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카인의 후예 3~4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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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09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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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언젠가 류지오가 목욕탕에 간 적이 있다. 친하게 지내던 호유도와 함께 갔었다. 호유도는 무척이나 뚱뚱하다.
류지오는 사우나탕에 들어갔다. 호유도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다기에 혼자 들어갔다. 앉아 있으니 저절로 땀이 쏟아졌다. 세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이야! 불알 참 크다!"
류지오는 자기더러 한 소린 지도 모르고 타월로 땀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들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지 않는가.
"우리 건 저 사람 물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흐흐흐..."
류지오는 징그럽게 웃어 보인다.
"이야! 정말 쓸 만한 물건을 가졌수다! 이거 부러운데...!" 그 물건은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일어서 버린다. 류지오는
부끄러운지 수건으로 허리를 감고는 밖으로 나왔다. 사우나탕에서의 대화를 생각하면서 호유도의 물건을 훔쳐본다. 볼록한 아랫배
밑에 탱글탱글하게 달려 있는 물건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류지오! 너 실성했니?"
방학이 되어서는 처음으로 호유도를 만났다. 류지오는 호유도의 자전거를 몰았다. 무거운 호유도는 뒤에 앉아서 뭐라고 말한다.
"너, 후에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니?"
"뭐라구?"
"후에 선생님은 정말 예쁘다고!"
호유도는 류지오의 대답을 직접 말한 셈이다.
"임마! 그걸 누가 모르냐!"
류지오는 더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고수부지로 나와 자전거를 세워 놓고 앉았다. 호유도는 담배를 꺼내더니 류지오에게 하나
내민다.
"너 때문에 담배 배우겠다."
류지오는 담배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뿜으며 묻는다.
"후에 선생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얼마나 될까?"
"센도, 마기치, 구라도, 조 등등... 만만찮은 거물급들이야..." "둔한 놈! 우리 말고 후에 선생하고 결혼할 사람
말이야!" 류지오는 유람선을 바라보며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빤다. 세 명의 체육 선생들 중에 두 명이 총각이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영어 선생도 총각이다.
'네가 2년만 일찍 태어났던가 후에 선생이 2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류지오는 요즘 도장에 가기 싫다. 겐도라는 녀석이 늘 대련을 신청하기 때문이다. 후센 사부는 류지오와 겐도 중에 하나를
도장의 대표자 자격으로 이번 동경우슈대회에 보낼 생각이었다.
류지오는 후센 사부의 유일한 수제자다. 그건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류지오는 이 곳에서 8년 동안 무술을 배웠다.
언젠가는 세계적인 무술 대회에 참가해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방학과 동시에 겐도라는 녀석이 들어와서는 동경우슈대회에 대표로 나갈 것이 기정 사실화 되어 있는 류지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겐도는 류지오보다 세 살이나 많다. 그래서 스피드와 기술에서 앞선다 하더라도 체력과 파워에서 밀렸다.
"이번 대련은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류지오와 겐도 중, 이번 대련에서 이기는 사람이 도장의 대표자로서 동경우슈대회에
나간다!"
류지오는 대련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석연찮다.
'더러운 놈!'
류지오가 겐도를 욕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보다 약하면서도 강한 척하는 꼴이 기분 나쁘고 또 하나는 사부와 먼
친척 관계라는 이유로 이 곳에서 대장 노릇을 하려는 것이 아니꼽다.
"시작!"
후센 사부의 거친 음성과 함께 겐도의 다리가 날아온다. 류지오는 겨우 피하고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관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류지오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얍!"
겐도의 기압 성과 함께 다시 앞발이 날아온다. 그리고 연달아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류지오는 첫 공격을 겨우 피했으나 두
번째 날아오는 공격을 손으로 막아야만 했다. 막기는 했으나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겐도는 역시 강한 상대였다.
"류지오! 어서 일어나!"
이제 사부는 자기편이 아니다. 사부의 거친 소리가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다.
류지오는 화려한 공중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동작이 큰 탓에 겐도는 쉽게 피했다. 하지만 류지오의 이번 공격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그의 머리를 노린 것이 아니고 어깨를 노렸던 것이다. 그가 어깨로 맞받아 치고 공격해 들어왔다면
류지오의 패배였다. 하지만 그는 류지오에게 격중 당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몸을 낮추어 피하기도 힘이 들어
그는 뒤로 물러났다. 류지오는 두 번째의 공중 돌려차기를 하려고 몸을 낮추었다. 하지만 몸을 띄우지 않고 그대로 앉은 채로
걷어차기를 한다. 겐도는 류지오가 다시 공중 돌려차기를 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류지오가 공중에 뜨는 순간 그의
뒷덜미를 후려 차려고 했다. 그런데 류지오는 뜨지 않고 그대로 몸을 숙이더니 앉은 채로 재빠르게 몸을 돌리며 그 회전력으로
그의 다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30여 분에 걸친 대련 끝에 후센 사부의 판정이 내려질 순간이었다. 후센 사부는 망설임 없이 겐도의 승을 선언한다.
"류지오의 발차기는 훌륭하다. 겐도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 역시 훌륭하다. 이상!"
후센 사부는 그 말을 마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류지오는 샌드백을 거세고 차 버리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오후에 레이요가 왔다. 류지오는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후센 사부의 판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류지오, 잘 있었니?"
"오늘은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아요. 그만 돌아가 주세요." "류지오, 벌써 포기 한 거야? 이 일기는 어떡하고?"
레이요는 얄밉게 말하면서 자신의 일기장을 흔들어 보인다. 상당히 고심을 해서 가져온 일기장이다. 이 속에는 자신만의 비밀이
가득 적혀 있다. 레이요가 그런 자신의 일기장을 가져온 것은 이 게임에 자신도 상당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류지오의
성적이 오른다면 그의 어머니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묘한 감흥을 일으키는 에로티즘을 거부할 수
없었다.
"오늘은 정말 공부할 마음이 없어요. 어서 나가 줘요!" 류지오가 무섭게 소리친다.
"너 정말 무례하구나!"
"어서 나가 주세요! 다시 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류지오는 소리를 치고는 자신이 나와 버린다.
레이요는 류지오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생각이 자꾸만 빗나갔다. 레이요는 초조해졌다.
레이요는 어제 류지오의 어머니와 만났다.
후에 선생은 새롭게 보강된 낙제 제도에 대해서 류지오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류지오가 가장 취약한 수학 성적이
문제였다. 2학기의 두 번의 시험에 걸쳐 수학 점수의 평균이 50점 이상이 나오지 않을 경우 류지오는 낙제하고 만다.
대학교 진학은 물론 고등학교 졸업도 못할지도 모른다.
서너 시간이나 밖에 있다가 돌아온 류지오는 아직 돌아가지 않은 레이요를 보고는 미안스러웠다.
"류지오. 잠깐만 시간을 내 주겠니?"
류지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요와 류지오는 바닥에 마주 앉았다. 드러난 허벅지가 유독스럽게 희어 보인다. 레이요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난 어제 너의 어머니에게 많은 돈을 받았어. 그만큼 나의 부담은 커졌어. 너에게 수학만 가르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지만... 다른 문젯거리라도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레이요는 류지오의 문제를 스스로 어림잡고
있었다. 그의 일기장를 뒤져보다가 이런 글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누구라도 남자라면 어여쁜 여선생에게 관심을 받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그녀의 관심을 조금
더 끌고 받았다 할지라도 무엇이 다른가? 그래서 처음엔 싫었다. 반항스런 행동에 오히려 어깨를 다독여 주는 그녀가
위선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스승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아니다.
나의 적들을 주먹으로 하나하나 처리한 다음 내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안으면 그만이지만 현실의 문명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른 놈들이야 이런 문명에 맞게 제대로 진화해 목석같이 참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인형을
만들어 놓고 혼자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유치스럽다. 하지만 그녀 역시 즐기고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시작했고 그녀도
계속 할 것이다. 그녀는 일부러 틀린 답을 맞게 해 주었다. 어쩌면 그녀는 후에 선생보다 훨씬 더 정답고 매력적인
여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요 선생과 후에 선생을 동일시 여기는 것은 어쨌던 잘못이다. 그건 분명 그녀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다. 이 게임을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 그녀 스스로 이 게임을 포기해 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
류지오는 자신보다 더 심각하게 앉아있는 레이요를 보며 말한다.
"아무 문제없어요. 단지 도장에서 화가 난 것이 풀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겠죠?"
"하지만 류지오..."
"그 일기장을 주세요.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어려운 문제를 구해 오도록 하세요."
레이요는 일단 돌아갔다. 류지오와 다시 화해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솔직히 그 글을 읽고 나서는 충격이 남았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 류지오에게 일기장을 줘 버린 것이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정숙하지 못한 여자로 남아야만 했다. 일기장에는
요시꼬와의 관계와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비밀 클럽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기 때문이다.
류지오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호유도 말고 고로히찌라고 하나 더 있다. 고로히찌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한다. 그리고
그들 세 명이서 자주 가는 당구장 옆에 살고 있다. 류지오는 고로히찌와 만나면 늘 당구를 치러 간다. 류지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고로히찌의 최대의 취미는 당구였다. 고로히찌는 오늘도 류지오에게 지고 나서는 재차 붙자고 한다.
"안돼!"
"왜 안돼?"
"널 또 이기면 기분이 상할 거구 져 주자니 그럴 마음도 안 나고. 그러니 다음 기회에..."
"나쁜 놈!"
고로히찌는 류지오와 함께 당구장을 나와서는 같은 반인 리에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리에는 상당히 귀엽고 공부도 잘한다.
더욱이 미술과 음악에도 재능이 있다. 고로히찌는 특유의 끼로 리에와 어느 정도 친해져 있지만 류지오는 그 애와 인사도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사실 리에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다. 리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의사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동경대 의대
원장이기도하고 명망 높은 국회 의원이기도 하다. 류지오는 1학년초에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영어를 담당하는 나이
많은 담임 선생의 그녀에 대한 지나친 대우 때문에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류지오와 친해지려는 여자아이들은 하나도 없다. 수학 시간이 살인적인 시간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류지오 때문이다.
류지오는 수학 선생과 한번 마찰이 있은 후에 마치 선생에게 반항이라도 하는 듯 수학 성적은 영점이다. 한번은 수학 시험
답안지 뒤쪽에다가 누드 그림을 그려 놓았다가 심하게 맞기도 했다. 수학 시간은 문제아였지만 다른 시간에도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선생에게 톡톡 튀는 성격은 여전했지만 다른 선생들은 류지오의 고집을 아는지 별로 간섭을 하지 않았다.
"리에와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어. 제발 같이 가 주라!" "그 애와 만나는 데 내가 왜 끼냐?"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 그러니까..."
리에는 남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있다. 리에는 도꾸미라는 애와 짝이다. 그런데 도꾸미가 류지오를
남모르게 좋아하고 있었다. 도꾸미가 내성적이라기 보다는, 류지오라는 인물이 별난 곳이 있어서 평소에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도꾸미가 류지오를 특히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여자에게 있어서 월경은 매달 겪어야 하는 곤혹스런 월례 행사였다.
그런데 그것이 학교에서 일어나자 도꾸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패드 같은 것도 그날 따라 이용하지 않았다.
도꾸미는 화장실로 급하게 뛰어갔지만 거기서 벌 청소를 하고 있는 류지오와 부딪친 것이다. 류지오는 대충 눈치를 채고는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주었다.
"자 이거."
"..."
도꾸미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화장실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류지오가 다시 부르면서 손수건을 주는 것이다.
"휴지가 없을 거야."
"고마워."
도꾸미는 화장실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나 울고 있었다. 가방으로 피 묻은 치맛자락을 가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류지오의
다정스런 눈빛과 친절한 행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도꾸미는 류지오와 교제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류지오는 네
명의 여선생과 상당한 사이다.
첫 번째 여성은 음악 선생이다. 류지오는 2학기말 가을 종합전의 오픈 날 음악 선생과 나란히 앉아 피아노 연주를 했다.
처음에는 류지오의 독주였고 우레와 같은 앵콜 요청으로 류지오는 음악 선생과 그런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함께
연주를 했다.
두 번째의 여성은 미술 선생이다. 가을 종합전이 계속 되던 그 때, 국내에서 가장 알아주는 미술전인 천황예술전이 있었다.
류지오는 처녀의 아기라는 제목의 그림을 출품했고 2위에 입상했다. 충분히 수상작이 될 수 있었지만 평가자들이 고리타분한
사람인지, 벌거벗고 있는 누드 그림을 차선으로 밀어내 버렸다. 신문사에서도 취재를 오고 교내에서도 상당히 떠들썩했다.
그리고 류지오는 당시 2학년 담당이었던 미술 선생에게 그 공을 돌렸다. 저희 미술 선생님에게 배운 솜씨였다 라는 조금은
당찬 그 말 한마디로 미술 선생도 학교장으로부터 두꺼운 보너스 봉투를 받았다.
세 번째의 여성은 양호 선생이다. 류지오는 정기적으로 양호실을 찾아갔다. 양호 선생과의 교제 때문인지 아니면 수업 시간을
빼먹기 위한 수단인지 벙긋하면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네 번째의 주인공은 후에 선생이다. 후에 선생이야말로 지금 담임인 만큼 여자아이들이 더욱 민감하게 느낄 것이 당연하다.
류지오에게 이렇게 쟁쟁한 걸 프렌드들이 버티고 있는데 감히 어떻게 말을 붙여 보겠는가. 그래서 도꾸미는 자신의 단짝인
리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리에는 고로히찌를 통해 류지오와 도꾸미를 만나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로히찌는 그
대가로 자신과의 데이트를 요구했다.
류지오는 석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 장소로 나가게 되었다. 고로히찌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로히찌 역시 리에와
단 둘이 있고 싶었기 때문에 금방 사라져 버렸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류지오가 도꾸미에게 묻는다.
"학원에 좀 다니면서 그냥... 놀고 있어."
"그래?"
류지오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너 며칠 전에 후에 선생님 생일인 거 알고 있니?"
"아니 몰랐는데?"
"너도 그 날 생일 파티에 왔었으면 좋았을 텐데..."
류지오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가볍게 한숨을 쉰다.
"덥니?"
류지오는 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별로 덥지는 않다. 바람이 시원스럽게 불고 있었다.
"너 무술을 잘 한다며?"
"별로..."
"미술, 음악, 무술.. 정말 못하는 게 없네! 정말 좋겠어!" "별로..."
류지오와 도꾸미는 그런 무료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반면 고로히찌는 리에와 함께 공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물론 고로히찌 혼자서만 재미있겠지만 말이다.
"야호! 재밌다!"
고로히찌가 청룡 열차의 가장 앞부분에 앉아서는 소리쳤다. 옆에 앉은 리에는 무서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그리고 열차가
언덕에서 미끌어 떨어질 때나 회전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 댔다.
류지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벌써 와 있었다. 소파에는 류지오가 못 보던 여자가 하나 앉아 있었는데 도시에의
가게에서 일하는 아가씨였다.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류지오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류지오는 자신의 어머니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소파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아가씨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본다. 며칠 전에 레이요의 일기장을 읽어보았다. 그 중에 어머니와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적혀 있는 부분이 떠올랐다.
"남편과 같이 잠자리를 하지 않은 지가 십 년도 넘어... 때때로 욕정이 생길 때면 남편과 화해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한번 멀어지고 나니까 그것도 싶지 않더군."
"꼭 남자와의 결합 말고도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요." 류지오는 소파에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아가씨를 한번 힐끗
보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며칠 전에 사다 놓은 만화책을 보고 있는 동안 도시에가 방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왔다. 류지오는
만화책 보는 것을 숨기려고 하지는 않았다. 장래 자신의 꿈이 만화가라고 말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도시에는 옷가게를 운영하는 만큼 맵시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속이 비칠 정도로 얇은 검은 색 블라우스는 안에 브래지어를
받쳐입지 않아 속살이 조금 비쳤다. 류지오가 기억하기로는 출근할 때는 역시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아마 집에 돌아와서는
답답해서 벗어 버렸나 보다.
"류지오. 할 이야기가 있다."
"...?"
류지오는 어머니를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시에는 책상 위에 만화책을 들쳐 보면서 말을 이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던데... 네가 피아노를 선물했다면서?"
류지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책상에 걸터앉는 바람에 치마의 벌어진 쪽으로 어머니의 허벅지가 드러나자 눈살을 찌푸린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알몸을 자주 봐 왔다. 아홉 살 때까지는 같이 목욕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도 때때로 목욕탕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알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머니의 몸에 거부감이 든 적은 없었다. 아마 레이요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그렇게 비싼 물건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 넌 어떻게 생각하니?"
"후에 선생님이 학교에서 피아노 치는 것을 보고 선물하고 싶었어요. 우리 집은 부자잖아요. 안 그래요?"
"하지만 그런 선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야. 너, 후에 선생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니?"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고 아니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그런 감정일 뿐이에요."
류지오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블라우스 안으로 비치는 유방 때문인지 자꾸만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감정?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좀 들어보고 싶구나?"
도시에는 따져 묻는다. 그리고 류지오가 자꾸만 고개를 딴 곳으로 돌리며 민망해 하는 것을 보고는 팔짱을 끼는 척해서 가슴을
가렸다. 류지오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드러난 허벅지도 가리켰다. 그것도 좀 치워 달라는 소리였다. 도시에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다.
"너 참 이상해졌구나! 늘 같이 목욕하자고 조르던 녀석이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니?"
"나도 이제 다 컸다구요! 그게 언제 때 이야긴데!"
"네 녀석이 크면 얼마나 컸어?"
류지오는 이미 다 큰 몸이었지만 도시에는 너무나 젊어 보였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요." 류지오는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너 사춘기니?"
류지오는 어머니가 들고 있는 만화책을 뺏고는 다시 보기 시작한다.
도시에는 아들의 이성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후에 선생의 전화를 받고도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젊고 예쁜 선생이니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고 류지오가 여선생에게 이성의 여자로서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남자 애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노출에 이렇게 과민 반응 보이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집에 사람이 있어 봤자 자신의 아들뿐이지 않는가. 그 애 말대로 날씨가 더워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루꾸! 들어와요."
거실에서 본 그 아가씨가 들어온다.
"류지오. 앞으로 너의 영어를 가르치실 분이다.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나와 무척 친하단다. 누나처럼 생각하고
잘 해보렴."
"영어는 필요 없어요. 잘하고 있는데 뭐 하러..."
후에 선생은 영어 담당이다. 후에 선생의 덕인지는 몰라도 류지오는 최근에 영어 점수는 상당히 잘 받아 왔다.
"하지만 영어는 일찍 배워 둬야 해! 나루꾸는 미국에서 몇 년간 살았기 때문에 회화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야. 네
녀석은 네 살 때도 영어 책을 잘도 읽더니 어떻게 그렇게 멍청해질 수 있니?" "또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군요! 그런데
하필이면 또 여자예요?" 류지오는 무엇이던지 트집을 잡고 싶었다. 나루꾸는 수줍음을 잘 타는지 류지오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게다가 '또 여자예요'라고 짜증스럽게 말하자 자기가 여자라는 것이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넌 남자는 싫다며! 그래서 레이요 선생한테 붙여 주니까 잘하고 있잖아!"
"그럼 일주일에 몇 번해요?"
"그건 나루꾸와 의논해 보거라."
도시에는 한숨을 쉬면서 책상에서 일어서더니 나루꾸에게 다시 부탁을 하고는 나갔다.
"안녕! 나루꾸예요."
"..."
류지오는 만화책에 시선을 둘 뿐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할 거예요. 월, 수, 금 그리고 하루에 두 시간씩."
"..."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내일부터 수업하기로 해요."
류지오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자 서 있기가 무색할 정도다.
"말씀 낮추세요. 그리고 내일은 안돼요. 친구들과 약속이 있거든요."
"그래요? 그럼 금요일부터 해요."
"말씀 놓아도 돼요. 말썽 꾸리기 동생 대하는 것처럼 막 대해도 괜찮습니다."
류지오는 나루꾸가 마음에 드는지 조금 착한 학생처럼 굴었다. 하지만 말에 가시가 있다고 했던가. 막 대하면 자기도 막
대하겠다는 투로 들렸다.
"아니에요. 전 이게 편해요. 뭐 묻고 싶은 것... 있어요?" "없습니다. 하지만 별로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전 공부하는
데 재주가 없으니까요."
"누구나 하면 되요. 특히 영어는 자주..."
나루꾸는 방을 둘러보다가 조금 놀랐다. 방문에 대형 누드 사진이 붙어 있었다.
"영어는 자주 연습하면 쉽게 배울 수 있어요..."
나루꾸는 마저 말을 이었다. 누드 사진보다 더한 것은 책상 위에 이상한 책들로 가득 꼽혀 있는 것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도색 잡지책이 다달이 꼽혀 있었고 무슨 비디오 테이프인지는 몰라도 스무 개 정도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그럼 금요일 봐요."
"네."
나루꾸는 방을 나와서는 길게 한숨을 쉰다. 자신의 가슴이 꽁딱꽁딱 뛰는 것이 느껴진다.
'정말 망나니구나!'
나루꾸는 도시에의 말이 정말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숨을 쉰다.
"류지오는 무척 망나니야. 내 탓도 있지만 자유분방한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대로 두고 있어. 힘들더라도 잘 해줘.
부탁해!"
저녁에 레이요가 왔다. 레이요는 상당히 활발한 모습이었다.
류지오가 자신의 일기장을 모두 읽어보았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류지오에게 알몸으로 서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류지오가 일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를 편하지 못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집에서 준비해 온 문제지를 꺼낸다.
"레이요 선생님이 동성연애자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류지오의 갑작스럽게 내뱉는 말에 레이요는 흠칫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렇게 요부인 줄은 더욱 몰랐구요!" 류지오의 두 번째의 말은 레이요를 확 달아오르게 할 정도로 지나친
말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어머닌데 요부라니.
"전 이제 망설이지 않기로 했어요. 만약에 네 문제를 맞춘다면 난 선생님의 알몸을 보고 말 겁니다."
"흥!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 일기를 봐서 알겠지만 난 남자한테는 알레르기가 있어."
류지오는 문제가 저 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요는 이제 자신이 어떤 여자라는 것을 이미 노출시킨 이상 의젓한 숙녀 행사하기는 힘들었다. 류지오는 네 문제 이상을
맞추게 되면 당장에 그 어떤 요구라도 해 올 것이다. 단지 옷을 벗기는 것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게임의 시간은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그 요구는 점점 발전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에는 섹스라는 단계에까지 올지도 모른다. 류지오가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해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었다. 레이요도 이점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당당히 색마 행세를 하려는 이 녀석의 콧대를 단단히 꺾어 놓을 생각이었다.
레이요는 류지오가 쩔쩔매는 모습에 의기양양해져 갔다. 그런데 류지오는 생각과는 달리 벌써 세 문제나 맞추었다. 나머지 두
문제 중, 한 문제만 맞추면 정말 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레이요는 류지오가 점점 답에 근접해 갈수록 숨소리를 줄이며
마음 역시 졸인다. 하지만 류지오는 마지막에 실수를 하더니 연거푸 두 문제를 틀려 버린다. 겨우 길게 한숨을 내쉬고 수업을
했다.
류지오는 수업 도중에 두 번이나 레이요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너! 그런 못된 버릇을 어디서 배웠니?"
"요시꼬가 그렇게 해주면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면서요..." 레이요는 사납게 쏘아본다
"미안해요. 앞으론 안 그럴 게요."
하지만 류지오의 싱글싱글 웃는 모양으로 봐서는 앞으로 안 그르겠다는 말에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04
리에에게 전화가 왔다. 류지오는 생각지도 못한 리에의 전화를 받고 조금 놀랐다. 리에는 어떻게 지내냐는 등의 인사치레의
이야기를 하더니만 전화를 건 목적을 말한다.
"도꾸미가 며칠 전부터 몹시 아픈가 봐... 내 생각엔... 네가 한번 문병이라도 갔으면 해서... 고로히찌가 집을 아니까
같이 오던지 해."
만약에 고로히찌에게 이런 전화가 왔더라면 그 애와 내가 무슨 상관이냐며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에가 이렇게 전화를
해주자 순순히 받아 들였다. 그렇지만 류지오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건 도장의 일 때문이다. 어제 레이꼬가 찾아 왔다. 레이꼬는 도장에 함께 다니는 대학생이다. 류지오보다 두 살이나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숙녀 티가 났다. 류지오는 일주일 전, 겐도와의 대련에서 사부의 불공정한 판정에 화가 난 나머지 도장에
나오지 않았다. 레이꼬도 그 때 대련을 지켜보았다.
레이꼬는 류지오를 설득한다.
"그 때의 대련은 분명히 네가 이겼어. 하지만 류지오... 원장님은 원장님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린 거야. 원장님은 경기
룰에 따라 점수를 매긴 것이 아니야... 전체의 경기를 보시고 오히려 누구의 체력이 우수한지, 데미지를 두가 더 입었는지를
총괄해서 그런 판정을 내린 거야. 그건... 너도 이해하겠지?"
류지오는 그 때의 대련을 생각해 본다. 분명히 자신은 겐도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게다가 자신은 몇 번이나 공격을
명중시켰다. 그리고 사부님만 옆에 없었다면 잡기를 이용해 그의 팔과 다리를 분질러 놓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레이꼬의 말을
받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류지오... 겐도씨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청소년 부에는 출전할 수가 없잖아? 반면 넌 다음에도 세 번이나
기회가 있잖아...?"
"그렇다면 그렇다고 시인할 것이지...!"
"류지오... 넌 원장님을 너무 완벽한 사람으로 보고 있어. 그리고 원장님 역시 마찬가지야... 너에게... 그런 사정을
말해 주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옳지만, 원장님도 널 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류지오는 레이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권한은 후센 사부에게 있는 것이고 사부에게 반기를 든 자신을
탓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부가 옳지 못했고 그런 사부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레이꼬의 말을 듣고는 화가 풀렸다.
후센 사부의 판정에는 승복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존경할 사부이며 그도 역시 이치보다는 인정에
따르는 사람인 것이다.
류지오는 고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인다.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그제야 생겨 난 듯 싶었다. 후센 사부의 판정은 인간적으로서는 합당한 것이리라. 컴퓨터가 채점을 해서
그의 승을 선언했다면 그것은 기계적인 고장인 것이다.
레이꼬의 권유에 따라 류지오는 다시 도장에 갔다. 지금쯤이면 한창 원생들이 연습을 하고 있을 텐데 아무도 없었다.
"왜 아무도 없지?"
"며칠 전 동네 건달들이 들이닥쳐서 다른 사람들은 겁이 나서 못 오고 있어. 겐도씨가 그들과 시비가 있었나 봐..."
"그럼 사부님은?"
"시내를 뒤지면서 그 때 왔던 녀석들을 찾고 있나 봐. 겐도씨가 심하게 다쳤어..."
류지오는 레이꼬를 따라 겐도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갔다. 겐도는 다리가 부러져서 깁스를 하고 있었다. 한달 간은 그런
모습으로 누워 있어야 할 것이다.
"난 엉덩이에 땀때기가 나서 미치겠어."
"겐도형. 그 녀석들을 찾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너도 조심하라고... 무더기로 덤비니 정말 속수무책이더군. 그리고
아쉽지만 이번 동경우슈대회는 너에게 맡긴다."
류지오와 겐도는 힘차게 손을 마주 쳤다.
류지오는 얼마 남지 않은 동경우슈대회를 목표로 훈련에 들어갔다. 레이꼬가 트레이너가 되었다. 레이꼬가 이미 준비해서 내놓은
계획에 따라 아침 다섯 시부터 정오까지는 꼼짝없이 붙들려 있어야 했다. 그날 병원에 갔다가 다시 도장으로 돌아온 류지오는
도복을 갈아입고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레이꼬가 연습 상대가 되어 주었다.
레이꼬는 삼 년 전, 이 곳에 처음으로 들어와서 류지오라는 괴물에게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류지오는 이미 후센 사부의
수제자로 인정받고 사범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류지오는 첫 날부터 레이꼬를 상당히 괴롭혔다.
조그만 녀석이지만 그런 대로 잘 하는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레이꼬는 오히려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어 속으로 기뻤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혼 줄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세가 틀리면 좋은 말로
했다. 때때로 능청스럽게 온 몸을 더듬듯이 만지기도 했지만 서로가 어리다 싶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간 지나자
자세가 틀리면 발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배운 것이 지금은 실력으로 입증되었다. 류지오에게 늘 모욕을
당하면서 품은 오기 덕분에 자신의 실력을 이 정도로 발전시켜 놓은 것이다.
우슈 공인 3단이라면 상당한 고수다. 류지오는 1단을 따 놓고는 단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1단까지 우슈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주었으니 그까지만 자격증이랍시고 가지고 있는 것이다. 레이꼬는 공인 6단인 후센 사부를 제외하고는 도장에서 최고
고단자인 셈이다.
류지오는 역기를 들고 윗몸 일으키기를 수백 번이나 한다. 그리 무거운 역기는 아니지만 레이꼬는 들기도 힘들었다. 류지오
스스로 자신의 체력이 남들보다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오기를 피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로서는
누구보다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경우슈대회의 규정에 따르면 23세 미만의 참가자들은 청소년 부에 참가할 수
있다. 청소년 부와 일반 부를 구별한 것은 이제 막 무술을 익히기 시작한 청소년과 수십 년 갈고 닦은 고수들과 차별을 두기
위해서였다. 류지오로서는 청소년 부에 도전한다고 할지라도 나이가 어린 축에 드는 셈이다.
류지오가 입고 있는 도복이 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류지오가 몸을 털고 일어서자 레이꼬가 말한다.
"자! 한번 붙어 볼까?"
"난 여자하고는 싸우지 않아! 연습 상대라면 모르지만..." 류지오가 비웃으며 말한다. 류지오는 늘 레이꼬와 대련하기 전에
그렇게 말하는 버릇이 있다. 레이꼬는 도복의 자락을 추스르고는 날카롭게 덤벼든다.
류지오는 예전처럼 레이꼬와 맞서지 못했다. 삼 년만에 무술이 많이 늘었지만 그보다 여자다운 기색이 넘쳐흘러 마음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류지오는 레이꼬의 공격을 막기만 하다가 공격을 잘못해서 등을 보인 그녀의 엉덩이를 짓궂게 손으로 툭
친다. 그나마 예전처럼 가슴을 끌어안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레이꼬는 더욱 오기가 나서 있는 힘을 다해 덤빈다.
류지오는 이 도장에 오기 전에 유도를 먼저 배웠었다. 하지만 덩치가 작고 너무 어려서 유도 기술을 익히는 데는 부적절했다.
레이꼬는 류지오에게 특별히 유도 기술을 배웠다. 남다르게 레이꼬의 공격 기술이 다양한 것도 류지오에게 유도를 배운
덕분이었다. 류지오는 그 사실을 잊었는지 방심하다가 레이꼬에게 목덜미를 잡히더니 매트에 내리꽂히고 만다. 레이꼬는 류지오를
누르더니 조르기를 시도한다.
우슈에는 없는 기술에다 점수도 얻을 수 없는 기술이지만 자신을 비웃는 류지오를 벌주기 위해서라도 있는 힘을 다해 조르고
있었다.
"어서 항복해!"
그런데 항복은커녕 오히려 레이꼬의 허리를 꼭 끌어안는 것이다. 류지오는 고통을 참으며 능청을 떨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에는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레이꼬는 자신의 유방이 류지오의 얼굴에 짓눌리든 말든 계속
조르고 있었다. 그런데 류지오의 아랫배를 누르고 있던 엉덩이에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자 레이꼬는 질겁을 하고 떨어진다.
레이꼬는 아무 말없이 류지오를 한참이나 흘겨본다.
"그러니 아무 때나 남자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구..." 류지오는 능청스럽게 말하고는 레이꼬를 덮친다. 레이꼬는 당황한
나머지 잘 피하지도 못하고 다리를 잡히고 만다. 류지오는 레이꼬의 사타구니 사이에 자신의 다리를 끼어서 꺽기를 시도한다.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레이꼬는 울상이 되어 매트를 툭툭 쳤다. 하지만 류지오는 느긋하게 뭔가를 즐기고 있었다. 레이꼬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조여들어 류지오의 물건은 어느새 단단한 나뭇가지처럼 변해 버렸다.
"당장에 놓아주지 않으면 널 이제부터 변태라고 간주할 거야!" "누구라도 이렇게 되면 나처럼 흥분하게 된다구..."
"망할 새끼야! 어서 놓지 못해!"
"먼저 항복해야지...!"
"알았어! 항복!"
류지오는 레이꼬가 더 화를 내기 전에 풀어 주었다. 그리고 대련의 마무리답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레이꼬는 그 순간을
이용해서 류지오의 가랑이 사이를 발로 차 버렸다. 류지오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매트 위에 뒹구는 동안 레이꼬는
신발을 신고 문을 나가고 있었다.
"내일 아침 다섯 시야! 잊지 마!"
류지오는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서 레이꼬와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레이꼬가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같이
먹고는 도장에서 후센 사부의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수학 공부를 했다.
그렇게 이틀을 보냈는데 리에에게 전화가 다시 왔다. 며칠 전에 류지오에게 전화를 해서 도꾸미가 아프다는 것을 알려 주었지만
류지오는 그만 잊어버리고 문병을 가지 못했다. 리에는 류지오가 문병을 가지 않은 것을 탓하기 시작한다.
"도꾸미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정말 그럴 수가 있니?" "미안해... 요즘 바빠서..."
"지금이라도 도꾸미 집에 한번 가 봐. 알겠지?"
류지오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고로히찌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전화 벨만 울렸다. 아마 당구장이나 갔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호유도에게 전화를 건다.
"호유도. 너 도꾸미네 집 전화번호 아냐?"
"모르는데... 왜?"
"아냐."
류지오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난감하다. 오늘은 바로 나루꾸가 오는 날이다. 수요일도 그냥 넘겼는데 오늘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그녀가 올 시간은 두 시간도 안 남았다. 그 동안 도꾸미를 만나기란 힘들 것이다.
류지오는 다시 호유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왜?"
"그냥! 알아 몰라?"
"알아. 731에 8162."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딴 생각은 품지마, 임마!" 류지오는 리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리로 전화를 했다. 리에가
직접 전화를 받는다. 류지오는 혹시 리에 어머니가 아닐까 싶어 더문더문거리다가 말한다.
"저... 여보세요... 나 류지오인데, 도꾸미의 전화번호를 모르겠어."
"전화번호는 왜? 직접 찾아가야지 문병이지! 전화 한 통화로 아픈 사람이 낫겠니?"
류지오는 갈수록 이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자기가 뭔데 성화를 부리는 걸까. 게다가 자신이 찾아간다고 아픈
도꾸미가 낫는 법이 어디 있는가.
"내가 집을 아니까 함께 가자! 학교 앞에 금방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안되겠어..."
"무슨 소리니! 도꾸미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아니?" "그렇게 심해?"
류지오는 그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리에가 지금까지 한 소리를 종합해 본 결과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 않다면야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지는 않을 것이다. 류지오는 당장에 학교 앞으로 달려갔다.
리에는 조금 뒤에 나왔다. 언제나 예뻐 보이는 리에다. 호유도 같은 녀석도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 정도로, 남자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었다. 자신 역시 리에를 볼 때면 마음이 설렌다. 그러면서도 친숙히 지내보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하지만 도꾸미가 아프다는데 그런 감정이나 품을 때가 못 되었다.
도꾸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여자 친구의 집에는 처음으로 와 보는 류지오는 조금 머쓱해져 있었다. 여자의 방은 과연 달라
보였다. 냄새부터가 다르다.
류지오는 도꾸미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괜찮니?"
"류지오. 이렇게 와 줘서 고마 와."
억지로 미소지으려고 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인다. 도꾸미는 자꾸만 땀을 흘린다. 류지오도 땀이 조금 났다.
"괜찮아?"
"응. 많이 나았어."
목소리에 전혀 힘이 없어 보인다. 잠옷을 걸치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무척 야위어 보였다.
리에가 나가려 하자 류지오도 밖으로 뛰쳐나온다.
"리에!"
류지오가 리에의 손을 꼭 잡아 쥔다. 리에는 류지오가 자신의 손을 덥석 잡자 약간 흠칫거리며 당황한다.
"도꾸미를 간호해 줘야지.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데..." 류지오의 눈빛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도꾸미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류지오, 네가 좀 간호해 줘. 난 집에 가 봐야 해."
"저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병원에 입원시켜야지. 부모님은 무얼 하시는 거야?"
"도꾸미의 부모님은 일하러 나가셨어. 돈을 벌지 않으면 어떻게 먹고살겠니?"
리에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쩌지... 나도 금방 들어가 봐야 되는데..."
"도꾸미를 혼자 둬서는 안돼!"
리에는 꾸짖듯이 말한다.
"응! 알겠어! 그럼 병원에라도 데리고 가자!"
류지오는 자기가 업고서라도 도꾸미를 병원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물론 택시나 응급차를 불러도 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다급해진 것이다.
"소용없어! 도꾸미는 백혈병이야."
류지오는 무척이나 놀랐다.
'도꾸미가 백혈병!'
리에가 돌아간 뒤에 류지오는 한동안 도꾸미를 간호했다.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위로도 해 주었다. 하지만 백혈병에 걸린
소녀에게 무슨 위로가 필요하겠는가.
도꾸미는 오히려 류지오가 안쓰러웠다. 사실은 도꾸미는 아픈 것이 아니다. 류지오와 친해지려고 리에와 짜고 한 짓이었다.
하지만 리에가 일을 더욱 크게 벌리고 만 것이다.
도꾸미는 부모님이 곧 오신다면서 류지오를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류지오 역시 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 나루꾸가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꾸미는 리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혈병이라고 그러면 어떡하니?"
"류지오, 그 애...! 겨우 그런 소릴 하니까 널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것 같더라!"
"하지만 난 눈물까지 날 정도였어. 류지오에게 너무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그렇게 해서라도 류지오와 친해질 수 있다면 잘된 일이잖아?" 이 일은 리에가 꾸몄다. 시트 밑에 전기 장판을 깔고
누웠으니 이 여름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 않으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그렇게 땀을 흘리니 류지오로서는 정말 무척이나 아픈
줄로만 여길 도리밖에 없었다.
나루꾸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류지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미리 전화를 했는데 류지오가 없었다. 나루꾸는 도시에에게
열쇠를 건네 받고 왔다. 미리 가 있으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에가 열쇠를 주면서 한 말이 또 생각났다.
"처음엔 말썽을 많이 피울 거야. 그 전에 몇몇 과외 선생들도 처음에 혼 줄이 나고는 안 오더군... 하지만 얼마간 지나면
고분고분해질 거야. 부탁해!"
나루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옷가게에서 겨우 아르바이트하는 돈으로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 수가 없었다. 류지오의 가정교사를
맞게 되면 그 두 배의 돈이 들어온다.
류지오가 헐떡이며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루꾸는 류지오의 책상 의자에 앉아 있다. 류지오의 허락 없이 방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조금 미안했다. 오히려 화를 내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나루꾸는 그렇게 마음이 여렸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류지오가 미안하다고 그러자 나루꾸는 금방 마음이 누그러져 버린다.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공부하면 되잖아요!" 나루꾸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레이요는 그런 차림으로는 한번도
오지 않았다. 언제나 정장을 하고 말투까지 완전히 아이 다루듯하는 레이요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나루꾸는 류지오에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류지오도 나루꾸에게 상당히 호감이 갔다.
일주일 전에 같이 살게 된 사도미는 학원에 있다가 저녁에야 돌아왔다. 사도미는 류지오를 만나면 서먹서먹해 한다.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다. 아홉 살 때까지만 해도 아빠엄마놀이를 할 정도로 친했다.
성이란 것에 대해서 먼저 호기심을 느낀 사도미는 류지오를 통해서 그 모험 욕구를 해소하곤 했다. 함께 다락에 올라가서는
그런 놀이를 하든지 가위바위보로 옷벗기기를 하면서 서로의 성기를 관찰하곤 했다. 그 때는 호기심만 있을 뿐 부끄러움 같은
것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류지오는 무척이나 불만스럽다. 한살이라도 나이가 좀 더 많은 사도미가 언제나 자기 멋대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한 집에서 지내다가 따로따로 살게 되면서 어느새 사도미는 숙녀가 되어 버렸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도미는 어쩔
수 없이 류지오와 얼굴을 맞대기가 거북했다.
류지오는 침착하게 문제를 풀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문제는 너무 어려워 포기를 했다. 다 풀었다고 내 놓았지만 한 문제도
맞추지 못했다. 레이요는 실망스러웠다.
"이래서 내 옷을 벗기겠니?"
레이요도 이젠 드러내 놓고 말한다. 하지만 류지오가 이번에 한 문제도 못 맞춘 것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문제가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데..."
레이요는 한 문제도 못 맞춘 류지오를 탓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은 없었다. 솔직히 류지오 앞에서 옷을 벗을 자신이 없다.
장난은 장난에서 그치고 게임은 게임에서 그쳐야 한다. 위험한 한계를 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살짝 가슴 정도를 내비치는
것쯤이야 싶은, 여자로서는 조금 큰 간을 가지고 있지만 간이 배 밖으로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류지오는 그녀 자신이
위험스럽게 느낄 정도로 남자의 강한 향취를 내뿜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만 골라서 가져 왔다. 류지오 역시 나름대로 공부했지만 이런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실력파는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수학만 매달릴 수 없었다. 아침에는 종일 훈련을 해야 하고 오후에 조금 남는 시간에는 도꾸미의 집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녁에는 영어와 수학 과외 때문에 따로이 공부할 시간은 자기 전에 두세 시간밖에 없다. 도장에도 가지
않고 도꾸미의 집에도 들리지 않는다면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다.
레이요가 몇 개의 문제를 풀어 보라고 한다. 류지오는 푸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갑자기 이상한 것을 묻는다.
"요즘도 비밀 클럽에 나가요?"
레이요는 류지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문제나 풀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잠시 뒤 말을 해 준다. 이미 밝혀진 것,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 정기적으로..."
"그 클럽에 남자 회원은 없나요?"
류지오는 계속 묻는다. 레이요는 책상 위에 요염하게 앉더니 자신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말한다. 다분히 유혹적인
행동이다.
"궁금하니?"
레이요는 한층 은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네."
류지오는 레이요의 허벅지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요는 다리를 꼬아서는 더욱 허벅지 살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비밀
클럽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일기장을 봐서 알겠지만 난 요시꼬에게 소개받고 그 곳에 갔어. 처음엔 내가 정말 동성 연애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도 했지만... 그 긴 일종의 계모임과도 같애. 매달 모여서 얼마간의 돈을 모아 여름이나 겨울 휴가철에 여행을 하곤
하지. 비밀 클럽 회원 중에는 정말 동성 연애자도 있어. 하지만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충동, 그 호기심! 나는 후자에
포함된다고 할까?"
류지오는 레이요의 허벅지에서 시선을 옮겨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레이요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갑작스레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자신의 코끝으로 시선을 떨구고 만다.
"너의 어머니는 나한테 무척 감사해 하고 있어. 그 긴... 남자 없이도 성욕을 마음대로 풀 수 있지... 어떤
식이냐면... 여자의 가장 예민한 곳을 입으로 애무해 주는 거야. 그리고... 때로는... 남자의 페니스를 대신해서 인조
성기라는 걸 이용하기도 하지. 사이즈에 따라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길거나 짧은 것도 있지. 모양도 가지가지...
둥근 것 뾰족한 것 울퉁불퉁한 것... 자기 기호에 맞게 고르면 돼. 그리고... "
레이요는 스스로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반면 류지오는 붉으스레 상기되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요꼬도 좋지만 너의 어머니와 할 때가 훨씬 더 좋았어. 정말 이러다 시집도 못 가고 레즈비언이 되면 어떡하지?"
레이요가 한참이나 도취되어 있는 동안 류지오는 무슨 결심을 했는지 과감히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려 했다.
레이요는 류지오의 손을 탁 치며 일어서더니 평상시의 눈빛으로 흘겨본다.
"자 됐니?"
"...!"
류지오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셔 보인다.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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