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관계의 종류 - 우리는 결국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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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16-02-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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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삼촌, 이모, 선생님, 친구, 선배 등등…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들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우리가 속한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따라 일생 동안 여러 종류의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출처: gettyimages>


경험하는 세상의 크기가 커지면서 우리가 맺는 관계도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져 가고 있다. 관계의 수가 많아지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노력만큼 돌아오지 않는 결과에 좌절하곤 한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항상 들어 맞지는 않는 것을 인간 관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아마도 다양한 관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관계의 종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단순히 관계의 종류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맺는 관계들



이웃사촌, 유유상종, 군사부일체, 관포지교, 밀당, 페친… 고사에서 유래된 표현부터 온라인 세상과 관련된 표현 등 관계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다. 이처럼 우리는 여러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관계의 모습이 삶의 역사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는 몇 개나 될까? 아마도 나열하기 시작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몇 개의 기준들을 통해 관계를 분류해 보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역할에 기반한 관계



아빠, 엄마, 삼촌, 이모, 선생님, 친구, 선배 등등…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들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우리가 속한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따라 일생 동안 여러 종류의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부모-자식 관계를 시작으로 친척, 친구, 연인 혹은 부부, 스승과 제자, 상급자-하급자의 관계 등 역할에 의해 주어지는 관계를 경험한다.
이중 선택할 수 있는 관계도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지만, 주어진 역할에 대해 사회가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준이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 수준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사회적인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요즘 자주 문제가 되고 있는 스승과 제자 간의 폭행도 어쩌면 최소한의 수준을 지키지 못해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사성에 기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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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뛰어넘는 삼촌팬을 보유한 소녀시대 공연에 열광하는 팬들 <출처: Katmae05 at en.wikipedia.org>


요즘 아이돌에 열광하는 삼촌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평소에는 별로 말이 없던 아저씨들이 아이돌 얘기를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몰입하고 쉽게 친해진다.
이렇게 우리는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같은 학교나 지역 출신이니까, 응원하는 팀이나 취미가 같아서,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얘기를 공유할 수 있으니까 관계를 맺는다.
물리적 혹은 심리적 유사성에 의해 맺는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유사성에 의해 맺는 관계는 좀더 선택적이다. 좋아하는 걸그룹이 바뀐다면, 만나는 상대도 달라질 것이다.
물론 지연이나 학연 등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본인의 의지에 의해 어느 정도 해당 관계의 중요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친밀도에 기반한 관계



우리는 매일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업무로 인해 만나야 하는 사람도 있고 호감 혹은 애정으로 인해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그저 우연찮게 마주치는 사람들도 있다.
즉, 우리는 많은 관계들에 둘러 쌓여 있지만, 모든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각각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친밀도 혹은 접촉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대표적인 거짓말(?) 중의 하나가 “우리 한번 봐야지!” 혹은 “언제 밥 한 번 먹자!”와 같은 인사말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래 언제”라고 하며 약속을 잡으려고 들면 많은 사람들은 당황한다.
기대했던 친밀도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연인에게 쉽게 얘기하긴 어렵지만 종종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와 같은 생각을 한 경험이 있을 텐데, 즉 그 정도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수준의 친밀도인 것이다.
물론 친밀도는 만남이 지속됨에 따라 일반적으로 증가하지만, 우리는 적정 수준의 친밀도를 원하고 그것을 넘어서면 불편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관계의 상대방이 원하는 수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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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행해진 점거 운동(occupy movement)는 SNS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저항 운동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출처: David Shankbone at en.wikipedia.org>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LinkedIn 등과 같은 SNS 덕분에 인간 관계는 지역적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이 가능하다.
초기에 온라인에서 단순히 사람들을 연결하여 친분 관계를 맺는 것으로 출발했던 SNS는 오프라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관계의 유지 및 발전에 영향을 주어 왔다.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SNS를 통해 외국에 사는 손자 손녀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한편으로, SNS는 생각을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되어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행해진 점거 운동(occupy movement)은 SNS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저항 운동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보이는 모습이 실제 모습과 달라 혼란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에는 상당히 소극적이지만 SNS에서는 익명성에 기대어 악성 댓글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 SNS에서 항상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내는 일상의 사진들을 보여주었지만 남편과의 관계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고 있던 친구, 페이스북에서는 수천 명의 친구가 있지만 막상 만날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는 친구 등등.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SNS는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온라인에만 의존한다면 관계의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관계에서 소외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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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이들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사회 구성원들로부터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이다. <출처: gettyimages>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관계의 홍수 속에서도, 관계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은둔형 외톨이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사회 구성원들로부터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이다.
즉, 자신의 존재나 행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해, 자아존중감을 상실하고 본인만의 세계로 숨어 들거나 정신 장애를 앓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이나 묻지마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33.5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2010년 기준)라는 것은 소외되는 사람들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실이다.
이들이 다른 구성원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적 지지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고스케 유코, 2012)는 역설적으로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를 유지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기준 이외에도 인간 관계를 분류하는 다양한 기준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관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분류 기준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관계를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관계의 본질, 즉 관계 당사자들 간의 상호 작용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호 작용의 수준에 따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지게 된다(홍대식, 2011). 상호 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아는 사이(acquaintances)’에서부터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는 가족 관계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상호 작용은 관계 당사자들의 공통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관계 당사자들의 서로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고백했으나 거절당한 경우, 친근함을 표시하는 행동 후에 민망해지는 경우 등… 상호 작용은 있었으나 서로 다른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심리학에서 연구된 바와 같이 같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서로 다른 것처럼, 상대방과 같은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서로의 평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가 행한 호의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출 뿐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둔감하다. 아마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을 이해하고 내가 투자한 만큼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김태훈 |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와 석사,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발행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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