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캠퍼스 애정비사 43-46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210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제43화> '거시기'에 로션이 필요한 여자

"얌마, 예지는 너랑 잤잖아?"

희창이는 아직도 내가 예지와 동침한 것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아냐...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내가 다 설명해 줄테니... 너 며칠전에... 교
문 앞 동네 근처에서, 보영이랑 차 안에 있은 적 있냐?"
"보영이랑?"

녀석은 황당한 표정이었다.

"야, 내가 뭐 보영이랑 한두번 만났냐? 알잖아, 걔네 자취방이 거기란 거..."
"그래, 알아... 그게 아니고, 너... 그럼 보영이랑 차 안에서 그걸 한 적
있냐?"

그걸...? 녀석은 잠시 멍하다가 이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아냐... 난 어제 처음 그 애랑 거기까지 가봤는데...? 근데, 니가 그런 걸
어떻
게 아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희창이는 어쨌든, 어제서야 비로소 보영이랑 정사를

가진 모양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왠지 이번엔 내가 웃음이 나왔다.

"알아, 임마... 후훗, 내가 얘기한 건 꼭 '그짓'만이 아니고... 왜 있잖아, 그
전 단계... 입이라던가, 손으로..."

그제서야 다소 멍청해보이던 녀석의 얼굴이 가셨지만, 아직 얼떨떨한 단계였다.

"그, 그런 거야 물론 가끔... 하, 하지만 그게 예지랑 무슨 상관이야?"
"사실은 말이야, 그 전에 예지가 나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어... 너 사귀는 여자

있냐고..."
"걔가? 나한테?"

의외인 모양이었다.

"그래... 너 가끔 예지한테 잘해줬다면서...? 술도 사주고, 관심 있는 척..."
"아니, 그거야..."
"물론 나야 알지, 니가 원래 이쁘장한 기집애들한테는 목숨걸고 잘해주는
걸..."

"그렇지만 예지는, 그걸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더라구. 희창이 니가 자기
한테 호감갖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그래서 나한테 얘기하더라... 자기가

랑 사귀어도 돼냐구..."
"그, 그래서 넌 뭐라구 했는데...?"

쿡쿡, 웃음이 나왔다. 천하의 플레이보이를 자처하는 이짱 이 놈도 이렇게 당황
할 때가 있다니.

"큭큭, 나야 당연히 너 사귀는 여자 없다고 해줬지..."
"하지만 그게 보영이랑 무슨...?"
"그런데 하루는, 걔가 아르바이트하고 나오다가... 너도 걔 학교 앞 가정집에서

과외공부 가르치는 건 알지?"
"아니, 몰라. 하여튼 그래서...?"

녀석은 궁금함에 몸이 다는 모양이었다.

"근데 저번 주인가... 밤에 나오다가, 보영이 동네 앞에서 차 안에 있던 너희를

발견한 모양이야... 그리고 너희 둘은 그 때 한창... 빨고 만지고... 뭐 그러고

있던 거구"

"그래서 예지가 실망감에, 그날 엄청나게 술을 퍼마셨었어. 날 불러서...
어쨌든
나도 예지한테 거짓말을 한 셈이니까"

아항, 이제야 희창이는 상황의 전모가 이해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완전히 맛이 가서... 나중에는 쓰러질 정도였구, 그래서 내 자취방으
로 데려다 재운 거야. 그리고 일어나 아침에 옷 갈아입는 장면에서 니가 등장한

거구..."

하지만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좀체로 뭐 씹은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럼... 정말로 너흰 아무 일 없던 거고... 내가 오해했단 거네...?"
"오케이. 맞아"

희창이는 한동안, 짱구를 굴리는 모양이었다.

"야, 창희야... 그럼... 예지가 날 많이 좋아했던 거냐...?"
"응, 그랬나봐... 하지만... 내가 포기 시켰어"

얼핏,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녀석의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계산
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아서라, 꿈도 꾸지 마. 예지랑 어째보려는 건..."

안봐도 뻔했다. 오는 여자 막지 말고, 가는 여자 안잡는 게 이 친구의 제일원칙
일텐데 - 당장에 희창이의 표정이 실망으로 바뀔 터였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단호
해야하는 나다.

"안돼, 짜샤. 걔가 얼마나 순진한데... 괜히 너한테 상처 받으면, 그 기집애는
자살이라도 할지 몰라. 그리고..."

갑자기 예지의 고백이 떠올랐다. 그날 아침 예지가 내 어깨에 기대어 울먹이던
고백... 여고 시절 스키장에서의 성폭행당한 첫경험, 그런 아픈 상처를 지닌 예
지인데. 하지만 녀석은 지 좋다는 여자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에 뾰루퉁한
모양이
었다.

"왜? 뭐 걔만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
"그, 그건...!"

문득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예지의 그 부끄러운 과거를 여기

희창이 녀석에게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그러지 마라. 이짱, 너한테 뭐 여자가 한 둘이냐?"

녀석이 입맛을 다셔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좋아... 창희 니가 그러라면... 젠장, 그래도 듣고보니 영 한심하네...? 뭐야,

선영이 누나도 안된다, 예지도 안된다... 그럼 난 누굴 꼬시냐?"

툴툴거릴 만도 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면 몰라도, 나를 믿고 내게 비밀스런

고백까지 한 두 여자를 지켜주는 것은, 어쨌든 내 임무였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에, 나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어쨌든, 참... 너 보영이랑은 어떻게 된 거냐? 절반의 성공이라니? 뭐 니 거시
기를 절반만 넣다 말았다... 뭐 그런 얘기냐?"
"보영이...?"

보영이 이야기가 나오자, 녀석은 짐짓 먼 산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피식거리며
혼잣웃음을 지었다.

"킥킥... 그래, 보영이... 푸히히, 왜, 궁금하냐?"

녀석의 버릇을 익히 아니까, 나는 은근히 부추겨 주었다.

"그래, 얘기해봐. 맞아, 로션이라니? 너 어제 로션 얘기 했었잖아... 무슨 말이
야, 로션만 있었으면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나는 정말로 로션이 왜 필요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나를
두고
희창이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그래, 로션... 어이구, 내가 다음부턴 차 안에 로션, 아니 베이비
오일이라
도 넣고 다녀야지... 아님 로션있는 여관방에 골라 가든가. 히힛"

오일? 로션? 난 정말로 궁금해지고 있었다.

"얌마, 웃지만 말고 말해 봐. 그게 왜 필요한 건데?"

진지한 내 얼굴을 돌아보고는, 녀석은 그제서야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뭐냐 하면... 내가 원래, 보영이 그 기집애한테는... 현지처 만들어 두려
고, 꽤 정성을 들였거든... 그래서 진짜로 저번 주 토요일 전까지는 패팅 밖에
안했었어, 그런데..."

만난지 몇 주, 며칠이 지나도록 거기까지는 안갔다 - 그 정도면 내가 알기로도
상당히 늦은 진도의 희창이라는 데엔 동의한다.

"왜 금요일 밤에, 너랑 선영이 누나랑 밤새 헉헉대는 걸, 난 옆방에서 듣고만

었잖냐... 솔직하게 말해서, 도저히 나도 그 생각이 나서 미치겠더라구, 그래서

토요일 날..."

글쎄... 내가 그렇게도 심했나, 누나와... 다소는 그 얘기를 듣자니 민망한
생각
에 계면쩍었다.

"토요일 날, 보영이 생각이 난 김에 저녁 때 차를 몰고 왔었어. 걔네 집까지...

물론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지. 혹시나 해서 콘돔도 주머니에 넣어놓고 말이야"

"그래서 그 기집애 아르바이트 끝나고... 드라이브를 갔던 거야. 고수부지 쪽으
로 말이지... 히히, 거기서 차 세워놓고..."

뻔한 스토리다. 인적 드문 강변에 차 세워놓고 그걸 했다... 그 얘기겠지.

"슬쩍 시도를 해봤거든... 캬, 걔도 상당히 대담하데... 차 안인데도, 순순히

하더라구. 그래서 애무하다가 윗도리까지 벗기고... 막 반바지 안으로 손을
넣는
데..."

그런데? 하지만 갑자기 녀석은 말을 멈추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야릇한 미소를
띠웠다. 어느 샌가 이번엔 내가 궁금함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얼른 계속해 봐, 짜샤... 사람 궁금하게스리..."
"푸힛... 알았어... 근데 걔가 갑자기 내 손목을 꽉 쥐는 거야. 그리고는 '잠깐
만' 그러는 거 있지?"
"왜?"
"나도 똑같이 물어봤었어. 왜 그러냐고. 혹시라도 재수없게 생리 중인 줄
알고..
. 근데 그게 아니야. 글쎄 그러는 거 있지, '너, 로션 있어?' 라구..."

뭐지? 그 와중에 보영이 기집애가 뭣 땜에 로션을 찾는 걸까?

"야, 창희 너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킥킥"
"응? 로션이라... 그건 뭣에 쓰려고? 혹시 선영이 누나처럼... 그 부분에 뭐가
없어서...?"
"어이그, 순진한 자식, 그 누나는 보영이에 비하면 샘이다, 샘!"

샘이라니? 그러나 희창이의 무용담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혹시나 해서... 그 기집애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서 만져
봤거든,
그런데..."
"왜? 그럼 누나랑 반대로... 너무 그게 무성한 거냐?"
"에헤... 아직도 몰라? 그 안이, 너무 뻑뻑하다구. 그래서 '윤활유'가 필요하다
는 거야. 윤활유...! 아직도 모르겠냐?"

으잉? 난 그제서야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아하 -

아마도 경험이 많은 보영이 기집애가, 그래서 로션을 찾은 거구나, 액이 적어서

'그곳'에 바르고 하려고...!

<제44화> 찢어진 콘돔(?)

놀라웠다. 짧은 내 성지식이었지만, 로션을 찾을 정도로 '그곳'이 건조한
여자도
처음이거니와, 게다가 그런 자신을 알고서 당당히 찾는 보영이라니... 난 혀를
내두를 참이었다.

그런 내 표정에 아랑곳 없이, 희창이는 자기 자랑에 열심이었다.

"근데 사내새끼가 무슨 로션을 들고 다니겠냐. 차안엔 끽해야 방향제 뿐인데...

어쨌든 물어봤지. 안에도 그렇게 말랐냐구"

"그랬는데 자기는 원래부터 물이 좀 없어서, 안쪽도 많이 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나도 그 지경까지 가놓고 멈추려니 도저히 못 참겠기에..."

꿀꺽, 왠지 호기심이 왕창 일었다. 보영이의 반바지, 그물 스타킹... 이런 것들
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짜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봤거든... 어휴, 근데 그게 장난이 아닌가봐. 되게
아파하더라구..."

야아... 그 늘씬한 몸매의 보영이, 솔직히 닳고 닳은 기집애란 생각만
아니라면,
나도 한번쯤은 그런 여자를 끼고 다녔으면 했는데.

"그래서... 못한 거냐?"
"에이, 아니지... 잔머리를 굴렸지. 아까 그랬잖아, 콘돔이 있었다구. 너도
알잖
아, 원래 콘돔에 액이 칠해져 있는 거"

맞다. 콘돔이 있었구나.

"일단은 반바지랑 팬티를 벗겼어. 중간에 멈춰 버리면, 흥이 안나니까...
그리고
는 차 시트 위로 올라오라고 했지. 알아서 넣어보라구. 내가 멋대로 삽입하다가

아파할 것 같아서 말야"

갑자기 나는 야릇한 생각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앉은 이 자리
위에서
보영이가 적나라한 하체를 굴렸을 것 아닌가. 언젠가 소주방에서 목격한 그녀의

쪽 뻗은 허벅지가 눈에 선했다.

"내가 콘돔을 끼고 누우니까, 보영이 그 기집애가 알아서 올라오더라구. 야, 근
데... 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자기가 조금씩 넣는데도 되게 뻑뻑해
하는
거 있지"

"나중에는 그러는 거야, 도저히 힘들어서 안되겠다구 말야... 그래놓구 도로 빼
면서 보니까, 얼마나 그 안이 말랐던지 거꾸로 내 물건이 빠져 나오데..."

우스운 노릇이었다. 난 그 상황에서 고무장갑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물며
그런데
희창이의 그곳만이 빠질 정도라니, 얼핏 생각해도 얼마나 건조한 보영이의 그곳
이길래 콘돔을 물고 있는지 언뜻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게... 절반의 성공이란 얘기냐? 반도 못들어갔다 나와서...?"
"흐흐... 짱이야, 내가 누구냐... 겨우 그걸 가지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했겠니?"
"그럼 어쨌는데?"

정말로 궁금했다. 로션도 없고 콘돔으로도 부족하다면? 그러자 희창이 녀석은

자기 야릇한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어쨌을 것 같아?"
"글쎄... 설마 로션 사와서 다시 했냐?"

하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 - 하지만 그런 곤란한 상황이었다며 저 녀석은

왜 저리 흐뭇하게 웃는 거지?

"머리를 쓰면 되지, 임마... 꼭 그곳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이번엔 녀석이 말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럼 설마 그 곳으로...?

"살살 꼬드겼지, 히힛. 그래서 그럼 다른 걸로 바르고 하면 되지 않겠냐구..."

꿀꺽,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침, 그럼... 아아, 그 야스럽게 생긴
보영이가
허리를 숙이고 이 희창이 놈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

"그, 그래서... 입으로 하다가... 다시 넣은 거야?"

그러나 녀석은 득의만면한 웃음을 지으며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미쳤냐? 그 때까지 버티느라고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그러다 다시
실패하면,
콘돔도 없는데 내 거시기가 다치지..."

우와, 쌍코피가 터질 노릇이었다. 이, 이 얘기는, 보영이의 입속에 직접...!

"그래, 목구멍 속 깊숙히... 보내줬지"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지만, 부러웠다. 사실 나는, 그 전 단계까지는 갔어도
실제
로 그렇게까지는 못해봤던 것이다. 심지어는 선영이 누나와도...

"그, 그럴 때까지 가만 있었단 말이야, 보영이가?"
"처음에는 입안에서 빼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머리를 붙잡고 있어서, 그
러지 못했어... 조금 미안하더라구, 켁켁거리는게..."

아아, 보영이처럼 얼굴 이쁘고, 몸매 죽이는 기집애가 그렇게까지 해주다니.

"그, 그래도 기분 나빠하지 않아?"
"얌마, 넌 내 얘기 들어보면 모르겠냐? 자기더러 올라와서 해달라고 하니까
알아
서 자기가 기어 오르는 앤데..."

희창이는, 그날의 기억만으로도 뿌듯한 모양이었다. 의자 뒤로 쭈욱 몸을 빼며
기지개를 켜고는 지나가는 말로 지껄였다.

"야, 걔가 그런 걸 한두번 해봤겠니... 입으로 해주는 테크닉만 봐도, 척
알겠더
라구... 하기야, 물장사 하는 기집애들이 그런 정도야 장난이겠지만"

솔직히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둘 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눅이 들어서도 못할 얘기를 서슴지 않는 여자애나, 그걸 또 자랑스럽게 떠드는
이 녀석이나.

그 때였다.

삐리릭, 희창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녀석이, 갑자기 내게 한쪽 눈을 찡끗했다. 보영이인 모양이었다.

기집애도 양반은 아니군...

"응, 보영이구나. 지금 일어났냐? 어, 여기? 차안... 아냐, 학교야... 그래, 창
희랑 같이 있어..."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였다. 밤에 단란주점에 나갔다가, 아마 이제서야
일어난
모양이었다.

"참, 맞아, 너 왜, 그 때 얘기한 여자애 있지? 가게에 같이 나온다는... 응, 이
름이 다미인가... 잠깐만 기다려. 희창이한테 니가 직접 물어봐"

불쑥, 희창이가 핸드폰을 내게 내밀었다.

"어, 왜?"
"받아봐. 보영이가 너한테 할 말 있대"

나한테? 건너편에서는 까르륵, 뭐가 재미있는지 보영이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
었다.

"호홋, 안녕, 창희야? 나 보영이야"
"어... 응, 안녕..."

야릇한 기분이었다. 바로 지금껏 이 여자애의 '테크닉'과 '그곳'에 대해 얘기하
고 있었는데, 곧바로 직접 목소리를 듣다니. 그녀는 마치 잘 아는 친구를
대하듯
내게 스스럼 없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있잖아, 너 오늘 저녁에 무슨 약속 있니?"

약속? 희창이도 아니고 나한테 그걸 왜 묻지?

"바쁘지 않으면, 이따 우리 가게 놀러 와. 내가 술 한잔 살께"

우리 가게... 단란주점?

"어... 너 오, 오늘 아르바이트 아니야?"
"응, 아니야. 나 원래 월요일은 쉬어. 가게도 제일 손님 없구... 이따 와. 희창
이란 같이, 후훗"

뭐가 즐거운지, 희창이에게 전화를 도로 건네면서도 보영이 기집애는 연신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 신경쓰였다.

바로 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그 입으로... 희창이와 바로 이 차 안에서...
왠지
모르게 적나라한 상상이 머리 속에 맴돌고 있었다. 나도 저런 섹시한 여자애와
그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 소주방에서 본 보영이의 꽉 긴 청반바지가

떠올랐다. 거의 팬티에 가깝던 그 반바지... 그 아래로 드러났던 엉덩이와 허벅
지 사이의 경계를 이루던 살곡선...

"야, 가자! 오후수업 늦겠다"

어느새 전화를 끊은 희창이가 부웅, 차를 출발시키고 있었다.

학교로 도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둘도 아니고 왜 내게 술을 사는 것일까,

아한 생각이 들었다.

"야, 이짱... 근데 왜 나까지 부르는 거냐? 술을 사려면 너한테나 사주지...?"

그러나 희창이는 대답 대신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니 그냥... 너랑 나랑 오랜만에 진지한 대화를 나눴으니까, 이따 저녁 때 술
이나 한잔 마시자는 거지, 뭐"

기실, 마지막의 보영이 얘기만 빼고는, 선영이 누나나 예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
리 유쾌한 주제는 아니었다. 녀석은 몰라도 나는 며칠동안 꽤 심각한
기분이었으
니까. 하지만 그래도, 기분을 풀려면 희창이와 풀어야 하는 건데... 왜
보영이가
?

"야야, 가보면 알아. 다 짜샤, 이 엉아가 널 위해 마련하는 거니까..."

<제45화> 단란주점에서의 소개팅

오후수업이 끝나고, 희창이는 영문을 모르는 나를 자기 차에 태웠다. 술을 산다

- 라는게 녀석의 이유였지만, 뭔가 녀석은 다른 꿍꿍이 속이 있는 것 같았다.

"가보면 알아, 짜샤"

대충 뭔가 눈치라도 채보려고 의아해하는 나에게, 녀석은 뭔지 모를 휘파람마저

불어대며 눈을 찡끗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채 몇분도 달리지 않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시내로 접어든 학교 근처의

번화가였다.

"따라와"

희창이는 주차시키기가 바쁘게 한 손에 차 키를 달랑거리며 앞장을 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곳은 왠 오피스텔처럼 생긴, 중간 크기의 빌딩 지하였다.

얼핏보니 이런 류의 술집이면 붙을 간판에, '단란주점 - 오페라'라고 적힌
것이,
보영이가 일한다는 가게가 이곳인 모양이었다.

지하층엔 퍽 고급스럽게 생긴 단란주점 하나만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모나 빌딩가라는 위치로 보아, 근처의 사무실이나 회사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곳

같았다. 근사한 장식이 된 큼지막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 희창이는, 금방 누군
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응, 우리 보영이 도련님이네?"

카운터 옆의 바아 스타일의 스텐드 의자에, 한 여자가 앉아 한가한 듯 담배를

가락에 꼬나들고 있었다.

"아, 예, 안녕하셨어요?"

녀석은 이미 얼굴을 아는 사이인듯 아는 체를 하고 있었다.

"으응... 그래서 보영이 고 기집애가 쉬는 날인데 일찍부터 나와있는 거구나,

집애... 그럼 우리 희창씨 온다고 미리 말을 하지"

여자는 대충 보기에 한 서른의 중반인 얼굴이었다. 하지만 화장을 하고 있는 걸
로 보아 사실은 더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가씨로 불리지는 않을 것이니,
그런
이 여자가 보영이가 말한 '언니', 즉 이 '언니'를 따라 이사를 왔다는 그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술집의 얼굴마담 격이리라.

"보영이 룸에 있어. 거기 복도 돌아서 맨 끝방에"

각 방들은 호화로운 유리벽과 칸막이들로 나눠져 있었다. 척 보기에는 무슨
노래
방 같아 보이지만, 그 유리들은 전부 두껍게 고급스런 커텐들로 가리워져 룸 안
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이런 곳 출입이 없던 나인지라, 왠지 주눅이 드는 기분
이었다. 뭐랄까. 시골 촌놈 처음 서울 구경하는 기분이랄까.

"보영아, 나 왔어"
"어머, 일찍 왔네"

제법 익숙하게 희창이가 들어선 룸 안에는,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펼쳐놓고
열심
히 메니큐어를 칠하던 보영이가 반가운 척을 하고 있었다.

"어머, 누구야?"

녀석을 따라 엉거주춤 들어서는 내 앞에, 마찬가지로 손톱을 칠하고 있던 한 여
자의 얼굴이 보였다.

"으응, 왜 전에 봤잖아, 요 앞에서 나 태워다준..."
"아아, 안녕하세요?"

보영이의 아르바이트를 위해 차로 바래다준 희창이를, 어느새 이 단란주점 안의

얼굴들은 이미 한두번씩 마주친 모양이었다. 방 안의 여자는 이미 어디선가
녀석
을 본 적이 있는지 자기가 먼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 앉아, 잠깐만 기다려봐"

보영이는 손의 메니큐어가 닿을까봐 치켜든 채, 빼꼼이 룸의 문을 열고서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

"언니! 우리 이 방에 있는다...!"

이제 겨우 대여섯시도 안되었으니, 이 술집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아직 없는 모
양이었다.

"아냐, 거기 있지 말구, 안에 7번 방 가서 놀아. 이따가 손님 올지도 모르니까"

그 언니란 사람의 목소리였다.

"희창아, 우리 자리 옮기자"

스스럼 없이 희창이의 팔을 끌어 당기며, 보영이는 우리를 더 깊숙한 쪽 룸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야, 다미야, 너 다 칠했어?"
"응, 왜?"
"그럼 너도 일루 와, 같이 놀게"
"나?"

다미란 여자 - 보영이와 같이 손톱 칠을 하던 여자는, 얼핏 보아 우리 또래인

했지만 다소 얼굴이 갸름한, 눈이 큰 인상이었다.

"야, 안돼, 난 오늘 근무잖아..."
"으유, 기집애, 그래 봤자 뭐해, 오늘 월요일이라 끽해야 세 팀도 안들어올 껀
데..."
"그래도... 언니가 뭐라 그런단 말야"
"됐네, 걱정마. 오늘 언니한테 내가 술 살거라구 했어. 얘들한테... 그럼
됐잖아
?"

다소 망설이는 다미란 여자애와 희창이의 팔짱을 양쪽에 끼고는, 보영이는 7번
방인가 뭔가 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하기사, 여기는 원래 돈내고 술을

셔야 옆자리에 앉아주는 - 그런 곳 아닌가. 얼핏 보니, 그녀는 익히 보았던
반바
지의 스타일 - 그물스타킹은 신지 않았다 - 이지만 다미란 여자는 정장스타일에

상당히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아마도 가게에 있을 때에 입는 모양인데,
보영
이보다도 더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7번 방은 그나마 유리벽도 없는, 완전 밀실의 룸이었다. 이 정도면, 내겐
말로만
들어본 룸싸롱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앉아, 창희야"

보영이는 기실 나를 두번째 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 알던 사이처럼

하고 있었다. 넓은 룸의 테이블 한쪽 끝에서, 가뜩이나 처음 와본 것에 주눅이
든 나는 왠지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 보영이랑 여기 앞에서 봤었죠? 근데... 벌써들 퇴근하신 거에요?"

다미라는 이름의 아가씨는, 희창이가 보영이의 남자친구라는 말을 들었는지
호기
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아니요, 우린 아직 학생인 걸요..."
"학생이요? 어디 다녀요? 혹시... 여기 학교는 아니겠죠?"

학생이라고 무시하는 건지, 다미란 여자는 짐짓 캐묻고 있었다.

"맞아요, 우린 경영학과 다녀요"
"경영학과...!"

다미란 여자는, 우리가 이곳 대학에 다닌다는 말을 듣자, 흠칫 - 놀라는 기색이
었다.

"왜요, 아는 사람 있으세요?"
"아, 아니요..."

글쎄다. 뭐 우리 과 교수님들이 손님으로 온 적이라도 있나? 꼭 지금 이 여자의

표정은 뭔가를 들킨 사람 같았다.

그 때였다. 보영이가 한 손에 안주접시를 들고 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짜잔, 너희 배고프지? 이거 특별안주다...!"

아마 주방에 무슨 부탁이라도 했는지, 보통 안주접시보다 배는 큰 접시에 꽤 푸
짐한 상차림이 나오고 있었다. 역시, 낭군님인 희창이가 왔다고 서비스가
극진한
모양이었다.

"가서 맥주 갖고 올께...!"

보영이는 오늘만큼은 노는 날이라 그런지, 신이 나는 듯 보였다. 그 때였다. 술
을 가지러 일어나는 그녀의 손목을 다미란 아가씨가 붙들었다.

"저기, 보영아, 나 저쪽 방에 가있을께"
"어머, 왜? 안돼! 오늘 내가 사는 거라니깐...!"

다미란 아가씨는 왠지 우리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려 하고 있었다.

"그, 그냥, 아는 사람끼리 놀아..."
"아냐, 기집애야! 너 오늘 소개팅 시켜주는 거란 말야...!"

으잉? 소개팅? 잠깐, 희창이는 보영이가 있고, 그럼 나를? 여기 단란주점에서?

<제46화> 바스트 35의 다미

그랬구나, 희창이와 보영이가 내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다미란
여자를 소개시켜주려는 뜻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소 얼떨떨했다. 소개팅
이면 소개팅이지, 술집여자를 그것도 그 여자 일하는 바로 그 술집에서 만나라
니.

"어머, 야, 말도 안돼!"

아마 다미란 그 여자 역시 나처럼 남자를 소개해준다는 말을 지금 처음 듣는 모
양이었다.

"뭐 어때? 너 남자친구 없다며...?"

움찔, 다미란 여자는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을 짓고 보영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돌한 그녀의 행동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래요, 꼭 소개팅이 아니래도요, 다미씨 가면 여기 창희는 파트너가
없잖아요.
우리 그냥 편하게 같이 어울려요"

희창이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 그녀를 만류했다. 보영이도 억지로 다미란 아가
씨를 자리에 앉히며 못을 박았다.

"어유, 기집애... 너 소개시켜 주려고 부러 희창이랑 드라이브 약속도 깼단
말이
야. 그러니까 여기 있어, 응?"
"야아, 그럼 미리 말을 하던가...!"

그러나 보영이는 강제로 그녀를 제지하고 나갔다. 나는 가뜩이나 익숙치 못한

황에 희창이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자칫하면 분위기가 나까지 가세해 망쳐
질까봐 국으로 눌러 앉았다. 어쨌든 희창이 녀석, 껀수 만드는 데는 도사라니까

- 갑작스런 소개팅이라니. 일전 보영이와 잘되면 새끼를 쳐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실천에 옮긴 것이다.

"다미씨, 저희가 마음에 안드세요? 이상하네, 우리가 그렇게 기분 나쁘게 생겼
나... 섭섭해서 열받네..."
"아, 아뇨, 그, 그게 아니라 갑자기 그래서..."

짐짓 딴청 피우듯, 능청스레 비꼬는 희창이의 언변에 그녀도 괜스리 민망한지

용해졌다.

"자, 여기...!"

보영이는 양손에 맥주병을 서너개씩 들고 돌아왔다.

"자, 마시자...!"
"얌마, 김보영,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시켜 줘야지"
"참, 미안 미안... 그래, 여기는 다미야, 안다미. 나랑 같이 저녁 때
파트타임으
로 아르바이트해. 여기서"

안다미... 그녀는 멎쩍은 듯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여긴 알지? 희창이, 그리고 여긴 희창이 친구 창희씨. 내가 그랬었
어, 우리 가게에서 제일 괜찮은 사람 소개시켜 주겠다구"

어쩔 수 없이, 나도 어색한 미소를 띠며 소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허참, 난
데없이 그것도 술자리에서 영락없는 소개팅의 형국이라니.

"아, 안녕하세요..."
"자자, 그럼 여기 술이나 마셔. 내가 인심 쓰는 거니까...!"

맥주잔들을 돌리자 마자, 맞은 편에 앉았던 희창이의 곁으로 보영이는 쪼르르

라붙고 직접 술을 따르고 있었다. 다미는 내 쪽 쇼파에 앉아 있었으므로, 이건
마치 돈내고 정식으로 아가씨를 불러다 앉힌 모양이었다. 엉거주춤, 의자
한두개
사이를 두고 있던 다미는 그제서야 조금 다가 앉으며 내 잔에 술을 따랐다.

"어때, 창희씨? 다미 예쁘지? 걔, 되게 글래머다. 후훗"

아닌게 아니라 적당히 곧은 보영이의 몸매보다, 이 다미란 여자애가 다리는 쭉
빠진 편이었다. 게다가 초미니를 입고 있는 탓인지, 각선미가 첫 눈에 보아도

당한 편이었다. 난 그녀에게 잔을 받자 바로 그녀의 잔을 채워 주었다.

"저, 죄송해요... 저도 그냥 놀러오라길래... 다미씨 만날 줄은 몰랐어요..."
"괜... 찮아요... 저도 아깐 갑자기 황당해서..."

너무 경직된 분위기였던 모양인지, 그녀도 그제야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흥, 기집애 내숭은... 자, 건배!"

자리를 풀기 위해, 보영은 모두에게 원샷을 제의하고 있었다. 나와 희창이가 잔
을 비우고 내려놓자, 갑자기 그녀는 다미를 향해 눈을 흘겼다.

"뭐야, 다미 너... 원샷이라니까...!"
"보영아 나, 이따가 일해야 되잖아..."

다미가 술을 사양하는 눈치를 보이자, 반도 안마신 그녀의 잔을 향해 보영이가
걸고 나선 것이다.

"야 야, 와봤자 월요일은 원래 다 놀잖아...!"

월요일이 아마 이런 술집에는 주 중에 제일 한가한 날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얘
기하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는 여기 이 다미와 보영이를 제외하고도 아가씨들이
더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런 단란주점 하나에 들어올 때마다 여자가 수를

맞추려면... 적어도 하룻밤에 열명은 넘는 아가씨들을 고정적으로 대기시켜
놓을
것이다. 물론 그러니 보영이가 스스럼 없이 자기는 아르바이트하는 거라고 말을

하겠지만.

그 때였다. 빼꼼이 룸의 문이 열리더니 아까의 언니라던 마담이 들어서고 있었
다.

"어머, 뭐들하고 있니? 언니 들어가도 돼?"
"응, 이리 와 언니, 언니도 같이 맥주 한잔 해"

아마 보영이와 이 언니라는 여자는 상당히 친한 모양이었다. 짐짓 그녀는 슬쩍
테이블에 앉고 있었다.

"손님 없지, 그치?"
"원 애도, 몰라서 묻니? 월요일엔 그래서 애들도 반만 나오라 그러는데"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한가한 듯 담배를 칙, 물어 피우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 보영이 도련님은 알겠구... 여기 이 분은 누구야? 도련님 친구?"

나를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제대로 마담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보영이도, 내가 알기로는 상당히 색기있는 얼굴인데 이 언니라는 여자는 30대로

보이지 않는 미인 형에 훨씬 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차이나 치마처럼 긴

치마가 옆이 깊게 트여져, 전형적인 요부의 인상이었다.

"맞아, 창희야, 인사해. 우리 사장언니"
"기집애도 사장은 무슨, 친구사이신가 보네... 난 최지숙이에요. 그냥 미세스
최"

미세스 최? 그럼 결혼한 유부년가?

"근데 뭐하고 있는 거야? 다미는 왜 그렇게 뾰루퉁하니?"

살짝 미소짓는 미세스 최인데, 눈꼬리가 말리는 것이 상당히 요염해 보였다.

"후훗, 언니, 오늘 다미 소개팅했다!"
"야아, 보영아...!"

소개팅이라는 말에, 민망한 다미는 당장 보영이를 흘켜보며 책망했다.

"어머, 소개팅? 누구랑? 여기 이 도련님하구?"
"응, 여기 희창이 친구야. 학교도 같이 다니구"
"학생? 여기...?"

내가 학생이라는 소개에, 마치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으로 미세스 최는 나를
훑어
보았다.

"공부 잘하게 생기셨네? 다미는 좋겠네, 소개팅도 다하구..."

그러나 보영이가 말을 가로채고는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언니, 다미가 첫잔만 원샷하라는데, 안마시는 거 있죠? 기집애, 내숭
떨고
있어"

"언니, 오늘 손님도 없을 거니까, 다미도 좀 놀라구 해요. 술은 내가 사는 거니
까"

그 말에 미세스 최는 흘끗 다미를 돌아 보았다.

"그럼 그러렴... 어차피 딴 애들도 조금 있으면 나오니까... 누구지?
박사장님인
가? 그 사람만 안오면 되지, 뭐"
"그, 그래도 어, 언니...!"

박사장? 그건 또 누구야? 그런 내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보영이가 재빨리 답해

었다.

"언니두 참, 소개팅 중이라니깐... 으응, 창희야, 박사장님이라구, 가끔 들리는

다미 단골 있어"

정식 소개팅도 아니겠지만, 나는 왠지 옆의 다미에게 단골손님이 있다... 라는
얘기를 들으니 마치 질투가 생긴 듯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자 그런 눈치를 챈듯

미세스 최는 짐짓 자리를 피했다.

"아이고, 괜히 언니가 어물쩍거리다간 소개팅 깨지겠다. 다미야, 너 안부를테니
까 놀아. 보영이가 술값 낸다니까. 기집애두, 너만 없으면 언니가 이
도련님이랑
소개팅하겠다...!"

룸을 나가며, 부추겨준 나를 향해 미세스 최는 눈웃음을 치며 슬쩍 윙크까지 해
주고 있었다.

"자, 들었지? 그러니까 다미야, 자, 원샷!"

다미는 한숨을 폭 쉬며 그제서야 맥주잔을 들고 비웠다. 보기보다 순진한 것일
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런 그녀는 은근히 이 자리를 꺼리는 것

같았다. 그 때였다. 다미의 잔을 채워주다 말고, 보영이는 문득 생각이 난 듯

뼉을 찰싹 치며 희창이를 돌아보았다.

"아, 맞어! 우리 분위기 띄우게 게임하자!"
"게임? 뭐?"
"편 먹고 러브샷!"

러브샷? 그게 뭔데?

"그러니까, 나랑 희창이 너랑하구, 창희랑 다미랑 둘씩해서, 똑같이 마시는거야
!"

그러니까 그녀의 말인즉슨, 원샷이 아니되 두사람이 각자 자기가 마실만큼만 마
시고, 그걸 맞추어 봐서 둘의 마신 양 - 맥주잔에 남은 술높이 - 이 같으면
이긴
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기면 뭐할 건데?"
"으응... 지는 쪽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보영이는 우리들의 얼굴을 휘 둘러보더니, 폭탄선언
을 하는 것이었다 -

"지는 쪽은... 옷 하나씩 벗기!"

옷벗기 계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