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만남과 관계형성 - 인간은 왜 타인을 만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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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70회 작성일 16-02-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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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존재라는 우리 인간은 늘 누군가를 만난다.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좀 있고 싶다”라고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각자 자기 역할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지니고 있은 의무마저 더해져서 그 삶의 무게는 더욱 무겁기만 하다.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는 더욱 더 복잡해지고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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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 혼자 있다는 고립감을 생각보다 오래 견디지 못한다. <출처: gettyimages>


그런데 그 연결이 만약 사라진다면? 즉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그 고립감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크다. 생각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몇 년 전 모 방송사에서 의식주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로 펜션에서 홀로 어떻게(또 얼마나) 지내는가에 대한 실험을 방송한 바 있다.
처음에는 최소 일주일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참가자들은 채 이틀이 지나기 전부터 외로움을 토로하며 때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실험 참가를 중도에서 포기하기도 한다.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이 옆에 없다는 사실은 이만큼 힘든 것이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기에 해당되는 감각이 없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헬렌 켈러(Helen Leller)가 남긴 말은 타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 준다.


“Being deaf was worse than being blind because…blindness isolated her from things, but deafness isolated her from people.”(듣지 못하는 것은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불행하다… 왜냐하면 보지 못하는 것은 사물들로부터 나를 고립시키지만 듣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나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Helen L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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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부터 줄곧 작은 방에 갇혀 지내다가 1970년 13세의 나이로 미국 LA에서 발견된 지니 와일리 <출처: Wikipedia>


실제로 헬렌 켈러는 후일담을 통해 자주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었음이 가장 괴로웠노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극히 일부지만 살아가면서 타인을 전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그 행동과 말이 엄청나게 기이할 수밖에 없다.
유명한 예가 태어나서부터 줄곧 작은 방에 갇혀 지내다가 1970년 13세의 나이로 미국 LA에서 발견된 지니 와일리(Genie Wiley)이다.
이후 집에서 탈출한 지니는 사회복지 시설에 맡겨졌고 각계각층의 노력이 뒤따랐지만 끝내 정상적인 언어와 행동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시키지는 못했다.

또한 형무시설의 수감자들에게 있어서도 가장 피하고 싶은 내부처벌은 독방이다. 왜냐하면 이 독방에서는 극단의 불안으로부터 오는 공포 심지어는 환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왜 우리는 끝없이 사람들을 만나기 원할까?



그렇다면 나에게 먹을 것이나 집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다른 사람을 우리는 끝없이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말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 더 나아가 그 모든 것에 해당되는 공통적인 사항이 있다. 바로, 만남과 관계가 감정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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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싶어할까? <출처: gettyimages>


인간에게는 다양한 감정 즉 정서들이 있다. 정서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행복과 기쁨과 같이 경험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슬픔이나 불안처럼 그 반대인 것들도 있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정서든 나 혼자만으로는 혹은 나와 인간 아닌 다른 대상과의 관계만으로는 충분하고 적절하게 느끼기가 어렵다.
이는 대부분 다른 인간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서를 제대로 발달시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정서와 정서의 공유인 공감을 통해서 한 문화 내에서 이전 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엄마가 화내는 모습을 보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아가게 되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나 집단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나의 역할을 인식하게 된다.
정서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이지만 무연민, 무공감, 무정서인 상태가 지속되면 사이코패스와 같은 극단적 인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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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를 통해 상대적인 역할을 맡고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삶의 불확실성을 해소해간다. <출처: gettyimages>


더욱 중요한 점은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내부의 중요한 욕구들이 아주 잘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불확실함을 줄여가고 싶은 욕구가 있다. 본 캐스트에서도 몇 번 언급한 바 있지만 불안을 참으로 싫어하는 인간은 불안을 극대화하는 불확실함과 모호함을 본능적으로 피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타인들과 같이 있으면서(더 정확히는 타인과 의사소통을 계속 해나감으로써) 그 불확실함이 상당부분 해소가 된다.
왜냐하면 이른바 상대적 역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보다 많이 어린 아동과 함께 있으면 나의 역할은 ‘보호자’이고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과 함께 있으면 ‘안내자’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불확실한 세상에서 할 일들과 생각해야 할 것들이 분명해 지는 상황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자 우두커니 있을 때 우리가 문득문득 나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이다.
상대적 관점에 기초해 자신을 평가하거나 위치를 잡으려 하는 것에 익숙한 인간에게 타인의 존재는 불확실함을 제거해 주는 좋은 판단의 잣대이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이 지닌 이른바 ‘포함의 욕구’도 만남과 관계에 의해서 충족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살아가려 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상반된 욕구가 있다.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또 행동하려고 하는 욕구와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보호받고 또 지지 받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포함의 욕구는 당연히 후자에 해당된다. 물론 한 인간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강한 소망의 이유는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 본 캐스트를 통해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과 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 그리고 관련되어 생각해 볼만한 여러 가지 현상들에 관한 심리학적 이야기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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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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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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