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십대의 위험한 행동 이해하기 - 친구 따라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무모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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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4회 작성일 16-02-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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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는 하루빨리 생일이 다가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번 생일에 드디어 만 15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부모님이 허락만 하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서, 집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동네 형에게 미리 얘기도 해둔 상태다. 부모님은 용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아르바이트를 하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시지만 원희의 마음은 확고하다. 직접 모은 돈으로 오토바이를 꼭 사고 싶기 때문이다. 친구는 원희의 말에 “네가 무슨 초딩이야?”라며 비웃었지만, 뱁새가 어찌 봉황의 마음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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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오토바이를 타보고 느꼈던 속도와 바람을 가르는 그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함을 주었다. <출처: gettyimages>


사실 원희는 친구들과 어울려 스쿠터는 몇 번 타봤지만, 우연히 아는 형의 오토바이를 탄 뒤로는 머릿속이 온통 오토바이로 가득 차버렸다. 속도와 바람을 가르는 그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함을 주었다. 사촌 형이 작년에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까지도 잘 걷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알면 기겁하실 거라는 걸 알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촌 형은 운이 없었고, 부주의했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다 타는데, 나만 못 타면 체면이 서질 않는다. 여자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는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도 은근히 느껴진다. 그러니 다치고 깨지더라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오토바이를 사야 여자 친구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면허는 내년에 딸 수 있다고 하니,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일단 사서 숨겨놓고 타면 된다. 원희는 평소에는 한 번도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커닝도 해본 적도 없고, 학원을 빠지고 놀러 간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눈만 감으면 오토바이 뒤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기 모습과, 그런 자신의 모습을 침을 질질 흘리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런 날이 온다면 바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위험한 행동을 자처하는 이유




원희뿐 아니라 많은 십대 청소년들은 유난히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십대로서 하면 안 되는 영역을 슬쩍 넘어서는 행동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영웅시 되니, 예전 같으면 겁이 나서 못할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러다가 다치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한 행동이 줄어들진 않는다. 부모는 자녀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친구들과 할 일 없이 어울려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혹시 무슨 사고를 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부모 자신도 십대 시절에 일탈 행동을 해봤기에 머리로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서 다칠까봐 걱정되는 마음을 ‘애들이 다 그렇지’라는 한마디로는 달랠 수가 없다. 왜 세대가 바뀌고 교육 방법이 바뀌어도 십대의 위험한 행동은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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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비슷한 또래들 안에 머물러 있고 싶은 욕망이 매우 강한 시기다. <출처: gettyimages>


고전적으로는 이런 십대의 심리는 또래 압력으로 설명한다. 십대는 비슷한 또래들 안에 머물러 있고 싶은 욕망이 매우 강한 시기다. 친한 친구들이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혼자 “나는 담배 피우기 싫어. 엄마가 피우지 말랬거든” 하면서 거부할 수 없다고 여긴다. 친구들이 보는 눈, ‘우리는 친구니까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판단을 한다’는 암묵적 동의와 동료의식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할 수밖에 된다. 결국 담배를 입에 물어야 친구들과 함께 있을 수 있고 또래집단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강한 모습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도 한 몫 한다. 그걸 잘 해내지 못하는 십대들은 왕따가 되고,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또래집단은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니 좋다’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준거집단이나 다름없다. 또래집단의 압력은, 그만큼 강력하다.

그렇다면 순하고 착한 모범생 같은 아이들만 모여 있는 또래집단이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한 같은 집단 내에서 왜 어떤 아이만 사고를 치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 최근의 뇌과학과 청소년 심리 연구들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보자.


보상중추의 활발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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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가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감정적 판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출처: gettyimag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이 몰라서 사고를 치는 것이 아니다. 십대 중반이 되면 누구나 위험한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다치기 쉬운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지적능력이 발달한 상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 학습만으로는 십대들의 판단과 행동을 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학습은 인지적 판단과 조절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십대가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감정적 판단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감정이 배제된 상태에서는 성인처럼 판단할 수 있지만, 감정이 개입되면 성인의 경우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냉정해지는 데 반해 십대는 이성이 위축되어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한창 컴퓨터 게임을 하던 중 집에 들어온 어머니가 혼을 내며 컴퓨터 전원을 꺼버리자, 화가 난 아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아니, 친구 따라 불구덩이로 들어간다.




한편, 이 시기에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내적 보상보다 친구들의 인정이라는 외적 보상이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 2006년 코넬 대학교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십대는 위험도를 평가할 때 성인보다 더 오랜 시간 고민한 다음 결정을 내렸다. 상황을 실제보다 더 위험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십대에게는 얼마나 위험한지와 같은 ‘양적 보상’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 자신에게 쾌감을 주는지, 친구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와 같은 ‘행위 보상’이 훨씬 일차적인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 특히 또래들로부터 “쿨하다”, “멋있다”는 말을 듣는 보상이 제일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마음속으로는 겁이 난다 해도, 자기의 행동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와 책임을 떠올리면서 억제하고 참기보다는, 친구들로부터 받을 인정과 짜릿한 쾌감을 더 중요하게 여겨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혼자 느끼는 즐거움보다 친구가 함께 하는 것, 그들의 인정이 위험한 행동으로 이끄는 힘이 크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는데, 십대의 심리를 보면 ‘친구가 보고 있으면 불구덩이에도 들어간다’라고 바꿔 말할 만하다. 그만큼 친구가 옆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아이는 확연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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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십대는 혼자서 운전을 할 때는 신호를 잘 지켰지만,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또래가 지켜보게 하자 신호를 지나치는 비율이 두 배 증가했다. <출처: gettyimages>


템플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로렌스 스타인버그 박사가 실시한 다음 실험을 보자. 그는 십대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게 했다. 이때 참가자들은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는 순간, 빨간색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면서 차를 멈추거나, 속도를 확 높여 신호등이 있는 구간을 지나칠 수 있게 했다. 십대는 혼자서 운전을 할 때는 신호를 잘 지켰지만,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또래가 지켜보게 하자 신호를 지나치는 비율이 두 배 증가했다. 이에 반해 성인들은 누가 옆에서 지켜보는지와 상관없이 신호를 무시하거나 지나치는 비율에 차이가 없었다. 즉, 친구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상황이 십대의 뇌의 보상중추를 강하게 활성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십대들은 지적 능력은 충분히 발달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그 행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고민하는 능력,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능력은 덜 발달해 있다. 그래서 십대는 친구들로부터 ‘겁쟁이’라는 말보다 ‘쿨하고 멋진 친구’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된다.


우리 집이 친구들 집보다 훨씬 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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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내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집에서만 못하게 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출처: gettyimages>


여기서 십대들의 피해의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십대는 자기가 허락 받은 자율성의 정도를 친구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평가한다. 오하이오 대학교 심리학과의 크리스토퍼 대디스 교수가 십대 5백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십대는 자기 집의 규칙이 친구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엄하고, 친구 부모님들은 우리 부모보다 자율성을 더 많이 허락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십대는 “내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집에서만 못하게 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실제로 친구의 집이 자율적이라기보다, 자기 집은 과소평가하고 친구 집은 과대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십대라면 누구든 ‘우리 집은 엄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불공평해’라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다. 아이의 자율성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발달해 나가지만, 자신에게 허용된 자율성을 경험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친구’다.


십대의 위험한 행동,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먼저, 부모는 아이가 투덜거리면서 “00네 집은 안 그래”라고 할 때, 아직 아이의 마음 안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이드라인이 서 있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자. 그런 다음 아이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다른 집과 정말 차이가 나는지, 그 차이가 정말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큰지 파악하고 함께 이야기한다. 부모가 마음을 열고 아이와 대화의 장을 열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아이 역시 부모와 기꺼이 대화를 할 것이다. 용돈, 주말의 놀이 시간, 귀가 시간, 옷차림 등에 대해 다른 친구들과 객관적으로 비교해본다면 우리 집에 관대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도 요즘 아이들의 트렌드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아이에게 보다 많은 자율성을 허락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둘째, 아이가 흥분했거나, 짜증이 났을 때 지적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지적할 일이 있더라도 잠시 시간을 두고 아이가 안정을 찾았을 때 대화해야 한다. 이때는 아이도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부모의 입장을 파악하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고 있다. 다만,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감정이라는 선글라스를 쓰고 세상을 바라보며 판단하니, 어른들이 보기에는 객관성이 떨어지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여기게 된다. 아이의 판단력을 따지기 이전에 감정을 주도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친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십대 아이에게 친구는 부모보다 더 중요한 존재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지, 아이가 속해 있는 그룹은 어떤 성향인지 면밀히 관찰하고 평소 그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밥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나중에 아이가 저지를지도 모를 위험한 행동을 예측하고 그 정도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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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부모 모두 폭탄 심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친구가 불 붙인 심지가 대형 폭발을 일으켜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출처: gettyimages>


아이는 폭탄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지 폭탄이 될 수 있다. 잠자고 있는 폭탄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것은 부모나 아이 자신이 아닌,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들의 시선이나 압력인 경우가 많다. 십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나 부모 모두 폭탄 심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친구가 불 붙인 심지가 대형 폭발을 일으켜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평소 많은 대화를 하면서 친구들의 존재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십대는 가족 안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자란다. 부모는 십대 아이의 친구들도 함께 보살피면서 같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예상치 못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따로따로 있을 때는 웬만해서는 폭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부모는 십대 아이의 친구들까지 품고 함께 키운다는 생각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내 아이가 잘 자라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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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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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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