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생각의 방식과 문화, 관계 -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관계의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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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6회 작성일 16-02-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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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한다’라는 광고 문구가 등장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리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튀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우리 문화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예로, 이러한 측면이 최근에는 창의적인 인재 형성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굳이 뭐…’ 혹은 ‘둥글둥글하게 사는 게 좋지…’와 같은 생각으로 쉽게 나서거나 드러나는 것에 대해 꺼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본인만을 생각하는 게 아닌 본인이 속한 집단 혹은 공동체 안에서의 모습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의 기저에 있는 집단 혹은 관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 문화의 차이, 관계의 차이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생각이 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생각이 똑같지 않다. 그런데 특정 사건을 접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얼추 비슷한 반응들끼리 묶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부분들도 찾아낼 수 있다. 문화가 특정 집단 혹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측면이라고 할 때, 공유하는 생각의 방식은 문화를 만든다고 할 수 있으며 역시 생각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차이보다는 그러한 차이를 유발하는 기저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문화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각의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많은 심리학자들이 문화권에 따른 생각의 방식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대체적으로 동양 문화권에서는 통합적 접근법(holistic approach)에 바탕을 둔 반면 서양 문화권에서는 분석적 접근법(analytic approach)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1).

동양 문화권 혹은 서양 문화권이라고 통칭하지만, 각 문화권 내에서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 둔다. 다만 상당수의 연구가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 간의 차이를 비교하여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문화의 대표성에서 한계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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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권에 따른 생각의 방식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양 문화권에서는 통합적 접근법(좌)에 바탕을 둔 반면 서양문화권에서는 분석적 접근법(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동서양의 비교문화 연구로 저명한 심리학자 Nisbett은 동서양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일부분의 작은 변화라도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어 전체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즉, 개개 구성 요소가 독립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갈등이나 모순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타협점을 모색하려고 노력한다. 한편 서양 문화권에서는 논리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개개인을 중시한다. 따라서 갈등 상황에서 본인의 논리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생각의 방식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는 문화의 차이뿐만 아니라 해당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동양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통합적 접근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구성 요소 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상황론적 추론을 하게 한다. ‘판단과 의사 결정의 개인차와 문화 차이’에서도 소개했듯이, 특정 대상을 제시하면 서양인은 그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동양인은 대상을 둘러 싼 맥락과 함께 처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관계의 측면으로 해석해 보면,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 사람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체에서의 하나로 보며 그 사람이 속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동반된다. 따라서 우리가 속한 집단에 어울리고 튀지 않으며 조화로운 모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잘난 척 한다거나 튀어 보이는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경향의 차이를 일반적으로 집단주의(동양문화권)와 개인주의(서양문화권)로 분류한다.



고립 불안과 집단주의



평판’과 ‘도움 행동’에서 사회적 배제는 물리적 고통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 연구를 수 차례 소개한 적이 있다. 즉, 사회적 배제는 집단으로부터 개인의 고립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 여러 감정들(예. 외로움, 공동체 의식 결여, 얽매임, 집착 등)을 경험하게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강한 경향성을 고립 불안(fear of isolation)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며, 이로 인해 나타나는 고립 불안은 사회적 압력과 연관되어 집단에 대한 개인의 침묵, 다수에 의한 소수의 침묵, 집단의 압력으로 인한 동조 등을 유도하게 된다. 그리고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한국인의 고립 불안 수준은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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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제는 집단으로부터 개인의 고립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외로움 등 본인이 원하지 않는 여러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강한 경향성을 고립 불안이라고 한다.


이러한 고립 불안은 단순히 개별 상황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회 혹은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 결정에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쉽게 말해, 집단이 원하는 상황/상태를 만들 수 있다면 본인의 만족이나 선호를 조금 희생한다 하더라도 감수할 수 있으며, 그러한 행동이 해당 사회/문화권에서 높게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점, 생각, 관심 등이 이와 같은 방향으로 발달해 나가게 되며, 집단의 가치와 이익이 개인의 가치나 이익에 상대적으로 우선하는 집단주의 문화권의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고립 불안은 관계 형성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고립 불안의 수준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동떨어지지 않은 모습과 행동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 가지 예로, 요즘 아이들은 상당히 많은 수의 학원에 다닌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그 모든 학원을 원해서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래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기 때문에 내 아이도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부모의 고립 불안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물론 고립 불안만이 이러한 상황을 유발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의사나 선호도, 희망 사항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도 하고 있으니까라는 이유로 밀어 붙인다면, 아마 우리나라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 인재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 아이들이 없어서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다는 어느 부모의 말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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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른 두 문화권의 충돌로 인해 특히 관계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점점 다문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문화권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생각의 방식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문화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 혹은 집단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남모르게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자랑하기 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동시에 서양 문화권의 영향으로 이전에 비해 개인주의화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문화권의 충돌(?)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고, 특히 관계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으며, 요즘 자주 보고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다문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문화권의 충돌은 잠재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문화권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Choi, I., & Nisbett, R. E. (2000). Cultural psychology of surprise: Holistic theories and recognition of contradi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6), 890-905.

· Kim, K., & Markman, A. B. (2003). The effect of cultural differences in fear of isolation on dialectical reasoning. Proceedings of the 25th Annual Meeting of the Cognitive Science Society, Boston, Massachusetts.

· Kim, K., & Markman, A. B. (2004). Fear of isolation, cultural differences, and recognition memory. Proceedings of the 26th Annual Meeting of the Cognitive Science Society, Chicago, Illinois.




김태훈 |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와 석사, 미국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발행2014.07.07.



주석


1
동양 문화권 혹은 서양 문화권이라고 통칭하지만, 각 문화권 내에서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 둔다. 다만 상당수의 연구가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 간의 차이를 비교하여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문화의 대표성에서 한계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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