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도시의 늪2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9,796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아이들의 등교, 남편의 출근..평상시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이지만 오늘은 모든게 새로운 느낌이다.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의 바쁜 아침을 보낸 후 후배 해경이에게 전화를 한다.

아침이라 바쁜지 신호음이 네다섯차례 울린 후에야 전화를 받는다.

“해경아, 나 은경이”

“아침부터 일찍 전화했네..어제 이야기는 잘됐어?”

“응, 다행히 남편이나 애들도 전부 이해해주네..걱정했는데...”

“잘됐다, 언니, 그럼 이력서는 작성해 놨어?“

“응, 어제 저녁에...어떻게 보내야 되니?”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면 돼, 내가 후배에게 보내주기로 했어, 오늘 2시까지 보내주기로 했으니까 그전에 보내줘. 언니..”

“알았어, 해경아,..전화 끊고 바로 보내줄게 이메일 주소 문자로 보내주고...고마워”

후배와 전화를 마친 후 보내준 이메일로 미리 작성해 둔 이력서를 보내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평상시와 다름없는 집안일을 시작하였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이제야 나에게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작게나마 느껴진다.

존재의 가치, 나의 역량, 주부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자각..모든게 부족했던 시간이었음을 생각하며 해경이가 이야기 한 그일이 안되더라도 다른 일이라도 새롭게 시작할 생각을 하며 평범한 일상이지만 특별한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다음날 오전 해경이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어, 이야기한 사업부 채용이 마무리 단계라 내일이라도 급하게 면접을 봐야 된다고 하네.. 내일 두시에..”

“그렇게 빨리?,솔직히 부담된다. 무슨말을 해야 하나 고민도 되고...”

“안그래도 나도 면접이 걱정되서 물어봤는데 크게 걱정하지는 말래, 채용 인원만 면접을 보는거라 가족들 상의라던가 성실성, 각오 등 질문이라 대답만 잘하면 된데..”

“그래?, 복장은 정장이면 되지?”

“응, 내일 두시니 늦지 않게 회사 근처에서 1시반에 만나자, 언니”

“그래, 내일보자...”

해경이하고의 전화를 끊은 후 이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설레임과 새로움에 대한 불안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의미없는 청소를 하는둥 마는둥 정신없이 일하다가 문득 내일 입고갈 옷 생각에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찾아보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

정장은 결혼 전 직장생활 때 입었던 정장이라 너무 타이트하며 낡아보이고 결혼 후 결혼식때나 입었던 정장은 촌스럽다는 생각이든다.

케쥬얼 위주로 옷을 입다 보니 막상 입을 정장이 없던터라 잠시 정장을 새로 사야 하나 고민을 해봤지만 그냥 있는 정장을 끄집어내어 드라이를 맡기기로 생각하고 정장을 들고 세탁소에 다녀왔다. 다행히 오후에 드라이가 끝난다고 찾아가라고 한다.

남편과 아이들 저녁을 차려준 후 세탁소에 들러 맡긴 정장을 찾아 왔다.

정장을 입어 본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이지만 거울 속 서있는 내 자신이 낯설다.

가벼운 티셔츠, 치마가 아닌 단정한 정장을 입은 모습에 가벼운 자신감마저 생긴다.

적당하게 볼륨감있는 몸매, 짧은 생머리, 주부 같지 않는 단아한 여성이 거울에 비친다.

“엄마, 너무 멋지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 온 막내딸이 내모습을 보면서 탄성을 지른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남편과 큰아들도 막내딸의 탄성에 정장 입은 내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씩 하는 말에 창피스러워 얼른 정장을 벗어버렸다.

“그렇고 입고 나가면 처녀라고 해도 되겠다. 아내 관리 조심해야 되겠네..하하하”

“엄마, 최고!” 큰아들이 엄지를 치켜든다.

부끄러운 마음에 “빨리 씻고 자”라고 말하며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서있으니 밖에서 남편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두근거리는 마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이런걸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면접이 약속된 당일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서둘러 집안일 마친 후 어제 걸어 둔 정장을 입고 평소와는 다른 화장을 한 후 면접이 있는 회사 사무실 근처 약속 장소에 나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신경 쓰인다.

남편과 함께 결혼식장 같은 곳을 갈때는 이런 신경 쓰임이 없었는데 그러다보니 걷는 내모습마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약속한 커피숍에 10여분 정도 앉아 있으니 해경이가 나온다.

전부터 가족모임때 본 해경이 모습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오늘처럼 차려 입는 모습을 보니 39살 주부답지 않는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모습이다.

“언니, 일찍 왔나 보네..언니 너무 예쁘다. 호호호”

“아니, 나도 지금 왔어..너야말로 내 모습이 부끄럽다. 피부 관리 받니?”

“언니 말도 하지마. 오죽했으면 내가 아이들 교육비 번다고 나서겠어.. 피부관리는 고사하고 생활비 때문에 항상 걱정이라 주름만 는거 같아..호호”

“니 남편은 잘해주지?”

“잘해주기는,.. 야근, 출장 아이들도 아빠 얼굴 잊어먹겠다고 하소연이야. 월급은 얼마 안되면서 거의 집에도 없구, 난 언니가 부러워..”

“바쁘니 어쩔 수 없겠지.. , 시간이 얼추 된거 같은데 일어날까?”

“그래, 언니..”

해경이와 함께 5분정도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회사가 보인다.

35층 정도의 빌딩 전체를 쓰는 곳, 잘하면 내가 근무할곳인가 생각하니 다른 건물보다 뭔가 특별함을 간직한 빌딩으로 보인다.

건물에 들어가 안내 프론트에 이름을 말하니 이미 일정이 잡혀 있어 15층 가전사업부를 안내해준다.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무장된..“이런게 사회이구나“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15층에서 내리자 가전사업부란 팻말과 함께 회의실, 사무실, 관리팀, 영업팀 등 사무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안내 받은곳은 본부장실, 들어가자 50대 초반쯤의 단정한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맞는다.

흰머리가 조금씩 보이고 앞머리가 약간 탈모된 모습이지만 인상이 그다지 나쁘지 않는 첫인상이다.

“어서 오세요, 영업팀장 이택근 부장입니다”

정중하지만 자연스러운 인사와 함께 명함을 우리에게 건넨다.

명함에는 “가전사업부 영업총괄팀장 부장 이택근”이라 금박으로 고급스럽게 적혀 있다.

자리에 안내한 후 커피를 내오면서 웃으면서 “반갑습니다. 기획팀 김과장에게 유능한 인재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기대가 많이 되는군요.”

“별 말씀을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이력서를 통하여 서류 합격자 전부는 일단 합격으로 처리 후 면접은 개인적인 각오와 향후 일정에 대한 안내 위주로 2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남편분과 상의는 하셨겠지요? 가정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 업무라 부군이나 자녀분들의 협조도 중요합니다.”

“네, ..” 대답을 하면서 내어 준 커피를 한모금 마시니 커피향기가 무척이나 향기롭다.

“그럼 두분을 일정이 진행되는 사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안내해준 곳은 30여명이 앉아 있을 공간에 회의용 탁자, 프로젝트 빔, 단상이 있는 곳이다.

나누어준 필기도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잠시 기다리다보니 40살 초반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 와 자기 소개를 한다.

“지금부터 설명을 진행 할 영업팀 과장 유상근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남자의 인사에 해경이와 나도 가볍게 인사를 하자 남자가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편보다는 큰키는 아니지만 적당히 배가 나온, 몸무게도 조금은 더 나갈 정도의 장난기가 많게끔 생긴 인상이다.

벽에 프로젝트 빔 화면이 열리면서 회사소개, 사업부 소개가 10여분정도 진행되고 남자가 유인물을 나누어 준다.

대충보니 입사지원서, 신원보증서 등 입사서류인 듯 하다.

다시금 화면에 앞으로의 업무내용, 활동내용등을 설명하고 복리후생, 급여 등의 설명이 이루어진다.

유상근 과장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가전사업부의 전년도 실적 부족으로 가전제품 영업을 위한 특별부서를 만들고 여기에 근무할 인원 50명을 채용 하였는데 주로 주부가 30%, 직장 경력자 50%, 자사 인력이동을 통한 배치 20%로 인원을 구성하여 법인, 특히 건설회사에 대하여 입주 아파트에 대한 가전제품 홍보 및 판매가 주요 업무이며 급여는 기본급에 수당으로 이루어지고 실적에 대한 압박감은 없으니 걱정 마라는게 주요 요지였다.

실적이 없더라도 150만원 기본급이 있고, 자녀 학자금이 지금 된다는 설명에 나눠준 입사지원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자 모든 일정이 끝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류를 받은 유과장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자 이택근 부장이 다시 들어와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설명은 잘 들으셨어요? 궁금한점이나 질문할 내용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직 모든게 낯설고 생소한터라 이야기할 내용이 있을 리가 없고 또한 근무하면서 알아가면 된다는 생각에 없다고 대답했다. 해경이도 나와 마찬가지인 듯 싶다.

그러자 “그럼, 두분의 입사는 오늘 결정되었고 출근은 3일 후 월요일부터 이곳으로 9시반까지 오시면 됩니다.

참, 퇴근은 5시입니다. 가정주부 비율이 많은 부서라 참고를 하였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 건물을 나오니 4시정도가 되었다.

그제서야 면접 걱정 때문에 점심도 못먹어 허기를 느끼고 해경이하고 간단한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근처의 분식집에 들어 갔다.

김밥을 시켜 먹으며 오늘 면접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업이라 걱정은 되는데 실적은 없어도 되고 혼자서 하는게 아니고 팀제로 운영되면서 기본급, 학자금도 적지 않으니 괜찮은데 너는 어떠니?” 김밥을 먹고 있는 해경이에게 물어봤다.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얼핏 들으니 경쟁률이 4대1이라 그랬던거 같은데 합격해서 다행이야, 언니, 우리 열심히 하자..”

“그래, 아무튼 해경아 고맙다.”

월요일 보기로 약속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시장을 들러서 소갈비를 두근 정도 사서 집에 돌아왔다.

면접 합격해서 월요일부터 직장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평소 저녁이 아닌 가족 모두가 갈비를 먹으며 즐거운 자리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남편과 아이들을 기다리며 음식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남편이 퇴근길에 아이들을 학원에서 데리고 집에 들어온다.

“엄마, 갈비네..냄새 좋다.”

“맨날 삼겹살, 돼지고기만 먹다가 왠 갈비? 무슨 날이야?”

“빨리 씻고 밥 먹자..참, 당신 오늘 회사 면접 본다고 그랬지? 잘 봤어?”

남편이 윗옷을 벗으며 물어본다.

남편의 옷을 받아 들며 대답 대신 웃음으로 대답해 주었다.

“축하해. 이제 당신도 직장인이네..힘든거 있으면 이야기하고 우리 경제적으로 어려운거 없으니까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둬..당신은 잘할거야!”

남편이 가볍게 나를 안아주면서 이마에 키스를 해준다.

이런게 살아가는 재미일까?

남편의 자상함, 아이들의 웃음, 집안 전체에 느껴지는 훈훈함...

가족들과의 저녁시간은 나의 직장생활에 대한 계획과 기대, 설레임을 담은 화기애애한 대화속에서 그렇게 마무리 하였다.

저녁 잠자리에서 남편은 다시금 나를 안으며 충분한 만족감과 흥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입기가 아닌 관계로 내 몸속에 사랑스런 남편의 정액을 직접 받아들인 완전함도 충분한 만족을 주는 동기일 것이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드디어 첫 출근 아침.

평상시와 다른 번잡스러움과 바쁨이 집안 전체를 감싼다.

“당신, 설거지만 마치고 빨리 옷입어, 내가 아이들거 챙겨놓을테니..”

“시간 충분해요, 9시반까지인데..

“그래도 첫날인데 일찍 나가봐야지..사회생활 고경력자 이야기 들어..애들아 준비 다 됐니?”

나보다 더 서두르는 남편 덕분에 출근 시간보다 40분 일찍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찍 나온 듯 싶었는데 나보다 더 일찍 출근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

안내받은 강의실 배정된 자리에 내 이름과 명찰, 책자, 필기도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제 함께 직장 생활을 해야 할 동료들이기에 인사를 나누었으면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

“해경이라면 스스럼 없이 다가설텐데...”

나처럼 어려운건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 그런 눈치다. 서로 이야기도 못하고 나눠 준 회사 소개 책자를 무슨 시험 공부하듯 들여다 보는 모습들이 재미있다.

물론 나도 그중에 하나지만....

그러고 있다보니 어느새 출근시간이 거의 다되어 가는데 해경이는 올 기미가 안보인다.

걱정되서 해경이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언니, 와 있네..하며 얼마나 뛰었던지 가뿐 쉼을 내쉬며 내 앞자리에 앉는다.

학교다닐때도 시간 다되서 뛰어오던 버릇 이나이 먹고도 못고쳤나보다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핏...”

“언니, 왜 웃어?”자리에 앉다가 내 작은 웃음을 들은 해경이가 뒤돌아보며 묻는다.

“아니야, 집생각 하다가 웃긴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무슨 웃긴 생각? 혹시 진우오빠가 또 엉뚱하게 분장하고 놀려?,

진우 오빠랑 학교다닐 때 동아리방에 있으면 예비역이라고 근엄하게 자리잡고 공부하고 있다가 아무도 없으면 혼자서 TV에 나온 아이돌 춤 연습한다고 엉덩이 춤 추다가 나하고 딱 눈 마주친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웃긴다. 언니”

“진우 오빠 본지도 반년 다 되어가는데 오빠 보고 싶다.”

이 기집애야, 남의 남편 신경쓰지 말고 니 남편이나 신경 써..“

“히히..뭐 그렇다는거지..하긴 언니 나두고 진우 오빠가 다른데 눈돌리는 일은 내가 생각해도 없을거 같다. 하여튼 언니가 부러워..”

그렇게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지난주 면접때 보았던 유과장이 들어 온다.

“안녕하세요. 이제 정말 한가족이 되었네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하루 8시간씩 2주일간 매일 이곳에서 교육이 진행 될 예정입니다. 뭐 수학, 영어, 국어 가르치는건 아니고 오늘은 회사소개, 사업부소개, 업무소개, 그리고 내일부터는 상품소개, 영업의 전략, 영업매너 등 실제 여러분들이 실무에 필요한 내용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첫날인 오늘은 끝나고 저희 관리자, 신입 직원 모두가 참석하는 환영 회식이 있습니다.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직 자기 소개들도 안하셨나 보네요. 이제 한가족인데 이름하고 얼굴은 알아두어야 하겠죠? 그럼 앞에서부터 나오셔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시작하는 것으로 첫 번째 시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벌써부터 지루해지려 한다.

자기 소개를 하라 하니 주부들 아니랄까봐 신랑자랑, 자식자랑으로 흐른다.

저 아줌마는 막내딸 유치원에서 그림 그리기로 20명중에 우등상 받은걸로 10분째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인데 유과장 얼굴 보니 슬슬 짜증이 밀려드는 표정이다.

재미없는 시간이지만 사람들 표정, 말씨, 인생등을 엿보면서 나만의 상상을 하다보니 벌써 5시 퇴근 시간이다.

“참, 회식이라는데 남편에게 깜빡하고 전화를 안했네...”

교육이 끝나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오빠, 나 은경이..”

“다 끝났어? 어땠어?

“그냥 그랬어, 근데 오빠..몰랐는데 오늘 환영 회식이 있대..나 조금 늦을거 같애..아이들 데리고 오빠가 밖에서 저녁좀 먹여줘..미안 오빠..지금 나가봐야해서 전화 끊어야해..미안..”

“그래, 걱정말고 잘 놀다 와..술 많이 먹지 말구..”

“알았어..”

서둘러 해경이와 함께 사람들 틈에 끼어 들어간 곳은 소고기집, 우리 회사 사람들만 앉아 먹을 수 있게끔 사전에 예약을 했는지 세팅이 다 되어있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다 자리에 앉고 유과장이 사회를 본다고 일어서서 분위기를 북돋는다.

“오늘 하루 교육받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먼저 이택근 부장님을 모시고 전체 건배제의로 회식을 시작할까 합니다.모두 자기 앞에 잔에 술을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테이블 위를 보니 모두 소주와 맥주가 전부다. 슬쩍 소주잔에 물을 따르려는데 옆자리에 해경이 잽싸게 내잔에 소주를 따르며 한마디 한다.

“언니는 아직도 학교때 모습 그대로야..소주잔에 물 따라서 선배 여럿 골로 보냈잖아..언니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데 그걸 보고 선배들은 술인줄 알고 자기들도 발컥벌컥 하다가 나중에 언니 더러 술마왕이라고 수군거리고..호호호”

“그래도 오늘만은 그러지 맙시다.”

내가 해경이 옆구리를 때리며 인상을 쓰자 해경이는 못본척 자기 술잔을 내민다.

“언니, 내잔에 술 없어...”

죽어봐라 하는 심정으로 넘치게 따라주니 좋다고 땡큐를 외친다.

그렇게 술잔을 채우고 잔을 드니 이택근 부장도 일어서서 한손에 술잔을 들고

“다시한번 한가족이 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제가 위하여를 외치면 여러분도 위하여를 큰소리로 따라 외쳐주시길 부탁합니다. 우리 사업부의 발전과 여러분 모두의 가정의 화목을 위하여!!!”

모든 회식이 그러하듯 옆사람과 한잔, 앞사람이 억지로 줘서 한잔 그렇게 눈치껏 버리면서 마시다보니 대여섯잔 소주를 마신것 같다.

슬슬 술기운이 올라오는 위험신호를 느끼고 자제를 하려는데 이택근 부장이 해경이와 내 사이를 파고 든다.

“여기는 너무 조용한거 같네요..은경씨, 저 한잔 따라 주시겠어요?”

한잔 따라주려고 술병을 집어드니 이택근 부장이 술잔을 맥주잔으로 바꾼다.

“오늘 같은날 작은 소주잔으로 만족할순 없죠..전 여기 맥주잔에 가득 한잔 부탁합니다.”

“와!, 부장님 완전 화끈하시다”옆에서 해경이가 즐겁다고 박수를 친다

맥주잔에 소주 반병 넘게 따르니 잔이 가득 찬다. 그걸 이택근 부장은 숨도 안쉬도 한번에 목으로 넘겨버린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답례주로 한잔 따라 준다며 깨끗한 맥주잔을 집어 든다.

“부장님, 저 술 잘 못해요..그리고 오늘 너무 많이 먹어서 그잔으로는 힘들거 같아요. 그냥 소주잔에 한잔만 받을께요..”

옆에서 해경이가 얄밉게도 답례주는 같은 잔으로 받는게 예의라며 맥주잔을 내손에 쥐어 준다.

아무도 없다면 머리를 한 대 쥐어 박고 싶을 정도로 얄밉기만 하다.

맥주잔을 들고서도 내가 망설이는 듯 하자 이택근 부장이 맥주병을 집어든다.

“은경씨에게 내가 감히 소주를 가득 따를수 있겠습니까? 남편분께 혼날려고요.. 맥주 반컵정도 따르고 분위기상 소주 조금만 따를께요”

그러면서 맥주를 반정도 따르고 소주를 반컵정도 따라준다.

은경이에게도 똑같이 따르려는데 해경이는 맥주잔에 소주를 반컵 정도 따랐다고 나하고 건배를 하자고 한다.

이택근 부장도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셋이서 한입에 먹기로 약속하고 일시에 마신다.

마시고 조금 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 거리며 화장실 생각에 일어섰다.

“해경아, 나, 화장실좀 다녀올게..”

어질거려서 그런지 화장실 찾는것도 쉽지 않다.

소주 아홉잔의 영향일까...아니면 폭탄주의 영향일까...

화장실 팻말이 돌아가는 듯 어지럽게 보이며 희미하다.

간신히 화장실 볼일을 마치고 정신을 차릴겸 세수를 하여 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술기운에 회식 자리 찾기 조차 힘들어 한참을 헤메다 아까 나온 회식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냥 집으로 갈까..아니, 첫날 회식인데 말도 없이 사라지면 안좋을텐데....

술기운에 발걸음도 제대로 못걸으면서도 남편과 아이들 걱정보다 첫날 출근한 회사 이미지 걱정하는 내자신이 한심스럽다고 생각하며 그냥 집에 가려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해경이가 나를 부른다.

“언니. 어디가?”

.....

술기운에 대답하기조차 귀찮다고 생각하며 뒤돌아보니 발그스레한 얼굴의 해경이가 다가온다.

나보다 더 술을 마신거 같은데 혈색만 변했지 정신이나 발걸음에서 술기운의 흔적이 전혀 없다.

가족 모임때 나보다 덜 마시고도 취하던데 그새 술이 강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니 나가서 너무 오래 걸리길래 찾으러 왔어..괜찮아?”

“정신이 하나도 없네..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고, 말하고 가기 미안해서 그냥 집에 들어가려고..”

“그래도 첫날인데 말하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내일 출근해서 죄송하다고 하지..너무 취해서 갔다고..”

“그러지말고 지금 들어가서 잠시만 앉았다가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일어나..나도 언니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날께,,.대리운전으로 집에까지 데려다 줄게, 언니..”

“그래, 네가 데려다 준다니 안심되고 해서 10분만 앉았다가 가자..”

그렇게 다시 회식 자리에 앉으니 11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자리가 끝날 분위기가 아닌터라 부담스러워 음료수만 홀짝 거리는데 앞자리의 이택근 부장이 소주잔에 콜라와 소주를 섞어서 나에게 한잔 건네 준다.

“은경씨, 좀 취한거 같은데 많이 못주고 안독하게 섞었으니 한잔만 건배하죠..”

그러면서 자기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하자고 요구해오는걸 무시할 수 없고 또 약하게 섞은 잔이라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한잔 마시고 1분정도 앉아 있다보니 취한 몸에 섞은술까지 들어가서인지 눈꺼플이 무겁게 느껴진다.

“자면 큰일인데“라고 생각하며 옆자리의 해경이를 보니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는중이다.

해경이 옆구리를 찌르면 거의 감긴 눈으로 일어서자고 이야기하니 곧 일어선다고 잠시만 있을는 대답을 듣고 눈을 감고야 말았다.

해경이가 곧 일어설테니 그때 깨워서 데려다 주겠지..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회식 자리의 생각이 끊기고 말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머리가 깨질듯한 아픔과 졸음에도 불구하고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몸의 감각에 무거운 눈거플을 억지로 떠보니 침대위 환한 형광등 불빛이 보인다.

집에 와 있나 생각에 머리를 돌려보려고 뒤척거리는 순간 내몸 아래에 움직임이 느껴지며 마치 벌거벗은 듯한 싸늘한 느낌이다. 아니 손으로 만진 내가슴에 걸친게 아무것도 없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직도 몽롱한 술정신에 집에 돌아와서 남편이 옷을 벗겨 주었나..하는 생각에 남편을 부르려고 일어나려고 머리를 드는 순간 내 다리 사이에 들어오는 손의 느낌으로 흠짓하며 내려다보니 누군가 내 다리사이에 숙인 머리만 보인다.

술정신으로 희미한 머리 모습에 남편이라 생각하며 자세히 보는 순간 남편의 머리가 아니다.

그럼, 여긴 대체 어디....???

갑자기 취했던 정신이 맑아지면서 그제서야 내 다리사이에서 스멀거리던 감각의 정체가 느껴진다.

바로 낯선 손가락이 내 질속을 후비는 느낌이었다.

“악!!, 누구세요?? 비키세요..비키라구요!!~~~~”

비명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키려는데 남자의 육중한 몸이 내 몸위를 덮치자 남자의 힘을 못이기고 다시 침대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손으로 남자의 몸을 밀면서 남자의 얼굴을 보니 이택근 부장이다.

해경이는? 왜 이택근 부장이 나랑?? 여기는 어디??? 지금 몇시??? 집에서 기다릴텐데??

모든게 의문이고 걱정인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지만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는게 급선무이기에 손으로 계속 이택근 부장을 밀면서 사정을 해본다.

“부장님, 뭐하시는거예요..취하신거 같은데 비켜주세요. 이거 강간입니다. 범죄라구요..저 유부녀에요..”

두서없는 사정조의 부탁을 외치며 계속 밀지만 육중한 남자의 힘을 당해내기란 쉽지 않고 남자의 한손에 내 두손을 붙잡히면서 육중한 몸에 깔린 움직일수 없는 내몸의 가슴으로 이택근 부장의 입이 부딪쳐온다.

브래지어까지 벗겨진 가슴을 혀로 부드럽게 빨면서 “은경씨, 둘만 아는 비밀로 짧게 즐기고 끝내자고.. 빨리 끝내야 집에 일찍 돌아가지..데려다 줄테니 걱정말고..”

이택근 부장의 말에 “비키라구요. 안비키면 반드시 강간으로 신고할겁니다!!”라며 고함을 질러보지만 이택근 부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유방을 빠는 행동을 계속한다.

눈물이 나온다.

내가 왜......

이 상황에 처한 내 자신에게 이해가 안되며 남편외에 처음으로 다른 남자의 손과 혀에 더럽혀지는 내 몸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부장님, 제발 부탁입니다. 여기서 그만두시면 모든걸 없는 일로 치부할테니 제발 비켜주세요..”

눈물어린 애원에도 내 유방을 희롱하는 이부장의 행동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다.

다리와 몸을 움직여 보려 애써보지만 꼼짝할 수가 없다.

그렇게 이부장이 내 가슴을 희롱하며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저항한지 5분여..이부장의 남은 한손이 이미 벗겨져 있는 내 다리사이로 스며든다.

자고 있는 사이 이부장의 행위로 내 질속은 어느정도 축축한 느낌이다.

여자의 몸은 자고 있어도 의식하지 않아도 느끼는것일까...

발버둥을 쳐보지만 이부장의 중지 손가락 내 질속에 부드럽게 들어온다.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미쳐버릴것만 같은 정신이지만 내 몸은 낯선 손가락에 어쩔 수 없이 반응하고야 만다.

이부장의 손가락은 내 질벽을 부드럽게 긁으며 가벼운 피스톤 움직임을 보여주니 내질속 깊숙이 애액이 스멀스멀 흘려 나오고야 만다.

느끼고 싶지 않다. 느껴서는 안되는 상황..입술을 깨물고 올라오는 느낌을 참으려 보지만 이미 십여년 넘게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통하여 익힌 육체는 내 의지를 가볍게 물리치고 짜릿한 쾌감을 신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내 정신은 육체에 굴복하지 않는다.

내 육체가 받아들이더라도 내 정신만은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

난 한 남자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엄마이기에..나를 믿고 나를 사랑한 가족을 배신할 수 없기에..

그렇게 5분 넘게 내 질속을 손가락으로 자극하고 유방을 혀로 희롱하던 이부장이 내 가슴에서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면서 나지막히 이야기를 건넨다.

“은경씨,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은경씨 댁에 데려다 주다가 은경씨가 차안에서 구토를 하는 통에 씻는다고 들어와서 은경씨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나가면 내일 서로 어색하잖아요..”

그리고 저는 더 괴로울거 같네요..이해해 주세요.”

이부장은 나이답지 않게 순박한 눈동자에 눈물을 담고 흐느끼듯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이지 않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행위는 사랑의 행위가 아닌 발정난 짐승들이 하는 행위일뿐..

“부장님, 이건 아닙니다.아닌건 아닌거예요..여기서 안멈추고 끝까지 저를 욕보이신다면 저는 부장님 절대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내일 아침 신고 반드시 합니다. 막으실려면 저를 죽이세요. 그 방법 뿐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