통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탁해질 대로 탁해진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것인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모두들 잠에 빠져있을 시간 나는 한참을 쇼파 위에서 몸을 뒹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담배를 챙겨들고 베란다로 나오게 되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자 그 사이 누군가 베란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 잤니?”

“어... 잠이 안와서..누나는?”

“나도...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통 잠은 안 오고 이놈 생각만 나네 후훗.”

 

한동안 어색하게 둘 사이에 담배연기를 내뿜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 순간 정적을 깨고 누나가 말을 걸어왔다.

 

“노래 잘하더라.. 오랜만에 기분 좋게 노래를 다 해봤네. 네 덕에..”

“내 덕은 무슨... 누나 덕분에 오히려 내 귀가 오늘 호강을 다 했는데 뭘..”

“웃겨.. 호강은 무슨...”

“왜~~~ 누가 목소리 예쁘더라 노래 부르니까..”

“짜식... 이쁜 건 알아가지고..”

“근데 평소엔 왜 그래?”

“이 짜식이 그럼 그렇지 웬걸 모처럼 칭찬을 해주나 했다...”

“칭찬인데... 난 목소리 예쁜 여자가 좋은데... 특히 노래 부를 때...”

“짜식~~~ 왜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어? 너 정도면.. 여자들 많이 만날 수 있잖아?”

“글세... 군대 가기 전엔 참 쉽게 만났다면 쉽게 만났는데 지금은 그렇게 잘 안되더라고..

 같은 학년에 00학번 여자애 하나가 내게 관심 있어 하는 거 같은데 난 쉽게 맘이 안가더라고..”

“왜? 00학번이면 너보다 3살이나 어린 영계구만... 안 이뻐?”

“참네... 누나 눈에 내가 외모만 보고 여자 사귈 것 같아 보여?”

“아니 그래도.. 군대 다녀오면 남자들 다 어린여자만 찾는다고 들어서..”

“글세... 얼굴은 이마도 동그랗고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예쁜데 맘이 안가더라고 난..

 난 내 스스로를 바람기가 다분한 놈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날 좀 꽉 잡아줄 기가 쌘 여자가 요즘은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고..”

“푸훗... 그럼 딱 난데?”

“참네... 누난 유부녀잖아.. 그리고 누난 그 기준을 벗어날 정도로 쌔도 너무 쌔...”

“농담한 건데 진지 빨기는... 됐다 난 들어가 잘란다... 너도 일찍 자. 낼 안전운전 하려면!!”

 

누나의 말에 내 본심을 들킨 것만 같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말을 하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누나를 지칭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되지도 않는 이유를 붙여가며 부정을 했지만 난 내 마음을 꼭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나는 누나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고 누나 또한 내게 별 말을 해오지 않았다.

서울로 올라와 마지막으로 누나를 지하철 역사에 내려줄 때가 돼서야 누나는 말을 걸어왔다.

 

“너.. ”

“어?”

“인천 언제 놀러 올 거니?”

“글세...”

“뭐가 매번 글세냐 넌..”

“그게 아니라 다다음주부터 시험기간이라 당분간은 짬이 안날 것 같거든...”

“그래 그럼... 사주는 사람은 난데 왜 자꾸 내가 물어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분 찝찝하게”

 

누나 특유의 툭 뱉어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론 한 동안은 눈 코 뜰 새 없이 시험 준비에 바빴다.

첫 주에 교양시험 둘째 셋째 주에 전공시험까지..

군대 가기 전 엉망이었던 학점을 보충하기 위해 나는 기를 쓰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준비 기간까지 합해 대략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다시 테트리스에 들어갔는데

그 사이 누나에겐 큰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누나 무슨 일이야?”

“어... 가락이 왔냐.. 무슨 일은 이혼하려고..”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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