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정신분석을 만든 환자들 - 프로이트의 사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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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16-02-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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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젊은 시절의 프로이트.



1880년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세칭 신경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치료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 히스테리, 불안증 등의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정신과나 신경과 의사들은 주로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수용소에 있는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대학병원에서 연구와 치료를 하는 의사였다.

프로이트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프랑스의 장 샤르코(Jean Martin Charcot)가 최면술을 이용해서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료한다는 소문을 들은 프로이트는 어렵게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 살페트리에르 병원으로 연수를 떠나 최면술을 배웠다.

연구직으로 있던 빈 종합병원을 사직한 후, 1886년 4월 빈의 라스츠하우스트라세 7번지에서 개업했다.

그러나 당시 34살의 젊은 나이의 프로이트가 도입한 최면술은 빈에서는 금기시되는 치료법이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빈 종합병원에서 사직을 하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업한 병원에서 꿋꿋이 최면치료를 하면서 마이너 의사로서의 삶을 살았고, 그때 그의 후원자 역할을 한 사람은 조세프 브로이어(Joseph Breuer)라는 내과의사였다.

그는 프로이트보다 십여 년 이상 선배지만 같은 유대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교류하면서 빈의 의사사회에서 프로이트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줬다.




안나 오 - 대화를 통한 치료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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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첫 번째 정신분석 저서 [히스테리 연구]의 공저자인 조세프 브로이어 <출처: Wikipedia>



하루는 브로이어와 프로이트가 함께 대화를 나누던 중 브로이어가 약 2년간 진료하던 여자 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21세의 중상류층 집안의 유대인이었는데, 결핵으로 요양하던 아버지를 돌보다 심신이 지치면서 히스테리 증상이 생겼다. 발작적으로 신경성 기침을 하고, 손발이 마비되며, 심한 두통과 함께 눈동자가 돌아가기도 했다.

때때로 환각을 경험하고 모국어인 독일어를 갑자기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영어와 프랑스어로만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자기최면 상태에 빠졌고, 브로이어가 왕진을 가서 대화하고 나면 증상이 나아지는 것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이를 ‘대화 치유(talking cure)’라 불렀고, 한편으로는 마치 꽉 막힌 굴뚝이 청소되는 것과 같다면서 ‘굴뚝 청소’라고 하기도 했다.

브로이어는 이렇게 증상이 호전되는 이유가 억눌렸던 감정적 기억이 대화를 통해 의식으로 올라오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브로이어는 최면으로 기억을 되살리게 하며 치료적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일어났다. “배가 아파요”라며 환자가 갑자기 데굴데굴 굴렀다. 놀란 브로이어가 “어떻게 아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환자는 “저는 당신의 아이를 임신했어요”라는 놀라운 말을 한 것이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그를 성심성의껏 돌본 브로이어에게 그녀는 호감을 갖다 못해 상상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아내에게까지 알려져 브로이어는 매우 곤혹스러워 했고, 서둘러 치료를 그만두었다.

몇 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브로이어는 프로이트에게 이 사례를 얘기했고, 프로이트는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그는 이 사례를 재구성해서 1895년 브로이어와 공저로 발표한 첫 번째 정신분석 서적인 [히스테리 연구(Studies on Hysteria)]에 실었고, 그 책에 실린 다섯 가지 사례 연구 중 맨 처음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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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 연구]의 첫 번째 사례였던 ‘안나 오’ 베르다 파펜하임. 그녀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의 기본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처: Wikipedia>



이미 성공한 내과의사이자 빈의 안정적 중상류층인 브로이어는 책이 나오자 당황스러워했다.

프로이트가 히스테리를 성적인 욕동의 측면에서 해석하면서, 증상이 생기고 해결되는 데에는 성적 충동이 많은 작용을 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프로이트의 충실한 후원자였던 브로이어는 프로이트와 결별하고 말았다.

책에서 안나 오(Anna O)라는 가명으로 나온 이 환자는 이후에 역사가들이 찾아낸 바에 따르면 베르다 파펜하임(Bertha Pappenheim, 1859~1936)이었다.

그녀는 이후에도 몇 년간 히스테리 증상으로 고생했으나 결국 완쾌되었고, 29세경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옮겨 정착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에 헌신해서 사회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혁신적 공헌을 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유대인 여성협회를 이끌었고 미혼모, 고아, 창녀를 위한 보호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지금의 사회사업과 여성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비록 프로이트가 직접 치료한 사례는 아니지만 베르다 파펜하임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의 기본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즉 최면술보다는 대화를 통한 치료가 중요하고, 인간의 정신 영역에 존재하는 무의식 안에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억압된 감정적 기억을 자유연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의식화시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나 오’로만 알려졌던 그녀의 정체가 알려진 것은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첫 번째 전기를 쓴 어니스트 존스(Ernest Jones)가 히스테리 연구에 대한 글을 쓸 때 그녀의 실명을 밝힌 덕분이었다.

사실 좁은 빈의 유대인 사회에서는 브로이어가 치료하던 당시부터 이미 안나 오가 누구인지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도라 - 정신분석 중요 개념들의 정립



1895년 히스테리 연구를 발표한 후 상당한 비판을 받은 프로이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해 낸 정신분석적 치료를 계속하면서 이론을 정교하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그 결실로 1900년 [꿈의 해석(The Interpretation of Dreams)]을 발표했고, 이후 1905년 ‘히스테리아에 대한 분석의 단편(Fragment of an analysis of a case of hysteria)’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여기서는 프로이트가 직접 치료한 히스테리 환자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면서 정신분석적 치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론적 설명과 함께 보여줬다.

도라(Dora)라고 이름 붙인 18세의 여자 환자는 1900년에 프로이트에게 수개월간 치료받았고, 1901년 1월 프로이트가 이 건에 대해 간단히 사례 정리를 한 후, 1905년 책으로 출판했다.

도라는 신경성 기침, 심한 편두통,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증상 등으로 프로이트를 만났다. 프로이트는 도라 집안과 가깝게 지내던 K와 K부인에 대한 도라의 연상에 주목했다.

도라는 그녀가 좋아하는 아버지가 K부인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믿었고, 동시에 K가 도라를 14세 때 자기집 서재로 불러 키스하고 유혹했다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K와의 이런 외상적 기억을 주는 경험이 도라의 증상과 관계가 있다고 여겼고, 프로이트는 증상 하나하나를 K와의 관계에서 도라가 느낀 감정에 대입해서 해석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K가 키스하려고 했을 때 느낀 불쾌감이 이후에 구역질과 같은 전형적인 히스테리적 신체증상으로 치환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프로이트는 도라의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기억들을 의식적 사고로 치환하면 증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들은 2차적인 문제이고, 1차적인 무의식적 목적이 따로 있다고 해석했다.

여기서는 아버지가 K부인과 관계를 끊게 하는 것이었다. 약 11주가 지난 12월 말 도라가 그만 오겠다고 하여 치료는 결국 종결되었지만, 정신분석이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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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사진 왼쪽)의 사례는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에서 ‘전이’ 등 중요한 개념의 단초들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례 연구였다. <출처: Wikipedia>



프로이트는 이 사례를 보강하고 해석하여 책으로 발표하면서, 꿈 해석의 중요성과 히스테리의 정신분석적 치료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강조했다.

프로이트는 이 사례를 통해 환자가 정신분석가를 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중요한 인물과 관련한 경험을 재연하는 ‘전이(transference)’가 존재하고 이것이 치료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로이트는 도라가 급작스럽게 치료를 그만둔 것이 부정적 전이 감정에 의한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리고 도라는 스스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의사가 무기력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을 통해, 도라가 몸이 아픈 것으로 아버지를 힘들게 했던 것처럼, 치료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단을 하는 것으로 의사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라의 본명은 이다 바우어(Ida Bauer)로 1882년 태어났고, 1900년에 프로이트에게 치료받은 후, 1903년 결혼해 빈에서 살았다.

1923년경에 다시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을 동반한 신경증이 심해져서 다시 정신분석을 받았다. 이때 그녀를 담당한 정신분석가가 펠릭스 도이치(Felix Deutsch)였는데, 상담 과정에서 이다 바우어가 사실은 프로이트의 환자 도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정신분석으로 건강을 회복한 이다 바우어는 1930년대 말까지 빈에서 살다가 나치의 압박이 심해지자 다른 유럽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뉴욕에 정착해서 살다가 1945년 사망했다.

도라의 사례는 전이를 발견하고 소아기의 성 발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했으며 프로이트의 중요한 개념의 단초들이 나타났다는 점 등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례 연구였다.

또한 어릴 때의 외상적인 성적 기억이 실제 사건이라 여겼으나 환자의 환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정신적 현실(psychic reality)’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도 정신분석의 발전에 기여했다.




실패를 통해 발전한 정신의학



20세기를 시작하는 1895년 히스테리 연구를 발표하면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세상에 소개했다.

당시의 사회적 환경과 신경증 치료에 대한 요구 등으로 정신분석이란 새로운 치료법이자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 방법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정신분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거나, 한 천재의 머릿속에서 상상력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이트와 그의 동료들은 당시의 치료법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한 환자들과 그들이 가진 여러 가지 증상을 대상으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시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분석과 이론적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 나아가 도라의 사례처럼 비록 실패한 치료였더라도 솔직하게 발표했다.

그런 솔직함 덕분에 20세기에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정신분석이 차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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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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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정신의학의 탄생』은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갈등한 환자들의 고투가 인류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고자 한 치료자들의 분투와 맞닿은 의학의 교차점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머리에 쇠막대기가 꽂히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 게이지 덕분에 전두엽의 기능을 알 수 있었던 사건, 15년 동안 환자들의 뇌 조직 슬라이드를 정리해 치매의 존재를 밝힌 알츠하이머, 어린 앨버트 실험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왓슨, 프로이트에게 반기를 든 제자 아들러와 융의 연구로 확장된 정신분석학, 남성을 인위적으로 여성으로 키우고자 했던 급진적인 시도 등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정신의학의 흥미로운 이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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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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