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추상적 사고능력의 발달 - 아이가 사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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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69회 작성일 16-02-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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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눈앞에 들이대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문을 스스로 찾아 읽은 아이,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출처: gettyimages>


“우리나라는 썩은 거 같아요. 교육만 그런 게 아니라 총체적 난국이야. 아빠, 우리 이민가요.”

뉴스를 보던 유경이가 가족들에게 말했다. 아빠는 아이돌에만 관심 있는 줄 알았던 유경이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신기했다.

“뭘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니?”

“뉴스를 보다 보면 결국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만 잘사는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매번 당하기만 하고.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 아빠도 우리 사회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희망을 갖고…….”

“이게 무슨 민주주의에요? 말만 민주주의지 하나도 민주적이지 않아요.”

아빠는 유경이와 한동안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중학교 3학년인 유경이가 방으로 돌아가고 나자, 아빠는 유경이가 어느새 부쩍 철이 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과 달리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예전에는 눈앞에 들이대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문을 스스로 찾아 읽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마지못해 나가던 교회도 열심히 가고, 종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십대의 뇌는 추상적 사고능력을 장착한다.



유경이가 종교, 사회, 교육 문제와 같이 어찌 보면 실체가 없고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현상에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유경이의 뇌가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리 뇌에는 회백질(灰白質: Gray matter)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 부분이 독특한 발달 궤적을 보인다.

청소년기의 일정 시기까지는 역U형으로 증가하면서 최고점에 달하고,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서서히 감소하면서 성인기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체, 신경돌기(dendrite), 그리고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구조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늘어난다는 것은 신경돌기가 성장하거나 시냅스의 연결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즉, 청소년기 초기까지는 시냅스가 양적 성장을 하고, 그 이후부터는 시냅스가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를 하면서 서서히 성인기로 돌입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두엽과 두정엽은 12세 전후로 최고점에 이르렀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감소한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질적인 측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한다. 뇌는 먼저 양적으로 많은 길을 만든 다음, 쓰지 않는 작은 길들을 가지치기해서 막아버린 후, 크고 효율적이고 좋은, 즉 검증된 길만 남겨놓는다. 그 결과 청소년기가 무르익으면서 뇌의 효율성과 정보 통합 능력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있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경부고속도로, KTX, 비행기로 가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자칫 서울, 강릉, 포항, 부산으로 빙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생일 때와 비교해 더 빠르고 적당한 문제해결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은 이런 뇌의 최적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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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가 무르익으면서 뇌의 효율성과 정보 통합 능력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 <출처: gettyimages>


한편, 백질(白質: White matter)은 회백질과 달리 성인기까지 꾸준히 늘어난다. 백질은 마이엘린이라는 지방질로 쌓인 축색 돌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늘어난다는 것은 신경다발이 좋은 껍질로 둘러싸여 신호의 전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는 뜻이다. 또한 좁은 뇌 속에서도 신경다발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고 정교한 회로도와 같이 복잡한 신호들을 오고 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의 이런 두 가지 변화 덕분에 인간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실체가 분명한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들도 머릿속에서 가상적으로 붕 띄어놓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사이버 공간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가 느낄 수 있듯, 사랑과 미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후 세계란 존재하는가와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해 추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 된다.


피아제의 형식적 조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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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발달 이론을 정립한 심리학자 피아제 <출처: Wikipedia>


이와 같은 변화는 현대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에 이미 심리학자에 의해 이론으로 정립된 바 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1896-1980)는 자신의 딸들을 키우면서 자세히 관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인지발달이론을 정립했다. 그는 발달 정도와 연령에 따라 인지기능이 환경과 맞닥뜨리면서 발달해 나간다고 했다. 피아제에 따르면, 아이는 자신이 지금 현재 속해 있는 발달 단계와 가장 밀접한 정보들을 가장 열심히 쉽게 포착하는데, 항상 지금 하는 행동보다 더 복잡하고 신기하게 보이는 모델에게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7세부터 11세까지를 구체적 조작기(Concrete operational thought period)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정보를 분류, 통합하고 사건을 순서화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일차적 상징을 활용하는 등 구체적인 대상과 행위에 대해서만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데 머무른다. 대상을 그룹별로 분류할 수 있고, 수의 개념이 발달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집단에서의 자기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협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숨바꼭질과 같이 규칙을 지키는 놀이나 전쟁놀이 같이 지도자와 추종자가 있으며 집단끼리 경쟁을 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십대가 되면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thought period)에 들어선다. 피아제는 이 시기부터 과거와 달리 순전히 추상적이고 가설적인 수준에서도 체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고, 논리성과 합리성을 토대로 한 추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 시간적으로 먼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가능성을 추론할 수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과 사회적인 현실에 대해서 본질적인 탐색과 질문을 하고 자기의 앞날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전망을 한다.

초등학생 때 “나는 과학자가 될래요”라고 말하는 것이 멋진 과학자를 동경하고 똑같이 되고 싶어서인 경우가 크다면, 십대 중반 이후에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 자신의 적성이나 성격, 과학자의 사회적 평가 등에 대해서까지 다방면으로 고려한 후에 하는 것이므로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또한, 초등학생 시절에 숨바꼭질을 좋아했다면, 이 시기에는 추상적 개념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일종의 놀이가 된다. 그래서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고, 종교에 깊이 몰두하면서 이치를 따지는 것을 즐거워한다. 결국 아이들은 자기 나이에 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놀이를 통해 익혀 나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추상적 개념에 몰두하는 것, 그런 종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모두 놀이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타인을 고려한다는 것은 사회적 불안이 되기도



이처럼 추상적 개념형성능력이 탑재되는 것은 분명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대인관계의 경우의 수가 늘어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애매모호한 맥락을 해석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면서 자칫 사회적 불안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경우에 따라 평소 친구의 작은 표정 변화, 힐난조의 말에 무심하던 아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친구들의 지극히 사소한 반응에 갑자기 심각한 반응을 보이고, 상처를 받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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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앞서 언급한 다양한 발달에 따라 복잡한 친구관계에서의 미묘한 상호작용들로 인해 쉽게 불안해하고 마음 아파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출처: gettyimages>


미국 하버드대학교 여겔룬-토드(Yurgelun-Todd) 박사의 연구진은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뇌영상학 실험을 발달뇌과학(Developmental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청소년 16명에게 행복한 표정과 무서워하는 표정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두 사진을 볼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기능적 MRI로 촬영했다. 평소 인간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경향이 강한 청소년일수록 무서워하는 표정을 볼 때 감정과 관련한 편도(amygdala)가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십대 이후부터는 자기 생각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타인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을 읽고 경계하고 불안해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게 된 것을 반영한 연구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평소 불안감이 높은 십대의 경우 중고생이 된 다음부터는 남들 앞에 서서 발표할 때 심하게 긴장하기 쉽다.

전두엽의 발달로 추상적 사고능력이 발달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계산하고 인식하는 능력이 증가할수록, 이런 대인관계나 사회적 관계 안에서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은 커진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문제가 생길 때 투닥거리면서 싸우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본격적인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앞서 언급한 다양한 발달에 따라 복잡한 친구관계에서의 미묘한 상호작용들로 인해 쉽게 불안해하고 마음 아파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SNS에서 본 글 한 편, 단어 몇 개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수학여행을 갈 때 같이 앉을 친구가 없다고 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티고, 친구들 사이에서의 자기에 대한 평판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상당수는 아이의 추상적 사고능력의 발달에 따른 부정적 부산물들이다. 자신에게 갑자기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정확히 판단하기보다 일단 위험한 것으로 인식해 경계하고 불안해하기 쉽다. 쉽게 익숙해지지 않고 불안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대들은 예민하고 까칠한 상태가 되기 쉽다.


따지고 대드는 십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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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아이에게는 운동 능력의 발달이 중요하다. 그래서 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거나 공작물을 만든 것을 보여주고 기뻐해주기를 바란다. <출처: gettyimages>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도 달라진 면을 볼 수 있다. 아이가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측면에 대해 사고하는 능력이 생기게 되니, 부모가 말하는 내용의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고 공박하는 일이 발생한다. “엄마 말은 논리적이지 않잖아요”라며 엄마의 말에서 모순적인 부분을 찾아내 공격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막무가내로 대들던지 무조건 복종했다면, 십대들은 논리적이고 개념적이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부모와 대화하려고 한다. 이때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에게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새로운 능력이 생기면 인정을 받으려 한다. 7~8세 아이에게는 운동 능력의 발달이 중요하다. 그래서 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거나 공작물을 만든 것을 보여주고 기뻐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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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권위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대응해주되 아이가 해야 할 일과 나가야 할 방향과 속도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 견지하는 것, 즉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gettyimages>


그러다가 십대가 되면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지금 아이가 부모가 하는 말에 태클을 걸거나 자꾸 논리적 모순을 지적한다면, 무조건 반항하거나 일부러 부모를 아프게 하기 위해 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엄마, 아빠. 나 이제 이런 생각도 할 줄 알아요”라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사고 능력을 보여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럴 때 부모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가만히 있어. 어디서 기어올라?”라고 면박을 주고 억누르기보다 “네가 벌써 엄마 아빠의 말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네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걸 보고 아빠는 많이 놀랐다. 좋은 생각이야. 벌써 이렇게 큰 걸 보니 구나. 아주 기쁘구나”라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때도 끝까지 부모의 주장을 굽히지 않거나, 틀린 것을 옳다고 우기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자기주장을 펼친다면 기꺼이 토론을 하고 자기 의지와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되, 그 주장이 자의적이고 협소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주면서 부모 입장에서 최종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권위적인 태도가 아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는 권위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대응해주되 아이가 해야 할 일과 나가야 할 방향과 속도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 견지하는 것, 즉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십대의 뇌는 발달의 최종점을 향해 나아가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에 맞춰 능력도 한 단계 진보하고, 세상을 전혀 다른 관점과 범위로 보기 시작한다. 여기에 맞춰 아이를 대하고 그 변화를 열린 마음으로 즐겁게 지켜봐 주면서 함께 대화하려는 부모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불안해하는 원인이 과거와 달리 이런 사회적 관계에서 벌어진 것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심한 주의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 십대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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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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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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