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인생역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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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9,62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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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가기 싫어 엄마.”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 가족이 사업이 망했잖니. 미안해.”

 

“나 여기 있고싶단 말이야.”

 

“돈이 없어….”

 

“엄마, 만약 내가 장학금같은 걸 받으면 있을 수 있지?”

 

“장학금이면, 근데 딸. 세상에 대가 없는 돈은 없단다.”

 

“알아”

 

“근데 딸 성적이 낮은데, 누가 장학금을 주겠니….”

 

“엄마, 어떻게든 내가 돈 벌어서 다녀볼게.”

 

“아냐, 허튼 생각말고 그냥 돌아와. 아빠, 엄마가 다시 시작해서 너 꼭 보낼게.”

 

“여기 있을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장학금 아니면 니 인생 저당잡혀.”

 

“몰라, 나 학교 가야하니깐 끊는다.”

 

“엄마가 사랑해.”

 

“아 몰라.”

 

신디는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를 끊었다.

화가 난 신디는 아빠, 엄마가 야속했다.

유학 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다시 돌아오라는 게 싫었다.

물론, 가슴 한 편에서는 부모가 안쓰럽기도 했다.

속으로는 엄마께 ‘힘 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표현이 서툴렀다.

신디는 단지 더는 부모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이곳에 남고싶을 뿐이다.

 

잠에서 일어난 신디는 어제 일을 곰곰히 생각했다.

자기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말이다.

처음 만난 빌리에게 자기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술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신디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어제 빌리의 매너가 멋져보였다.

자기가 술에 취해서 마음만 먹으면 강간할 수도 있었지만 빌리는 자기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는 자상한 모습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신디는 빌리라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자기가 조금만 노력하면 빌리를 꼬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제 밥 먹으면서 빌리가 자기 몸을 노골적으로 스캔했던 게 불현듯 떠올랐다.

한 번 빌리에게 자기 처지를 어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신디는 학교에 가는 것이 불편했다.

빌리가 자기를 도와준다는 보장도 없고 얼마 후면 정든 이 미국 땅을 떠나야한다는 게 속상했다.

신디는 힘 없이 교실에 들어갔다.

 

신디가 들어오고나서 바로 빌리도 교실에 왔다.

빌리는 신디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신디 옆에 앉았다.

빌리는 수업에 하나도 집중하지 않았다.

속으로 어떻게해야 이 신디를 자기 손에 넣을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신디도 어떻게 빌리를 구워삶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두 사람의 동상이몽은 욕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빌리는 수업 첫 날 보았던 구리빛녀의 매끈한 허벅지를 핧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신디는 미국에 남고 싶어서 빌리를 호구로 만들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신디는 빌리가 물질적으로는 호구지만 정신적으로 보면 자기를 위로해줄 수 있는 남자일 것이라고 믿었다.

자기 몸을 탐할 수 있었지만 탐하지 않았던 빌리가 새삼 대단해보였던 것이다.

 

빌리는 신디를 그 날 먹고 싶었지만, 혹 신디가 경찰에 신고하면 일이 커질까봐 무서웠고 이미 집에 좇집이 두 년이나 있었기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다.

야오는 자기가 여권을 비롯한 모든 문서를 압수했고 헤일리도 모든 신분증을 압수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안심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헤일리는 제임스 모함 사건의 공범이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있었다고 보았다.

빌리는 신디도 야오나 헤일리처럼 자기가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었다.

그래서 한 번에 덮치기보다는 함정에 유인한 다음에 가지고 놀고 싶었을 뿐이다.

 

수업이 끝나고 빌리는 신디에게 있다 오후에 보자고 말했다.

신디는 4시에 수업이 다 끝나면 볼 수 있다고 말했고 빌리에게 자기 핸드폰 번호를 알려줬다.

빌리는 신디 번호를 받고 입술이 귀에 걸렸고 그런 빌리가 신디 눈에는 귀여웠다.

게다가 신디는 빌리가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굉장히 순박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입술이 귀에 걸린채로 길을 걷던 빌리는 핸드폰으로 야오랑 헤일리한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빌리는 ‘오늘도 일이 있으니 알아서들 집에 수업끝나자마자 돌아가도록.’이라고 보냈다.

야오는 이 문자가 무슨 뜻인지 생각했다.

같은 시간, 헤일리도 이 말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둘이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각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편 빌리는 4시에 신디를 만났다.

빌리는 신디랑 오늘도 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전에는 치즈케익팩토리로 갔지만 오늘은 더 근사한 곳을 갈 계획이었다.

시내에 있는 프랑스 요리전문점에 갈 것이었다.

거기서 빌리는 돈으로 신디의 가슴을 녹이고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빌리는 신디랑 함께 이 도시에서 정말 비싼 레스토랑에 왔다.

프랑스 요리를 전문적으로하는 이 집에서 빌리랑 신디만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복장이 캐주얼해도 빌리옷은 명품이었지만 신디옷은 싼 PINK브랜드 옷이었다.

 

신디는 오늘 더 꾸미고 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빌리랑 같이 밥 먹을 줄 알았다면 신디는 츄리닝을 입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긴 다리를 보여줄 스키니 진과 빵빵한 가슴을 강조할 수 있는 쫄티를 입었을 것이다.

 

신디는 속으로 어쩔줄 몰랐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이곳에서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싼티날 것 같았다.

실제로 여기 온 다른 사람들은 신디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돈 있는 집안 자식인 신디도 이런 곳은 와본 적이 여태까지 한 번 도 와본 적이 없었다.

 

비싼 식당 중에서도 비싼 식당에 스스럼 없이 들어오는 빌리가 왠지 졸부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불현듯 생겼다.

빌리를 일단 꼼꼼히 따져보자고 생각하던 찰나에 빌리가 의자를 탁자에서 빼서 앉으라고 다소곳이 말했다.

신디는 빌리의 이런 배려심에 매력을 느꼈다.

돈이 많지만 거만하지 않고 따듯하고 자기를 지켜주려는 것 같은 빌리가 멋있었다.

 

빌리는 식사중에도 신디를 편하게 대해주었다.

 

“농구 선수 그만둘 때 솔직히 막막했어.”

 

“알지~ 나도 축구 그만둘 때 힘들었어. 그래도 지금은 씩씩하게 잘 지내잖아.”

 

“발목이 망가졌을 때, 방황했거든.”

 

“발목 망가지면 몸도 아프지만 가슴도 아픈데, 고생이 많았겠다.”

 

“너는 어땠어?”

 

“나는 힘들었지. 그래서 한 동안 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어.”

 

“그러면 그동안 뭐했어?”

 

“집에서 하는 사업 물려받으려고 했었지.”

 

“무슨 사업하는데?”

 

“그냥 빌딩 5채에서 임대업 하고 있거든.”

 

“그렇구나~”

 

“이제 자리를 다른데로 옮길까?”

 

“어디갈거야?”

 

“저기 호텔 라운지에 가자”

 

“곧 밤인데, 너무 늦었거든 거긴 나중에가고 그만 돌아가자.”

 

“내가 있다가 데려다줄게 걱정마 나 못 믿어?”

 

“그건 아니고”

 

“그냥 가자.”

 

빌리는 신디의 손을 덥석 잡았다.

신디는 빌리를 신뢰할 수 있었지만, 부담스러웠다.

신디가 빌리를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노골적인 애정공세에 머뭇거렸다.

 

빌리가 치즈케익팩토리에 데려갔을 때까지는 ‘나한테 관심있나?’ 정도였다.

그리고 돈이 많아보여서 ‘잘 꼬셔봐야지’ 생각했다.

또 술에 취한 자기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게 좋은 인상을 남겼고 고마웠다.

고마워도 진도가 너무 빨라서 조금은 천천히 가고싶었다.

 

빌리는 자기의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속도를 너무 내는 것 같았다.

신디는 빌리의 거침 없는 모습이 웬지 모르게 불안했다.

‘서양인이여서 그런가’보다는 순간 ‘이 자식 뭐지?’라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했다.

신디는 그 불안함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빌리는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신디가 자기의 의도를 눈치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자기 우리에 완전히 넣지도 않았는데 일이 복잡해질지길 원하지 않았다.

아직은 신디가 알아차리면 안 되었다.

신디는 자기에게 여권과 통장을 넘겨야한다.

그래야 야오처럼 꼼짝없이 붇잡혀서 저항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와인이나 마시고 집에 가자.”

 

“그래”

 

“와인 주세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간단하게 와인 한 병을 마시고 식당에서 나왔다.

빌리는 차를 몰아서 집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신디는 당황스럽다.

빌리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데 마치 호텔에 가는 것 같았다.

이대로 강간당할 수 있다는 마음에 빌리의 운전을 방해하려고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디는 키 작은 빌리의 힘이 엄청났다는 것을 느꼈다.

빌리는 화가나서 신디를 때릴 것처럼 쳐다보았다.

신디는 그 표정이 무서워서 기가 죽었다.

저항하고싶었지만, 저항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몰라 두려워서 몸이 떨렸다.

 

빌리는 자기 차를 몰고 야오랑 한동안 지냈던 힐튼호텔로 들어왔다.

신디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순간 엄마 말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돈 몇 푼에 자기 인생 팔리나’ 생각하며 여태까지 먹었던 스테이크가 역겨웠다.

빌리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빌리는 신디의 손을 꽉잡고 차에서 내렸다.

발렛파킹 요원은 자기도 모르게 빌리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빌리는 요원에게 열쇠를 주고 그 시선을 무시하고 호텔에 들어갔다.

 

신디는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엉엉 울기시작했다.

빌리가 신디의 의도를 간파해서 엘리베이터로 엄청 빠르게 달려갔다.

덕분에 신디가 울어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시간은 없었다.

 

“너 나한테 뭘 원하는거야?”

 

“너가 생각하는거.”

 

“이 나쁜놈!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아니 난 짐승인데, 하하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신디는 반강제로 이끌려서 호텔방에 갔다.

빌리는 신디를 거실까지 끌고오고나서 신디에게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다음 달에 살 집이 없다고해서 다음 달은 여기서 보내. 여기 내 방이니깐, 한 달 내내 너 혼자 여기서 살아도 돼. 짐은 내가 나중에 너희 집에서 갖다줄테니깐 걱정말고. 잘 자. 나 그러면 갈게.”

 

신디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면서 지레짐작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신디는 또 울었다.

울먹이는 신디는 호텔방을 나가는 빌리를 뒤에서 껴안았다.

 

“오해해서 미안해. 좀만 더 있다 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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