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보는역사 사기(史記)의 구성과 체계 -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의 구성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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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4회 작성일 16-02-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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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구성과 체계



[사기]는 ‘본기(本紀)’ 12편, ‘표(表)’ 10편, ‘서(書)’ 8편, ‘세가(世家)’ 30편, ‘열전(列傳)’ 70편 등 모두 130편, 52만 6500자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간행한 표점본(고문에 구두점을 찍은 판본) [사기]는 55만 5660자로 여기에는 저소손(褚少孫) 등이 보필한 3만여 자가 더 수록되어 원서에 비해 훨씬 많다. 본기(本紀)는 오제(五帝)부터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 천하에 권력을 행사하던 왕조나 군주들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엮어 기록한 것이고, 표(表)는 각 시대의 역사를 연표 및 월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나타냈다. 서(書)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 등과 같은 전장 제도(典章制度)를 기록하고 있어서 문화사나 제도사의 성격을 갖는다. 세가(世家)는 제후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으니 제왕보다는 낮은 위치인 봉건 제후들의 나라별 역사 기록이다. 열전(列傳)은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했던 인물들의 전기를 주로 수록했는데, 때로는 계급을 초월하여 기상천외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 다섯 부분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로 인해 비슷한 내용이 여러 편에 실려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1) 사기 [본기(本紀)]- 제왕들의 역사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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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 순희(淳熙) 3년 판각본인 [사기]의 ‘항우 본기’ 부분. ‘선발제인(先發制人)’, ‘파부침주(破釜沈舟)’ 등 많은 고사성어가 여기로부터 유래되었다.


제왕들의 역사를 기록한 본기는 오제(五帝)로부터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 천하에 권력을 행하던 왕조나 제왕들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엮어 기록한 것이다. ‘본기(本紀)’의 ‘기(紀)’는 기록한다는 의미의 ‘기(記)’와 같으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기록한다,” 즉 “사실의 기록”이란 뜻이다. 본기 12편은 역법으로 볼 때 12간지와도 관련되어 있는데, 시간적 순서와 인물의 비중도에 따라 각 편을 안배했다.

본기는 대체로 왕조를 기준으로 하여 시대순으로 12편을 배열했다. 그리하여 [오제 본기(五帝本紀)], [하 본기(夏本紀)], [은 본기(殷本紀)], [주 본기(周本紀)]는 상고사(上古史)에 속하고, [진 본기(秦本紀)], [진시황 본기(秦始皇本紀)] [항우 본기(項羽本紀)]는 근고사(近古史)에 속하며, [고조 본기(高祖本紀)], [여 태후 본기(呂太后本紀)], [효문 본기(孝文本紀)], [효경 본기(孝景本紀)], [효무 본기(孝武本紀)]는 금세사(今世史)에 속한다.

그 중 한 고조 유방에 앞서 패권을 장악했으나 결국 왕이 되지 못하고 몰락한 항우의 삶을 그린 [항우 본기]는 [사기]에서 가장 뛰어난 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항우가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한 거록(巨鹿)의 전투, 삶과 죽음의 길목을 사이에 둔 ‘홍문연(鴻門宴)’의 상황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갖가지 생각을 품고서 임기응변하며 일으키는 갈등이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천하 통일의 성패가 걸려 있어 무대는 더욱 긴박하다.



2) 사기 [표(表)]- 고대사를 도식화하다



황제(黃帝) 시대로부터 한 무제 때까지 2500여 년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는 모두 열 편으로, ‘세표(世表)’, ‘연표(年表)’, ‘월표(月表)’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연표이다. 하(夏)·상(商)·주(周) 삼대와 오제를 다룬 [삼대 세표(三代世表)]는 제왕들의 세계(世系)를 다루었기에 ‘세표’라 한 것이고, 진한 교체기를 다룬 [진초지제 월표(秦楚之際月表)]는 짧은 기간인 데 비해 기록할 사건이 많아 월별로 기록하였기에 ‘월표’라 한 것이다. 이 2편을 제외한 나머지 8편은 모두 연표이다.

[사기]는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구성해 나가는 기전체라는 역사 서술 체제를 탄생시켰지만 표만은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성격을 달리한다. 이를 두고 당나라 역사학자 유지기(劉知機)는 [사통(史通)]에서 사마천이 기전체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표를 지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보는 시각에 따라 표가 다른 편의 보충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표는 본기와 세가 및 열전의 기록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나머지 편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다.



3) 사기 [서(書)]- 전장 제도의 이론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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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 가정(嘉靖) 연간대 판각본 [사기]의 ‘천관서’ 부분.


서는 [사기] 중에서도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 부분으로 제도, 과학, 민생, 치수 등과 같은 전장 제도(典章制度- 제도와 문물)를 기록하고 있어 제도사의 성격을 갖는다. 서는 모두 여덟 편인데 각기 두 편씩 짝을 이루고 있다. 첫 부분인 [예서(禮書)]와 [악서(樂書)]는 사마천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정치 제도를 다룬 것이고, [율서(律書)]와 [역서(曆書)]는 한 무제의 전쟁관을 풍자하고 역법 개혁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현실을 거론한 것이다. [천관서(天官書)]와 [봉선서(封禪書)]는 사마천이 추구하는 변화와 개혁의 문제를 하늘의 형상을 빌려 짚어 낸 것이고, [하거서(河渠書)]와 [평준서(平準書)]는 치수와 경제와 같은 민생 문제가 제국의 진정한 기반이 된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런 구분의 근저에는 위로는 사계절과 여덟 방위라는 천하의 기강에 부합하고 아래로는 옛날과 오늘의 시대적 변용에 맞추고자 한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중 [천관서]는 완벽한 성관(星官)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며 고대 천문학을 연구함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민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치수 사업을 다룬 [하거서]와 사마천의 경제 사관이 집약되어 있는 [평준서]는 시대와 역사를 꿰뚫는 사마천의 문제의식이 제대로 돋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4) 사기 [세가(世家)- 제후왕의 역사를 기록하다



세가는 3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기와 마찬가지로 시대 순서 및 저자의 의도에 따라 배열했다. 각 편을 시대별로 구분해 보면 춘추전국시대 18편, 한대(漢代) 12편으로 주로 춘추전국시대에 치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후왕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세가 30편은 중국 역사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권력을 지닌 제후들은 위로는 천자를 모시고, 옆으로는 여러 제후국들과 경쟁하며, 아래로는 신하를 거두며 한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자들로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국가의 운명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가 속 중심 인물들은 중원에 발호(跋扈- 권세를 부리며 날뜀)했던 수많은 제후들의 표상을 그려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제후는 천자를 무너뜨리고 패주(覇主)가 되길 꿈꾸기도 하고, 또 어떤 제후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기도 했다. 사마천은 이를 통해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이 지녀야 할 역사관, 세계관, 인생관을 ‘일가의 말(一家之言)’로 보여줬다. 즉 개인을 통해 역사를 해석하고자 했던 것이다.



5) 사기 [열전(列傳)]- 권력과 인간의 관계를 파헤친 진정한 인간학의 보고(寶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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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列傳)]의 첫 편 [백이 열전]. 열전은 총 70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인간 삶의 문제를 살펴본 개인 전기이다.


[사기]의 백미로 손꼽히는 열전은 왕과 제후가 아닌 다른 인물들, 즉 재상, 유림, 혹리(酷吏- 혹독하고 무자비한 관리), 자객, 유협(遊俠- 협객) 등에 관한 기록으로 모두 7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양 각층의 인물들의 삶이나 그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서술하고 평가하여 사마천의 역사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열전에서 ‘열(列)’은 배열이나 서술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전(傳)’은 본래 경전의 주석을 가리키는 말로 스승과 제자 사이에 구두로 전해진 것을 의미하며 보통 전기(傳記, biography), 즉 개인의 역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마천의 열전은 인물의 전 생애를 나열식으로 보여 주기보다는 그 인물이 단적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일화나 특징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심지어 [중니 제자 열전]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은 후반부에 이름만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사마천은 각 인물들의 개별적 유형에 입각하여 당대를 움직인 인물들을 재구성하면서 경서(經書)와 제자서(諸子書)뿐 아니라 민간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들에서도 자료를 취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또한 열전에 등장할 인물들을 선정할 때는 자신이 입수한 문헌 가운데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들을 먼저 고르고 거기에 평가를 더했다. 선을 행하는 자는 복을 받고, 그렇지 않은 자는 화를 입게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고자 함이었다. 그래서 진(秦)나라 말기에 전횡했던 환관 조고는 그 권세와 역할이 상당했음에도 따로 편을 구성하지 않고, [이사 열전(李斯列傳)] 등 다른 인물들의 열전을 통해서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러한 열전을 구성함에 있어 사마천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립과 갈등, 배반과 충정, 이익과 손실, 물질과 정신, 도덕과 본능, 탐욕과 베풂 등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인간을 어떤 선택적 갈등에 직면하게 하고, 그러한 갈등 자체가 인간이 사는 모습임을 강조한다. [사기 열전]을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산 역사로 인식하게 만든 것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본위의 역사를 읽게 만든 작가의 각고의 노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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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글쓴이 김원중은 16 년간 [사기] 번역에 매진하여, 개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기]를 완역했다. 성균관대학교 중문과에서 중국 고전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학진흥사업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중국문화사], [중국문학이론의 세계] 등이 있고, 역서로는 [정사 삼국지], [삼국유사], [정관정요], [한비자], [논어], [노자] 등 2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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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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