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우울증 - 왜 우울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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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4회 작성일 16-02-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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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정서 경험과 표출이 적응적인 가치가 있다는 글(생활 속의 심리학-정서의 표현)을 아마 독자들도 읽었을 것이다. 집단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유기체에게 정서 경험과 표출이 도움이 되기에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긍정적인 기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역시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 어떤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신체적인 손상이나, 헛수고가 될 수 있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관적인 생각이나 동기의 결여(즉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즉 우울 경험이 더 이상의 위험이나 쓸데없는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기에 적응적일 수 있다고, 진화론적 입장을 견지하는 연구자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우울 경험의 긍정적 해석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들의 우울한 정서 상태나 경험도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신호, 즉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인가 다른 목표 추구나 시도를 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확대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들 대부분이 때로는 기분이 처지고, 자신이 열등하며 비참하게 느껴지고,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으로 침울하고 슬픈 기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현 상태에 머물지 말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검토와 반성, 기존 목표의 조정, 시도했던 행동의 철수, 새로운 계획이나 방향의 설정이 필요함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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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대부분이 때로는 기분이 처지고, 자신이 열등하며 비참하게 느껴지고,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으로 침울하고 슬픈 기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처: gettyimages>


하지만, 우울 경험과 긍정적인 변화라는 순순환의 고리보다는, 더 강하고 광범위한 우울 경험이 6개월 이상 동안 지속되며, 학업이나 가정과 직장 일에 영향을 끼쳐 사회적인 부적응 일으키는 악순환에 빠지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절망에서 빠져 나올 수 없어 극단적인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문제는 어떻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가이다. 사실 우울 경험은 ‘마음의 감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보통 여자는 10-25%, 남자는 5-12%가 평생에 한번 이상 장애를 경험(평생 유병률)한다고 하며, 수치가 보여주듯 여성에게 2배 정도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 중에서 불안장애와 정신분열증과 함께 가장 빈도가 높은 장애로 국내에서도 보고된다고 하며 20% 정도의 평생 유병률을 보인다고 한다. 더구나 한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의 50-60%는 두 번째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기분장애로서의 우울증에는 수많은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에 관여할 것이며, 하나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을 살펴보자.



학습된 무기력 이론



독자들은 행동 획득의 기본 기제가 조건형성이며,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조건화 과정 - 인간은 어떻게 배울까)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특정한 행동 다음에 먹이와 같은 강화물이 제시되어 그 행동을 획득하게 만든다. 사실 스키너는 행동 다음에 유기체가 싫어하는 자극, 예를 들어 전기충격을 제시하고 이런 처벌이 행동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전기 충격을 피실험 동물에게 사용했던 연구 결과가 우울증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보자.

셀리그만(Seligman)과 동료들은 우선 세 집단의 개들을 도망갈 수 없도록 묶어 놓았는데, 집단 1은 단순히 잠시 동안 이 상태로 둔 후 나중에 풀어 주었고, 집단 2의 개들에게는 전기 충격을 제공하고, 이때 개들이 레버를 누르면 전기 충격을 정지 시켰다. 집단 3의 개들은 집단 2의 개들과 함께 짝이 지워져 있어 집단 2의 개들이 받는 전기 충격을 같은 빈도와 같은 강도로 받았으나 전기 충격을 정지 할 수 있는 레버는 제공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집단 3의 개들은 무선적으로 시작하고 정지하는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일방적으로 받은 것이 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이들 세 집단의 개들을 모두, 가운데 낮은 울타리가 있고 두 개의 칸으로 나뉘어져 있는 공간에 집어넣었다. 가운데 울타리가 낮아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즉 왕복 움직임이 가능한 공간으로 한쪽 칸에 전기 충격을 주면 전기 충격이 없는 옆 칸으로 이동해 피할 수 있는 실험 공간인 셈이다. 그러면 이 세 집단의 개들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집단 1, 2의 개들은 울타리 넘어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도피 행동을 쉽게 학습할 수 있었는데,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에 노출되었던 집단 3의 개들은 아주 다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처음 30여 초 간 미친 듯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놀랍게도 누워서 조용히 낑낑거리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쉽게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임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우울증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력(helplessness)을 보인 것이다. 통제 할 수 없는 혐오적 소음을 사용한 인간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 나왔다고 하니 피할 수 없는 혐오적 자극에 대한 노출이 우울 경험의 바탕이 되는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1960년대 이후 이와 비슷한 실험에서 사용했던 150여 마리의 개들 중 대략 삼분의 일은 무기력 상태에 빠지지 않고 혐오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며, 비슷한 경향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학습된 무기력 이론만으로 우울증을 설명할 수는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보이는 근본적인 낙관성(혹은 비관적 태도)이나 혐오 상황에 대한 설명 혹은 원인을 돌리는 귀인 방식 등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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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 이론에 관한 실험


마지막으로 우울증 극복에 흥미로운 시사점을 주는, 최근 이상심리학지(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2010, pp. 459-467)에 실린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이아코비로아(Iacovielloa)와 동료 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의 경고(혹은 전조)신호가 될 수 있는 29개의 증상들을 측정한 후, 우울증으로 발전한60명의 환자와 우울증이 되지 않은 60명을 비교하여, 어떤 경고 신호가 이 두 집단을 구별해 주는가를 찾았다고 한다. 우울 기분(depressed mood), 여러 활동에 대한 즐거움/흥미의 감소(decreased interest in or pleasure from activities), 집중력 감소(decreased concentration), 무망감(hopelessness), 걱정/음울(worrying/brooding), 자존감 감소(decreased self-esteem), 짜증(irritability)의 일곱 가지 신호가 이 두 집단을 잘 구별해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수면문제, 체중 감소, 피로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은 우울증의 발발을 나타내 주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빠지기 전에, 이러한 전조 증상에 적절한 예방적 개입과 처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 이다. 사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주 경험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울 경험을, 경험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장애 취급이 두려워 적극적인 도움을 회피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여러분이건 주변 사람들이건 위의 일곱 가지 전조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우울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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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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