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확률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 객관적 확률보다 느끼는 확률에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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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8회 작성일 16-02-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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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확률에 대한 판단을 하면서 살아간다. <출처: gettyimages>


우리는 늘 확률에 대한 판단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꼭 숫자적인 표현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부분’, ‘거의’, ‘다소’, ‘약간’ 등 수많은 부사들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대상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인 확률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고 또 파악한다. 그리고 이렇게 판단한 확률을 기초로 우리는 결정을 내리고 또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집에 도둑이 들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면 보안업체 서비스를 신청하기도 하고 우리 회사의 신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확률이 낮다고 생각되면 무언가 보완 작업을 하거나 출시를 미루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우리는 ‘얼마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무수히 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의 확률 판단은 얼마나 정확할까?



그런데 인간의 확률 판단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일기예보처럼 엄청나게 발달된 시스템과 슈퍼컴퓨터의 힘을 통해 나오는 숫자화된 확률 정보를 가지고서도 우리는 내리지 않는 비에 괜히 가지고 나온 우산을 귀찮아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로 우산 없이 비 내리는 거리를 허둥지둥 뛰어다니기도 해야 한다.

하물며 인간은 어떠하겠는가? 사실, 정확한 확률 추정은 신의 영역에 해당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문제는 우리가 판단한 확률에 근거해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많은 심리학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인간의 판단이나 추정 중에 확률에 관한 것만큼 취약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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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치가 동일하다는 논리는 주관적 확률 앞에서 설득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출처: gettyimages>


그 중 대표적인 예 하나가 “결합된 사건이 만들어 내는 확률에 대한 과대추정”이다. 가령 큰돈을 잃을 확률이 1/64 게임 한 번을 할 때보다 1/4의 확률인 게임을 세 번 해서 같은 것이 나왔을 때 그만큼의 돈을 잃을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큰 긴장감을 느낀다고 한다.1)

후자도 어차피 1/4을 세 번 곱하기 때문에 결국은 1/64인데도 말이다. 역으로 당첨확률이 1/64인 게임을 한 번만 하는 것보다는 1/4인 게임을 세 번 연속해서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한 마디로 작고 구체적인 무언가가 결합되면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Cohen J., Chesnick E. I., Haran D. (1971), Evaluation of compound probabilities in sequential choice. Nature, vol. 232, pp. 414 –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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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와 그에 따른 확률을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만원 당첨확률이 25%인 복권 2장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100만원 당첨확률이 25%인 복권 한 장을 가질 것인지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전자의 2장을 가지고 싶다고 한다.

왜냐하면 전자에서는 2번이고 따라서 작은 무언가라도 더 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느끼며, 기대가치가 동일하다는 논리는 별 설득력이 없게 된다.


실제 확률과 우리가 느끼는 확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추상적인 1/64이 쪼개져 여러 개의 1/4로 구성되면서 각각의 1/4은 구체적이면서 피부로 더 잘 와 닿으며 따라서 더 두렵고 무언가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의 1/64보다는 세 개의 1/4로부터 느끼는 감정의 총합이 더 크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명한 보안 전문가인 Bruce Schneier가 이와 관련하여 매우 유명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무언가를 막는다는 것은 철저히 위험에 대한 우리의 느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대상이 지니는 위험 그 자체의 객관적 측면보다는 그 대상을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대처방식과 정도가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위험 인식에 작용하는 편향 요인’들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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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막는다는 것은 철저히 위험에 대한 우리의 느낌에 의존한다. <출처: gettyimages>


원시시대에는 어떤 대상의 실제 위험의 확률 혹은 정도와 사람이 실제 느끼는 정도가 상당부분 일치했다. 호랑이, 늑대, 여우, 그리고 다람쥐의 실제 위험 확률이 그것들을 인간이 보는 순간 느끼는 주관적 위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대상이든 극단적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너무나도 귀엽고 앙증맞은 소형차라도 시속 100km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오면 치명적인 살인무기이며, 정말 작은 알약 하나라도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신이 아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주관적 느낌을 통해서 실제 위험의 확률을 추정해야만 한다. 상당한 불일치가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다.


항공기 여행은 자동차 여행보다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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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사고와 같이 드물고 장엄한 위험은 운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위험보다 더 크고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출처: gettyimages>


그리고 이러한 불일치의 결과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실제 통계자료가 알려주는 것과는 정반대로 향하게끔 하곤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 사고와 같이 드물고 장엄한 위험은 운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위험보다 더 크고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론에서 비행기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볼 때 마다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 이를 방지하거나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통계 자료들은 여행객 1인당 사망자 수가 자동차에서 훨씬 더 높다고 말해 주고 있다. 범죄도 마찬가지이다. 끔찍한 성범죄나 살인은 대부분 친숙하거나 잘 알고 있는 주위의 인물에 의해 주로 저질러지지만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자기 의지로 시작하고 따라서 자신이 상방부분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스카이다이빙이나 흡연의 위험은 과소추정되는 반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테러나 자연재해의 공포는 오히려 과대추정되어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보안 전문가인 Bruce Schneier는 이러한 주관적 확률의 과대/과소 추정이 인터넷 상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즐겁고 행복한 내용들로 주로 채워져 있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이 극단적으로 감소하여 평상시보다 자신의 중요한 정보를 더 쉽게 흘려 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은 대단히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것들이기보다는 대부분 우리의 일상생활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미국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람들보다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로 인해 결국에는 죽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총기에 관한 위험에는 어떻게든 대비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집 계단에 깔려 있는 낡아 미끄러워진 카펫에 대해서는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도 미국인들과 같은 실수를 하고 있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위험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확률을 ‘느낌’에만 의존해서 보려 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그럴 것 같은 것과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은 그 느낌이 정말 맞는지 한번쯤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확률의 판단에 사용하는 근거들 중 상당수가 그 대상의 실제 확률과 무관하거나 독립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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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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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7.22.



주석


1
Cohen J., Chesnick E. I., Haran D. (1971), Evaluation of compound probabilities in sequential choice. Nature, vol. 232, pp. 414 –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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