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약물 치료의 급진적 발전: 해피메이커 프로작 - 치료 결과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16-02-06 14:55

본문















14547381058594.png






14547381065445





1950년대 등장한 항조증약 리튬(lithium) <출처: wikipedia>



195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정신질환 치료의 대표적인 약들이 세상에 나왔다. 항정신병약물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 항우울제 이미프라민(imipramine), 항조증약 리튬(lithium) 등이다. 그전까지는 다양한 약물을 실험해 봤으나 뚜렷한 효과를 본 것이 없었고, 전기충격치료를 제외하고 별다른 획기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기반을 지지하는 측은 상당히 좌절해 있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대거 이주하여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프로이트 학파의 정신분석가들이 의과대학의 중추를 차지하면서 정신질환의 치료에서 심리학적‧사회환경적 측면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했다.

그러던 중 위의 세 가지 약물이 등장하여 임상에 적용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생물학적 방법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뇌의 여러 메커니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리학적‧유전학적 측면에서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어느새 정신의학의 진단과 치료는 생물학적 기반이 주류가 되는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뇌의 기능과 구조를 정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로 이어졌다.





14547381073081




1970년대 이후 생물학적 방법론의 발전으로 뇌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미국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뇌 연구 촉진법인 ‘뇌의 10년(Decade of Brain)’이란 법을 제정했는데, 과학계의 현안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친 노력을 법으로 규정한 법안을 시행하기는 뇌 분야가 처음이었다. 물론 이 연구들은 정신질환뿐 아니라,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퇴행성 질환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내용이었다. 정신질환이나 뇌신경학적 질환의 생물학적 연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1970년대 이후를 관통한 주류 정서였다. 정신질환은 가난이나 학대와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 과거의 부정적 경험에 의한 원인보다 궁극적으로 뇌의 기능적 이상이 더 기본적 원인이고, 곧 그 메커니즘을 밝혀낼 것이라고 믿었다.





14547381078772





1990년 미국은 ‘뇌의 10년(Decade of Brain)’이란 법을 제정, 뇌에 대한 연구를 촉진했다. <ⓒ US Gov.>



다양한 약물들이 도입되면서 가벼운 신경증적 질환인 불안장애, 우울장애부터 중증질환인 조현병(정신분열병), 양극성 정동장애까지 약물 치료가 일차적 치료 기법이 되었으며, 전공의 수련기간에 이를 가장 중점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실제로 약물 치료를 하면 정신분석이나 인지 치료에 비해 증상이 훨씬 빨리 호전되고, 전체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어 경제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어느새 정신과 의사는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약물 치료에 많은 비중을 두었고, 한편으로 심리학자나 기타 다른 영역에서 정신 치료에 집중하면서 마치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가 양분되는 듯한 양상이 만들어졌고, 그 부작용은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는 오해와 편견



그렇다면 이 고전적 약물 치료는 모두 효과가 있는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고전적 항우울제로 꼽히는 이미프라민,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등의 약은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로 우울증 치료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으나 그만큼 많은 부작용이 따랐다. 약 200밀리그램의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목마름, 졸림, 체중 증가, 변비,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우울증은 회복가능한 병이고, 조현병과 달리 일상생활을 하면서 치료받는 것도 가능해야하는데,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직업이나 학업 등 경력에 단절이 생기거나, 퇴원 후에도 부작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되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며 평생 중독이 된다’는 오해와 불신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미지 목록




14547381083450





14547381090107







대표적인 고전적 항우울제 이미프라민(imipramine)과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 Rillke, Rünno>




많은 정신과 의사들과 제약회사들도 이런 문제를 직시했고, 수십 년에 걸쳐서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 중 세로토닌(serotonin)과 연관되어 있고, 기존의 삼환계 항우울제가 여기에 작용한다는 것이 수많은 이전 연구들로 입증되었다. 우울증 환자의 세로토닌 기능에 문제가 있고, 회복된 우울증 환자에서 세로토닌의 변화가 관찰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세로토닌이 뇌에서 작용하는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약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환청과 망상을 호소하는 조현병의 경우는 도파민(dopamine)이란 신경전달물질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도파민의 작용효과를 높이려는 연구가 많았다. 또 치매와 같은 기억장애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과 상관된다고 알려졌다. 즉, 주요 정신질환의 원인론의 유력한 가설로 단일한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한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고, 이 가설에 맞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 많은 제약회사와 연구소가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14547381094614




프로작(prozac)을 개발한 데이비드 웡(David T Wong) <출처: missouri.edu>



그 결과 제약회사 엘라이 릴리(Eli Lilly) 소속 연구원 데이비드 웡(David T Wong)은 신경세포 말단에서 분비된 세로토닌이 시냅스 수용체에 작용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비되었던 세포로 재흡수되어 파괴되는 사이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재흡수되는 구멍을 막는다면,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이 작용하는 시간을 늘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여러 가지 시약을 검토하던 중 1972년 5월 강력한 효능을 갖는 화학구조물을 개발했고, 1974년 발표했다. 1년 후 플루옥세틴(fluoxetine)이란 이름을 얻은 이 구조물은 ‘프로작(prozac)’이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되었다. 1977년 2월부터 미국 식약청 FDA에 등록하고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오랜 임상시험 기간을 지나 1986년 벨기에에서 처음 출시됐고, 미국에서는 1987년 12월 FDA의 승인을 받아 1988년 1월 시장에 나오면서 드디어 프로작의 시대가 열렸다.




프로작이 가져온 문화적 충격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프로작은 세로토닌에만 집중적으로 작용하도록 기획하면서 과거의 항우울제들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삼환계 항우울제들이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아세틸콜린, 히스타민(histamine) 등의 다른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영향을 주어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졸리고, 살이 찌고, 입이 마르는 부작용이 현저히 줄면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프로작은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선택적 세로토닌 수용체 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e reuptake inhibitor; SSRI)’라는 약물군으로 분류하는 대표적 항우울제로, 이 약은 과거의 약들과 달리 불면, 두통, 성기능 장애, 소화불량 등의 특징적인 다른 부작용을 갖는다.





이미지 목록



1
14547381099643




2
14547381108066



1988년 시판된 프로작(Prozac)은 대표적 항우울제가 되었다. <출처: www.lilly.com>





심발타(Cymbalta)는 2014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우울제이다. <출처: www.lilly.com>




이후에 다른 제약회사에서 파록세틴(paroxetine), 서트랄린(sertraline), 시탈로프람(citalopram) 등을 개발하면서 경쟁하게 되지만, 프로작의 등장으로 인한 문화적 충격과 정신질환 치료의 혁명적 변화에 버금가는 사건은 아니었다. 프로작 이후 매년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항우울제를 별다른 거리낌 없이 복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내 항우울제 매출은 무려 110억 달러였고, 처방건수는 2억 6,400만 건에 이른다. 이는 미국 전체 약물 시장 3,200억 달러, 처방건수 40억 2천만 건과 비교해 볼 때 ‘아주 흔치 않은 이상한 사람만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우울제는 심발타(cymbalta: 성분명 duloxetine)로 프로작과 약간 다른 작용기전을 가졌으나 같은 항우울제이고, 매출액 52억 달러에 처방건은 1,886만 건이었다.





14547381114860





프로작 이후, 약물치료의 기능은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에서 '해피 메이커(happy maker)'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기 시작했다. <출처: gettyimages>



프로작이 가져온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대단한 것이었다. 과거의 우울증 치료는 ‘자살할 만큼 심한 우울증’ 환자를 죽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에 반해 1988년 프로작이 세상에 나온 다음부터는 질환수준의 증상을 갖고 일상생활에 분명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항우울제 복용을 꺼리지 않게 되었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심리적 불편감을 없애고 싶은 사람들은 프로작을 찾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약이 있다고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심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고 복용하는 약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암제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를 반복하더라도 암세포와 싸워서 이겨내기 위해 복용한다.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도 그렇다. 초기의 항우울제도 그러했다. 완치되지 않고 재발이 반복되고,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는 우울증과 싸워야 했고, 이로 인한 부작용과 후유증은 감내해야 할 필요조건일 뿐이었다. 그러나 프로작이 세상에 나온 후부터는 치료 반응성이나 효과만큼이나 부작용이 적고 복용이 간편하며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과거의 약들이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의 기능을 했다면 이때부터 치료란 것이나 약의 기능이 ‘해피 메이커(happy maker)’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거대한 변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과거 제약회사들이 항암제, 강력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면, 프로작의 엄청난 성공에 따라 장기간 복용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감에 도움을 주는 약들에도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viagra)와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propecia)와 같은 약이다. 발기가 안된다고, 대머리가 된다고 생명에 지장은 없다. 그렇지만 사는 것은 썩 즐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심한 우울증, 암, 감염질환에 걸린 사람보다는 이와 같이 가벼운 우울증상이나 발기, 탈모 문제가 있는 사람의 수는 수 십배 많으니 그 혜택을 볼 대상은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14547381121518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viagra). 대표적인 ‘해피 메이커’ 치료제이다. <ⓒ SElefant>



항우울제 복용이 간편해지고 부작용이 줄어들자,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파티에서 레크리에이션 명목으로 프로작을 복용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인 흡수 억제제의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이 서서히 넓어졌다. 과거에는 병으로 여겨지지 않던 월경전불쾌증후군, 사회공포증과 같은 ‘삶의 불편함’이 하나의 당당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진단명을 갖게 된 데에는 프로작과 같은 항우울제가 상당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덕분이었다. 이제 과거와 달리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를 개인과 개인, 사회적 관계 안에서 풀어내려 하지 않고 의학적 시스템 안에서 질환의 문제로 치환하여 자신을 환자로 규정하고 약물 치료로 해결하려는 삶의 선택이 21세기 라이프 스타일의 특징적 점 중 하나라고 문화비평가들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세상이 되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약물 치료







14547381126273





아고멜라틴(agomelatine) <출처: www.valdoxan.com>



그러나 안타깝게도 프로작이 나왔다고 해서 우울증이 완전히 정복된 것은 아니었다. 프로작과 같은 획기적인 항우울제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를 8주 동안 충분히 복용하고 난 다음 우울증상이 거의 다 없어져서 병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관해(remission)’을 경험하는 환자의 비율이 겨우 35퍼센트에 불과했다. 3명 중 1명만 확실히 좋아지고, 부분 관해가 되는 환자들을 포함해서 3명에 2명 정도만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단일 신경전달물질 가설은 처음에 받던 스포트라이트를 잃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복수의 신경전달물질을 포함하는 약물들이 새로운 항우울제로 등장하게 되어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e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norepinephrine dopamine reuptake inhibitor; NDRI)등 다양한 종류의 기전을 가진 새로운 항우울제들이 우울증 치료에 도입되었다. 최근에는 멜라토닌(melatonin) 수용체에 작용하는 아고멜라틴(agomelatine)이란 약이 개발되는 등, 기존의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중증 우울증을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치료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뇌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섬세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증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의미하는 면도 있다.





14547381131752





할로페리돌 <ⓒ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한편 대표적 정신분열병 치료제인 클로르프로마진이나 할로페리돌도 환청, 망상과 같은 중증 정신 증상의 치료에는 탁월했으나 몸이 굳어지고, 얼굴 표정이 없어지는 추체외로 증상이나 졸림과 같은 부작용은 피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장기 복용하면 몸의 일정부분이 불수의적 운동을 하는 만발성 운동장애가 영원히 생길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환청이나 망상 등 양성 증상이 사라져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감정표현이 제한적이고 무감각해지는 음성 증상이 지속되어 학업이나 회사생활, 사회생활을 자발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지 목록




14547381138150



리스페리돈(risperidone) <ⓒ Housed>






14547381144904



올란자핀(olanzapin) <ⓒ Raining>



이런 고민 속에서 1990년대 이후에 비전형적 항정신병약물들이 개발되어 환청과 망상, 흥분과 같은 고전적 정신 증상에 대한 효과는 동일하나 만발성 운동장애와 같은 부작용이나 음성 증상에 대해 과거의 항정신병약물이 하지 못한 증상 조절을 기대하는 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역시 입원치료만 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을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리스페리돈(risperidone), 올란자핀(olanzapin), 퀘티아핀(quetiapine)과 같은 약들이 개발되어 시중에 나오면서 현재 약물 치료의 90퍼센트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에서 2012년 기준으로 내외과 약을 포함해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약은 다름아닌 비전형 항정신병약물인 아빌리파이(abilify)로 64억 달러가 판매되었을 정도다. 그만큼 아무리 중증 정신질환인 정신분열병 환자라고 해도 환청만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들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장기복용으로 인한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는 것을 더욱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14547381149908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주인공이기도 한 수학자 '존 내쉬'는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한다. 영화 말미에서 그는 '신약을 먹고있다'라는 대사을 하는데, 그 약이 바로 리스페리돈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제 21세기의 정신과 약물 치료는 개별 증상을 호전시키기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상생활의 기능성을 회복하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약간의 불편함이라 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들을 교정해 주는 것으로 큰 흐름이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시작은 프로작의 등장이었다. 또한 한편으로 약물치료는 전에 비해 부작용은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증상을 없애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십년전에 획기적인 약이 세상에 나온 다음에 이를 능가하려는 약들이 개발되었음에도 여전한 문제점이다. ‘뇌의 10년’을 선언하고 25년이 지났고 그전에 비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더 노력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태도보다, 한 알의 약물만으로 모든 마음의 괴로움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오만함일지 모른다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마음의 괴로움은 뇌의 생물학적 기능 이상만 밝힌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개인의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니 상호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치료적 접근을 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는 걸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신약의 등장은 정신질환의 치료 대상을 넓히고, 또 그 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임은 분명하다.


관련정보










14547381171710

하지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 [심야 치유 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저자의 책 보러가기
|
인물정보 더보기



14547381175522

출간도서
정신의학의 탄생 2016.01.15
『정신의학의 탄생』은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갈등한 환자들의 고투가 인류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고자 한 치료자들의 분투와 맞닿은 의학의 교차점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머리에 쇠막대기가 꽂히는 사고를 겪은 피해자 게이지 덕분에 전두엽의 기능을 알 수 있었던 사건, 15년 동안 환자들의 뇌 조직 슬라이드를 정리해 치매의 존재를 밝힌 알츠하이머, 어린 앨버트 실험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왓슨, 프로이트에게 반기를 든 제자 아들러와 융의 연구로 확장된 정신분석학, 남성을 인위적으로 여성으로 키우고자 했던 급진적인 시도 등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정신의학의 흥미로운 이면을 그려낸다.

책정보 보러가기


발행2015.03.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