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얼굴 지각과 기억 - 얼굴 알아보고 기억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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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16-02-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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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걷다 보면 분명 아는 얼굴인데도 인사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꽤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늘 수업에서 여러분의 이름은 외우지 못하겠지만 얼굴은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필자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 중 특히 사람 얼굴에 대한 지각과 기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인간의 얼굴 지각과 기억을 이야기 해보자.


사람의 얼굴 잘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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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아보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출처: gettyimages>


실제로 필자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마주친 군대 시절의 동료를 알아본 경험이 있다. 몇 년 전 어느 회사 건물 승강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년 남자분과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얼굴이 낯이 익었다. 그리 사교적이지 못한 필자라 속으로만 어디서 봤지 하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분 역시 같은 모양인지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고, 왜 서로 낯이 익는지, 고향부터, 다녔던 학교까지 맞춰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것도 겹쳐지는 부분이 없었다.

그러다 그 양반이 “아! 같은 부대에 있었지”하고 기억해 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필자가 제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을 때 그 분이 신병으로 부대에 전입해 와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같이 내무반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기억해내지 못한 것일까. 거의 20여 년 전에 잠시 봤으며, 그 후 전혀 만났던 적이 없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본 것이다. 기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심리학도인 필자로서도 드문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잘 알아보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접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하고, 더구나 얼굴을 보며 그 사람에 관한 정보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면 아마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사람 얼굴 알아보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최근 만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을 잘못 알아본 경험이 있다.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그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잘못된 얘기를 꺼낸 것이다. 상대방과 필자 모두 잠시 동안 황당해 하면서.


뇌에 들어 있는 얼굴기억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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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얼굴을 인식하는 영역


여하튼 심리학자들은 우리 인간의 경우 사람 얼굴을 알아보고 기억해내는 전문적인 장치가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문 장치가 대뇌에 있다는 주장도 있으며, [그림1]의 방추모양 얼굴영역(FFA, fusiform face area)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손상 당하면 아래 그림으로 표현한 것처럼 얼굴인식불능증(prospagnosia)에 빠진다고 한다. 물론 이 주장에 대한 찬반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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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얼굴을 인식하는 영역이 손상되면 얼굴인식불능증에 빠진다는 주장이 있다. <출처: gettyimages>


그런가 하면 얼굴지각이 특별하다는 직관적인 예시도 있다. 톰슨(Thompson)이라는 심리학자가 만든 [그림2]의 상단 좌측 사진을 보기 바란다. 누굴까? 모르겠으면 그 아래 사진을 보자. 최근 ‘철의 여인’이란 이름으로 영화화된 영국의 전 수상 대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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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얼굴지각에 관한 직관적 예시


이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위아래 바뀐 사진으로는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여러분도 갖고 있는 사진들로 친구들에게 실험해 보길 바란다. 이번에는 우측 상단 사진을 보자. 표정을 읽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웃는 얼굴? 화난 얼굴? 표정을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왼쪽 두 사진을 보자. 정상적인 좌측 하단 사진에서는 웃는 모습을 확실히 읽을 수 있으나, 좌측 상단 사진에서는 아무래도 명확하지 않게 느낄 것이다. 우측 상단 사진에서는 뭘 바꾼 것인지 찾아보길 바란다. 정답. 코만 빼놓고 두 눈과 입을 뒤집은 것이다.

뭐 이상하게 느낀 것은? 이젠 우측 하단 사진을 보면 갑자기 ‘기괴한 얼굴’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위의 사진을 제대로 바꾼 것에 불과하고 눈과 입은 동일하다.

사실 사람 얼굴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 전체적으로 타원형 안에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즉 네 개 의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면서도 이 요소들이 각기 독특하기도 하고, 합쳐지며 전체적으로 특별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아마도 이런 과정에서 소위 미인이라는 얼굴 모습이 나타나는 것일 것이다.

여하튼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인간의 경우 얼굴을 처리하는 특별한 장치, 즉 모듈(module, 단원)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 예를 보여주는 김에 오바마 대통령 사진으로 만든 다음 예도 보자. 제대로 된 사진과 잠시 기다려 아래 위가 뒤바뀐 사진을 보길 바란다. 볼수록 재미나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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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위가 바뀐 오바마 대통령 사진(좌)과 제대로 된 모습(우)


여자가 남자보다 얼굴을 더 잘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얼굴 기억과 관련된 최근 연구 예를 소개한다. 뛰어난 얼굴 지각과 기억 능력이 모든 인간에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차가 없는 게 아니다. 필자의 지인 중의 한 분은 얼굴 재인에 아주 젬병이다. 서로 다른 TV 연속극에 나오는 같은 탤런트들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니 말이다. 물론 최근 성형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그러면 얼굴 지각과 기억의 개인차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최근 Heisz와 동료 심리학자들은 120개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그 얼굴들을 알아보는지 즉 재인하는지를 검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굴을 보는 어떤 과정이 차이를 일으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 얼굴 사진을 볼 때 일어나는 사람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함께 추적 했다고 한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사진이나,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일련의 눈고정(fixation)이 일어나기에 이 고정 시간과 사진 속에서의 위치(즉, 스캔패스 scanpath)를 추적 기록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결과는 성별의 차가 일어났다는 것으로 여자들이 남자보다 뛰어난 얼굴 기억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차이는 눈고정의 횟수에서도 일어났다고 한다. 말하자면 여자들이 사진을 보며 훨씬 많은 눈고정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즉 부호화하고 이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참고문헌

Heisz, J. J., Pottruff, M.M., & Shore, D. I.(2013). Females scan more than males: A potential mechanism for sex differences in recognition memory. Psychological Science OnlineFirst.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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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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