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유 기반 선택 - 때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이 최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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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6회 작성일 16-02-0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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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자들은 세상에 두 가지 종류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상대비교를 통한 차이, 그리고 질적으로 다른 무언가에 기초한 차이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종류의 차이점을 우리는 곧잘 혼동하기 때문에 ‘차이(즉 변화)’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다르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들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 두 가지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같다’ 혹은 ‘비슷하다’는 느낌에서부터 출발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를 보자. 어떤 쌍이 서로 더 유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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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PC와 고양이’ 간의 차이점? 둘의 비교 자체가 약간 황당하게 여겨지지 않는가. <출처: gettyimages>



사람들의 반응은 ‘뭐 이런 걸 물어보나’ 싶을 정도의 코웃음이다. “당연히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이 서로 더 유사하지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그런데 이 분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쌍 A에서보다는 쌍 B에서 차이점을 더 많이 볼 수 있겠네요?”라고 말이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겠죠”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럴까? 결과는 대부분 정반대로 나타난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2분을 드릴테니 둘 간의 차이점을 최대한 많이 써보시죠”라고 주문을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간의 차이점들을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간다.

크기, 사양, 형태 등 그 측면들도 다양하다. 그런데 같은 시간을 주고 사람들에게 ‘데스크톱 PC와 고양이’ 간의 차이점을 써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약간 당황해 하면서 쉽게 써 내려가지 못한다. 딱히 비교할 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꽤 흥미로운 역설이다. 왜냐하면 더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둘 혹은 그 이상의 대상들로부터 차이점을 더 많이 그리고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더 가깝고 유사한 관계에 있는 대상들로부터 차이점을 더 강하게 느끼고 따라서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차이를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의 사이에서 더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도 한 예일 것이다. 한 마디로 공통점이 많이 존재할수록 그 공통점에 기초한 차이, 그리고 더 나아가 비교를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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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이 많이 존재할수록 비교를 더 쉽게 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그렇다면 비교가 쉽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나의 판단과 결정에 좋은 ‘이유’ 혹은 ‘구실’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심리학자들은 바로 이점에 주목을 하고 있다. 연구를 종합해 보자면 사람들은 최적의 것 혹은 질적으로 다른 장점을 지닌 무언가를 선택하기 보다는 비교가 쉽고 따라서 내 결정의 이유를 쉽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선택의 본말이 전도된 것처럼 생각되지만 우리 자신과 주위에서 이렇게 ‘이유를 가장 잘 댈 수 있을만한’ 것을 선택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내 선택이나 결정이 누군가에게 의해 언젠가는 평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상대비교를 위한 차이와 질적인 차이



자, 그렇다면 다시 데스크톱 PC, 노트북, 그리고 고양이의 예로 돌아가보자.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사이에는 키보드, 스크린, CPU, 하드 디스크 등 다양한 공통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공통점들에 기초한 크기, 해상도, 용량 등의 차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들은 이른바 ‘상대비교’를 하기 쉬운 측면들이다.

하지만 데스크톱 PC와 고양이 간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렵사리 떠올린 차이점들은 대부분 질적인 차이들이다. 인공물과 생명체 등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비교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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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기반 선택’의 경향은 개인보다는 집단일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집단 구성원들 간의 반목과 대립을 줄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gettyimages>



재미있는 것은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을까 하는 염려가 크면 클수록 사람들은 상대비교에 집착하고 따라서 상대비교에서 우위에 있는 대상이나 인물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더 강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이유-기반 선택’이라고 부른다.1)

Shafir, E., I. Simonson, A. Tversky. (1993). Reason-based choice. Cognition 4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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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유’를 말하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염려가 적은 경우에는 질적인 차이점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이제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면 그만이고 다른 사람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와 염려를 크게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구입했을 때 그 가격이 적절했느냐 보다는 구입할만한 좋은 이유가 있었는가가 훨씬 더 판단하거나 생각하기가 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2)

Hsee, C. K. (1999). Value-seeking and prediction-decision inconsistency. 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 6 555–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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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던 간에 종합해 보면, 여러 모로 사람들은 대상 자체보다는 그 이유에 집착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물론 이유도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겠지만 그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과 그 이유가 중요한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 측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선택의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이나 인물을 덥석 선택해 버리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기반 선택’의 경향은 개인보다는 집단일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3) 왜냐하면 집단 구성원들 간의 반목과 대립을 줄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집단이나 조직 내에서 토론이나 협상 이후에 오히려 반목과 대립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제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질적으로 다른 무엇일 때 더 크게 나타난다.

Barber, B., Heath, C., & Odean T. (2003), Good Reasons Sell: Reason-Based Choice Among Group and Individual Investors in the Stock Market, Management Science, Vol. 49, No. 12, 1636–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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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때 무언가 대안이 필요한데 이 대안들은 언어적으로 매우 유창하게 설명이 되는 것일수록 더 잘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즉 이제는 상대비교가 쉬운 측면들이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이나 결정의 책무가 주어진 사람들은 이러한 이른바 ‘말로 표현하기 쉬운 이유’를 자꾸 찾아 헤매기 십상이다.4)

Lerner, J. S., Tetlock, P. E. (1999). Accounting for the effects of accountability. Psychological Bulletin, 125, 25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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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끌리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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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이유를 잘 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끌리는 것’이나 ‘꽂히는 것’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결론적으로 말(즉 이유)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것들을 우리가 자주 놓치고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회의는 그 제품을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들을 말로 표현해야 하며 따라서 말하기 쉬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유를 잘 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끌리는 것’이나 ‘꽂히는 것’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말은 인간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 전달의 수단이지만 그렇기에 의미 자체에 인간을 지나치게 집착시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게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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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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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5.27.



주석


1
Shafir, E., I. Simonson, A. Tversky. (1993). Reason-based choice. Cognition 49 11–36.
2
Hsee, C. K. (1999). Value-seeking and prediction-decision inconsistency. 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 6 555–561.
3
Barber, B., Heath, C., & Odean T. (2003), Good Reasons Sell: Reason-Based Choice Among Group and Individual Investors in the Stock Market, Management Science, Vol. 49, No. 12, 1636–1652.
4
Lerner, J. S., Tetlock, P. E. (1999). Accounting for the effects of accountability. Psychological Bulletin, 125, 25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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