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달 착시 - 한가위 달은 왜 크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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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16-02-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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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달이 천중의 달보다 더 크게 보이는 현상인 달 착시를 중심으로, 물체의 크기 지각에 물체와의 거리 지각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본다.
즉 산 위의 달은 크게 보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멀리 있다고 지각되기 때문에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한가위 달은 산 위에서 더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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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달의 궤도는 원형이 아니므로 지구와의 거리가 계속 달라진다. 그림은 가장 먼 하현달(왼쪽)과 가장 가까운 상현달(오른쪽)을 보여준다. 그러나 하루 중 달의 시각적 크기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출처: [달세계 여행], 뉴턴코리아, 2010>


곧 추석이다. ‘한가위’ 하면, 보름달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리고 “한~”이란 말에 어울리게 막 산너머 떠오른 “커다란” 둥근 달이 머릿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으리라(아쉽게도 도시에서는 이런 경험을 자주 못한다).
그런데 하늘 가운데(天中)에 뜬 보름달에 대한 기억은 어떠한가? 예전에 수업을 듣다가, “달이 창백해 보인다”고 해서 좌중의 웃음을 산 적이 있다. 하여튼 필자의 기억으론 천중(天中)의 달은 왠지 작아 보였다.

천중의 달은 산에 뜬 달1) 보다 (불과 몇 시간 지나는 동안 더 높게 떴을 뿐인데) 왜 작아 보이는가?
그새 달이 지구 가까이로 왔을 리도 없다(그림 1 참조). 이처럼 산에 뜬 달이 천중의 달보다 더 크게 보이는 현상을 달 착시(moon illusion)라고 한다.

영어로는 “지평선 달”이라 하는데, 여기에선 한국 풍경을 고려해서 “산에 뜬 달”이라 하였다. 정확히 말해, ‘산 위에 떠 있는 한가위 달’을 제목에는 그냥 ‘한가위 달’이라 했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주로 기억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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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복도 안쪽의 사람과 앞 왼쪽 사람의 이미지 크기는 같다. 복도 안쪽 사람은 멀리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작은 크기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앞 왼쪽 사람은 오른쪽 사람과 비교할 때 난쟁이처럼 보인다. <출처: I. Rock(1975). An Introduction to Perception. New York: Macmillan. 필자가 그림을 수정했음>


물체는 멀리 있을수록, 망막(안구 뒤의 막)에 맺히는 이미지가 작아지고, 가까이 있을수록 그 이미지가 커진다(그림 2). 화가들이 입체감을 주기 위해,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그리지 않는가?
같은 물체라면 이미지가 큰 것이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우리는 평소 이 사실을 충분히 지각하지 못한다. 반가운 친구가 멀리서 다가온다. 가까이 올수록 비례해서 친구 모습이 확대된다고 느끼는가?
혹은 동전을 들고 팔을 뻗은 다음, 거리를 반쯤 당겨 보라. 동전 이미지가 두 배로 커진 것을 느끼는가? 우리는 물체의 일상적 크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물체와의 거리가 달라진다고 해서 그 망막 이미지의 크기 변화를 심각하게 경험하지 못한다.

혹은 물체의 이미지 그 자체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지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물체를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석고상을 두고 데생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물체가 일상적으로 늘 있는 모습대로 보려는 경향을 지각 항상성 (혹은 항등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달에게는 크기 항상성이 적용되지 않는가?


달 착시가 왜 문제인가?



어디에선가 달 착시를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글에서 달 착시를 처음 들을 것이다. 혹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 달이 좀 크게 보이는 것이 뭐가 문제라고? 그게 달인 줄 알면 됐지." 그러나 사람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 가지고 시비를 벌이지 않는가!
감각경험의 판단에 대한 연구를 보면, 물체의 색깔이나 명도, 소리 크기와 높이 등 여러 속성에 대한 판단에서 왜곡이 일어나는데, 그 중에서 크기 판단은 가장 그리고 매우 정확한 편이다.
그런데 이 크기 판단이 틀리다고 생각해 보라. 게다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아 온 '달'의 크기가! 이 착시를 피할 수 없다면, 하물며 다른 감각지각 판단의 정확성이란?
기원 2세기 톨레미가 달 착시를 언급한 것을 보면, 그리스인들은 오래 전부터 그것을 착시 문제로 보았던 모양이다.
우연히 톨레미의 책을 읽고 필자는 엄청 놀랐다. 나는 달을 그렇게 보고도 아무 의심도 못했는데!

중국의 전국시대 책인 [열자(列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2) 아이들이 해가 아침에 더 가까이 있는지, 아니면 한낮에 더 가까이 있는지를 놓고 다툰다.

한 아이는 “해가 처음 뜰 때는 수레 덮개만 하다가, 남중할 때에는 쟁반만 한데, 이것은 먼 것은 작게 보이고 가까운 것은 크게 보이기 때문이 아니에요?”라고 하고, 다른 아이는 “해가 처음 뜰 때는 서늘하다가, 해가 남중할 때는 뜨거운데, 이것은 해가 가까이 있으면 뜨겁고 멀리 있으면 서늘하기 때문이잖아요?”라고 반박한다.

달 착시 문제와 차이가 나는 점은, 해가 멀어지거나 가까이 올 수 있다고 본 점이다. 지금 보면 우스운 생각이지만, 옛날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이 점을 알려 주시고 인용문을 번역해 주신 경상대 한문학과 황의열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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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모양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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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고대 이집트인이 상상한 천체의 모습. <출처: Wikipedia>


하늘을 그린 고대 이집트인의 천체도(그림 3)에는 거대한 여신 누트(Nut)가 땅 위에 “엎드려 받쳐” 자세를 하고 있는데, 몸에는 별들이 새겨져 있다.

누트 몸 아래 태양(빨간 점)이 자궁에서 나와 배를 타고 하늘을 가로질러 입으로 들어간 다음 몸통을 통해 되돌아간다. 이 그림을 보면 하늘 가운데(천중)는 편평하고, 따라서 해 뜨는 동쪽이나 해 지는 서쪽은 멀리 떨어져 있다.
고대 이집트인처럼 생각한다면, 해나 달이 뜰 때는 멀리 있으니까 작게 보이고, 천중에서는 가까이 있으니까 크게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크기는 그 반대이다. (열자에서는 뜨는 해가 커 보이므로 더 가까이 있다고 했다.)


달 착시를 설명하려는 여러 가지 노력들



현대인들은 하루 중 달의 크기나 지구와의 거리가 실제로는 같다는 것을 알 터인데, 달 착시가 왜 생기는 것일까? 사실 착시란 알면서도 경험되는 것이다. 유명한 뮐러-라이어 착시(그림 4)가 그렇다.
가운데 막대의 길이는 같아도, 두 막대 길이는 같아 보이지 않는다. 폰조 착시(그림 4)에서는 멀리 있는 막대가 더 크게 보인다.
그래서 다른 착시와 마찬가지로 달 착시는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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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왼쪽 두 화살표는 뮐러라이어 착시를 보여주며, 오른쪽 사진에서 두 개의 하늘색 막대기는 폰조 착시를 보여준다.


심리학자들은 달 착시를 실험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한 가지 가설은 천중의 달은 눈을 치켜 떠서 보기 때문에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즘 장치를 이용하여 천중의 달이 수평으로 (풍경 없이) 보이게 했는데 달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누운 채로 눈을 치켜 떠서 지평선의 달을 보게 하여도 여전히 달 착시가 관찰되었다. 그래서 달을 보는 시선의 방향은 달 착시와 관계없다는 것을 알았다.
반대로 지평선의 달도 천중에 있는 것처럼 달만 보여 주었더니 달이 작게 보였다. 프리즘을 이용해서 천중의 달이 지평선 풍경과 함께 보이게 했을 때, 달 착시가 관찰되었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중요한 것은 지평선(한국에서는 산의) 풍경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지평선(혹은 산)의 풍경은 무슨 일을 할까? 한 가지 생각은 그것이 달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즉 지평선이나 산의 풍경은 거기에 있는 물체가 멀리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 점은 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지평선(산 위)의 달이나 천중의 달이나 망막에는 모두 같은 크기의 이미지로 비친다. “더 멀리 있다고 지각됨에도 망막 이미지의 크기는 같다”는 점을 우리 두뇌는 심각하게 고려한다.
우리는 잘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만약 멀리 있는 물체가 가까이 있는 물체와 망막에서 같은 크기로 비친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림 2]의 복도 앞의 작은 남자와 복도 안쪽의 작은 남자는 망막에는 같은 크기로 비친다. 복도 안쪽 남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망막 이미지가 작은 것이 예상에 들어맞는다(그래서 정상 크기로 보인다).
그런데 복도 앞 왼쪽의 남자는 오른쪽 남자와 같은 거리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높이가 1/3 밖에 되지 않는다. 난쟁이임에 틀림없다!
즉 “두 이미지가 같은 크기로 보인다면, 멀리 있는 물체가 실제로 더 클 것이다”가 우리 머리의 계산이다. 그 결과 산 위의 한가위 달을 천중의 달보다 더 크게 보는 “달 착시”가 생긴다는 것이다.


거리-크기 지각에 관한 마음의 원리



산 위의 달이 크게 보이기(의식 경험) 때문에 가까이 있어 보일지라도, 두뇌는 풍경 정보를 고려해서 오히려 그것이 멀리 있다고 지각한다(지각적 추리).
그 결과 달 착시가 생긴다. 산 위(혹은 지평선)의 달이 멀리 있다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각은 천문학적으로 볼 때 틀린 것이지만, 그와 비슷한 지각적 판단은 현대인의 마음에도 남아 있는 듯하다.
그것은 이집트인의 믿음이 이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생활환경에서 축적되어 온 것일 것이다. “먼 산에 나무가 조그맣게 보이는 그곳은 멀리 있다.” 반면에 천중에는 거리를 가늠할 만한 아무 것도 없다.
우리의 마음속에 거리에 대한 지각 경험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적용되어, 산 위의 달을 크게 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리-크기 지각에 관한 마음의 원리 중 하나이다.

참고문헌

Rock, I. (1975). An Introduction to Perception. New York: Macmillan.






박창호 |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공저로 인지심리학, 인지학습심리학, 인지공학심리학, 실험심리학용어사전 등이 있다.


발행2013.09.17.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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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는 “지평선 달”이라 하는데, 여기에선 한국 풍경을 고려해서 “산에 뜬 달”이라 하였다. 정확히 말해, ‘산 위에 떠 있는 한가위 달’을 제목에는 그냥 ‘한가위 달’이라 했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주로 기억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2
이 점을 알려 주시고 인용문을 번역해 주신 경상대 한문학과 황의열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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