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어릴적 시골의 추억 13 - 수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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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401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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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81번 글에 댓글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담당자의 설명이나 통보가 전혀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나름의 마음을 담아 감상의 글을 남긴 분들이

댓글이 사리진 아무런 이유를 듣지 못한다면 실망이 크겠지요.

시스템 운영자의 실수이든, 사이트의 정책이든 이 사이트의 주인은

피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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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하늘이 희미하게 붉은 빛을 뛸 때 동규네 사랑채에 도착했다.

분명 악동들이 나자빠져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문을 열었더니 아이들은 없고,

방 중앙 이부자리에 동규가 자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영이가 누워 있었다.

순간적으로 실망했지만 바로 서영이에게 다가가서 발로 톡톡 찼다.

 

"야이 못생긴 애~~~ 빨리 일어나...!"

 

서영이는 가벼운 내 발길질에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

 

"왜 너 혼자서 자고 있는거야?"

"여기가 어디야?"

"어디긴... 못생긴 년아~~너 혼자 왜 자고 있는 거냐고?"

 

구석에서 자는 줄도 몰랐던 성식이가 일어나며 물었다.

 

"너~~~ 언제왔어?"

 

성식이가 동규를 깨울려고하자 내가 말렸다.

 

서영과 성식은 학교 동급생이었다.

우리 학교는 남여 공학이었지만 남여가 같은 반이 되지는 않는다.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건물을 마주보는 모습으로 남여 학생들을 나누어 놓았다.

유일하게 남여가 어울릴 수 있는 경우는 방과후 특활생활이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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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는 달리기도 빠르고, 거친 놀이도 좋아하는 여자같지 않은 아이였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쿵후를 했고, 봉을 잘 다루었다.

서영의 봉춤은 아름다웠고, 크리스마스 날에는 몇사람들이 서영의 보호를 받았다. 

그렇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위험스런 면이 있었다.

그러니 매달리는 애를 때어 놓기 위해 내가 욕을 많이 하게 되었다.

 

"미친년아 집에 가라~~ 기집애가 어딜 끼려고~~~"

 

내가 아무리 욕을 하고, 가볍게 때리기도 했지만 울면서 먼 발치서 따라왔다.

돌을 던져서 위협을 해 보아도 서영이는 포기하지 않고, 우리와 어울릴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여름에 수박서리를 하다가 서영이가 나를 도와준 일이 있었다.

 

비탈지고 넓은 수박밭에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 주인이 미리 대비를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나는 바로 머리를 굴려서  모두에게 한쪽방향으로 도망가라고 지시하고 

주인을 유인해서 다른 쪽 방향으로 달렸다.

그때 언덕 위에서 서영이가 급박하게 소리쳤다.

 

"정민아~~ 그쪽으로 가면 안돼! 언덕 쪽으로 달려..!"

 

서영이의 외침소리에 나는 순식간에 언덕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달리는 와중에 압박감이 느껴져서 잠깐 뒤를 돌아 보았는데 6명이나 되는 

2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형들이 무서운 속도로 나를 잡으려고 달려왔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달렸고, 언덕 위에서 기다리던 서영이도 같이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가 숲에서 먼저 도망갔던 성식이를 만나 셋이 같이 달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중1의 아이였고, 우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성인이였다.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올 때 

갑자기 서영이가 나와 성식이를 잡고 큰 바위 아래로 뛰어 내렸다.

다리가 아팠지만 성식이도 나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리 셋은 좁은 바위틈 안으로 들어 갔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벽에 몸을 붙였을 때 서영이는 나를 끓어 안듯이 바짝 몸을 붙였고,

성식이가 서영이의 등을 껴안았다.

 

밖에서는 우리를 찾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고,

나와 서영, 성식의 심장 뛰는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우리는 서로의 심장소리에 놀라서 더 힘차게 꼭 끌어 안았다.

다행히 우리는 안잡히고 무사히 산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서영이는 우리 패거리의 일원이 되었다.

나로서도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규네 집에서 자고 있는 서영이를 깨우고 방을 나오자 성식과 서영이 따라 나왔다.

새벽빛 속에서 두 녀석의 얼굴이 몇일 씻지 않은 아이의 그것이였다.

 

서영이 이야기로는 한달 전에 노략질을 했던 마을에 갔더니 

덩치 큰 애들이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몰려 들어서 8명의 우리 패거리들을 사정없이 때렸다고 한다.

더구나 병현이는 팔이 부러져서 간밤에 병원에 갔다는 것이다.

 

"넌 왜 그렇게 멀쩡하냐?"

"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때리는 경우가 어디 있냐...!"

"내가 패줄깨 얼굴 내밀어 봐!"

 

우리는 옥신각신하다가 걸었다.

큰길에서 내가 오른쪽으로 꺽자 서영이 물었다.

 

"어디가?"

"집에 간다 왜?"

"그냥 가면 어떻해....! 나를 바래다 줘야지...!"

"이년이 발이 없나... 손이 없나.. 집에 가는 길 몰라?"

"모른다 그러니 빨리 우리집까지 데려다 줘"

 

우리는 또다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내가 졌다.

서영은 중간에서 내 팔과 성식의 팔에 팔짱을 끼고 아침길을 걸었다.

간밤의 악몽에도 서영은 신나서 두 남자를 양팔에 끼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15분이나 20분 정도....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에 서영이의 집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서영은 억지로 집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대문을 들어서니 서영의 어머님이 우리 둘을 보고는 놀라는 눈빛을 하시더니 소리쳤다.

 

"이년아~~ 밤에 어디서 쳐 자빠져 자고 지금 들어오는 거여...! 저 아이들는 또 뭐여?"

"엄마가 남자 데리고 오랬잖아~~ 우리 학교 친구야~~ 엄마 딸의 애인..ㅋㅋㅋ"

"이년이 미쳤나...! 아침부터 무슨 해괴한 짓들이야~~~"

 

서영엄마는 딸과 성식의 몰골을 보더니 먼저 들어와서 씻어라고 했다.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이년이 남자를 둘이나 데리고 왔네.. 호호호호"

 

서영엄마는 딸의 외박에 화를 내다가 어처구나가 없는지 웃으셨다.

나는 서영엄마를 따라 마당을 쓸고, 제사도구를 손질하는 것을 도왔다.

서영엄마는 일꾼이 생겨서 다행이라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었다.

 

마침 다 씻고 나온 성식이가 부엌을 따라 들어왔다.

우리는 음식 만드는 것을 도우고,

성식은 물이 묻은 서영엄마의 손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성식과 서영엄마는 초면이 아닌것 같았다.

준비하는 음식이 이상하게도 너무 많았다.

처음엔 집에서 큰 제사를 지내는줄 알았는데 서영의 말로는 오늘 수신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영엄마는 성식이 자신의 아들이나 되는 것처럼 머리를 만지며 웃었다.

나는 옆에 있다가 나도 모르게 음식을 집어 먹었다.

 

"우리 서영이 친구가 배가 고픈가보다"

 

서영엄마는 전과 고기들을 한접시 내 놓았는데 난 재빨리 다 먹어 버렸다.

모두가 내 모습에 웃었지만 난 내 자신이 이해가 안되었다.

걸신 들린듯 먹어 치우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접시 더 내어주는 음식을 보고 먹고싶은 생각을 억누르며 일을 도왔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잽싸게 먹어치웠다.

 

서영엄마는 흙에서 살아온 농부의 아내 이기에 얼굴은 검고, 

삶의 고단한 흔적이 주름 속에 남아 있었지만 꽤 미인이었다.

성식에게 들은 바로는 서영엄마의 결혼생활은 순조롭지 못했다.

 

딸 둘이 있으면서 아들을 원하는 부자집에 후처로 들어갔다가 부부가 죽어버렸다.

졸지에 서영엄마는 낳지도 않은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그 뒤 예술을 한다는 독신 남자와 재혼했다.

남자는 서영엄마가 유산으로 받은 많은 재산을 까먹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전처에게서 태어난 딸이 있었는데 서영의 언니가 되는 혜영누나다.

남자는 서영을 낳고, 1년 있다가 객사했다고 한다.

지금의 막내는 한참 후에 태어났는데 아빠를 알 수 없다.

소문에 의하면 가끔 밤에 어린 학생들을 별체로 불러 들인다는 이야기가 있고,

읍내에 따로이 서방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더 있다가는 준비하는 음식을 다 먹어 치둘것 같아서 빨리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내가 서영이집에서 나오려고 하자 서영엄마는 바로 나를 붙잡으며 아침 먹고 가란다.

서영엄마는 어린 아이가 어찌도 싹싹하냐며 웃음을 띄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는 죽이 맞아서 온갓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준비했다.

 

서영엄마는 연신 기뻐하면서 나와 성식의 손을 잡고 떠들었다.

우리는 서영엄마를 오랫동안 아는 분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서영이는 외톨이가 된 느낌인지 토라져서 말했다.

 

"얼씨구 잘도 논다.. 셋이 손발이 척척 맞네..."

"너 이자식~~ 어머니께 무슨 말버릇이니...!"

 

내 농담같은 말에 서영은 삐쳤는지 흥~~하며 부엌을 나가 버렸다.

서영엄마는 딸 다섯 낳아도 다 소용없다며 우리의 손을 꼭 잡았다.

 

아침 상을 준비하니 서영의 첫째 언니는 집에 없고, 뚱뚱한 둘째,

말이 없이 새침때기인 해영누나, 서영, 막내가 서영엄마의 외침소리에 각자의 방에서 기어 나왔다.

아이를 다섯 모두가 딸이라니....

그 중에 서영엄마가 낳은 딸은 서영과 막내 뿐이었다.

그래선지 모두가 닮지 않고 다른 얼굴이었다.

 

서영의 자매 중에 셋째 혜영누나가 재일 예뻣는데 말없이 내숭을 떨다가 

우리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자 결국에는 이야기에 끼어들게 되었다.

서영엄마 옆에서 아침을 먹는 중에도 서영이는 완전히 무시하고,

우리는 3명의 여자들의 말을 받아 주며 놀았다.

유쾌하게 떠들다보니 마치 이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영엄마와 몰래몰래 몸을 비비는 성식도 옆의 여자 모두 자기 것 처럼 느꼈을 것이다.

 

서영은 삐쳤는지 소리쳤다.

 

"엄마 물좀 떠와~~ 목말라~~"

"알았어~~"

 

서영엄마가 일어나려하자 성식은 바로 팔로 서영엄마의 허리를 감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 어딜 가려고 하십니까~~ 서영이 너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어린 것이 엄마를 부려먹으려고 하면 못써"

"-----------------"

 

서영엄마는 당황해서 괜찮다고 했지만 성식은 딸이 이렇게 많은데 어머니는 쉬셔야 한다며 허리를 꼭 잡았다.

옆에서 성식이 서영엄마의 허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니 상당히 날씬해 보였다.

아침을 먹는 불과 얼마동안 서영엄마와 우리는 너무나 친근한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깔깔거리며 웃을 때 나와 성식의 가슴에 살며시 기대고 그럴때마다 나는 한팔로 살며시 감싸 주었다.

성식은 약간 심하게 서영엄마를 안았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다.

 

"내가 팔자에 복이 없어서 이렇게 잘생긴 아들이 없어...ㅠㅠ"

"왜 그러세요.. 앞으로는 우리가 아들이 되어 드릴께요.."

 

모두가 왁자지껄 할 때 나는 정신없이 큰 상에 깔린 음식들을 다 먹어 치웠다.

 

"정민이 너 오늘 이상하다..."

"왜?"

"1주일 굶은 사람같아~~ 집에서 몇일 굶었니?"

"남자는 한창 클 나이에 많이 먹는거야"

 

창피스런 말을 들으면서도 혜영누나가 가져온 과일을 다른 사람들이 한개씩 먹는 동안 

나는 다 먹어버렸을 뿐 아니라 주전자에 가득한 수정과와 식혜마져 다 마셔버렸다.

서영엄마는 나의 엄청난 흡입력에 놀라면서도 남자답다며 좋아하셨다.

 

아침식사가 끝났다.

그때 마을사람들이 대거 들이닥쳤다.

오늘이 바로 호수의 여신에게 재물을 바치고, 

마을의 재일 이쁜 처녀들이 재단 위에서 기도를 하고 춤을 추는 날이었다.

서영의 말로는 몇시간 후에 호수가에서 수연누나, 혜진누나가 무녀로 재단에 선다고 했다.

 

나와 성식은 서영엄마의 지시대로 준비물을 포장해서 리어카에 싣고 

수신제를 준비하는 곳으로 배달했다.

나는 리어카를 끌고, 성식은 뒤에서 밀면 옆에서 서영엄마가 길을 안내했다.

호수가 제단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한 아줌마가 한과를 잔뜩 들고 가기에 먹어도 돼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수신제가 끝나면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리어카에서 짐을 내리고 버드나무 옆에서 오줌을 누는데 성식이 나를 불렀다.

수정과와 식혜를 두 주전자 마시고, 국을 몇그릇 먹었는지 모르지만 오줌보가 너무 찼다.

나오는 오줌이 끝이 없었다.

서영엄마는 쉼없이 오줌을 쏟아내는 내 모습을 보더니 깔깔거리며 웃었다.

성식은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말했다.

 

"정민이가 저런애가 아닌데 오늘 왜 저러지?"

 

빈 리어카를 끌고 집에 돌아왔더니 혜영누나가 또다른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혜영누나~~ 무슨 음식이야?"

"마을회관에 할머니들이 이 시간이면 모이시는데 가져다 줄려고..."

 

혜영누나는 의외로 마음이 따뜻했다.

마을의 독거노인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하기에 나도 도왔다.

양손에 음식을 싼 가방을 들고 나가려하자 방문이 열리며 서영이 나왔다.

무거운 짐은 내가 양손에 들고 서영과 혜영누나는 앞서서 걸었다.

 

혜영누나는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의 환대를 받았다.

모두가 자기 딸이라고 혜영누나가 오는 것을 반가워했다.

서영이 음식을 접시에 담는 동안 혜영누나는 모든 할머니들의 손을 잡았고, 안아 주었다.

검버섯 가득한 할머니들의 얼굴을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 주고,

너무 연로하신 분에게는 직접 음식을 먹여주기도 했다.

그 모습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할머니들의 식사와 목욕이 끝나자 서영과 혜영누나는 나에게 

모든 할머니들을 모시고 호수가로 가라고 했다.

둘은 따로이 바쁜일이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들을 남자가 왔다며 모두들 내 손을 잡으려 했다.

겨우겨우 할머니들을 이끌고 호수가에 도착했더니 갑자기 모여든 사람들에 놀랐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할머니들을 위한 자리까지 마련해 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사람들 속에서 성식이 보였다.

성식은 낮선 아줌마를 도와 열심히 제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멀리서 무당들이 모이고, 이 마을에서 재일 예쁜 소녀들로만 이루어진 무녀들이 

하이얀 선녀복을 입고 손에는 큰 부채를 하나씩 들고서 나타났다.

화장을 화려하게 해서인지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너무 아름다웠다.

넋을 잃고 쳐다보면서도 누가 수연누나인지, 혜진누나인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무녀들의 치장을 도와주는 건태엄마를 발견하면서 수연누나와 혜진누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건태엄마도 치장을 해서 무녀들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두 누나를 발견하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할머니들을 돌보느라 그러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나를 겹겹이 둘러싸고 나를 만지려했다.

그런 할머니들 한분 한분의 손을 나는 잡아 주었다.

 

내가 계속 할머니들에게 붙잡혀 있을 때 서영엄마가 나타났다.

 

"서영친구야~~ 무영할머니께서 너를 부르는구나.."

"무영할머니께서 절 어떻게 아시나요?"

"나도 모르겠다.. 널 보고싶어 하는구나"

 

내가 떠나려하지 할머니들이 서운하다며 내 몸을 붙잡으려 했다.

서영엄마는 그런 할머니들을 달래며 겨우 때어 놓았다.

 

서영엄마는 나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내가 덕천당의 아들이라는 말에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작은 기와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본당의 닫혀진 문앞에 섰다.

서영엄마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본당 안에서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물어보지도 않고 들어 오라는 중년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서영엄마는 문을 열고, 나를 들어가라고 하더니 자신은 들어오지 않고 문을 닫았다.

방안은 촛불이 켜져있고, 향냄새가 났다.

방 중앙에 할머니가 금방 목욕을 한 것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고, 

서영은 할머니의 못 매무새를 정리하고, 

혜영누나는 할머니의 백발을 빗으로 빗질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느라~~~ 우리가 오랫만에 만나는 것이지?"

"예.... 근데 어떻게 저를 기억하세요?"

"니가 이 늙은이를 기억해 준다면 나도 기억할 수 있지"

 

내가 어릴때 자옥누나는 우리집에 같이 살았다.

원래 자옥누나는 화촌마을에서 자랐는데 삼촌가족에게 구박을 당하고,

심지어 삼촌에게 자주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할머니와 아빠가 그 소식을 듣고 자옥누나를 돈으로 사듯이해서 데리고 왔다.

그 뒤 자옥누나의 삼촌 가족은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못 얻어서 쫓겨났다.

 

자옥누나는 여러번 어린 나를 데리고 자신이 살던 곳을 찾았다.

내 나이 6살인지 7살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그 시기에 무영할머니를 만났던것 같다.

무영할머니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혀 늙지 않은것 같았다.

어린시절 처음 보았을 때에 검은색이 전혀 없는 하이얀 백발이었고, 

피부는 소녀처럼 투명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맹인이었기 때문에 바깥생활을 자주 하지 않아서 피부가 좋은 것 같았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밤에 주로 마을이나 호수를 돌아 다닌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밤에는 누구의 도움없이도 다닐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서 가까이에 와 보아라. 아가야~~"

 

내가 가까이에 가자 할머니는 더 가까이로 불렀다.

할머니는 앉아서 내 가슴을 더듬었다.

내 어깨와 팔과 손을 만지더니 골반과 엉덩이를 만졌다.

할머니의 손이 내 바지 위의 자지와 불알을 만질 때 혜영누나와 서영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참으로 잘 컸구나. 아가야~~~ 너를 만지니 너무나 기쁘구나"

"저도 할머니를 뵈니 기뻐요.."

 

할머니는 일어나서 내 얼굴을 만졌다.

 

"그래그래~~ 이녀석아! 잘생겨서 여자 마음을 꽤나 울리겠다.."

"????"

"아가야~~ 수신제는 보지말고 바로 집으로 가거라.. 너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할머니는 서영에게 말해서 음식을 내 오게했다.

서영이 가져온 상에는 고기는 없고, 산나물과 채소로만 가득했지만 

나는 배가 고파서 눈치도 안보고 닥치는데로 다 먹었다.

서영이 뒤이어서 음료를 한 주전자 가져오는데 뭔지도 모르고 주전자체로 다 마셔버렸다.

아마도 지금 생각하면 효소음료가 아닌가 여겨진다.

 

할머니는 음식을 다 먹은 나에게 어서 가라고 했다.

작별인사를 드리고 문을 나서자 혜영누나가 나를 따라왔다.

서영엄마는 집안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으며 이것저것 물었지만 혜영누나에게 들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그냥 내 손을 잡으며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빈다고 했다.

할머니가 수신제의 제사장으로 나서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아서 가봐야 한다고 했다.

혜영누나가 떠나고 혼자서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예전에는 정류장 앞까지 물이차서 홍수가 나면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

지금은 3백미터 앞까지 검은 바닥을 드러내는 말라버린 호수를 쳐다 보았다.

먼 호수의 물이 어서 오라는 듯 바람에 물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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