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도움 행동 - 낯선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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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16-02-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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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의 물건을 들고 가던 사람이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다시 챙기고 있는데 혼자 하기가 버거워 보인다. 당신은 그 사람을 도울 것인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에서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도울 것인가?



방관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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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이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해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을 도울 것인가?


삶의 범위가 증가하고 살아가는 공간이 점차 확장됨에 따라 마주치거나 접촉하게 되는 사람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해 나와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서로를 지나쳐 가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만약 낯선 누군가가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해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것인가 아니면 나서서 그 사람을 도울 것인가? 그런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면 많은 경우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며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즉, 방관자의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울 가능성이 줄어드는 현상을 ‘방관자 효과1)’ 라고 한다.

네이버캐스트 ‘상황의 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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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강간 및 살해당했다. 이 여성은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한 35분 동안 아파트 주민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도요타 상사의 회장이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살해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지하철이나 공공 시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이 보도되지만, 그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왔다는 뉴스는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Darley와 Latané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였다.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발작을 일으킨 경우, 강의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스며든 경우, 편의점에 도둑이 든 경우,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설정한 후, 그 상황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수에 따라 도움 행동의 가능성이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확인하였다. 결과에 의하면, 그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혼자인 경우 대부분이 도움을 주거나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상황에 속해 있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도움 행동을 할 가능성이 감소하였다.



도움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도움 행동을 유발하는 신체적,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인지적 사고나 의도에 기반하지 않고 거의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행위 기반 과정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도움 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황에 관여하는 사람이 증가했을 때 도움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책임감 분산이다. 특정 상황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개인에게 돌아가는 책임감의 정도가 작아지고 이로 인해 도움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적 무시/오해(pluralistic ignorance)도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된다. 해당 상황에 다른 사람들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보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 특성이나 상황의 모호성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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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에게 돌아가는 책임감의 정도가 작아져 도움 행동이 발생할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 책임감 분산이다.


도움 행동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방관자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뇌과학 연구자들은 상황에 관여하는 사람이 증가함에 따라 달라지는 뇌의 반응을 살펴 보았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여성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으나 사람들이 무시하고 지나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여준 후 그들의 뇌 반응을 확인해 보았다. 흥미롭게도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도움 행동과 관련되어 있는 뇌 영역의 활동이 감소하였다. 특히 도움 행동의 직접적인 수행과 관련된 움직임 영역의 활성화가 감소하였는데, 이는 실제로 상황에 관여하는 사람이 증가할 때 도움 행동이 줄어들 가능성을 지지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 행동의 증가: 공감과 공정성



그렇다면 도움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요인들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은 공감이다. 공감은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2), 도움 행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공감에 대해서는 타인의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감정적 요소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타인의 심리적 상태 및 상황에 대한 생각이나 이해와 같은 인지적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뇌 과학 연구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된 상황을 관찰하게 하였을 때, 감정적 요소와 관련된 영역뿐만 아니라 인지적 요소와 관련된 뇌 영역의 활성화가 관찰되었다. 그리고 공감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도움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 즉 집단적 무지/오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방관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캐스트 ‘공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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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공정성이다. 공정성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내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별 없이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자원의 재분배와 같은 도움 행동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노력이나 투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뒷받침되기를 원하여 불공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우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물론 공정성은 공감에 비해 사회구조적인 경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를 일상적인 상황에 대입시켜 본다면, 아이나 여성에게 위협 혹은 폭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지체하지 않고 개입하여 도움 행동을 수행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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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공감과 공정성이다. <출처: gettyimages>


이처럼 도움 행동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감과 공정성이 작용하는 방식을 확인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연구팀에서 수행한 연구를 살펴 보자. 다리에 깁스를 하여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는 사람을 지나치게 되는 상황에서 그 사람을 도울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상황을 두 조건으로 나누어 첫 번째 조건은 일반인이, 두 번째 조건은 행색이 남루한 외국인 근로자가 다리가 불편한 사람으로 설정하였다. 실험참가자들의 도움 행동 의도는 불편한 사람이 일반인인지 외국인 근로자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상이 일반인인 경우 공감에 의한 영향이 크게 나타난 반면, 외국인 근로자인 경우 공정성에 의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상황에 따라 도움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유사성에 기반을 두는 공감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교육이 도움 행동 증가에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 가고 사람들 간의 관계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복잡해져 가는 사회에서 낯선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애써 모른척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도움 행동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고려할 때 그러한 상황을 모른척하고 지나친다면,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태에 있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 수준에서는 타인에 대한 감정적, 인지적 공감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회적인 수준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교육 및 공정성의 향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도움 행동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 Hortensius, R., & de Gelder, B. (2014). The neural basis of the bystander effect – The influence of group size on neural activity when witnessing an emergency. Neuroimage, 93, 53-58.

· Masten, C. L., Morelli, S. A., & Eisenberger, N. I. (2011). An fMRI investigation of empathy for ‘social pain’ and subsequent prosocial behavior. Neuroimage, 55, 381-388.

· 김용훈, 류리나, 한성열(2012). 도움 행동을 높이기 위한 방안 모색: 공감과 공정성이 도움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문제, 18, 349-366.

· 홍대식(2007). 사회심리학. 박영사




김태훈 |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와 석사,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발행2014.06.16.



주석


1
네이버캐스트 ‘상황의 힘’ 참조
2
네이버캐스트 ‘공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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