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디지털 치매증후군 - 첨단 IT기기는 우리 뇌를 마냥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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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6회 작성일 16-02-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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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기기의 도움 없이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손으로 꼽힌다거나, 간단한 물건 값조차 암산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직성이 풀린다거나 혹은 기껏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라야 집이나 가족이 전부인 당신...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한번쯤은 의심해야 한다.




우리 뇌가 기억하려는 노력 대신 그냥 노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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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뇌를 이용해 애써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기억력 감퇴현상을 가져온다. <출처: gettyimages>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IT기기가 급속도로 생활화되면서 그 활용도가 날로 늘어나기 시작한 최근에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국립언어원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의 뇌를 사용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현대인들의 기억력 감퇴현상’이라고 디지털 치매증후군 정의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뇌가 애써 기억하려는 노력 대신 그냥 노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매일 걸려오던 회사 전화번호는 물론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집 전화번호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았던 경험 혹은 운전경력 10년인데도 어느 순간부턴가 내비게이션 없이 왔던 길도 찾기 어려웠던 경험,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서 찾아 쓰는 한자에 익숙해져 간혹 책이나 신문에서 한자를 보게 되면 헷갈리는 것은 물론 낯설기까지 하는데, 이는 애써 외우기보다는 태블릿PC나 전자사전의 이용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험이 하나라도 있다면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20대에서 40대로 비교적 젊은 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한 동인이 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휴대폰 배터리 용량을 표시하는 눈금이 하나 남았을 때 순간 걱정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 유발현상을 소진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자력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에 대한 우리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 부정적인 반응은 치매라는 병리학적 용어에 기인한다. 평소 치매라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모두들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위에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는 물론 병수발 드는 가족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된 인기 TV드라마에서 젊은 여주인공이 치매에 걸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치매에 대한 관심을 부쩍 늘려주는 효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기억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치매와는 달리 기억이 잠시 나지 않게 되는 건망증과 유사한 경우로 질병이라 하기에는 가벼운 기억장애 정도라 하겠다. 그렇다고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일시적인 장애정도로 생각하기엔 일상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디지털 치매증후군 역시 장기간 지속될 경우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치매로 진전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이 들어감에 따른 뇌의 노화현상인 치매와는 달리 2, 30대 젊은층에 더 빈번하다는 사실 또한 깊이 새겨야 한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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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에 저장된 새로운 전화번호는 반복학습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장기기억으로의 이전을 위한 반복학습을 생략하게 만들어 기억으로부터의 인출을 어렵게 한다. <출처: gettyimages>



디지털 치매증후군의 심각한 위험성은 아닐지라도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는 없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 뇌는 외부로부터의 여러 가지 자극을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후 몇 초에서 몇 분 동안 한시적으로 단기기억(작업기억)에서 저장한다. 이 단기기억에 저장된 기억정보는 ‘리허설(rehearsal)’이라는 반복학습과정을 통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장기기억으로 옮겨간다. 이 때 지금처럼 집이나 친구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대신 디지털기기인 휴대폰의 저장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굳이 외울 필요가 없게 된다. 즉 반복학습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기억으로 이전되지 못하고, 결국 필요할 때 기억으로부터의 인출 역시 불가능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정보의 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다시 기억을 회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억강도를 유지시키지 못하게 된다. 결국 우리들의 뇌는 기억능력이 퇴화되어 치매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 통상 성인들이 40대 이후부터는 뇌 무게가 10년에 2%씩 감소하면서 뇌 기능 전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경험하게 된다면 뇌의 기억기능은 훨씬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자인 게리 스몰(Gery Small) 교수는 디지털기기와 같은 첨단기술이 삶의 방식은 물론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스몰 교수는 디지털 치매증후군의 발현에 따른 뇌 기능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컴퓨터 · 인터넷 · 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못하는 10~20대들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그리고 성인이 되어 디지털 기술을 접하게 된 부모 세대들을 디지털 이주자(digital immigrant)'로 나눈 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뇌의 신경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실험 결과 평소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일정기간 인터넷 교육을 시킨 후 뇌 부위를 관찰하자 평소 인터넷을 즐겨 사용해본 사람들의 뇌 부위(의사 결정과 복잡한 정보 통합 기능 역할을 하는 부위)와 동일하게 활성화 되었다. 이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 뇌의 신경회로가 재구성되었기 때문인데 결국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자의 뇌는 서로 다르게 형성되고 사고체계 역시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디지털 사용 환경의 차이는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의 복잡한 정보처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이 위협적인 이유들




현대인들은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정작 그렇게 얻은 정보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간접 정보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바로 디지털 치매증후군이 짐짓 걱정스러운 이유다. 우리 뇌의 장기기억은 책을 통한 암기과정에서 얻게 된 기억도 있지만, 직접 사용해보고 체험해 보는 과정에서의 경험지식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경험지식은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절차적 기술 같은 지식에도 영향을 준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얻은 정보는 경험지식이나 절차적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이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 직관을 이용한 복잡한 추론과정의 수행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우리의 뇌를 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일 일기를 쓴다거나 신문이나 잡지를 집중해서 읽는다거나 마트에 가서 간단한 계산은 머릿속으로 해본다거나 메일주소나 짧은 문서는 직접 손으로 타이핑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단축키 대신 직접 기억해서 누르면서 걸거나 집이나 회사 주변의 특징을 관찰하여 기억해 보려고 하는 방법들이 있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종 편리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고, 직접 쓰고 읽고 기억하려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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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서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마트에서의 간단한 계산은 머릿속으로 해본다거나 메일주소나 짧은 문서는 직접 손으로 타이핑하는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한 우리의 뇌를 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출처: gettyimages>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보이는 소비자들은 일상적인 소비활동에서 자기 자신도 모르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제품구매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시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경우, 자칫 또 다른 특성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 뇌가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열광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연구사례가 있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60% 이상이 펩시콜라가 더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브랜드를 공개한 상태에서의 맛 테스트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실험자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확인한 결과, 콜라의 단맛에 대해서는 보상영역인 측좌핵이 활성화 되지만, 브랜드를 보게 되자 보상영역은 물론 정서적 기억과 감정을 제어하는 중뇌와 해마가 동시에 활성화되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무의식적인 작용에 의해서 펩시보다는 코카콜라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처럼 브랜드에 담긴 다양한 기억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브랜드 지식들은 단순히 간접적 혹은 시각적 주의를 통해 형성되기 보다는 오랜 기간 다양하고 직접적인 체험의 산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코카콜라를 마시던 어린 시절의 추억, 친구들과 운동 후 콜라를 들이키던 경험들처럼 말이다.

문제는 요즘처럼 디지털기기로 빠르고 손쉽게 원하는 브랜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에 그 체험의 깊이나 감성적인 온도 차는 커 인지부조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 디지털 치매증후군이라면 다양한 제품특성보다는 쉽게 기억되고 쉽게 인출할 수 있는 브랜드만을 보고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는 점이다. 디지털기기의 대중화와 복잡화로 인해 더 이상 TV와 같은 대중매체가 아닌 매우 세분화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는 추세인데 반해 현실적으로 이를 위한 시간이나 비용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결정 시점에서 충분하지 못한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지털 스트레스를 감소시킨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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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PC는 본체와 모니터를 하나로 통합한 일체형으로 6~7개의 배선을 하나로 줄이고 노트북처럼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출처: gettyimages>



이와는 반대로 요즘 출시되는 새로운 디지털기기들은 치매증후군을 감소시키면서도 생활의 편리성을 높여 주는 기능들이 보완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내 전자업계들은 이러한 디지털 치매증후군을 고려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사용상황에서 디지털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기능들을 반영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2007년 출시한 ‘와인폰’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복잡한 휴대폰 사용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이 와인폰은 터치폰이 대세일 때 한 눈에 들어오는 널찍한 키패드와 넓은 디스플레이 액정화면, 큰 벨소리와 손쉬운 사용법을 적용하여 사용 용이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요즘 부모님께 선물하는 일명 ‘효도폰’으로도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또 다른 사례로 일체형 ‘올인원PC’가 있다. PC기능에 낯선 소비자들은 많은 배선 연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점을 반영한 제품이다. 올인원PC는 본체와 모니터를 하나로 통합한 일체형으로 6~7개의 배선을 하나로 줄이고 노트북처럼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또한 깔끔한 디자인과 공간 활용도를 높여 인테리어까지 신경 쓴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또 한 에어컨 업체는 에어컨 전면패널에 ‘스마트 Q-쿨링’ 모드 버튼을 적용하여 거품기능을 제거하여 간편조작이 가능하게 만든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자동 맞춤운전이 가능하게 한 제품이다.

결국 요즘처럼 디지털기기가 쏟아지는 시대에 디지털기기의 홍수로 인해 편리한 점도 있지만 반대로 디지털 치매증후군처럼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상생활 속에서 디지털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면 그 사용빈도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스스로 뇌를 자주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동시에 과도한 기능 거품을 제거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미국은 기술 덕분에 편안한 나라에서 기술 없이는 살 수 없는 기술 중독지대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 결과는 매우 불행한 결말로 다가온다며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기술이 안겨준 안락함에 감격하여, 기술 제품의 편리함에 매료되어, 기술의 힘과 속도에 압도되어, 미국인들은 끝없이 기술에 의존하며 서서히 기술이라는 마약에 취해가고 있다." 우리 자신도 이와 다르지 않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뿐이다. 일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뇌를 무작정 놀게 하지 말자.

참고문헌

  • Small, Gary(2010), "The Aging Brain Is Less Quick, But More Shrewd,"
  •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24118077.
  • “기억력을 되살리는 기적의 14일,” 게리 스몰 저, 이동우 역, 시그마북스, 2008.
  • “마인드 세트(Mind set),” 존 나이스비트 저, 안진환 역, 비즈니스북스, 2006.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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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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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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