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모넬라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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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94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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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는 그날 일을 생각하며 헤엄은 치지 않고 물 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세 사람은 벌써 수영을 끝냈는지 타월로 몸을 닦으며 로라를 불렀다. 그들의 몸은
서서히 여자의 본능을 들추어내고 있었다.
타마소는 로라를 데려다주고 온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동안 로라 몰래 얼마나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고 다녔는지 모른다. 그녀의 집이 어디인지, 친구들은 누구
누구인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따라다녔다. 타마소
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일년 전으로 그녀가 어머니 자이레와 함께 빵을 사러 왔을
때였다. 그때 타마소는 주방에서 빵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나이어린 여자애 목소
리가 들려 살짝 내다본 것이다. 그녀를 본 순간 그는 자기의 운명을 예견했다. 그녀 없
인생을 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기필코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리라 결심한 것이다. 그
꿈이 실현될 단계에 놓였으니 잠이 올 리가 만무하다. 타마소는 일하는 시간에도 로라
를 찾아다녔고 그때마다 자기가 온 정성을 다해 만든 빵을 갖다 주었다. 로라의 집에서
는 로라보다도 자이레가 그를 더 반겨 주었다. 로라를 빨리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
었을 뿐 아니라 성실한 타마소가 여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다. 어른에게 공손하고
자기에게도 붙임성 있게 굴었다. 그래서 타마소가 올 때쯤이면 식사준비를 부산하게
한다거나 깔끔하게 청소라도 해 놓았다. 자이레와 달리 안드레는 타마소에게 차갑게
굴었다. 못마땅한 내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리 반기지도 않는 것이었다. 타마소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두 손 들고 반대하고 나오지 않는 것만도 고맙고 기쁘게
생각했다. 다만 타마소는 로라를 볼 때면 항상 불안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가
너무 예뻤고 사실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자기가 알기로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타마소
는 꾀를 생각해 냈다. 로라가 자기를 싫어하지 않고 잘 따르는데다 자이레가 아주 호의
적이니 약혼을 미리 해두는 것이다. 타마소는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렇잖아도 요즘 아
들이 일은 하지 않고 여자애 꽁무니만 따라 다니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어머니에
게 그 이야기를 했다. 델라는 노발대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뭐라고? 그 계집애와 약
혼을 한다고? 누구 맘대로? 다른 좋은 색시감 놔두고 하필 로라야? 안된다." "안 돼요.
엄마 꼭 시켜 주셔야 해요.' "무슨 소리야! 약혼하면 나중에 결혼하게 될 것이고 그럼
난 그애에게 시어머니가 되는 것 아니냐." "좋잖아요. 그렇게 예쁜 며느리를 얻으니,
엄마는 아들이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 싶지 않으세요?" 넬라는 막무가내로 약혼시켜 달
라는 타마소 못지않게 무조건 반대했다. "약혼? 절대 안 된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좋은
색시가 있을 거야. 내가 찾아보마." "싫어요. 로라 아닌 다른 여자랑은 절대 결혼 안해
요!" 타마소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가더니 문을 잠그고 일절 나오지 않았다. 넬라가
당장 열라고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난처했다. 그래도 타마소
가 일을 해 주어야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얘, 그 이야기는 다음에 생각해 보
기로 하고 우선 문 좀 열어 봐." "싫어요. 지금 당장 허락해 주세요." "당장 열어! 열라
고!" 타마소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대로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났다. 넬라는 아들의
식사를 챙겨서 문을 두드렸지만 이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끝장을 내고야 마는 아들 성격에 정말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로라가 타마소를 찾아왔다. 토니가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너라. 로라. 그렇잖아도 타마소가 밥도 먹지 않고 데모중이다. 네가 가서 좀 달래
보렴." "왜 그러죠? 요즘 저희 집에도 통 오지를 않고." "너와 약혼하고 싶다는구나."
"네? 약혼? 호호호." 로라는 황당하기도 했지만 싫지 않은 듯 계속 웃었다. 넬라는
그런 로라가 꼴도 보기 싫은 듯 말 한마디도 걸지 않고 노려봤다. "내가 한번 가 봐
야지." 로라가 까불까불 타마소의 방으로 갔다. "타마소, 타마소. 나 로라야." 타마소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로라의 뒤를 따라 올라온 넬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타마소는 어머니르 보자 로라만 안으로 들이고 문을 잠궈 버렸다. 넬라가 소리를 질렀
다. "네 소원대로 해 줄테니까 당장 이 문 열어! 그렇게 약혼하고 싶으면 해!" 타마소가
문을 열고 고개만 빠꼼히 내밀었다. "정말이죠?" 넬라는 너무 미워 냅다 머리를 쥐어박
았다. 그러자 타마소가 탈진한 상태에서 긴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로라가 깜짝 놀라 달려가 붙들었다. 집안이 난리법석이었다. 토니가 뛰어오고 넬라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대성통곡을 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로라가 토니에게
앰뷸런스를 부르라고 했다. 결국 타마소는 일주인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동안 넬라는
정장을 차려입고 그녀가 이 동네에서 가장 천박한 집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로라의
집을 찾아갔다. 자이레가 현관까지 나와 상냥하게 맞이해 주었다. 넬라는 계속해서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그때 안드레가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중에 아래층에 내려왔다가
넬라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넬라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마을 축제가 시작된 첫날 밤. 축제에 참가한 넬라가 술을 마시느라 집에 갈 생각도 않
는 남편을 팽개쳐두고 혼자 돌아가기로 했다. 가게에 거의 가까워 갈 무렵 골목에서
남녀가 껴안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방
여자가 넬라를 먼저 발견하고 도망가 버렸다. 남자가 돌아서서 술에 취했는지 비척거리
며 넬라에게 다가왔다. "아니 , 누가 내 애인을 쫓아 버린 거야. 엉?" 안드레는 가까이
가서 넬라임을 알고는 인사를 꾸벅했다. "아이고, 이거 마나님께서 축제에 가셨었나
보군요." 안드레는 아무 대꾸 없이 지나쳐 가려는 넬라의 손을 붙잡더니 허리를 껴안고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어찌나 능숙하게 키스를 하는지 넬라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이제까지 남편만 바라보고 살았던 넬라에게는 다른 남자하고
는 첫 경험이었다. 안드레는 넋을 잃고 있는 넬라의 가슴을 풀어헤치고 유방에 키스하
고는 넬라의 몸을 돌려 치마를 들어올리더니 팬티를 내려 엉덩이에도 키스를 했다. 그
리고 나서 안드레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넬라에게 말했다. "정말 멋진 몸매
로군요. 저희 스튜디오를 찾아 주시면 그 아름다운 몸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작품으
로 만들어 드립죠." 이렇게 말한 안드레는 비척비척 사라져 버렸다. 넬라는 그제서야 얼
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이 불한당 같은 놈!" 그녀가
돌아봤을 때 안드레는 이미 멀리 사라진 뒤였다. 그 이후로 그녀는 그렇잖아도 소문 때
문에 좋아하지 않던 그들 부부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한 점은 그
때 그 일을 잊으려 해도 자꾸 생각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들 때문에 그와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 만 것이다.
"아 저...." 넬라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진땀을 닦았다. "제 아들 타마소가 글세 약혼
을 하고 싶다지 않습니까." 자이레와 안드레가 동시에 물었다. "로라와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자이레는 뛸뜻이 기뻐하며 로라가 얼마나 명랑하고 착한 아이인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넬라는 분통이 터졌다. 로라처럼 행실이 좋지 않은 처녀를 보
고 부모라고 저렇게 칭찬을 해대다니. 그렇다고 이 마당에 부정할 수도 없었다. 넬라는
약혼 날짜와 장소를 정하자고 했다 간단하게 양쪽 집 식구들만 모여 저녁을 먹는 걸로
끝내기로 했다. 넬라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현관으로 갔다. "넬라 부인." 넬
라는 화들짝 놀랐다. 안드레가 바로 등 뒤에 와 있었다. "양산을 잊으셨군요." 넬라는
양산을 빼앗듯이 채가지고 부산하게 나가 버렸다. 안드레가 빙긋이 웃었다.
약혼날은 타마소가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이었고 시내에서 제일 큰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타마소는 너무나 기쁜 콧노래가 절로 나왔고 그 날은 나비넥타이
를 맨 정장을 차려입었다. 로라는 예쁜 드레스를 입었지만 가슴이 너무 파이고 속살이
다 비쳐 보여 넬라는 간간이 로라에게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다. 타마소와 로라는 약혼
반지를 교환했다. 토니와 자이레는 흐뭇해했고 안드레는 타마소를, 넬라는 로라를 못마
땅해했다. 약혼식을 끝내고 타마소와 로라는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타마소는 좋아서 벌
어진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로라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이런 일이 일어나 실감이 나
지 않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로라가 타마소에게 매달려 키스를 했다. 타마소가 로라를
꼭 끌어안았다. 로라가 갑자기 타마소를 밀쳐냈다. 로라는 갑자기 타마소에게 등을 돌리
고 치마를 허리 위까지 끌어올리더니 상체를 구부려 팬티를 벗었다. 달빛을 받은 로라
의 엉덩이가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타마소는 로라의 행동에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지만 새하얀 엉덩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로라는 이미 알몸이 되어 있었고 타마소를 놀리듯 깔깔거리며 강물로 뛰어들어 헤엄쳐
나갔다. 타마소는 로라가 수영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3
로라의 아버지 안드레는 친구 중에서 페페를 가장 아낀다. 사냥도 그와 함께 다녔고 일
도 함께 했다. 페페는 대학 시절 안드레를 만났고 지금의 아내도 그때쯤에 만났다. 페페
는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안드레는 대학은 다니지 않고 요리에 소질이 있어
시내 음식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일을 배우고 있었다. 어느날 대학으로 안드레가 페페
를 찾아왔고 페페는 근처 술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 술집은 아담하고 조용한 곳으로
평소 그가 자주 찾는 집이었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이 되면 피아노 연주도
해 주는 곳이었다. 다른 날은 남자가 피아노를 쳤었는데 그날은 여자로 바뀌어 있었다.
페페는 무심코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든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머리에
충격이 올 정도로 그의 미적 감각을 뒤흔들 만한 미모를 지녔음을 알았다. 페페는 연주
중인 그녀에게 웨이터를 시켜 위스키 한 잔을 갖다줄 것을 지시했고 술잔을 받아든
그녀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페페는 안드레에게 물었다. "저 여자 어때?" "꽤 괜찮은데."
젊었을 때부터 바람둥이라서 여자 보는 안목이 꽤 높은 안드레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
다. 페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페페는
피아노 연주가 끝나는 늦은 시간까지 돌아가지 않고 술을 마셨다. 손님들도 거의 다
가고 서너 테이블에 몇몇 사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그녀가
피아노 뚜껑을 덮고 일어났고 페페와 안드레도 일어났다. 안드레는 페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해 보라고." 안드레는 페페를 남겨 두고 먼저 갔다. 페페는 술집의 문앞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5분, 10분, 시간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페페는 제자리
걸음을 하며 초조해했다. 드디어 그녀가 나왔다. 그녀는 커다란 눈을 더 커다랗게 뜨고
는 페페를 바라보았다. "저한테 볼일이 있으신가요." '아, 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그녀는 차갑게 거절했다. "늦었어요. 돌아가야 해요." 페페가 그녀에게 매달려 사정했다.
"잠깐이면 됩니다. 저기 가까운 커피숍으로 가시죠." 그녀는 고개를 흔들어 거절하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페페는 그녀를 쫓아갔다. "바래다드리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페페는 묵묵히 그녀를 따라갔다. 유흥가를 지나 공원을 끼고 한참을 걸어가자
아파트가 나왔다. 그녀는 그곳에 멈추어 섰다. "이제 그만 가 주세요." 페페는 머뭇거리
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총총히 길을 건너 집으로 향했다. 페페는 그 다음날부터 매일
출근하다시피 술집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가 일을 끝마치면 그녀의 집까지 따라갔다가
되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어느날이었다. 열흘쯤 지났을까. 페페는 피아노를 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 액자에 넣어 챙겨 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집까지 따라갔다가 그
림을 건네 주고는 되돌아왔다. 그 다음날, 집앞까지 또 따라온 그에게 그녀가 들어가서
차라도 마시고 가라고 권했다. 페페는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그녀의 방은
산뜻하고 아담했다. 장식이라고는 거의 없었고 가구 몇 점만 있을 뿐이었다. 침대 머리
맡에는 그가 선물한 액자가 걸려있었다. 그녀가 커피를 끓여 왔다. 페페가 커피잔을
들고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죠?"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아 로베르...." "전 페페 질만입니다." 그녀는 페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
다. "그림, 고마워요." "아뇨. 뭘. 혼자 사시나 보죠?" 그녀는 그런 사실이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네. 부모님은 시골에 사세요. 농사를 지으시죠." "아, 예." 마리
아는 일어나 천축을 틀었다. 슈만의 교향곡 <봄>이 흘러나왔다. 마리아가 다시 와서
그의 앞에 앉자 그는 그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음어 주었다.
비단결처럼 부드러웠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볼에 키스했다. 그녀가 순간 멈칫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다가 입술에 키스했다. 그녀는 감미로운 듯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이 블라우스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의 손이 천천히 아래쪽으로 움직여가서 치마 속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갑자기 그를
사정없이 밀쳐내며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나가요! 돌아가세요." 페페는
당황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마리아, 난 다만....." "가까이 오지 말아요. 당장
나가라구요." 페페는 뒷걸음질쳤다. 그녀를 한동안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돌아서
서 나갔다. 페페는 아파트를 나와 그녀의 방이 있는 오층을 쳐다보았다. 커튼 사이로
그녀가 나타났다가 곧 사라졌다. 그후 5일 동안 페페는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6일째
되는 날 밤 페페는 붉은 장미 100송이를 사가지고 그녀가 와 있을 시각에 맞추어 초인
종을 눌렀다. 그녀가 문을 열었다. 그가 올 것임을 알고 있었던 듯했다. 꽃다발을 받은
그녀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스쳤다. 페페는 그녀를 말없이 꼭 껴안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소파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페페는 그녀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페페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의 옆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더니 물었다.
"말해 봐요. 내가 싫어요?"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럼 우리가 서로
사랑해서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동안을 그녀는 그렇
게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페페는 그녀를 안아 침대에 뉘었다. 그녀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겨나갔다. 그녀가 알몸이 되자 그는 부드럽
게 음모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림을 감상하듯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이 꿈틀 하고 움직였다. 그녀의 온몸에 키스했다. 목덜미와 가슴, 배, 사타구
니, 허벅지, 발에 키스했다. 그녀의 몸이 얼어붙은 듯 경직되었다. 그는 그녀의 옆에
누워 그녀를 꼭 껴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침대맡 서
랍장 위에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고마워요. 아침식사는 하고 가세요." 식탁을 보니
차려 놓은 지 얼마 안 된 듯 샌드위치 한 조각과 스크램블드 에그가 아직도 따뜻했고,
코코아 역시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아침을 마친 그는 식탁 한 쪽에 얌전히 놓인 열쇠
를 집어들고 방을 나갔다. 그날 저녁에 그는 화구를 챙겨들고 그녀에게 갔다. 그는 하얀
천을 깔고 그 위에 알몸인 그녀를 눕혀 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붓
끝이 장미빛 젖꼭지를 지나자 그녀의 몸이 뒤틀렸다. 그는 그녀의 온몸을 붓으로 헤집
고 다녔다. 그는 날마다 다른 그림을 그렸다. 옷을 그리기도 하고 나무와 꽃, 혹은
갖가지 새들과 동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기를 일주일째, 그녀는 그에게 고백했다.
오래 전, 이제 막 솜털이 보송보송한 나이에 그녀를 항상 주시하던 이웃집 어른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녀는 그때 너무 심하게 당해 이제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그날은 그녀의 몸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부드럽게, 감미롭게
열정적으로 그녀의 몸을 여는 데 열중했다. 그녀가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냈다. 그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그의 따뜻한 손길이 그녀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절정에 오른 그녀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마침내 그녀는 눈물을 마음껏 흘렸다. 그가 등을 쓸어
주었다. 그의 품속에서 그녀는 잠이 들었다.
페페는 졸업을 하자마자 마리아와 결혼했다. 그는 그림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 누구
보다도 개인전을 많이 열었다. 레스토랑에서, 공공기관에서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개인
전을 연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고 그는 방황했다. 결혼도 한 상태
여서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안드레의 편지를 받았다. 같이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당장 짐을 챙겨 마리아와 안드레의 집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때 안드레의 외동딸인 로라는 벌써 열 살이 되어 있었고 페페는 자식이 없는
만큼 로라를 예뻐했다. 마리아와 함께 안드레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자주 했고 가끔씩
자기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안드레는 짙은 누썹에 꼭 다문 입술을 한,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인물이었고 페페는 그런 안드레의 외모를 좋아했고 사람좋은 얼굴만큼이나
남에 대한 배려가 깊고 익살스러운데다 눈치도 빨랐다. 그래서 그들은 일을 하면 잘
맞았고 부딪칠 일도 없었다. 처음에 페페는 안드레가 하는 일을 별로 탐탐치 않게 생각
했다. 물론 마리아도 반대를 했다. 그러나 살아갈 방도를 마련해야 했고 페페의 미술적
인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일하게 되었다. 마약과도 같이 그 일은
페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안드레는 집 안에 스튜디오를 마련해서 페페와 작업을 했다. 안드레는 사진찍는 일을,
페페는 그것들을 편집하는 일을 했다. 어쨌든, 그들이 만든 사진집이나 테이프는 프랑스
파리에도 가져다가 팔 만큼 인기가 좋았다. 오늘은 영사기를 돌리며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감상했다. 노골적인 누드 사진들이었다. 뒤로 돌아 누워 있는 여자, 선 채로 엉
덩이를 내밀고 뇌쇄적인 눈길을 보내는 여자, 그들은 한결같이 속옷과 타이즈를 신은
채 가슴과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앞에서 안드레와 페페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 편집을 했다. 페페가 책상에 기대어 선 채 말했다. "머리는 빼야겠어. 몸만 보는
게 더 자극적이야. 반응도 좋고...." 안드레가 영사기를 작동시키며 말했다. "나는 발기한
다. 고로 존재한다." 페페가 영상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다. "얼굴은 시선만 흐트릴
뿐이야." 안드레는 일어서서 영상 속 여자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더니 거기에 키스했다.
"환상과 거짓이지. 아니, 저주야. 일과 성공. 발전 다 개소리야. 저 구멍만이 진실이지."
페페가 말했다. "그레딧의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게 좋겠어." 안드레가 추억에
잠기며 말했다. "자이레도 흑백이 어울리지. 처음 라하브에서 그녀를 봤을 때 난 <노르
망디>호의 주방장이었고 그녀는 일등석 탈의실 여급이었지. 검은 유니폼에 흰 칼라.
검은 스타킹...... 피부가 백옥이었지. 미인이었어. 나 때문에 사귀는 남자를 포기했어. 나
때문이었어." 침울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옛날 생각하고 있는 안드레를 쳐다보며 페페
가 말했다. "자네도 자유로운 생활을 포기했잖나." "세속의 욕망을 포기한 거지. 현대의
인간은 욕망의 파도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난 세상의 고뇌를 초월하게 됐어. 이젠 나만
의 울타리가 중요해. 자네와 우정을 유지하는 데서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네. 그리고
나에게는 자이레의 사랑, 그리고 로라의 미소가 있잖나." 페페가 의미깊은 눈길을 보냈
다. "자네, 로라에게 마음 있지?" 안드레가 페페의 눈길을 외면했다. "자넨 몰라도 돼."
그때쯤 아래층에 있는 부엌에서는 자이레가 요리를 하느라고 분주했다. 로라는 자이레
의 주위를 할 일 없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자이레는 그런 로라를 흘끔흘끔 쳐다보았
다. 로라는 이미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익을 대로 익어 단내가 흘러넘치는
과일과도 같았다.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 걸음걸이에서조차도 남자를 의식하는 여자의
본성이 느껴졌다. 자이레는 내심 걱정스러웠다. 그 걱정 속에는 불안과 질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혹시나 안드레를 로라에게 빼았길지도 모른다는.... 안드레는 로라를
유독 예뻐했다. 물론 로라가 어릴 때는 함께 발가벗고 강에서 수영을 해도 불안하지
않았다. 안드레는 로라를 딸로 생각할 뿐이었다. 게다가 로라역시 안드레를 잘 따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로라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데 있었다. 그 무
엇도 그녀의 미모를 능가할 수가 없었다. 꽃도, 보석도 지금 막 봉오리를 터트린 그녀를
당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자이레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라는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또 사랑받고픈 욕심밖에 없었다.
자이레가 로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스프에 간이 잘됐나 맛 좀 보렴." 로라가 펄펄
끓고 있는 스프를 한 국자 떠서 후후 불었다. "좀 짜요." 자이레가 얼굴을 찡그렸다.
"괜찮은 것 같은데." 로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알았어요." 로라는 자이레를 도와 먼저
위층에 올려다 줄 음식을 쟁반에 담았다. 접시 2개, 컵 2개, 포도주 1병, 케익 4개.....
"갖다 드려라. 위층 스튜디오에 계셔." 로라가 치마를 살랑거리며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자이레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지었다. 스튜디오로 쓰이고 있는 방의
문 가까이 다가가자 페페와 안드레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페페의 목소리였다. "맥심과
그 유명한 댄서가 사귀었다며?" 안드레가 말했다. "유명하긴 했지만 사귄 건 아냐.
그녀는 열두 남자를 해치운 여자였어." 페페가 말했다. "하지만 맥심은 성불능이잖아."
로라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방의 벽에 설치한 스크린에는
여자의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엉덩이가 영사기를 통해 비치고 있었고 두 남자가
피우는 담배로 인해 사방이 온통 뿌옇게 보였다. 로라는 여자 엉덩이에 시선을 둔 채
그대로 못박힌 듯 서 있었다. 안드레가 말했다. "이젠 다 나았어. 그래서 지금은... 페페,
누가 왔나 본데." 인기척을 느낀 안드레의 말에 페페가 돌아보았다. 안드레는 얼른 벽에
커튼을 쳤다. "로라 왔구나. 잘 있었니? 여긴 왠일이니?" 로라는 뭔가를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안녕하세요. 페페 아저씨. 식사를 가져왔어요." 로라가 얼른
쟁반을 두 남자 사이에 있는 둥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페페가 케익을 한 개 집어들
었다. "빵냄새가 좋구나." 안드레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빵쟁이
타마소는 잘 있니?" 로라가 입을 삐죽거렸다. "무슨 상관이죠? 아빠가 결혼하세요?" 로
라는 요즘들어 안드레에게 거칠게 말대꾸하는 일이 잦았다. 특히 타마소의 이야기를
꺼낼 때면 더 그랬다. 안드레는 유난히 타마소를 의식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탄식이 나
올 만큼 예쁘고 귀한 딸을 데려가기엔 타마소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몰
랐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자신도 모르는 질투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안드레는 로
라의 빈정거림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말했다. "빵을 만들 듯 사랑을 해 준다면 넌 참
좋겠구나." 로라는 포도주를 컵 두 개에 따라 하나를 안드레에게 건넸다. "드세요. 쟁반
은 어떡하죠?" 안드레가 말했다. 그냥 놔둬라. 쟁반은 신경이 안 쓰이지만 넌..." 로라가
커튼을 들어 사진을 들여다보자 안드레가 하던 말을 멈추고 손을 흘들며 로라에게
다가갔다. "그건 안 돼. 보면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보면 안 돼." 사진 속의 여
자는 뒷모습만 보여서 잘 알 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어머니 자이레였다. 순간적이었지만
로라의 눈이 멈칫, 사진에 머물렀고 다가온 아버지를 의심의 눈초리로 올려다봤다. 로라
는 커튼에서 손을 떼며 방을 둘러보다가 책꽂이 위쪽에 놓아 둔 줄타기 인형을 발견하
고는 눈을 반짝거렸다. "저건 어디서 났죠?" 안드레가 대답했다. "<아틀란티>호에서."
로라가 흥미로운 듯 인형을 찬찬히 쳐다보며 물었다. "작동돼요?" 로라는 안드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높은 책꽂이를 한 단, 두 단 기어올라가 인형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짧은 치마 사이로 팬티가 보였다. 안드레는 그녀를 아래에서 올려보다가 눈을
돌리고 말았다. 로라가 한 발짝 내려 딛더니 책꽂이를 한 손으로 붙들고 다른 한 손으
로는 인형을 잡고서 안드레를 향해 소리쳤다. "뭐하는 거예요? 도와 줘요." 안드레가
마지못해 다가가 로라의 다리를 붙들고 내려오는 것을 도와 주었다. 우연인지 고의인지
안드레의 얼굴이 로라의 치마 속에 묻히고 말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페페도 어색
한지 고개를 돌려 보렸다. 모라는 안드레의 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팔에 한가득 안겨
들었다. 로라는 안드레를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안드레가 로라의 팔을 거두어 내며
말했다. "이제 가 봐, 어서. 그건 가져라." 안드레는 로라가 손에 쥐고 있는 인형을 가지
라는 것이었다. "가 봐. 일해야겠다." 그새 뾰루퉁해진 로라가 홱 돌아섰다. "아, 고매한
예술작업. 잘해 보세요." 페페는 로라가 문을 닫고 사라졌는데도 감탄의 표정을 거두질
않고 말했다. "매력적인 여자애야. 그야말로 샤롯데 로즈야." 안드레는 턱을 손으로 괴
고 눈은 초점을 잃은 채 말했다. "그 이상이야." 안드레가 커튼을 한 쪽으로 밀쳐내고
다시 영사기를 작동시켰다. 페페가 말했다. "남자를 녹이는 재능이 있어." 안드레가
페페를 쳐다보았다. "로라가?" 페페가 턱으로 벽을 가리켰다. "칼라라는 저 간 큰 여자
말이야. 좀 헤프긴 하지." "그렇지. 끝내주는 몸을 가졌지. 오늘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미쉘의 의상실에서. 촬영 해 주기로 했잖나. 가죽옷에 모자를 씌우고.... 프랑스판에다
실어 보려고. 우리나라에서도 주문이 쇄도할 걸." 안드레와 페페는 몸매가 그럴듯한
여자는 무조건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게끔 유혹했다. 흔히들 처음에는
점잔을 부리며 거절을 했지만 그들의 말솜씨와 예술작품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황당한
이유로 결국은 사진을 찍고 말았다. 사진을 찍은 여자들은 대개 누가 그런지 알면서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도 되는 듯 그 일에 대해 거론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안드레가 자기들의 사진을 인화해서 주면 장롱 속 깊숙히. 혹은 비밀스런 곳에
잘 싸서 감추어 두었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는 날에는 불벼락이 떨어질 걸 염려해서
이다. 어떤 이들은 아예 찾아가지 않고 가끔 놀러 왔다는 핑계로 사진을 감상하고 갔다.
마을에서 알아주는 괜찮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안드레의 스튜디오에 들렀다.
그것을 모두 모아 사진첩이나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팔면 꽤 괜찮은 수입거리가
되었다. 안드레는 자이레까지도 그 일에 끌어들였다. 그의 눈이 자이레를 그대로 둘
리가 없었다. 그 어떤 여자의 모습보다도 적나라하게, 또 정성스럽게 찍었다. 마치 다른
여자들은 연습하기 위한 모델에 지나지 않았다는 태도였다. 그것은 은근히 자이레의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

4
거의 다 벗은, 중요한 곳은 보이고 중요하지 않은 곳은 살짝 가린, 묘한 차림을 한 자이
레가 안드레 앞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움직이지마." 자이레는 불안한 표정
을 지었다.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죠?" "감상하라지 뭐." 자이레는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팔을 위로 치켜들었다. 가슴을 앞으로 내밀자 풍만한 가슴이 더욱 돋보였다. 자이
레는 뒷모습을 보이며 눕더니 엉덩이를 높이 쳐들어서는 뒤로 뺐다. 그러자 꽃잎 같은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벌어지며 그 속까지 들여다보였다. 그곳은 벌써 물기가 촉촉했다.
그녀는 남자와 관계를 할 때처럼 엉덩이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안드레는 부산하게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좋아, 좋아." 안드레가 다가가서 포즈를
고쳐 주기도 했다. 자이레의 몸은 남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이레의
가쁜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를 지켜보는 두 남자도 뜨거운 열기를 참을
수 없었다. 페페가 한 쪽 구석에서 자이레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노르망디>호는
환상의 배였어." 안드레는 페페를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환상." 안드레가 그 사이
쉬느라 자세를 고치고 앉은 자이레에게 요구했다. "포즈를 취해 봐. 손도 좀 올리고,
좋아..... 아니, 아니...." 안드레가 고개를 젓더니 자이레의 손을 끌고 테이블로 갔다.
그녀를 내던지듯 테이블에 바짝 밀치더니 상체를 굽히게 했다. 그리고는 뒤로 몇 발자
국 떨어졌다. "치마 들고...." 자이레가 치마를 들자 둥그런 엉덩이가 나타났다. "엉덩이
를 더 치켜들어." 자이레는 안드레의 요구에 따랐다. 안드레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리 저리 살폈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선반에서 채찍을
꺼내들고 자이레에게 다가갔다. 하얀 엉덩이가 보기에도 탐스러웠다. 안드레는 채찍을
든 팔을 올렸다. "늘 새로운 걸 추구해야 돼." 안드레가 천천히 채찍질을 시작했다.
하얀 엉덩이에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자이레가 비명을 질렀다. 채찍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자이레의 비명은 아픈 비명소리에서 몸을 뒤틀며 교성으로 바뀌어 갔다.
엉덩이에 채찍 자국이 가득했다. 안드레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채찍을 놓고 자이레
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제야 장미처럼 붉은색을 띠는군." "으음......" 자이
레가 몸을 뒤틀었다. 지금 당장 그의 성기가 뒤에서 몸을 파고 들어오기를 바라는
몸짓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은밀한 부분도, 겨드랑이도 , 목덜미도 그녀
의 몸은 온통 물기로 흥건해졌다. 그녀가 견디다 못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안드레가
채찍투성이인 그녀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손바닥으로 때미려 난폭하게 등을 눌렀다.
그리고는 다시 사진기를 들고 찍기 시작했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좋았어." 안드레는 한 컷을 더 찍더니 몸을 일으켰다. "페페,
준비시켜." 페페가 서랍을 열고 나무상자를 꺼내들고는 자이레에게 다가갔다. 페페는
자이레의 몸을 일으키더니 한 쪽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유두가 단단해졌다. 자이레의
입술이 벌어졌다.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지금 거의 환각 상태였다. 허우적거리며
그것을 더듬어 찾으려 했다. "으음, 페페...." 페페는 자이레의 가슴을 살짝 밀어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하고는 나무상자를 열어 붓과 물감을 꺼냈다. 자이레의 한 쪽 젖가슴에
페인팅이 시작되었다. 덩굴처럼 둥글게 말려진 선들이 온통 젖가슴을 뒤덮었다. 유두는
가장 진하고 어두운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페페는 자기가 완성시킨 작품을 끈적거리는
눈길로 더듬더니 만족스런 미소를 떠올렸다. 손으로 다시 한번 쓰다듬어 보고는 안드레
를 돌아봤다. "자. 준비가 끝났어." 안드레도 자이레의 가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
했다. "훌륭해, 페페." 안드레는 사진기를 들어 다시 자이레를 찍었다. 마지막 컷까지 찍
고 나자 안드레는 자이레의 팔을 잡았다. "돌아봐." 안드레는 자이레를 돌려 테이블 위
에 엎드리게 했다. 그는 바지를 내렸다.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한 그의 성기가 그녀의
벌어진 꽃입 사이를 파고 들었다. 그녀가 기쁨에 겨운 비명을 질었다. 피스톤 운동이
시작되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임에 따라 가슴이 테
이블과 마찰을 일으켰고 유두는 더욱 단단해져 갔다. 페페는 자이레의 풍만하다 못해
거대한 가슴의 출렁거림과 쾌락의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헤벌어진 입, 뒤틀리며 남자의
성기를 한 껏 끌어들이고 있는 엉덩이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성기는 축축한 그녀의
몸 속을 헤집고 들었다. 가장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한 곳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의
물건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창가에 그대로 그림자로 내비쳐졌고 조용
히 입술을 축이며 그걸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로라였다.
그들은 그들의 육체적인 향연에 빠져 딸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줄도 몰랐다. 안드레가
갑자기 일어나 페페에게 사진기를 건네 주고 옷을 벗었다. 안드레는 자이레를 끌어다가
바닥에 눕혔다. 자이레는 안드레가 요구하기도 전에 다리를 들어서 양 옆으로 벌렸다.
안드레는 잠깐 행동을 멈추고 어서 들어와 주기를 바라고 있는 자이레의 달아오른 몸뚱
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이레와 관계를 할 때면 항상 바다내음이 풍겨났다. 아마도
그녀를 처음 본 게 배 위라서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안드레는 그녀의 성기를 한 손으로
감싸듯 쥐고는 뜨거운 숨을 토해 내며 그녀의 귓불을 간지럽혔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안드레를 끌어당겼다. 페페는 이쪽 저쪽으로 옮겨 다니며 그들을 찍어 댔다. 로라는
지켜보고 있는 동안 자기의 몸까지도 묘한 느낌을 전해받았다. 로라는 손으로 자기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사타구니를 쓸어내렸다.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성행위를 지켜보았
다.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안드레와 자이레는 지칠 줄을
몰랐다. 이번에는 자이레가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자이레는 안드레와 한참을 관계하다가도 자기에게서 버림받은 남자를 생각했다. 지금은
많이 변했을 것이고 그때의 모습마저도 지금은 가물거린다. 그러나 첫 남자였다.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너무나 부드럽고 상냥했다. 안드레와는 딴판이었다. 행위를 할
때도 그는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가면서도 했다. 그래서 그와 할
때면 차분해지고 달아오르려던 몸도 평정을 되찾고 만다. 그래서 그를 버렸을까. 정신적
으 로도 누구보다도 의지가 되어준 사람이었는데........ 아직껏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그가 남기고 떠난 돈과 에멜랄드 반지. 돈도 쓰지 않았고 에메랄드 반지도
한 번도 끼었던 적이 없다. 그대로 상자에 넣어둔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안드
레 몰래 가끔씩 장소를 바꾸어 숨겨두고 있다. 안드레는 그녀가 가라앉을 만하면 거세
게 몰아붙여 몸의 열기가 식을 틈이 없었다. 어떤 때는 변태와도 같이 갖가지 체위와
행위,그리고 때리기까지 하지만 그것은 더욱 강력한 자극제가 되어 그녀를 흥분시킨다.
자이레는 본능적으로 안드레를 사랑한다. 그녀가 정신적으로 그를 찾지 않고 필요로 하
지 않을 때도 그를 기억하는 그녀의 몸이 그를 어김없이 불렀다. 그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도 않았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가도 안드레가 덮치면 그대로 엉켜들고 만
다. 그러다가 요리를 태운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사냥을 하러 갔던 산 속에서도 갑자기
정욕을 느꼈고 강가에 소풍을 나갔다가도 그랬다. 그녀의 몸은 온통 그를 위해 열려 있
었다. 자이레는 안드레가 스튜디오에 불러들인 여자들을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때는 그녀가 들어갔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를 만지고 있
거나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몸 속을 들여다보고 있을때도 많았고 행위를 직접 하기까지
했다. 자이레는 남편의 그런 행위를 일하는 것으로 여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페페는 함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지만 온갖 여자들 몸에 페인팅을 해 준다. 한쪽 엉
덩이에다가만 할 때도 있고 배나 등, 허벅지 안쪽 등 보이지 않는 곳에 그림을 그려 넣
었다. 그림이 지워지면 다시 오는 여자들도 잇다. 그녀들은 페페의 능숙한 붓놀림 아래
에서도 쾌감을 느꼈다. 어떤 여자들은 대담하게도 문신을 그려 달라고 한다. 그녀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럴 때 아픔은 고통보다도 희열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안드레의 가슴
에도 문신이 있다. 하트 모양을 배경으로 한 발가벗은 여자 그림이다. 페페는 또 따로
그림을 그려 두기도 했다. 그런 여자들의 은밀한 곳과 둔부, 아니면 사진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얼굴은 그리지 않고 전체적인 곡선을 강조한 몸만을 그리기도 했다. 페페는 안
드레가 여자와 정사하는 장면을 보고 자기도 참여는 하지만 한 번도 다른 여자와 직접
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 그는 잠자리는 아내 마리아와만 했다. 그것은 그만의 아내에 대
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는 아이도 좋아헸지만 주위에서 입양아를 들이라고 해도
요지부동으로 아내와 아내가 귀여워하는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을 뿐이다.
안드레는 자이레가 딴 생각에 빠져드는걸 알고 난폭하게 엎드리게 한 다음 책상 서랍을
열어 기구를 꺼내들고 그것을 그녀의 몸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딱딱한
느낌 때문에 아픈지 소리를 질렀다. "아악!" 안드레는 빠져나가려는 자이레를 붙들어 놓
고 계속해서 그것을 그녀의 몸 속으로 넣었다 뺐다 했다. 그녀는 곧 얌전해졌고 페페는
여전히 사진을 찍어 댔다. 잠시 후 안드레가 그녀를 잡아 일으켰다. 그녀의 눈동자는 몽
롱했고 힘이 빠지는지 비틀거렸다. 자이레는 욕실로 가서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샤워
를 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누군가의 손길이 그녀를 더듬었다. 안드레였다. 안
드레는 그녀의 다리를 욕조 바깥으로 끄집어내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깊숙한 곳으로 들
이넣었다. 그 안의 둥근 모양과 주름들이 손가락으로 느껴졌다. 그곳은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가락 하나에 또 다시 굴복하고 받아들
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안드레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안드레의 끊임없는 정욕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안드레는 어떤 여자보다도 자에레에게 특히 집요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그는 자에레의 성감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지고 찾아들었
다.
자이레는 목욕을 마치고 복도로 나갔다가 오라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오라와
안드레가 닮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성보다 본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로라는 아직
어려 자기 자신이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이레는 이미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었
다. 그래서 로라가 위험한 감정에 몸을 맡겨 버리지 않을까 항상 염려가 되었다. 자이레
는 로라의 방문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 저녁 식단을 위해서
채소를 좀 뜯을 생각이었다. 부엌에서 소쿠리를 챙겨 정원으로 나갔다. 평소 정성스럽게
가꾸었던 탓인지 채소는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자이레는 저녁식사가 늦지 않도록 부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숲을 빽빽이 채운 나무들은 잎이 무성했고 땅을 온통 뒤덮은 풀도 자랄 대로 자라
흐드러져 있었다. 그 숲길을 로라가 타마소에게 매달려 걸어가고 있었다. 로라는 무료하
고 지칠 때는 이곳에 들른다. 이곳에 오면 별세계 같아서 그 동안의 고민이나 불만이
말끔히 없어져 버리곤 한다. 그라시아, 델피 그리고 클로드와 이곳엘 가끔 왔었다. 물
론 지금은 그녀들과 오는 일이 없었다. 그때 그 사건이 있은 이후로 서로들 이곳에 오
는 걸 꺼려하기도 했지만 로라로서는 이제 타마소와 오는 것이 더 좋았다.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숲속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뛰어다니며
놀거나 강에서 수영을 하거나 햇볕 아래 누워 일광욕을 했다. 이곳은 또 연인들의 천
지라 눈 요기할 장면들도 많았다. 얌전한 연인들은 서로를 껴안은 채 거닐기만 하지
만 격렬한 섹스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다.
그날도 로라는 친구들과 벌거벗은 채 풀밭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다는 연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강 건너편의 어떤 여자는 나무에 기대고 서서 다리를 벌린 채 자기의
몸을 남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곳을 들여다보던 남자는 여자의 엉덩이를 껴안은
채 그곳에 얼굴을 묻고 한참 동안을 있었다. 조금 지나자 여자가 남자를 일으켜 놓고
그 앞에 꿇어 앉아 그의 성기를 붙잡고 자기 입에 갖다 넣었다. 남자가 이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쾌감을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어떤 연인들은 강물 속에서 껴안고
서 머리가 올라왔다. 발이 올라왔다 하다가 여자 쪽이 물에 빠져 물을 너무 먹었는지
캑캑거리며 허우적거렸다. 곧 남자가 그녀를 강가로 데리고 나가 인공호흡을 한다, 배를
누른다 수선을 피웠다. 어떤 남자는 선 채로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힘을
줄 때마다 그녀는 다리를 남자의 허리에 감고 머리를 움켜쥔 채 소리를 질러 댔다.
가장 시끄러운 커플이었다. 로라는 챙겨온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친구들과 벌렁 누워
일광욕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남자
들 다섯 명이 그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막 도착했는지 옷도 벗고 있지
않았고 여자들과 함께 온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로라가 제일 먼저 일어나고 그 다음
클로드와 델피가 깨어났다. 제일 늦게 깨어난 그라시아가 호들갑을 피웠다. "어머나,
누구세요? 여긴 우리가 벌써 치지 한 곳이니 다른 곳을 찾아보세요." 다섯 명의 남자들
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고는 한 사람씩 여자들을 붙잡았다. 그들은 앙탈을 부리는
여자들을 재미있는 듯 오히려 힘을 더해 껴안았다. 로라는 뒤에서 와서 껴안은 남자의
팔을 잡고 몸을 비틀어 그의 얼굴을 마주 본 다음 무릎을 힘껏 올려 사타구니를 쳤다.
남자는 사타구니를 붙잡고 너무나 아파 껑충껑충 뛰었다. 그 틈을 타서 로라는 재빨리
도망쳤다.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아무도 쫓아오는 이가 없었다. 로라는 다시 아까의
그곳으로 찾아가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았다. 델피도 어디로 도망쳤는지 그라시아와
클로드만 잡혀 있었다. 다섯 명의 남자들은 여전히 키득거리며 잡혀 있는 그녀들의
가슴이며 사타구니를 만졌다. 그라시아가 대장인 듯한 남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
남자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대장인 남자가 소리쳤다. "이봐, 너희들
꽉 잡아! 나부터 할 테니." 남자 두 명이 각각 그라시아의 팔 하나와 다리 하나씩을
잡고 그녀를 풀밭에 눞혔다. 그리고 다리를 벌리리 만큼 벌려서 바닥에 누르고 있었다.
그라시아는 반항하고 싶어도 여러 남자를 당해내지는 못했다. 대장이 바지를 내리고 막
그라시아를 공격하려는 참이었다. 텔피가 대머리 아저씨와 달려오며 소리쳤다. "저기예
요. 저기." 델피가 또다시 숲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경찰아저씨. 이쪽으로 오세요!"
그들은 경찰이란 소리에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뭐야, 경찰?" "야야, 튀자!
빨리!" 다섯 명의 남자들은 너무나 놀라 그라시아와 클로드를 던져 두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가 버렸다. 그라시아가 클로드를 껴안고 엉엉 울어 버리고 말았다.
델피가 데려온 대머리는 아직도 어껀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들고 온 막대기로 나무들을 치며 왔다갔다 했다. 클로드가 그런 그에게 도시락
과 과일을 한아름 안겨 주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그 별천지를 빠져나왔
다.
로라는 오늘도 여기저기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타마소에게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
그러고는 꼭 껴안고 겁에 질린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때 큰 나무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대머리 남자가 망원경을 들고 연인들을 살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친구들을 구해 준 그 대머리였다. 타마소는 로라가 그를 처음 보는 걸로 알
고는 어깨를 안아 주며 말했다. "괜찮아, 신경쓰지 마. 그것보다 우리, 미래에 대한 계획
을 좀 세워 보자고. 난 빵집을 공장으로 만들 생각이야." 타마소다웠다. 그는 항상 성실
하게 살아가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도 철저하게 세웠다. 그러나 로라는 따분할 따름이었
다. 로라는 타마소의 몸을 어루만지며 얼굴을 그의 볼에 갖다 대었다. 타마소가 빵집을
공장으로 만들 계획에 대해 한참을 늘어놓자 대머리 남자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조용! 조용히 하란 말이요. 지금 저렇게 기사들이 전투중이잖소." 불이 붙은 연인들이
껴안고 애무하는 것을 보고 하는 소리였다. 그들은 누가 엿보고 있는지 관심도 없었다.
자유분방하게 쾌락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유난히 풍만한 몸매의 여자가 알몸으로
남자를 놀리며 달아났다. 달리는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가 출렁거렸고 그 육감적인 몸을
뒤따르며 잡으려고 애쓰던, 역시 알몸의 남자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약간
정신이 나간 듯한 대머리에게는 전투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타마소가 입술 끝을 올리며
비웃었다. "저게 전투라면 육박전이로군." 로라가 타마소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 돌았나봐." "조라는 변태야." "변태라니?" "연인들을 몰래 훔쳐보는 사람."
로라가 약간 겁이 나는 듯 대머리를 보며 말했다. "우릴 쳐다보는 것 같은데?" 타마소
가 로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괜찮아 그냥 보는 것뿐이야. 그런데 내 이야기 제대로
들은 거야? 빵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 이야기 말야. 식빵, 국수를 독일로 수출하고 닭도
키울 거야.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서..... 함께 해보자구." 타마소는 의욕에 불타올라 로라
의 손을 더욱 힘껏 쥐었다. 로라가 타마소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더듬었다. "난 너만
있으면 돼." 로라는 타마소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게 했다. 타마소는
흠칫 놀라며 대머리의 눈치를 살폈다. 대머리는 역시나 군침을 흘리며 가까운 거리인데
도 망원경을 들이대며 로라의 젖가슴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좋아서 소리를 지르
며 서너 바퀴를 제자리에서 도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가자." 로라가 타마소를 붙들었
다. "방해할 사람도 없잖아." 타마소가 대머리 조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로라는 곁눈질
로 조를 보더니 더욱 대담한 몸짓으로 그에게 달라붙으며 말했다. "해롭지 않다며?
너랑 하고 싶어." 로라가 타마소의 손을 잡아서 치마 아래로 가져갔다. 그 광경을 지켜
보던 조가 놀라서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히익!" 하고 소리를 냈다. 손가락을 들어 그
들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는 데 하도 더듬거려서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으아, 저저..... 저거, 좀....으아......" 로라가 머뭇거리고 있는 타마소를 흘겨보며 말했다.
"자... 만져봐." "그래, 그래. 알았어." 타마소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로라를 이끌고 좀
더 으슥한 곳으로 갔다. 로라는 나무에 기대어 가슴을 풀어헤쳤다. "날 가져, 어서!대체
뭘 망설여." 타마소는 로라가 다그치는데도 여전히 머뭇거리며 애원했다. "난 너와 결혼
하고 싶어." 로라가 화를 내며 치마를 끌어올렸다. "그건 어차피 해. 어떻게 좀 해 줘."
로라는 엉덩이를 뒤로 빼로 상체를 구부려 팬티를 벗어 내렸다. 벗은 팬티를 손에 쥐고
서 타마소의 허리에 다리를 걸치며 그를 끌어안았다. 타마소는 억지로 몸을 빼내며
소리쳤다. "빨리 팬티 입어." "싫어, 날 가져. 날 피하지 마." "피해?" "강간하듯 한번
해보라고!" 로라가 뒤로 돌아 치마를 걷어올리고 엉덩이를 내밀며 다리를 벌렸다. 타마
소는 난처해져서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았다. "곧 결혼할 텐데 다 망치고
싶어?" 타마소는 로라를 아끼는 만큼 결혼도 하기 전에 그녀를 범하는 것은 그녀를 하
찮게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결혼할 때까지 자기가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안달이 난 로라가 타마소를 밀어 풀밭에 넘어뜨리더니 그
위로 올라탔다. 그러고는 그의 불룩해진 물건 위에 사타구니를 대고는 앞으로 뒤로
문질러 댔다. 그녀는 타마소의 손을 끌어다가 자기의 엉덩이를 만지게 했다. 그래도
타마소가 울상을 지으며 거부하자 마침내 로라는 분통을 터뜨리며 타마소의 따귀를 한
대 올려붙였다. 로라는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한껏 부푼 몸을 타마소가 달래 주기를
바랐는데 그는 너무나 꽉 막힌 남자였다. 아버지 안드레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안드레는 이렇게 안달이 나서 달려드는 여자를 절대로
거부할 남자가 아니다. 그는 그것은 남자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고 한심한 노릇이라
고 여길 것이다. 타마소는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놀란 눈으로 로라를 쳐다봤고 그녀
는 벌떡 일어나서 삿대질을 하면 소리쳤다. "망치긴 뭘 망쳐? 미리 속궁합을 맞취보잔
것뿐야. 그 전에 사랑도 확인하고 말이야." 타마소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내 맘
몰라? 내 사랑은 확고해.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사과해. 로라." "사과?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난 널 알아. 내가 변심할까봐 그러는 거지? 순결이 그렇게 대단해? 난 결혼하
고도 변심할 수 있어." 로라는 타마소에게 다시 한번 소리쳤다. "이 쪼다. 국수 공장과
결혼해라." 로라는 그에게서 나는 밀가루 냄새와 지칠 줄도 모르고 해대는 빵이야기,
공장 이야기가 지겨웠다. 그녀가 원하는 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자기의 육체를
잠재워 줄 남자다. 강하고 거침없이 그녀를 가져 주기를 바라는데 타마소는 겁을 먹고
물러서기만 한다. 그녀는 타마소가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었다. 그녀가 원할 때 그녀를
가지지 않아 나중에는 가슴을 치며 후회할 일, 그런 일이 없을까. 로라는 사방을 둘러
봤다. 로라는 갑자기 치마를 치켜든 채 뛰어내려갔다. 타마소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로라를 따라 달려왔다. "돌아와, 어디 가!" 로라는 치마를 더욱 치켜올리고 몸을 앞으로
내밀며 타마소에게 소리쳤다. " 너보다 화끈한 남자 찾으러." 로라는 타마소에게 보란
듯이 발가벗은 하체를 이리저리 내보이며 돌아다녔다. "여기 처녀 있다." "날 짓밟아 줄
남자 어디 없어요!" 로라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대머리 조와 눈이 맞추쳤다. 조는
로라의 눈부신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며 침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지만 막상 가까이 다
가오자 마치 못 볼 사람을 보기라도 한 듯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며
불러 세웠다. "변태 아저씨." 조는 화들짝 놀라 공중으로 한 번 뛰어오르더니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달아난 조를 보며 로라는 어이가 없었다. 남자들이란 모두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덤벼드는 존재들 아닌가. 왜 다들 이렇게 자신을 피하는지 몰랐다.
로라는 들어올리고 있는 치마를 놓고 망연한 모습으로 조를 지켜보았다. "나한테 겁먹
었나 보군." 타마소가 쫓아와서 로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 말 들어." 로라는 타마
소의 손을 확 뿌리치며 말했다. "멍청이..... 바보...." 타마소가 고개를 숙인 채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난 멍청해." 로라는 갑자기 신부복을 오늘쯤 입어 보러 오라고
한 미쉘의 말이 생각났다. 지금쯤이면 틀림없이 흰색의 눈부신 신부복이 로라의 몸에
꼭 맞게 완성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미쉘운 마을 사람들이 알아주는 뛰어난 솜씨
를 가지고 있어서 분명 그녀의 마음에 꼭 들게 만들어 놨을 것이다. 로라는 얼른 타마
소의 손을 끌어다가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4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로라는 타마소를 붙들고 흔들며 말했다. "5시에 의상실에서 만날 약속이 있는데 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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