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과시적 소비와 명품 패러디 현상 - 명품백과 페이크백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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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16-02-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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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캠핑 열풍 속에 국내 소비자들이 값비싼 브랜드를 선호하는 탓에 국내·외 업체들의 ‘봉’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캠핑용품 값이 미국, 일본은 물론 호주보다 대략 19~37% 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이는 유독 한국인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과시적 소비행태를 이용하여 캠핑용품 사업자들이 고가 마케팅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이 사례처럼 비싸야 명품 대접받는 비합리적인 심리는 왜 생길까?




명화야말로 귀족들의 과시적 소비품…



유명 미술관에 소장된 명화들을 감상할 때 우리는 예술적·미적 혹은 화가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그림을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 명화야말로 전형적인 귀족들의 과시적 소비품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많은 화가들의 작품은 주 소비계층인 귀족, 왕족 또는 교회 성직자들로부터 주문 받은 그림이었다. 당시 화가들은 대체로 가난해서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값비싼 고급스런 염료를 구하기 어려웠다.
이 때 귀족들의 물심양면 지원에 힘입어 그림을 그리게 되고, 더 나아가 귀족들이 지불한 값비싼 염료나 보석을 사용하여 그리도록 주문 받기도 했다.
이 값비싼 그림을 주문한 귀족들은 그것을 거실에 걸어둠으로써 방문자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곤 했다. 이는 단지 무명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세계적인 거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회현상이야말로 1899년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유한계급론’에서 언급한 지각없이 행해지는 상류계층의 ‘과시적 소비’의 한 행태다.

필요에 의해서 소비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다분히 자신의 부와 명성을 자랑하기 위한 소비 행위인 것이다. 자신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고려함으로써 비싸야 명품이라는 편견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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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타인 베블런이 언급한 지각없이 행해지는 상류계층의 ‘과시적 소비’는 필요에 의해서 소비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다분히 자신의 부와 명성을 자랑하기 위한 소비 행위에 지나지 않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이러한 과시적 소비현상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특히 값비싼 명품을 양 손 가득 구매하는 상류층의 소비만이 과시적 소비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기 있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SUV는 요즘처럼 시내주행을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SUV의 대명사이자 유명한 지프차인 허머(Hummer)는 드넓은 들판이나 비포장도로를 빠른 속도로 질주할 수 있는 ‘야생마’로 안락한 승차감의 일반 승용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체로 가격도 비쌀 뿐만 아니라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특정 부류의 점유물이었다. 이런 SUV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시내 거리를 점령한 것이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나 생활패턴과는 무관하게 경쟁적으로 SUV를 구입하게 된 이유는 부의 상징적 혹은 사회적 지위 수단으로의 인식이 한 몫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의 가치를 따진다면 더 고급스런 외제승용차가 제격이겠지만, 자유분방한 상류층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길 고대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상류층 따라하기는 결국 SUV 구입 전의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흔하게 길거리에서 보게 됨으로써 SUV만으로는 신분차별화가 더 이상 곤란하게 된 것이다.




과시적 소비는 인간본성 그 자체



흔히 명품은 품질 좋고 유명하지만 아무나 살수 없어 희소가치가 높은 비싼 제품을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명품의 힘은 심리적 매력에서 찾을 수 있다.
명품에 노출된 우리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스캔하자 중뇌, 선조체, 측좌핵, 전전두피질 등 쾌감중추가 평소보다 더 활성화되었다.
명품이 주는 쾌감의 정도는 컴퓨터게임이나 약물 중독에 버금가는 강력한 중독성이 있다. 신용카드 빚에도 불구하고 신상녀나 된장녀가 되는 이유다.
이러한 명품 중독현상은 특히 가격이 비쌀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띈다. 가격이 비쌀수록 만족도 역시 높아지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100달러짜리 와인은 5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어 있는 동일한 와인보다 만족도가 더 높았다.

이처럼 명품이 쾌감중추를 자극하는 이유는 뭘까? 비싼 핸드백과 명품 구두를 사는 여성의 심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명품 구매이유가 뭇 여성들에게 ‘내 남자 넘보지 마’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 라고 한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Vladas Griskevicius) 교수팀은 64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이들이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연인관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다른 여성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여성들이 연인관계가 위협받으면 더 비싼 핸드백이나 자동차, 구두를 원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들 제품을 사기 위해 32%를 더 지출하게 된다고 한다. 여성들의 과시적 소비는 여성 집단 내의 미묘한 서열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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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운동화를 크로마뇽인에게 보여준다면, 이들은 우리의 평가기준인 고가격 혹은 알려진 브랜드와는 달리 본성에 따라 짝짓기에 유리한 형질 과시 제품들을 원할 것이다. <출처: Cicero Moraes at Wikipedia.org>



[스펜트: Spent] 저자이자 미국 뉴멕시코대학 진화심리학 교수로 코카콜라 등의 기업을 컨설팅해 온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는 ‘과시적 소비야말로 짝을 구하는 인간본성의 발로’라고 지적한다.
나이키 운동화를 크로마뇽인에게 보여준다면, 우리와 같은 평가를 할까?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값비싼 이미지, 브랜드, 상징을 구매하지만, 크로마뇽인은 본성에 따라 짝짓기에 유리한 형질 과시 제품들을 원하기 때문이란다.
수컷 사자가 텁수룩한 갈기를 뽐내고, 숫공작의 화려한 날갯짓 역시 과시적 소비차원의 생물학적 행동이다. 즉 자연선택과 함께 진화의 또 다른 기제인 ‘성 선택’의 압력이 인간의 과시 행동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술, 음악, 언어나 창의성 역시 이러한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문화적 차원의 진화 기제인 것이다.
결국 밀러는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이제껏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의 과시적 소비가 만연할 것이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지위와 존경, 명성, 성적 매력과 인기를 추구할 것이다”라고 진단한다.
또 [사치 열풍]의 저자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코넬대학 존슨경영대학원 교수는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관심이야말로 사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과시적 소비는 신분상승의 단절에 따른 현상이기도…



단지 명품을 담았던 ‘종이백’을 3만원에 사라고 한다면, 여러분이라면 기꺼이 살까? 값비싼 명품 대신 모조품을 사는 경우처럼 이 종이백으로 과시욕을 충족시키려는 수요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상당하다.
중고로 판매된 종이백은 대개 젊은 여성들의 외출용 소품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명품(?) 종이백이 명품 대접을 받는 기형적인 현상은 사회적 신분상승의 단절의 부정적인 한 측면이다.
특히 요즘 명품 구매가 특정 상류층뿐 아니라 감각을 중시하는 패셔니스타들에게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과시욕이 강하게 작용된 결과다.
이들 명품족은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상류층이라는 특정집단의 일원이 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고가의 루이비통 가방을 사게 되면 여유 있는 중산층 혹은 상류층에 속하게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들 명품족의 과시욕은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한 ‘파노플리 효과(panoplies effect)’인 것이다.

일례로 점심으로 몇 천 원 하는 김밥을 먹더라도 핸드백만큼은 수백만 원 하는 명품을 사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그 결과 루이비통은 3초백, 구찌는 5초백이라는 유행어처럼 명품 브랜드 가방들을 심심찮게 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가히 명품 소비는 가치소비 보다 사치적 소비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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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자들은 돈 있는 것을 과시하며 떵떵거리기 보다는 은밀한 부를 추구하며, 일류 소매 매장뿐만 아니라 할인 매장과 인터넷을 자주 이용한다. <출처: B3njaminyang at en.wikipedia>



반면 ‘부자=명품 소비’라는 인식은 온갖 이슈거리를 양산하는 상속녀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처럼 일부 부자들의 비상식적인 사치 행태를 자극적으로 전한 일부 언론매체들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시장조사 컨설팅회사인 해리슨 그룹의 짐 테일러(Jim tailler)는 미국 내 부자 600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1983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인구는 33% 늘어난 반면 순자산 500만 달러 이상인 부자는 353%나 증가했다.

이들 새로운 부자들의 핵심적인 특징은 ‘은밀한 부(stealth wealth)’를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들 중에 89%는 돈을 드러내지 않고 갖는 은밀한 부의 중요성을 믿거나, 돈 있는 것을 과시하며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들은 일류 소매 매장뿐만 아니라 할인 매장과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부자들이 많았다.




과시적 소비로 우린 더 행복해졌는가?



그렇다면 과시적 소비로 우린 더 행복해졌는가? 2009년 캘거리대학 커티스 이튼(Curtis Eaton) 연구팀은 ‘부국이 될수록 국민들의 보석이나 명품 브랜드처럼 신분을 상징할 수 있는 사치품의 소비에 집착하게 되는데, 이런 소비 성향은 사치품을 소유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즉 경제적 번영에 도달하게 되면 제품의 내재적 가치와는 별반 관계없는 지위 상징(status symbols)을 추구하게 되어 결국 과시적 소비로 흘러가게 된다.

문제는 베블런 이론에 바탕을 둔 과시적 소비는 사회 전체로 볼 때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라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점이다.
값비싼 보석이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류, 고급 자동차의 구입행위는 일차적으로 그 소유자를 만족시키지만,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더 가난해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루이비통 가방은 명품이지만, 모두 다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닌다면 에르메스 가방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지위 상징이 가능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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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소비'는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남을 위해 소비한 '사회적 소비'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높았다. <출처: gettyimages>



하버드대학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는 소득수준과 소비성향이 다른 632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개인적 소비'는 행복지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남을 위해 소비한 '사회적 소비'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더 높았다.
또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소득변화와 행복지수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세 배나 높아졌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10%가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기간 동안 자살자는 무려 네 배가 늘었다는 우울한 현실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원인도 과시적 소비와 상대적 박탈감의 상호작용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치 아닌 가치소비를 이끄는 ‘명품 패러디’ 현상



최근 명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누구나 알만한 명품브랜드 같지만 자세히 보면 디자인이나 재질이 조금씩 다른 ‘페이크(fake)’상품이 인기다. 2007년부터 미국 할리우드의 샐러브리티들이 사용하면서 급속히 유행되고 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나 ‘켈리백’의 모양을 프린트한 홍콩 브랜드 ‘진저백’이 대표적이다. 켈리백이 1,000만원을 넘는 고가인 반면, 진저백은 20~30만 원대면 구입 가능하다.
2010년 이후, 국내에서도 진짜 럭셔리 브랜드 백을 가진 강남 주부들이 ‘서브백’으로 컬렉션을 만들어 구매할 정도로 인기다. 요즘 인기 있는 웬만한 TV드라마라면 예외 없이 여주인공의 어깨에 매달려 있을 정도다.
페이크백의 열풍이 경기불황 같은 경제적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명품을 적극 소비할 만큼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글로벌 브랜드인 명품을 못 사는 계층이 아니라 명품을 적극 소비할 만큼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 기존 짝퉁 소비와는 다르다.
더욱이 이들은 악어나 표범의 남획을 반대하는 등 환경과 동물보호라는 공익적 메시지에도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고 있다.
또 명품 패러디를 위한 단순한 브랜드 비틀기보다는 제품 소재를 '비튼' 경우 더 긍정적인 반응이다. 명품 소비는 더 이상 과시적인 사치품이 아닌 더 나은 삶과 환경차원의 가치소비로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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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만한 명품브랜드 같지만 자세히 보면 디자인이나 재질이 조금씩 다른 페이크(fake) 상품이 인기다. <출처: getttyimages>



최근 프랑스인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의 51%가 중고를 구입했다고 한다. 한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52%의 프랑스인들은 과거의 과시적 소비성향을 끊고, 적게 소비하며, 보다 의미 있는 소비를 열망하고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가치소비의 사례가 있다. 명품 소품을 구입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다.
이런 류의 가치소비 트렌드가 음식 분야로 확장되어 유행되고 있는데 바로 ‘미각 사치족’의 등장이다. 상위 1%가 타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살 수도 없고, 고가 명품에 돈을 쓰기는 어렵지만 먹는 것만큼은 최상류층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 할 것 없이 다소 값비싸지만 유기농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두드러진 매출 증가 현상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외형적인 사치보다 내재적인 만족도를 높여주는 가치소비야말로 요즘처럼 빈부격차가 심해질 때 하나의 위안이 될 것이다.




범상규 | 건국대학교 교수
건국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와 응용통계학과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통계조사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 관한 심리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개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방송, 외부강연 및 칼럼, 저서 출간 등의 활동을 하며 블로그(blog.naver3.com/skbeom)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와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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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2015. 05. 20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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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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