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행동 유도성 - 보는 것이 행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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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16-02-0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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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백화점의 인형 가게 앞을 지나간다고 하자. 아래 그림과 같은 곰 인형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쓰다듬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인형 앞에는 “만지지 말고 눈으로 봐 주세요”란 애교 섞인 글이 붙어 있는 게 보통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 무엇일까? 왜 만진 것일까? 어떤 사물을 보자마자 우리들이 그 대상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가 정해진다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지각과 행위가 연결되는 과정을 얘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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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곰인형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쓰다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인형 앞에는 “만지지 말고 눈으로 봐 주세요”란 애교 섞인 글이 붙어 있는 게 보통이다. <출처: gettyimages>


다른 예로 여러분이 합판으로 된 벽 옆을 지나가다 머리 높이 정도에 구멍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눈을 대고 들여다 볼 것이다. 허리 높이 정도에 구멍이 있다면? 합판 밑 부분에 구멍이 있다면? 아마도 허리 높이라면 손을 집어넣어 볼 것이고, 밑에 있는 구멍이라면 발을 밀어 넣을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구멍의 물리적 위치를 보고 이에 대응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 사람들의 인지 활동은, 외부 사물을 눈이나 귀와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고 우리 머릿속에 있는 정보로 해석한 후, 즉 지각 한 후 그에 맞춰 행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즉, ‘감각-지각-기억-행동’이라는 순서를 생각하게 되지만 위의 두 예는 이러한 과정들, 즉 정보처리 과정들이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물에 대한 지각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행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각-행위’의 연결을 보여주는 것이다.


행동 유도성



심리학자인 깁슨(J. J. Gibson)이 이러한 행위 가능성을 아주 일찍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용어를 써 표현했다고 한다. ‘제공하다’ ‘여유가 되다’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afford’를 가지고 새로운 단어를 만든 모양이다.

그리고 이를 우리로 하여금 특정한 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즉 허용하는 사물이나 환경의 특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환경에 내재되어 있는 행위 가능성으로 정의를 내린 것이며, 이는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속성으로 여겼다고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부드러운 곰 인형은 우리들로 하여금 자동적으로 쓰다듬는 행위를 유도하게 된다. 직역이 쉽지 않아 필자와 동료들은 우리로 하여금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행동 유도성’이라고 풀어 쓴 적이 있다.


인간과 사물의 상호작용



이 행동 유도성이라는 개념의 실용적인 유용성을 꿰뚫어 본 심리학자가 바로 노만(D. Norman)이며, 인간-기계 혹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machine, human-computer interaction)에 즉 기계나 일상용품의 디자인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여러 예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여러 생활 용품을 사용할 때 생기는 어려움은 적절한 행동 유도성을 갖도록 디자인 함으로서 해결될 수 있다. 다음 그림이 좋은 행동 유도성 디자인의 예이다. 왼쪽 문의 경우 문에 넓은 판을 붙여 놔, 자연스럽게 ‘미는’ 행위를 유도하고, 오른쪽 그림의 경우 수직 손잡이를 만들어 손을 넣어 잡아당기도록 유도한다. 행동 유도성을 이용한 좋은 디자인과 그렇지 못한 디자인의 예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아래 참고문헌에 언급한 노만의 번역한 책을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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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문의 경우 문에 넓은 판을 붙여 놔, 자연스럽게 ‘미는’ 행위를 유도하고, 오른쪽 그림의 경우 수직 손잡이를 만들어 손을 넣어 잡아당기도록 유도한다.



지각이 곧 행위?



마지막으로 지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 실험 결과를 애기해 보자. 위트와 동료들은 36명의 피험자들에게 직경이 5.08cm 되는 구멍에 골프 퍼팅을 하도록 하였으며, 이 구멍에 위에서 프로젝터로 3.8cm 혹은 28cm 원 모양을 투사했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하면, 원래의 구멍 크기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아래 그림에서 제시한 것처럼 같은 가운데 원이 주변 원의 크기에 따라 더 작게 혹은 크게 보인다. 잘 알려진 에빙하우스 착시 현상이다. 그리고 3.5m 떨어진 위치에서 10개의 퍼팅을 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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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빙하우스 착시 현상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흥미롭게도 큰 크기로 착시를 일으킨 홀이 17%의 성공률을 보여 작게 착시가 일어난 홀의 10% 성공률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실제 크기와는 관계없이 크게 보이는 홀에 퍼팅을 더 잘한 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본 것이 즉 지각 한 것이 바로 행동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크게 보이니까 더 자신 있게 강하게 퍼팅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성공률이 높아진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글쎄 이 연구 결과를 골프 스윙에서 가장 어렵다는 퍼팅 연습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교훈은 명확하다. 결국 행동은 지각의 문제 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행위가 기억과 사고의 결과물인 것처럼 여기는데, 오히려 지각을 바꾸어 행위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 “오늘은 야구공이 배구공만 하게 보였어!”라는 홈런을 친 야구 선수들의 경험 고백이 이를 잘 웅변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련된 연구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이창우, 김영진, 박창호(역) (1996). 디자인과 인간심리. 학지사.
Witt, J. K., S. A. Linkenauger, & D. R. Profftt (2012). Get me out of this slump! Visual illusions improve sports performance. Psychological Science Online First.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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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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