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영웅이 되고 싶은 아들 - 영웅 심리를 삶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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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16-02-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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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편을 나눠 서로 밀치면서 놀다가 친구 안경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었다. 우리 아이, 괜찮은 걸까?<출처: gettyimages>


엄마는 세훈이가 친구들과 과격한 놀이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며칠 전에도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편을 나눠 서로 밀치면서 놀다가 친구 안경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었다. 저러다 곧 철이 들겠지 하며 기다려보지만, 집에 와서도 시간만 있으면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너무 몰입을 해서 자기가 무슨 세계를 구하고, 우주를 구한 영웅이라도 된 것 같다. 덩치는 커지는데 하는 짓은 그대로니, 가끔 담임선생님한테서 연락을 바란다는 문자라도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두 살 아래인 여동생이 오히려 훨씬 의젓해서 세훈이보다 누나로 보일 때도 많다.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라도 보고 오면 며칠 동안은 흥분 모드가 되는 게 확연하다. 말도 안 되는 웹툰이나 들여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도 한심해 보이고, 동네 형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면서 위험한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된다. 우리 아이, 괜찮은 걸까?


영웅이 되고 싶은 아들



남자 아이는 영웅이 되고 싶어하고, 세상을 구하고 싶어한다. 위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기가 아니면 세상을 구할 사람이 없다고 여기면서 기를 쓰고 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세칭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만화나 영화도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맨’들이다. 문화적 차이나 교육의 영향이라고만 보기에는 뿌리가 깊은 것 같다. 그 깊은 뿌리가 지금 아이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자 아이들은 지고는 못산다. 달리기를 해도 죽자고 이겨야 하고, PC 게임을 해도 어떻게든 일등을 해야 하고, 만랩을 달성해야 직성이 풀린다. 영화를 보고 나서 주인공들 사이의 로맨스나 인간관계에 동일시하기보다, 주인공이 위험을 극복하고 세상을 구하는 과정에 열광하고 몰입한다. 평소에는 지루하고 멍해 보이는 아이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작은 내기나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눈빛이 반짝거리고 생기가 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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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도 경쟁을 하고, 망토를 두르고 영웅을 흉내 내고, 악당이라도 멋있어 보이는 인물을 동일시하기 쉽다.<출처: gettyimages>


이런 아들의 모습을, 여성인 엄마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기를 쓰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 허황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 아이의 이런 특성 중 상당수는 타고나는 것이며, 어릴 때부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면서 남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뇌의 발달 또한 여성과는 미묘하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도 경쟁을 하고, 망토를 두르고 영웅을 흉내 내고, 악당이라도 멋있어 보이는 인물을 동일시하기 쉽다. 여자 아이가 일찍 사춘기가 오고 언어 감각이 빨리 발달하고 공감 능력을 갖추는 데 비해 남자 아이들은 사춘기가 시작되면, 아니, 사춘기가 오기 전부터 일차 감각 기관인 몸을 사용해 더 빨리 반응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해진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여자 아이는 삶이 자신의 가슴 바로 아래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그럴 수 없다. 남자 아이는 자신의 삶을 자기 손으로 직접 경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남자 아이는 머리로 시뮬레이션하고 가슴으로 느끼기보다, 직접 보고 만지고 행동하고 실수하면서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배우면서 몸에 각인되는 것만 진짜 자기 것이 된다. 여자 아이들이 대화를 하고 친구와 감정 교류를 하면서 자란다면 남자 아이들은 단체 활동에서 규율을 익히고, 더 큰 형들에게 자신의 의지나 충동을 억제 받고, 논쟁해서 이기고, 게임을 통해 경쟁하며 성장한다.


남자 아이를 이해 못하는 학교와 가정



남자 아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고 공격적인 것처럼 보여서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지만, 그게 남자 아이들이 자라나는 방식이고 발달 과정의 중요한 단계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의 학교 환경은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기보단 구속하고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자살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몸싸움, 경쟁적인 놀이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미국 펠 연구소의 톰 모텐슨 박사는 통계 연구를 통해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남자 아이가 정학을 당할 위험은 여자아이보다 2.5배 높고, 퇴학당할 위험은 3.35배 높다고 발표했다. 또, 남자 아이가 학습장애로 진단받을 위험은 2.7배, 정서장애도 3.2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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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고 공격적인 것처럼 보여서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지만, 그게 남자 아이들이 자라나는 방식이고 발달 과정의 중요한 단계다.<출처: gettyimages>


미국의 학자 크리스토퍼 호프 소머스는 이에 대해 사회 환경이 남자 아이들에게 특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된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을 한다. 과거에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던 깃발 뺏기, 총 싸움, 격렬하고 경쟁적인 놀이들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초등학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남자 아이들은 여전히 그런 놀이를 원하고, 그렇게 놀면서 자라난다. 결국 남성답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끼리 쉬는 시간에 격렬한 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상이나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고,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부득불 정학이나 학부모 면담을 하게 되는 경우 또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혼나는 과정이 반복되면 성격과 인성의 기초가 되는 자존감은 낮아지기 쉽고, 학교를 싫어하고, 학교와 관련한 교육 전반에 대해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될 위험이 커진다.

이것이 미국만의 문제일까? 남자 아이를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 환경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 18만 623명 가운데 남자 교사는 4만 3,794명, 여자 교사는 13만 6,829명으로 남교사 비율은 24.2%에 불과하고, 남자 교사가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도 전국에 39곳이나 된다. 중학교는 남교사가 32.5%이고, 고등학교는 남교사 비율이 과반수를 조금 넘고 있지만 곧 역전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엔 아이 입장에서 살펴보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 부담이 늘어나고 많은 양을 효율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랫동안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남자 아이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런 성향들은 남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더욱 과격한 놀이에 열중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이 남녀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남녀의 반응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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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사회적 연합과 애착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인다.<출처: gettyimages>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학자 새폴스키는 남녀 모두 스트레스를 인지하면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이 상승하지만, 여성은 애착과 관련된 옥시토신이 함께 상승하는 반면 남성은 아드레날린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래서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사회적 연합과 애착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인다. 이에 반해 남성은 아드레날린이 상승해서 더욱 긴장하고, 탐색하고, 전투 모드로 돌변해서 문제를 정면 돌파하면서 스트레스의 원인을 없애려고 한다. 여성들이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 자존감을 유지한다면 남성들은 자기가 ‘잘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을 기반으로 자존감을 유지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학교 환경이 남자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남자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충동적, 공격적이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것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바라보고 통제하는 사람은 집에서는 엄마, 학교에서는 여교사다. 남자 아이의 이런 생물학적 요소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라고 인식하고 은연중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대할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들 둔 엄마는 죄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이클 거리언은 그의 저서 [소년의 심리학]에서 이와 같은 남자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아이가 남자로 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제시했다.

먼저 남자 아이들끼리의 과격한 행동과 다른 친구를 놀리는 것,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공격적 돌봄(aggressive nurturance)’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른 이에게는 적대적이고 잔인하고 허용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지만, 남자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이런 공격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입는 아이가 일종의 ‘돌봄’의 대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여성인 엄마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이는 한 순간은 자신의 최소한의 자존감도 포기하고 굴욕적인 존재가 될지언정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친구들, 또는 함께 어울리는 선, 후배들로부터 ‘패밀리’라는 인정과 존중을 받을 대상이 된다는 점을 알기에 순간의 모멸감 정도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굴욕감을 느끼고 고통을 받을 일이긴 하지만 그러한 ‘공격적 돌봄’의 한편에는 자신들 나름대로의 친근감과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을 느끼고 그걸 기반으로 견디고 극복하면서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남자 아이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소중한 경험이 된다. 남자 아이들끼리 지내는 기숙사나 동아리에 짓궂은 통과 의례 같은 의식이 빠짐없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학적으로 봐도 마사이족 남자들이 일곱 살 때부터 사냥을 배우는 것, 가톨릭교회에서 남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당에서 복사 활동을 하며 봉사를 하는 것들도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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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접어든 남자 아이에게는 학교, 집, 또래 집단에서 자신이 믿고 의지하고 따를 수 있는,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출처: gettyimages>


두 번째, 강한 힘을 가진 권위자가 필요하다. 거리언은 아프리카 코끼리 무리를 예로 들면서 청소년기의 코끼리가 강력한 우두머리에 의해 적절한 통제를 받지 못하면 무리 전체에 커다란 지장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우두머리 수컷이 강한 힘으로 통제를 하면서 무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린 수컷이 존중을 받고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서열을 정해준다면 무리 내에서 안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청소년기에 접어든 남자 아이에게는 학교, 집, 또래 집단에서 자신이 믿고 의지하고 따를 수 있는,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대상은 아마도 아버지가 될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같이 놀아주는 상대가 아니라, 먼저 사회에 진출해 살아가는 선배이자 가정의 우두머리로서 권위 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권위적 대상’이 아닌 실제의 ‘권위’를 몸소 보여주는 것만큼 십대 남자 아이의 마음을 건강하고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세 번째, 행동을 통해 배우고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인정하고 그런 동기가 긍정적인 목적의식으로 변화해서 삶의 방향성을 잡고 내적 에너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어떤 것을 시킬 때에는 아이와 토론을 하고, “왜 내가 이것을 해야 하는지” 먼저 설명을 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게 하지 않으면 아이는 ‘질질 끌려간다’는 마음만 갖게 된다. 어릴 때에는 그저 부모에게 혼이 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서 지시를 따랐다면, 이제는 부모가 아닌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의미가 필요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세상을 구원하고 영웅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그저 환상이었다면, 이제는 현실을 깨달으면서 그 마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 잠시 묻어둔 대신, 그것을 실현시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십대 남자 아이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늘을 날고 우주를 가로지르는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가 아닌, 현실의 영웅적 인간(Heroic adult)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을 거리언은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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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우주를 가로지르는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가 아닌, 현실의 영웅적 인간(Heroic adult)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이 있다.<출처: gettyimages>



Honorable 명예롭다

Enterprising 진취적이다

Responsible 책임감이 있다

Original 독창적이다

Intimate 친밀하다

Creative 창의적이다

남자아이가 좋은 남자로 자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환경적으로도 여러모로 불리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남자 아이가 영웅이 되고 싶어하고, 산만하게 움직이고, 집중을 못하고, 경솔해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공격적이고 성급한 반응을 보일 때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니깟 것이,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냐?”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하지 말자. 냉소적 태도는 냉소적 아이를 만들 뿐이다.

현실을 너무 빨리 아는 것보다는 충분히 공상하면서 서서히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달으며 지금 자기가 해낼 수 있는 일을 에너지 삼아 열정적으로 수행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모든 남자는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영웅을 꿈꾼다.


같이 읽으면 좋을 서적




네이버책

마이클 거리언 [소년의 심리학]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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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거리언 [남자아이 심리백과]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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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나가 노부후미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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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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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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